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윤,
빛나는 전환:
응원의 무대에서
나만의 서사로
<이하윤은 한때 무대 위에서 수천 명의 함성을 이끌었다.>
by 크레이지자이언트
Model 이하윤

햇살이 드는 창가에 앉은 이하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
“요즘은요, 처음부터 다시 걷는 느낌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수많은 시선을 받아온 시간들.
수천 번의 점프와 스텝, 그리고 관중의 함성 속에서 자신을 밀어붙였던 치어리더 이하윤은 이제, 그 무대를 뒤로하고 또 다른 시작점에 섰다.
익숙한 운동화 끈을 풀고, 이름 없는 하이힐을 꿰는 순간. “누군가를 응원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나 자신을 응원하고 싶어요.”
그녀의 말은, 그 어떤 열광보다 조용했고, 그래서 더 크게 다가왔다. 새로운 활동은 아직 명확히 이름 붙여지지 않았다.
모델, 연기자, 퍼포머, 혹은 그냥 ‘이하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화보 하나하나에 진심을 실었고, 사진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괜찮아. 잘 가고 있어.” 익숙했던 라커룸 대신, 이젠 대기실의 거울 앞에 선다.
장식 없는 화장대, 첫 포즈에 머뭇거리던 손끝,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반사적으로 들썩이는 심장.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 낯설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수천 번의 무대 위에서 실패와 반복을 지나 여기까지 왔으니까. “응원단복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 시절의 나는 고마운 시작이고,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나를 향해 걷는 중이에요.”
해가 지는 줄도 모른 채 이어지던 촬영.
붉게 물든 햇살 속에서 이하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미소 지었다. 다음 챕터의 제목은 아직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녀의 이야기는 지금,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것.
묵직한 응원 대신, 묵묵한 걸음으로.
이하윤은 이제,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하윤,
그 무대를 내려와
나를 다시 찾는 시간
“누군가의 응원이었던 나는,
지금 내 안을 응원하고 있어요.” 
G 지금, 이 순간. 이하윤은 어디에 서 있나요?
YH 음, 아직은 목적지에 도착했다기보다는, 천천히 방향을 다시 잡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치어리더 시절엔 늘 무대 위에서 누군가를 위해 에너지를 뿜어냈다면, 지금은 내 안을 더 들여다보고 있어요. 조용히, 혼자서.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불확실함조차 나쁘지 않아요. 어쩌면, 진짜 출발선은 여기였는지도 모르니까요.
G 치어리더라는 정체성을 내려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YH 맞아요. 그건 단순한 직업 이상의 거였으니까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때, 늘 앞에 붙는 수식어가 ‘치어리더 이하윤’이었거든요. 그 타이틀을 내려놓는 순간, ‘내가 누구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가득 찼어요. 무대가 사라지자, 나는 텅 비어버린 기분이었어요.
G 그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갔나요?
YH 처음엔 아무것도 채우려고 하지 않았어요.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하면 더 불안하더라고요. 그냥 가만히 있어보기로 했어요. 나를 놓아버릴 용기가 필요한 시기였어요.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다시 해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G 다시 해보겠다고 느낀 계기는 어떤 순간이었나요?
YH 우연히 친구의 촬영장에 따라갔던 날이었어요. 모델이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스태프가 장난처럼 ‘하윤 씨도 한번 카메라 앞에 서보실래요?’ 하더라고요. 거절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카메라가 돌아가는 그 몇 초 동안, 전 다시 살아 있는 기분을 느꼈어요. 누군가의 박수가 없어도, 나는 여전히 반짝일 수 있구나. 그때 깨달았어요.
G 그 이후로 모델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 거군요?
YH 맞아요. 그런데 ‘뛰어들었다’기보단 ‘들어가보자’에 가까웠어요. 맨발로 물가에 서서 발끝부터 적셔가는 느낌이랄까. 아직은 깊이 들어가지 못했지만, 물의 온도가 어떤지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G 무대 위의 치어리더와 카메라 앞의 모델.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YH 치어리더는 밖을 향해 에너지를 뿜는 존재예요. 리듬과 구호, 그리고 눈빛까지 모두가 관객을 위한 거죠. 모델은 조금 달라요. 훨씬 더 내밀한 존재예요.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어야 하고, 내면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필요해요. 말이 없어도, 눈빛 하나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니까요. 그게 어렵고, 그게 또 멋져요.
G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건, 종종 두려운 일이기도 하잖아요.
YH 맞아요. 밤마다 ‘내가 잘 가고 있는 걸까?’라고 되묻게 되는 시기가 있어요. 비교하고, 초조해지고, 내 속도가 너무 느린 건 아닌가 걱정도 돼요. 하지만 저는 요즘 그런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고 대답해요. 불안해하는 나도, 그런 나를 받아주는 나도 다 저니까요.
