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창작으로 유명한 동방 프로젝트의 모바일 게임을 알아보자

원작자가 손을 대지 않아도, 알아서 잘 만들어지는 게임들이 있다?

2차 창작으로 유명한 

동방 프로젝트

모바일 게임을 알아보자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게임은, 특정 회사나 집단에서 만들어 판매되는 물건이다. 

당연히 제작자에게 모든 저작권과 권리가 있고, 이를 흔히 1차 창작 작품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서브컬쳐 문화에선 저작권을 지닌 원작자가 아니라 팬층이 애정으로 만드는 컨텐츠들도 존재하는데, 흔히 심영물이라 불리는 야인시대 합성 영상들이 이런 2차 창작물의 좋은 예시라고 하겠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이런 2차 창작들은 단순히 흥하는 것을 넘어, 아예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어서 판매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오늘 알아볼 모바일 게임은 그 중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작품인, 동방 캐논볼과 동방 Lost Word이다.


<작년 11월에 출시된 동방 캐논볼>


2차 창작의 대명사, 동방 프로젝트

 이 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먼저 동방 프로젝트란 커다란 시리즈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올해로 약 25주년을 맞이하는 장수 시리즈인 이 작품은, ZUN이란 사람이 혼자서 만든 탄막 슈팅 게임에서 시작되었다. 

 점점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대전 액션, 횡스크롤 등의 다른 작품들도 나오기 시작해, 이제는 슈팅 게임이라고만 말하기 어려워지긴 했지만, 어쨌든 총 28개의 정식 작품과 수많은 팬층을 지니고 있는 거대 시리즈가 되었다. 

 단순히 일본 내에서만 인기가 있는게 아니라, Steam 발매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접할 수 있으며, WoW나 LoL에도 이 시리즈의 패러디 요소가 있는 등 나름 세계적으로도 먹히는 시리즈라고. 

 게임 본편 자체는 지금도 1인 개발이나 다른 팀과의 협업으로 개발되는 작품이다보니 AAA급 게임이란 말은 빈말로도 못 하지만, 어쨌든 많은 인기를 얻고 성공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예를 들어 LOL의 아이템인 ‘요우무의 유령검’은 이 처자에게서 따왔다는게 정설>


 그럼, 왜 퀄리티가 압도적으로 좋지 않은 이 시리즈가 그렇게 세계적으로 인기가 좋을까? 

 그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서두에서도 이야기했던 2차 창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작품에 매우 당연히 저작권 등의 권리를 주장하며, 2차 창작에도 종종 로열티, 검열, 고소 등의 권리 행사를 실행하곤 한다. 

 이건 정말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고, 지탄받아서는 안 될 올바른 행위지만, 동방 프로젝트는 조금 다른 정책을 폈다. 

 2차 창작에 관대한 수준을 떠나, 아예 상업적 이용조차도 전면적으로 허가한 것. 

 더 나아가 팬들이 멋대로 만드는 오리지널 설정 등을 아예 공식 작품에서 흡수해버리는 등, 동방 프로젝트란 시리즈를 아예 팬 모두와 함께 만드는 듯한 자세까지도 취했다. 

 동방 프로젝트의 팬층을 알 수 있는 지표로 흔히 코믹 마켓이라 불리는 일본 내 최대 규모의 서브컬쳐 행사를 거론하는데,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장르가 출몰하는 이 행사에서, 참가 팀 전체의 8%가 모두 동방 프로젝트였던 적이 있었다고.

 말이 좋아 8%지, 전체 참가자 12명 중 1명은 동방 팬이었단 의미란걸 생각하면...


<최신작인 동방귀형수, 스팀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모바일 게임도 2차 창작이라고?

 동방 캐논볼과 동방 Lost Word는 그런 흐름에서 나온 작품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2차 창작"이란 딱지를 붙이고 있다. 

 뭐, 유통 회사로 Good Smile Company나 애니플렉스 등, 서브컬쳐 유저들에겐 친숙한 이름일 대규모 기업들이 붙어있는 거라던가, 두 작품 모두 사전예약 30만명은 가볍게 찍는 모습이라던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팬들이 제작하는 2차 창작'의 모습과는 매우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ZUN이 직접 만든게 아니다보니 2차 창작이란 이름으로 판매될 예정이라고 한다. 

