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THERE남자의 영화! 한국 느와르 걸작 10선

남자의 영화!

한국 느와르 걸작 10선


비열하고 어둡지만 왠지 동경하게 되는 느와르 영화 속 상남자들의 세계


by 김현석


<초록물고기>(1997)

 

감독: 이창동

출연: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 등


급격한 도시화로 옛 모습을 잃어가는 ‘일산’을 배경으로, 순수함을 간직하면서도 암흑가에 발을 들이게 된 주인공 ‘막동이’와 그의 가족사를 다룬다. 급변하는 도시와 함께 가족들은 와해되고, 갓 전역한 청춘은 구체적인 내일을 그리지 못하고 예전처럼 가족이 다같이 모여살았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만 꿀 뿐이다. 도시빈민의 부조리한 삶은 주인공을 암흑가의 부조리 속으로 밀어 넣어버린다. 90년대 급속한 사회 성장과 부작용으로 따라온 IMF 외환 위기, 그 속에서 탈출구를 잃어버린 순수한 청춘의 말로를 갱스터 느와르로 리얼하게 그려낸 걸작이다.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이며 국민배우가 된 송강호의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조연으로서 분량이 크지 않음에도 문성근, 명계남, 한석규 등 같이 출연한 기라성 같은 배우들에 뒤지지 않는 리얼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 깡패를 데려다 연기를 시킨게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을 정도. 한석규 또한 이 영화를 계기로 네임드 배우를 넘어 명품 배우로 거듭났다. 공중전화 씬과 사망 씬은 한석규의 명연기가 빚어낸 영화으 대표 명장면으로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상남자의 명대사

“내 입이 주둥이면, 니 입은 아가리냐?”

- 건달인 판수가 막동이에게 주둥이 다물라고 위협하자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감독: 류승완

출연: 류승완, 류승범 등


폭력의 민낯을 과감하게 담은 하드보일드 드라마. 저예산 영화 특유의 거친 질감이 화면안에 담긴 폭력성과 조화를 이루며 카타르시스를 극대화 시킨다. 큰 줄거리의 흐름을 4편의 단편 영화들로 이어가는 옴니버스 구성이다. 원래 먼저 만들어 놓은 단편 영화 두개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더해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시켰다. 덕분에 다양한 연출과 장르를 하나의 작품에 어색하지 않게 녹여낸다.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는 동명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폭력의 순환성이라는 영화의 주제 의식을, 미화되지 않은 노골적인 폭력을 통해 폭발시킨다. 수 십명의 남성들이 펼치는 유혈이 낭자한 폭력의 현장을 담아냈음에도 액션 영화로 느낄 수 없는 이유다. 

류승완 감독의 불세출의 데뷔작이며, 동생인 류승범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제작비 6,500만 원의 저예산 영화에 ‘폭력’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어둡게 보여줌에도 8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덕분에 데뷔작 한 편으로 형제가 순식간에 충무로의 최고 기대주로 등극했고 현재는 안정적으로 명감독, 명배우 반열에 들어섰다. 무명이었던 정재영과 임원희도 등장해 얼굴을 알렸다.


상남자의 명대사

“펜대 굴려 가지고 돈 만지나, 주먹질 해가지고 돈 만지나 뭐가 틀려!”

- 상환이 친구들 앞에서 조직에 가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친구>(2001)

감독: 곽경택

출연: 유오성, 장동건, 서태화 등


2000년대 초반 전국의 남성들이 부산 사투리를 쓰게 만든 영화. 학창시절 한가닥 하던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이 와해되는 과정을 리얼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게 보여준다. 특히 ‘통’과 ‘부통’으로 통하던 두 친구가 서로 다른 조직이 되면서 우정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라는 카피와 전혀 다른 허무하고 끔찍한 결말을 보여줌으로서 암흑가의 비정과 잔혹함을 더욱 효과적으로 부각시킨다. 끔찍한 살인장면과 시궁창 스러운 조폭들의 현실을 보여줌에도 영화의 완성도가 뛰어난 덕분인지 조폭 주인공들에 대한 동경으로 어깨와 눈에 힘주고 다니는 남자들이 더 많아지기도 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에다, 지금처럼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많이 없었던 시절임에도 약 800만 명의 관객수를 기록하며 초대박을 거뒀다. 당시 전국 거의 모든 남자 중, 고등학생들이 불법 캠촬영본 등을 통해 영화를 접하고 영화 대사를 외우다시피 했던걸 감안하면 관람 등급이 조금만 낮았어도 천만관객도 거뜬했을 것이다. 청춘스타였던 장동건이 ‘배우’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상남자의 명대사

“뭘 쳐다보노, 눈까리 파뿌까”

- 동수가 극장에서 자신을 띠겁게 쳐다 보는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달콤한 인생>(2005)

