노출증과 관음증 - 정미교실

드러내는 자와 엿보는 자

노출증과 관음증



by 이정미 photographs 김남용


몇 년 뒤 나는 내가 단순히 그녀의 몸매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몸놀림 때문에 눈을 떼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내 여자 친구들에게 스타킹 신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나는 왜 그런 부탁을 하는 지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부엌과 현관 사이에서 있었던 그 조우에 대해서는.

베른하르트 슐링크, 『책 읽어주는 남자』 에서.


설화 속 관음증

엿본다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금기를 깨는 것을 내포한다. 지우제페 세자리의 그림 <다이아나와 악타이온>에서는 사냥과 순결의 여신 다이아나의 알몸을 훔쳐보는 사냥꾼 악타이온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에서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신의 뺨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붉게 물들었다고 묘사한다. 그림 속 님프들은 몸을 돌리는 그녀를 보호함과 동시에 악타이온을 향해 시선을 던지고 있다. 그녀들의 표정에는 경계심과 호기심이 묻어난다. 그러나 악타이온은 놀라거나 당황하기보다는 경외감에 사로잡힌 듯 그녀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는 결국 여신의 저주에 걸려 사슴으로 변한다. 그의 사냥개들은 주인을 알아보지 못한 채 그를 갈기갈기 찢어 죽인다. 

좀 더 가까운 시기에 관음증에 대한 다른 흥미로운 민담이 있다. 고디바 초콜릿의 상표로 더 잘 알려져 있는 고디바 부인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혹독한 세금으로 유명한 영주의 아내였다. 농노들의 고된 삶을 보다 못한 그녀는 남편에게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영주는 그녀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돌면 그러겠 노라고 약속한다. 영주의 예상과는 다르게 그녀는 이를 받아들인다. 이에 감명받은 마을 사람들은 그 누구도 거리를 돌아다니지 않고 집에 커튼을 치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재단사 톰은 그 약속을 어기고 문틈으로 그녀를 엿보고야 만다. 결국 그는 천벌을 받아 눈이 멀게 된다. 여기에서 관음증을 뜻하는 관용어인 ‘피핑톰(Peeping Tom)’이라는 말이 유래한다.  


노출증과 노출, 그 심리 

앞의 두 설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훔쳐본다는 행위는 이를 당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경우가 있다. 바로 “노출증”이다. 노출증은 성 도착증 중의 하나로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 특히 성기를 이성에게 보임으로써 쾌감과 흥분을 느끼는 병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바바리맨을 들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여러가지 성 도착증 중 노출증은 여성에게 나타나는 비율이 꽤 높다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는 노출증을 가진 사람 중 30%이 이상이 여성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하였다. 즉, 바바리우먼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로 일컬어진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는 “노출”의 계절이기도 한다. 미니스커트, 핫팬츠, 크롭탑의 대중화와 유행에 더불어 이제는 란제리 패션(감사합니다!)이라는 명목으로 거의 속옷 바람에 가까운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것이 요즘의 트랜드이다. 그런 옷차림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거나, “여기는 한국인데”라는 말을 내뱉는다면 당신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교보이 취급을 당할 것이다. 물론 이런 ‘젊은 트랜드’가 병적인 노출증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행동은 하나의 과시이자 자기PR이고, 나르시시즘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노출은 이목을 끌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꼭 그 대상이 이성일 이유는 없다. 당장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만 들어가 보아도 자신의 몸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이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댓글 창에는 그들의 바디 이미지를 동경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좀 더 음지로 들어가 보면 ‘섹스타그램’이나 ‘일탈계정’이라는 태그 또한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노출증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우선 단순히 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호르몬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있어서 성적인 욕망을 자극한다. 또 대부분의 정신적 문제가 그렇듯이 어린시절에 겪은 정서적 학대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보수적이고 엄한 가정에서 자란 이들이 성장한 후에 성적인 부분을 과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병적인 수준이 아닌 단순히 노출을 하고 싶어하는 마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당연한 심리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즉 근본적으로 자신이 그것을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사회적으로도 그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관음증, 범죄와 취향 사이