G 사람들은 아직도 ‘치어리더 이하윤’으로 널 기억하잖아요. 그 시선을 마주할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YH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조금 서운했어요. ‘지금의 나는 안 보이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건 제 오해였어요. 누군가가 과거의 나를 기억해준다는 건 결국, 나의 한 시절을 사랑해준 거잖아요.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고요. 다만, 이제는 ‘이하윤’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싶어요.
G 처음으로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들었을 때 어땠어요?
YH 믿기지 않았어요. 내가? 모델이라고? 거울 앞에 선 제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거든요. 하지만 타이틀이라는 건 결국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는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어요. 미완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위로처럼 느껴져요.
G 본인을 지탱해주는 건 어떤 감정인가요?
YH 고요함이요. 치어리더였을 땐 늘 음악과 박수 속에 있었어요. 지금은 그 반대예요. 침묵 속에서 진짜 제 목소리가 들려요. 마음이 어지럽고 흔들릴 때, 차분한 공간에 앉아 가만히 숨 쉬는 시간. 그게 저를 다시 일으켜줘요.

G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YH 겁내지 않는 사람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은 그런 사람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 앞에서 흔들리더라도 나를 믿는 사람.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바깥의 조건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진 그런 사람.
G 촬영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YH 셔터가 끊긴 뒤, 스태프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요. 그때 나누는 눈빛, 무언의 공감이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지금 뭔가 통했다’는 감정이 오는 순간, 그게 전 좋아요. 그 짧은 공감이 어떤 무대보다 짜릿할 때가 있어요.
G 감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나요?
YH 많이 걸렸죠. 어릴 땐 감정이 많다는 게 약점인 줄 알았어요. 쉽게 흔들리고, 빨리 지치니까. 그런데 지금은 감정이 많다는 건 그만큼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감정이 저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거니까요.
G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면요?
YH ‘급하게 가지 말자.’ 이 말이 저를 살려줘요. 주변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내 속도는 내가 정해야 하잖아요. 그걸 잊지 않으려고 매일 마음속으로 중얼거려요.
G 지칠 때, 어디서 위로를 얻어요?
YH 집이에요.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 한 끼, 고양이 털 속에 얼굴 묻는 것, 침대에 기대어 멍하니 창밖 보는 것.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저에겐 진짜 위로예요. 무대도, 조명도, 메이크업도 없는 날이 오히려 더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줘요.

G 과거의 이하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YH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완벽하게 웃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는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G 팬들이 ‘다시 치어리딩 할 생각 없어요?’ 라고 묻는다면?
YH 웃으며 말하겠죠. “지금은 나를 위한 무대를 찾고 있어요.” 무대는 꼭 경기장 위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G 본인의 가장 좋아하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YH 그리움이요. 어릴 땐 그리움이 슬픈 감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얼마나 귀한 감정인지 알아요. 누군가를, 어떤 순간을, 나 자신을 그리워한다는 건 결국 내가 그만큼 진심이었다는 뜻이잖아요.
G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YH 제 속마음을 솔직히 말할 수 있을 때요. 카메라 앞에서 울컥한 감정이 올라와도 참지 않고 흘려보낼 수 있을 때. 그게 저에겐 가장 용감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에요.
G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YH 아주 조용한 곳에서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는 거요. 휴대폰도 꺼두고, 그냥 저를 바라보는 시간. 그게 요즘 저에게 가장 간절한 일이에요.

G 가장 아끼는 옷 한 벌이 있다면?
YH 치어리더 유니폼이요. 옷장 깊숙한 곳에 아직도 간직해두고 있어요. 자주 꺼내보진 않지만, 그걸 보면 ‘정말 많은 걸 해왔구나’ 하고 제 등을 다독이게 돼요.
G 너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장르일까요?
YH 초반은 클래식이고, 후반은 알앤비일 것 같아요. 조용히 시작했다가, 결국은 리듬을 타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그런 음악이요.
G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금 이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YH 이어폰 꽂고 걷고 싶어요. 그냥 거리에 묻혀서, 오늘 나눈 이야기들을 곱씹으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요.
이하윤은 자신을 위한 무대 위에 서기 시작했다. 응원의 리듬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걸음은 오히려 더 또렷하다.
조용한 시작이지만, 강한 서사가 되어가는 중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의 그녀는 충분히 아름답다.


이하윤,
빛나는 전환:
응원의 무대에서
나만의 서사로
<이하윤은 한때 무대 위에서 수천 명의 함성을 이끌었다.>
by 크레이지자이언트
Model 이하윤
햇살이 드는 창가에 앉은 이하윤은, 잠시 말을 멈췄다.
“요즘은요, 처음부터 다시 걷는 느낌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단단했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수많은 시선을 받아온 시간들.