감독: 김지운

출연: 이병헌, 김영철, 신민아, 황정민 등


대한민국 스타일리시 느와르의 대표작. 두목의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실력자가 두목의 애인에게 연정을 품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잃고 바닥까지 내려간 후 복수를 하는 과정을 담았다. 우직하고 능력있는 주인공과 비정한 두목, 이들의 근간을 뒤흔드는 팜 파탈과 사건에 얽히게 된 라이벌 조직 및 킬러들까지! 특별한 반전이나 설정없이 정석과도 같은 무난한 플롯임에도 수작으로 꼽히는 이유는 김지운 감독 특유의 유려한 미장센 덕분이다. 단순히 걷고 있어도, 운전을 하고 있는데도, 주먹을 휘둘러 면상을 갈기는데도 멋짐이 폭발한다.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 및 호연과 달파란과 유키 구라모토가 참여한 OST는 영화의 우아함 극대화 시킨다. 느와르가 장르적 형식이 아닌 스타일을 일컫는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가장 느와르 다운 느와르라 하겠다.

개봉 당시에는 스타일에만 치우친 영화라는 비판이 많았다. 총 관객 100만으로 상업적으로도 실패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의 입소문 덕분에 2차 시장에서 흥행을 거뒀고 국내외로 매니아층을 형성하는 등 작품 자체는 빛을 봤다.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상남자의 명대사

“에이, 씨발”

- 백 사장이 총에 맞아 죽기 직전 내뱉는 말


<비열한 거리>(2006)

감독: 유하

출연: 조인성, 천호진, 남궁민, 이보영 등


삼류조직의 2인자가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위해,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비열한 세계에서 몰락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조직 세계에서의 배신이야 두말할 것이 없고, 영화에서는 암흑가와는 무관한 ‘친구’이자 ‘지성인’을 등장시켜 비열한 거리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어버린다. 비열한 건 조폭이 아니라 인간임을 말하고 있다. 곳곳에 복선과 아이러니를 숨겨놓아 극의 깊이를 더한다. 극중 영화감독처럼 유하 감독도 실제 조폭 친구를 두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실적인 조폭 생활을 그려냈다. 자신만의 식구를 거느린 2인자임에도 직접 수금을 하러 다니고, 라이벌 조직과 무자비한 개싸움을 펼치며, 가족들에게 경재적인 도움도 줄 수 없고, 허름한 숙소에서 과자에 소주를 마시는 모습은 그동안 다른 매체에서 볼 수 없었던 조폭의 비루함을 무척이나 신선하게 들춰 낸다.

탄탄하고 짜임새 있는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2006년 독일 월드컵과 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손익분기점인 230만에 못미치는 204만 관객을 기록했다. 하지만 2차 시장, 영화 전문 채널 등을 통해 꾸준히 소비되며 인기를 끌었다. 영화의 인기 덕분에 강진의 ‘땡벌’이 덩달아 역주행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상남자의 명대사

“건달은 말야, 굶어 디져도 자존심 하나로 가는 거여.”

- 병두가 조직원들에게 건달사상에 대해 이야기 하며


<부당거래>(2010)

감독: 류승완

출연: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등


장르를 떠나 한국 영화 전체를 놓고봤을 때도 수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영화의 메인 줄기인 스토리가 탄탄하며 그 위에 핵심 인물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여기저기서 실뜨기처럼 얽혔다 풀리며 스릴을 만들어 낸다. 경찰과 검찰이라는 타락한 공권력을 바탕으로 조폭과 조폭 못지 않은 스폰서 기업, 그리고 언론까지 난입해 대한민국의 어두운 치부를 비춘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과 류승완 감독의 무르익은 연출력, 그리고 반전까지 더해졌으니 흠잡을 데가 없어졌다. 특히 주옥같은 명대사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14년 경찰교육원 조사에서 경찰들이 생각하는 최악의 영화로 뽑혔다. 경찰들이 범인을 조작하고, 사적 복수를 하는 등 비리와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있지만 경찰 반장이 검찰 앞에서 옷을 벗고 무릎을 꿇고 비는 장면이 가장 불쾌했다고. 류승완 감독은 데뷔작 이후 이렇다할 대박을 치지 못하다 이 작품을 통해 청룡영화상 감독상, 최우수 작품상을 차지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흥행 또한 대박은 아니지만 무난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작품성과 흥행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받았다.


상남자의 명대사

“우린 목숨 걸고 하잖아, 무조건 잘해야지”

- 최철기 반장이 장석구에게 법 안지키는 놈들이 더 잘산다고 이야기 하자


<신세계>(2013)

감독: 박훈정

출연: 황정민, 이정재, 최민식, 박성웅 등


2010년대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 기업화된 조직에 위장 잠입한 경찰, 조직의 보스 선출을 위한 조직 내에서의 갈등, 그리고 엇갈린 운명 속에서 피어나는 브로맨스 등 홍콩 느와르 영화의 연상케 하는 다양한 요소가 등장해 표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정청’을 필두로 존재감 확실한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대놓고 ‘이건 느와르다’고 말하는 듯한 어둡고 세련된 연출 덕분에 영화의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신세계>를 재밌게 보았다면, 그것은 ‘정청’을 재밌게 본 것’이라 할 정도로 잘 구축한 캐릭터 하나로 영화를 끌어나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부당거래>와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담당했던 박훈정이 감독했다. 그만큼 입에 달라붙는 대사들이 많았고, 가장 상징적인 캐릭터인 ‘정청’의 호남 억양 가득한 대사들은 남자들 사이에서 성대모사 단골 손님이 됐다. 본편과 에필로그를 통해 프리퀄과 시퀄에 대한 떡밥을 남겼지만 제작은 묘연한 상태다. 영화 OST <Big Sleep>은 본 영화를 관통하는 긴장감과 어두움을 잘 표현하고 있는 명곡으로, 다양한 매체에서 느와르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때 단골 BGM으로 등장한다.

