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극장가를 달굴, 블록버스터 기대작 TOP 10

2020년 극장가를 달굴

블록버스터 기대작 TOP 10


올해도 팝콘 먹을 기회는 많다. 같이 볼 애인만 구해오자.

by 제로


지난 수년을 돌이켜 보면, 그저 그날의 기분에 따라 골라본 영화들이 한데 모이고 얽혀 한 해의 궤적을 그려주곤 했다. 

그 어느때보다 극장가가 풍요로웠던 기해년 역시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열광하고 <알라딘> OST를 따라 부르다 <토이 스토리 4>로 눈물 흘리고 <조커>와 함께 전율하는 나날이었다. 

이외에도 봉준호 감독 <기생충>부터 거장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한 <아이리시맨>까지 삶의 깊은 통찰과 울림을 담은 작품도 유독 많았다. 

필자에게 한 가지 신년 바람이 있다면, 경자년에도 이처럼 즐거운 영화 여행이 일 년 열두 달 계속됐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호는 <2020년 극장가를 달굴 기대작 TOP 10>를 골라봤다.


고질라 vs 콩(Godzilla vs Kong)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에서 기도라를 짓밟으며 위용을 과시한 고질라가 그간 숨죽여온 또다른 왕과 만난다. 

바로 <콩: 스컬 아일랜드> 이래 오랫동안 힘을 길러온 ‘킹’ 콩이 그 주인공. 

이들은 1962년 토호가 제작한 <킹콩 대 고지라>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라이벌로, 고질라가 견고한 가죽과 방사열선으로 돌진해오면 콩이 재빨리 도구를 써서 반격하는 구도를 이뤄왔다. 

비록 각자 영화에서 묘사된 크기는 고질라가 120m에 육박하는 반면 콩은 32m 가량으로 크게 처지지만, 당시 콩은 아직 청소년기였던 만큼 어느정도 덩치를 키워올 것으로 기대된다.

피차 인간에게 우호적인 고질라와 콩이 어쩌다 반목하게 됐는지도 궁금증을 유발하는 대목.


007: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

첩보 액션의 전설 007 시리즈가 어느덧 24편째에 접어들었다. 

제임스 본스는 전작 <스펙터>에서 역대 최악의 적수 블로펠드를 꺾고 마침내 은퇴했건만, 옛 동료로부터 절박한 구원 요청을 받아 다시금 목숨을 건 임무에 뛰어든다. 

그의 앞을 막아선 새로운 악당은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라미 말렉. 

설상가상으로 2년 사이 합류한 후임 요원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까칠한 인상을 풍긴다. 

결국 영화 속 007은 은퇴에 실패한 셈이지만 <카지노 로얄>로부터 14년간 역대 최장기 제임스 본드로 활약한 다니엘 크레이그는 본작을 끝으로 배역을 내려놓을 전망이다. 

모쪼록 그 마지막 연기를 극장에서 감상하자.



남산의 부장들(The Man Standing Next)

다사다난했던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을 꼽으라면, 아마도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박정희 대통령 저격일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현직 국가원수 암살인데다, 그 피해자는 당대의 독재자이고 범인은 둘도 없는 심복이었으니. 권력의 심장부에서 갑작스레 벌어진 이 전대미문의 사건은 아직까지도 막전막후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아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내부자들> 우민호 감독의 신작 <남산의 부장들>은 중앙정보부장으로 분한 이병헌에게 초점을 맞추고 대통령이 암살당하기 전 40일간의 행적을 뒤쫓는다. 

궁정동에 총성이 울려 퍼진 그 날 저녁, 남산의 부장들은 어떠한 심정이었을까.



뮬란(Mulan)

디즈니의 야심 찬 애니메이션 실사화가 드디어 <뮬란>에 이르렀다. 

1998년작 <뮬란>은 중국 남북조 시대에 스스로 남장을 하고 종군했다는 화목란 설화를 재구성하여, 성별의 제약을 딛고 나라를 구한 당찬 소녀 무장을 그려낸 바 있다. 

Reflection과 I'll Make a Man Out of You 등 OST도 호평이며 무엇보다 디즈니 최초의 아시아인 프린세스라는 상징성이 굉장히 크다. 

금번 실사화는 <주키퍼스 와이프>로 연출력을 입증한 여성 감독 니키 카로가 맡았으며 유역비가 뮬란, 이연걸이 황제, 견자단은 장군, 끝으로 공리가 주요 악역인 이민족 마녀를 연기한다. 

그저 이연걸이 다스리고 견자단이 지키는 나라에 누가 감히 침략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반도(Peninsula)

2016년 개봉한 <부산행>은 재난 영화로서도, 좀비 영화로서도 국내에서 보기 드문 성취였다. 

작중 무대를 부산행 KTX로 좁혀 자연스레 변수를 통제하면서 긴장감까지 높인 영리한 작품. 