수천 번의 점프와 스텝, 그리고 관중의 함성 속에서 자신을 밀어붙였던 치어리더 이하윤은 이제, 그 무대를 뒤로하고 또 다른 시작점에 섰다.
익숙한 운동화 끈을 풀고, 이름 없는 하이힐을 꿰는 순간. “누군가를 응원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나 자신을 응원하고 싶어요.”
그녀의 말은, 그 어떤 열광보다 조용했고, 그래서 더 크게 다가왔다. 새로운 활동은 아직 명확히 이름 붙여지지 않았다.
모델, 연기자, 퍼포머, 혹은 그냥 ‘이하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작은 화보 하나하나에 진심을 실었고, 사진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말했다.
“괜찮아. 잘 가고 있어.” 익숙했던 라커룸 대신, 이젠 대기실의 거울 앞에 선다.
장식 없는 화장대, 첫 포즈에 머뭇거리던 손끝,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반사적으로 들썩이는 심장.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기분이 낯설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수천 번의 무대 위에서 실패와 반복을 지나 여기까지 왔으니까. “응원단복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그 시절의 나는 고마운 시작이고, 지금의 나는… 조금 더 나를 향해 걷는 중이에요.”
해가 지는 줄도 모른 채 이어지던 촬영.
붉게 물든 햇살 속에서 이하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미소 지었다. 다음 챕터의 제목은 아직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녀의 이야기는 지금,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것.
묵직한 응원 대신, 묵묵한 걸음으로.
이하윤은 이제, 자신의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하윤,
그 무대를 내려와
나를 다시 찾는 시간
“누군가의 응원이었던 나는,
지금 내 안을 응원하고 있어요.”
G 지금, 이 순간. 이하윤은 어디에 서 있나요?
YH 음, 아직은 목적지에 도착했다기보다는, 천천히 방향을 다시 잡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치어리더 시절엔 늘 무대 위에서 누군가를 위해 에너지를 뿜어냈다면, 지금은 내 안을 더 들여다보고 있어요. 조용히, 혼자서. 혼란스럽기도 하고요. 하지만 그 불확실함조차 나쁘지 않아요. 어쩌면, 진짜 출발선은 여기였는지도 모르니까요.
G 치어리더라는 정체성을 내려놓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아요.
YH 맞아요. 그건 단순한 직업 이상의 거였으니까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할 때, 늘 앞에 붙는 수식어가 ‘치어리더 이하윤’이었거든요. 그 타이틀을 내려놓는 순간, ‘내가 누구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가득 찼어요. 무대가 사라지자, 나는 텅 비어버린 기분이었어요.
G 그 빈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갔나요?
YH 처음엔 아무것도 채우려고 하지 않았어요. 억지로 의미를 찾으려 하면 더 불안하더라고요. 그냥 가만히 있어보기로 했어요. 나를 놓아버릴 용기가 필요한 시기였어요.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다시 해볼까?’ 하는 마음이 조금씩 생기더라고요.
G 다시 해보겠다고 느낀 계기는 어떤 순간이었나요?
YH 우연히 친구의 촬영장에 따라갔던 날이었어요. 모델이 아니라 그냥 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스태프가 장난처럼 ‘하윤 씨도 한번 카메라 앞에 서보실래요?’ 하더라고요. 거절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카메라가 돌아가는 그 몇 초 동안, 전 다시 살아 있는 기분을 느꼈어요. 누군가의 박수가 없어도, 나는 여전히 반짝일 수 있구나. 그때 깨달았어요.
G 그 이후로 모델이라는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 거군요?
YH 맞아요. 그런데 ‘뛰어들었다’기보단 ‘들어가보자’에 가까웠어요. 맨발로 물가에 서서 발끝부터 적셔가는 느낌이랄까. 아직은 깊이 들어가지 못했지만, 물의 온도가 어떤지는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G 무대 위의 치어리더와 카메라 앞의 모델.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YH 치어리더는 밖을 향해 에너지를 뿜는 존재예요. 리듬과 구호, 그리고 눈빛까지 모두가 관객을 위한 거죠. 모델은 조금 달라요. 훨씬 더 내밀한 존재예요. 조용하지만 강한 울림이 있어야 하고, 내면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필요해요. 말이 없어도, 눈빛 하나로 감정을 전달해야 하니까요. 그게 어렵고, 그게 또 멋져요.
G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건, 종종 두려운 일이기도 하잖아요.
YH 맞아요. 밤마다 ‘내가 잘 가고 있는 걸까?’라고 되묻게 되는 시기가 있어요. 비교하고, 초조해지고, 내 속도가 너무 느린 건 아닌가 걱정도 돼요. 하지만 저는 요즘 그런 질문을 받으면 오히려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고 대답해요. 불안해하는 나도, 그런 나를 받아주는 나도 다 저니까요.