 ZUN의 인터뷰에 따르면, 본인은 모바일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2차 창작의 활성화를 위해서 이런 식의 영리성 모바일 게임으로 2차 창작을 내는 것도 허가했다고. 

 그의 평소 자세를 보여주는 일화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steam 같은 곳에는 이미 동방 2차 창작 게임이 넘쳐날 지경>


 계속 언급하는 이야기지만, 두 게임 모두 어디까지나 2차 창작이기 때문에 본가로 분류되는 동방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스토리 노선을 타고 있다. 

 하지만 동방 프로젝트 시리즈 자체가, 특정 스토리 라인이 있다기보단 '환상향'이란 고유의 무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군상극 같은 형태를 띄고 있는지라, 이제와서는 팬들 누구도 딱히 신경쓰지 않는 요소긴 하다. 

 사실 시나리오뿐만이 아니라 흔히 작품이라면 아이덴티티로 취급받을 일러스트, 음악이나 성우 등의 요소도, 이 두 작품은 전부 2차 창작이다보니 모두 본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조차도 언제나의 일이라 딱히 화제가 되지 않을 정도. 

 IP 관리가 철저한 일반적인 게임들과 비교하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겠다.


<게임 장르가 다른 것 정도는 어찌보면 사소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서로 다른 게임, 하지만 같은 정체성?

 그럼 두 게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동방 캐논볼은 19년 10월 1일에 발매되었으며, 동방 Lost Word는 20년 4월 발매 예정이다. 

 재밌는 것은, 둘 모두 2차 창작이기 때문에 개발 주체가 각각 전혀 다르고, 그래서인지 게임 장르나 특징도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캐논볼의 경우 보드 게임 장르에 속하며, 각 캐릭터들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치와 스킬을 통해 지역마다 다른 승리 조건을 채우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반대로 Lost Word는 RPG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데, 개발 중인 화면을 보건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캐릭터 수집형 게임의 방식을 많은 부분 답습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원작은 탄막 슈팅 게임이었다는걸 생각해보면, 사실 단순히 게임성이란 측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작품들이라고 생각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팀을 짜서 턴방식으로 적을 격퇴하는 단순한 모바일 게임인 Lost Word>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이걸 '2차 창작'이라고 부른다면, 거기에는 이렇게 상이한 작품들도 같은 동방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는 의미이다. 

 동방 프로젝트의 경우, 현대 세계에서 잊혀져버린 것들이 모여든다는 환상향이라는 특유의 세계관, 그리고 캐릭터들과 음악이 거기에 해당하곤 한다. 

 캐논볼과 Lost Word도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서, 두 작품 모두 처음 만나게 되는 주요 인물들은 거의 비슷한데다가 무대도 당연하다는 듯이 환상향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동방 프로젝트의 경우 게임과 관계없이 따로 음악 CD가 판매될 정도로 평이 좋은데, 두 게임 모두 원작 음악의 다양한 Remix 버젼이 포함되어 팬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고.

 그 이외에도 원작의 탄막 슈팅 장르를 존중한 기믹이 들어있다던가, 시나리오 내에서 여러 중요 소재들이 발견되는 등, 원작의 팬들이 즐길 요소를 다양하게 발견할 수 있다.


<사실 캐릭터 게임으로 생각하고 시작하는 팬들도 있는 모양이고>


자유로운 참가, 압도적인 포용력

 사실 동방 프로젝트를 소재로 사용한 모바일 게임은, 실은 위의 두가지 이외에도 여러가지를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위 두 게임은 '영리성 게임'으로 인정받은 것이고, 다른 것들은 전부 팬들이 무료로 공개하고 있는 물건들일 뿐. 

 어쨌든 그 가짓수가 많은 것에는 변함이 없어서, IP 내부에서의 퀄리티 관리는 개뿔, 아예 이게 같은 캐릭터인가, 싶을 정도로 생김새는 물론 말투나 행동거지조차 다른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개발자나 팀, 회사 하나가 커버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장르나 방향성으로 IP를 확대시킬 수 있는 힘. 

 이번 두 모바일 게임은,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싶다.

<중요한건 설령 이 두개가 모두 망해도, 이런게 앞으로도 더 나오게 될거란 기대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