상남자의 명대사

“너는 이 좆같은 형님만 믿으면 되야이”

- 회식 자리에서 자성의 표정이 좋지 않자 정청이 하는 말


<내부자들>(2015)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등


정치인과 언론, 재벌, 검사 등 대한민국의 높으신 양반들이 펼치는 음모와 배신을 다룬 영화다. 명색이 공인, 언론인, 기업인인데 암흑계 보다 더한 비열함과 추태를 보여준다. 정재계와 언론의 결탁이란 다소 진부할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대사,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 덕분에 알면서도 속는 것처럼 빠져들게 만든다. 속시원하게 복수에 성공하고, 다소 평화로운 결말을 보여주지만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변한 게 없음을 시사하며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2016년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이병헌)을 수상했다. 2016년 대한민국 현대사에 길이남을 흑역사가 만들어지면서 영화가 과장된 게 아니라 현실을 순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청소년관람불가 영화임에도 700만 관객을 동원해 흥행에 성공했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들의 연기도 인상적인데 특히 조우진은 이 영화를 통해 이름과 얼굴을 알리며 16년간의 무명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상남자의 명대사

“목숨은 니 마누라한테 바치고, 시키는 일이나 잘해.”

- 와이프 선물까지 챙기는 안상구에게 감동한 부하가 목숨을 바치겠다고 하자


<아수라>(2016)

감독: 김성수

출연: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등


비정하고 악독한 비리 시장과 조폭보다 더 조폭같은 검사, 두 고래의 싸움에 등이 터져나가는 부패 경찰의 이야기다. 그야말로 어떠한 희망도 없는 지옥같고 좆같은 상황과 인물들의 대향연이다. 주연, 조연할 것 없이 모두가 악당인 피카레스크의 정석같은 작품. 시종일관 어둡고 음침한 화면과 피가 터져 나오는 폭력성, 궁지로 몰고 몰리는 악당들의 난리법석은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아수라’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악’으로부터 시작해 ‘무’로 끝나버리는 결말이 폭발적인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개봉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다. 관객수는 250만으로 손익분기점인 380만 명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그럼에도 장르 매니아, 해외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꾸준히 나면서 2차 시장에서는 흥행을 거뒀고 일부에서 재평가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픽션이지만 실제 정치인과 도시를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어 화제를 모았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회자되는 중이다. 과연…

상남자의 명대사

“다 알면 그게 쇼지 정치냐?”

- 사전 정보를 듣지 못해 섭섭해하는 한도경에게 박성배가 하는 말


<남산의 부장들>(2020)

감독: 우민호

출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등


‘김형욱 실종 사건’과 ‘10.26 사건’을 바탕으로 한 논픽션 소설 『남산의 부장들』을 영화로 만든 작품. <그때 그사람들>이 10.26 사건을 블랙 코미디로 그렸다면 이 영화는 느와르로 그때와 그사람들에 접근한다. 검은 정장 입은 사내들이 떳떳하지 못한 무언가를 꾸며댄다. 2인자는 부단한 노력과 충성심에도 불구하고 1인자의 신망을 잃어간다. 나아가 자신의 자리는 물론 목숨까지 위협 받기 시작하면서 충성심이 흔들리고 1인자에게 총구를 겨누고 만다. 인물들의 얼굴은 욕망과 배신의 그림자로 가득차 있고, 그들이 짓는 표정은 때론 냉소적이고 때론 격렬하다. 게다가 모두가 파국으로 치닫는 결말까지. 너무나 느와르적인 전개와 스타일이 아닐 수 없다.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고 2020년 개봉 영화들 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인해 최종 관객수 470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지는 못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상당한 관객 동원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코로나가 없었더라면 손익분기점을 거뜬히 넘기고도 남았을 것이다. 


상남자의 명대사

“제발, 내가 달란 걸 가져와”

- 계엄을 반대하는 김규평에게 박통이 담배를 요구하며


관상가 양반, 내가 느와르에 어울리는 상인가?

느와르 장르 단골 배우들

황정민

출연작: <달콤한 인생>, <신세계>, <아수라>, <부당거래>, <사생결단>,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이병헌

출연작: <달콤한 인생>,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악마를 보았다> 등



천호진

출연작: <비열한 거리>, <부당거래>, <악마를 보았다> 등



류승범

출연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사생결단>, <부당거래>, <베를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