G 사람들은 아직도 ‘치어리더 이하윤’으로 널 기억하잖아요. 그 시선을 마주할 때 어떤 기분이 드나요?
YH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조금 서운했어요. ‘지금의 나는 안 보이나?’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건 제 오해였어요. 누군가가 과거의 나를 기억해준다는 건 결국, 나의 한 시절을 사랑해준 거잖아요.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고요. 다만, 이제는 ‘이하윤’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싶어요.
G 처음으로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들었을 때 어땠어요?
YH 믿기지 않았어요. 내가? 모델이라고? 거울 앞에 선 제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거든요. 하지만 타이틀이라는 건 결국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만들어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는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어요. 미완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위로처럼 느껴져요.
G 본인을 지탱해주는 건 어떤 감정인가요?
YH 고요함이요. 치어리더였을 땐 늘 음악과 박수 속에 있었어요. 지금은 그 반대예요. 침묵 속에서 진짜 제 목소리가 들려요. 마음이 어지럽고 흔들릴 때, 차분한 공간에 앉아 가만히 숨 쉬는 시간. 그게 저를 다시 일으켜줘요.
G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YH 겁내지 않는 사람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느려도 괜찮은 그런 사람이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 앞에서 흔들리더라도 나를 믿는 사람.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바깥의 조건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가진 그런 사람.
G 촬영장에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YH 셔터가 끊긴 뒤, 스태프들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요. 그때 나누는 눈빛, 무언의 공감이 있어요. 말하지 않아도 ‘지금 뭔가 통했다’는 감정이 오는 순간, 그게 전 좋아요. 그 짧은 공감이 어떤 무대보다 짜릿할 때가 있어요.
G 감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나요?
YH 많이 걸렸죠. 어릴 땐 감정이 많다는 게 약점인 줄 알았어요. 쉽게 흔들리고, 빨리 지치니까. 그런데 지금은 감정이 많다는 건 그만큼 ‘느낄 줄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 감정이 저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거니까요.
G 스스로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면요?
YH ‘급하게 가지 말자.’ 이 말이 저를 살려줘요. 주변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내 속도는 내가 정해야 하잖아요. 그걸 잊지 않으려고 매일 마음속으로 중얼거려요.
G 지칠 때, 어디서 위로를 얻어요?
YH 집이에요.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 한 끼, 고양이 털 속에 얼굴 묻는 것, 침대에 기대어 멍하니 창밖 보는 것. 그런 평범한 일상들이 저에겐 진짜 위로예요. 무대도, 조명도, 메이크업도 없는 날이 오히려 더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줘요.
G 과거의 이하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YH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다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완벽하게 웃지 않아도 된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너는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G 팬들이 ‘다시 치어리딩 할 생각 없어요?’ 라고 묻는다면?
YH 웃으며 말하겠죠. “지금은 나를 위한 무대를 찾고 있어요.” 무대는 꼭 경기장 위에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G 본인의 가장 좋아하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YH 그리움이요. 어릴 땐 그리움이 슬픈 감정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얼마나 귀한 감정인지 알아요. 누군가를, 어떤 순간을, 나 자신을 그리워한다는 건 결국 내가 그만큼 진심이었다는 뜻이잖아요.
G 스스로가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YH 제 속마음을 솔직히 말할 수 있을 때요. 카메라 앞에서 울컥한 감정이 올라와도 참지 않고 흘려보낼 수 있을 때. 그게 저에겐 가장 용감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에요.
G 요즘 가장 하고 싶은 일은?
YH 아주 조용한 곳에서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는 거요. 휴대폰도 꺼두고, 그냥 저를 바라보는 시간. 그게 요즘 저에게 가장 간절한 일이에요.
G 가장 아끼는 옷 한 벌이 있다면?
YH 치어리더 유니폼이요. 옷장 깊숙한 곳에 아직도 간직해두고 있어요. 자주 꺼내보진 않지만, 그걸 보면 ‘정말 많은 걸 해왔구나’ 하고 제 등을 다독이게 돼요.
G 너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장르일까요?
YH 초반은 클래식이고, 후반은 알앤비일 것 같아요. 조용히 시작했다가, 결국은 리듬을 타고 감정을 끌어올리는 그런 음악이요.
G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금 이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건?
YH 이어폰 꽂고 걷고 싶어요. 그냥 거리에 묻혀서, 오늘 나눈 이야기들을 곱씹으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삶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요.
이하윤은 자신을 위한 무대 위에 서기 시작했다. 응원의 리듬은 사라졌지만, 그녀의 걸음은 오히려 더 또렷하다.
조용한 시작이지만, 강한 서사가 되어가는 중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지금의 그녀는 충분히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