‘한국 사회에 좀비 바이러스가 퍼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국내 관객의 호기심에 잘 답하였고 공유를 비롯한 배우들 연기도 흠잡을 데가 없었다. 

연상호 감독이 그대로 메가폰을 잡은 <반도>는 이 <부산행> 4년 후를 배경으로 한 정식 속편이다. 

전작에서 죽어라 향했던 부산조차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게 되자 생존자들은 아예 한반도를 탈출해야 할 기로에 선다.

<부산행>이 그러했듯 본작 또한 좀비라는 소재를 통해 사회 비판적 담론을 꺼낼 것으로 보인다.



블랙 위도우(Black Widow)

지난해 마블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장장 10여년에 걸친 인피니티 사가를 마무리했다. 

인류를 구하고자 뭉친 수많은 영웅들이 단체로 돌격하는 장면은 금세기 최고의 영화적 이벤트 중 하나였지만, 한편으로 여러 인기 캐릭터가 은퇴 수순을 밞아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 

이에 어벤져스 원년 멤버인 스칼렛 요한슨 <블랙 위도우>가 팬덤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나섰다. 

그간 블랙 위도우가 쌓아온 입지를 고려하면 진즉 나왔어야 할 단독 영화로, <시빌 워>와 <인피니티 워> 사이 시간대의 러시아와 관련된 임무를 그려낼 예정이다. 

그녀와 같은 훈련을 받은 또 한 명이 위도우 옐레나와 러시아의 캡틴 아메리카인 레드 가디언도 등장한다는 모양.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The Rise of Skywalker)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스타워즈 시퀄 트릴로지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앞서 두 작품을 이어온 계승자 레이와 변절자 카일로 렌의 대립 역시 어떠한 형태로든 결판이 나는 셈. 

<라스트 제다이>에서 다소 무리한 전개로 질타를 받은 라이언 존슨 감독이 물러나고 <포스 어웨이큰>의 J.J.에이브럼스가 복귀하는 만큼 전체적인 분위기도 변화가 예고됐다. 

한 솔로와 루크 스카이워커에 이어 다스 베이더에게 당했던 어둠의 황제 팰퍼틴이 돌아온다니 올드 팬덤에게는 그 자체로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포스가 이끄는 레이와 카일로 렌의 운명은 어디로 향하게 될지, 우주의 명운이 걸린 대결이 곧 시작된다.



원더 우먼 1984(Wonder Woman 1984)

줄곧 마블에게 고배를 마시는 DC 실사 영화지만 그래도 여성 히어로 하나는 캡틴 마블보다 원더 우먼이 잘 나가는 편이다. 2017년작 <원더 우먼>은 제1차 세계대전 즈음 처음으로 바깥 세상에 나온 다이애나가 자신의 사명과 사랑을 깨닫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평단의 호의적 반응은 물론이고 흥행 성적까지 뛰어나 기울어가는 DC의 소녀 가장 노릇을 톡톡히 하는 중이다. <원더 우먼 1984>는 제목 그대로 1984년 미국을 방문한 다이애나가 겪는 일련의 사건으로, 예고편만으로도 흥겨운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긴다. 원작에서 원더 우먼의 오랜 숙적인 치타 크리스틴 위그가 등장하며 죽은 줄로만 알았던 스티브 트레버도 부활한다.


정상회담(Summit: Steel Rain)

가까운 미래, 북한에서 쿠데타가 발생하여 권력 1호가 남한으로 넘어왔다는 파격 설정의 가상 역사극 <강철비>. 

양우석 감독은 데뷔작 <변호인>부터 故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선 굵은 작품으로 찬사를 받았는데, <강철비>에 이르러선 블록버스터 연출까지 완벽하게 해내 충무로의 떠오르는 스타가 됐다. 

그 정식 속편을 표방하는 <정상회담> 역시 남북미 최정상 3인이 함께 핵잠수함에 감금된다는 심히 충격적인 상황에서 출발한다. 

정우성과 곽도원 등 <강철비> 얼굴마담들이 다시금 출연하나 동일 배역은 아니며 서사적으로도 전작과 직접 이어지진 않는다고 한다. 

마침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와중에 어떤 갈등을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탑건: 매버릭(Top Gun: Maverick)

‘탑건’은 80년대, 아니 영화사 전체를 통틀어 전투기 액션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Danger Zone의 가열찬 비트가 깔리는 가운데 스물넷 톰 크루즈가 F-14를 타고 활공하는 장면은 뭇 청춘의 가슴을 불지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제멋대로지만 실력 하나는 출중한 주인공이 점차 인간적으로 성장해간다는 본작의 서사는 훗날 수많은 작품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무려 34년만의 속편인 <탑건: 매버릭>은 이제는 전설이 된 파일럿 매버릭이 드론 기술을 적용한 최신예 전투기에 맞서 마지막 비행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헐리우드의 성룡이라 불리는 톰 크루즈답게 자신이 직접 전투기 조종술을 배워 촬영에 임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