그렇다면 노출증과 반대선상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관음증’이란 무엇인가? 관음증은 다른 사람의 알몸이나 성행위를 몰래 보고, 더 나아가 그것을 촬영함으로써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것을 뜻한다. 즉 현재 대한민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범죄 중에 하나인 불법 촬영(일명 몰카 범죄)은 하나의 성도착증에서 비롯된 셈이다. 히치콕의 걸작 ‘이창(Real Window)’에서는 사고로 휠체어에 의존해서 사는 사진작가가 카메라 렌즈로 주변인들을 훔쳐보는 것을 묘사한다. 히치콕 감독이 사람들 모두가 관음증 적인 면이 있다고 한 것처럼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 속 그의 렌즈에 동화되기 시작한다. 영화 속 망원렌즈는 몰래 카메라의 원조격이 셈이다. 

이쯤에서 당신은 그럼 SNS의 예쁜 누나들 사진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관음증인가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공개적으로 게시된 사진을 개인적으로 보는 것은 관음증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관음증을 특징짓는 ‘비밀스러운’ 관찰 행위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 분석학적으로는 ‘본다’는 행위 자체가 ‘파괴’와 관련이 있고, 이는 곧 권력과도 이어진다. 권력은 본다는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 즉 힘을 가진 이들만 볼 수 있으면서 자신이 보는 것을 즐긴다. 한 편 본다는 것은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신화 속 오이디푸스 왕은 자신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하필이면 ‘눈’을 찌른다. 즉 자신의 욕망과 탐욕을 실현하는 도구인 눈을 없앰으로써 죄를 씻고자 한 것이다. 

히치콕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정신 분석학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 관음증 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렇게 ‘보는 것’을 통해서만 성적인 만족감을 얻으려고 한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특히 그것이 사회적으로 범죄가 되는 영역까지 간다면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관음증 환자는 동시에 노출증 증상도 자주 보인다는 것이다. 즉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이들은 보여지는 것으로도 만족감을 느낀다. 


변태적인 취향의 색다른 섹스 처방 

이야기를 좀 더 가볍게 바꾸어 보도록 하자. 병적인 측면이라면 해결이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것들이 단순히 성적인 취향 정도에 그친다면 당신이 실제 섹스를 할 때 재미있게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인과의 섹스를 좀더 색다르게 바꾸어 볼 번태적인 처방을 좀 제시해보고자 한다. 물론, 반드시 상대방과 합의하에 할 것! 


관계 중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기록 남기기

요즘 분명히 불법 촬영이 성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만큼 ‘기록을 한다는 것’이 민감한 문제라는 것이다. 관계 중 카메라를 든다는 것은 분명 색다른 기분을 선사할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에게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 상대방의 휴대폰 카메라를 들던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기록을 남겨놓자. 색다른 짜릿함을 선사할 것이다.


거울을 보면서…

요즘도 어떤 숙박업소들은 천장에 거울을 달아 놓는 경우가 있더라. 이게 아주 구닥다리는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거울을 보면서 섹스를 하면 서로 자기자신의 모습을 볼 수도 있고, 상대방의 보지 못했던 모습과 상황까지 구석구석 보게 할 수 있다. 아주 대담한 노출이 될 것이다.

마스터베이션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혹은 지켜보기

도구를 사용해도 좋고 아니면 그냥 손을 이용해도 좋다. 단순히 애무를 하는 것보다 한층 더 효율적임과 동시에 다른 종류의 야릇함을 선사할 것이다. 보는 포지션이 되든 보여주는 포지션이 되든 결국에는 서로 굉장히 달아오르게 되는 플레이이다.





   자이언트가 겨우 이 정도로 끝낼리가 없는데...??  

(몇 장 빼먹은 건 비밀)

#2021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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