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일본 게임이야 중국 게임이야, 걸 카페 건

아니 이게 일본 게임이야 중국 게임이야

걸 카페 건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슈팅, 그리고 진한 캐릭터 게임 요소를 잘 버무린 수작

 중국산 미소녀 모바일 게임이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소녀전선부터, 붕괴 3, 벽람항로 같은 나름 유명한 것들은 물론이고, 요즘 범람하는 수많은 방치형 게임들도 알고 보면 중국산인 경우가 많다. 

 신기한 것은, 해외가 아니라 중국 내에서도 특히 일본식 모에가 접목된 게임이 인기가 많은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이들을 일컬어 해외에선 '중국제 일본식 게임'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오늘 소개할 게임도 그 중 하나인데, 심지어 중국에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먼저 서비스를 하고 있을 정도니 얼마나 노골적으로 모에 시장을 노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럼, 오늘의 게임인 '걸 카페 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작품의 분위기가 잘 느껴지는 메인 비쥬얼>


 넘버링 없는 후속작이 된 복잡한 사정

 걸 카페 건은 중국의 seasun software, 혹은 시산쥐라 불리는 곳에서 만든 작품이다. 

 이 회사는 95년부터 활동한 나름 역사있는 곳인데, 재밌는 것은 그동안 무협풍 MMORPG가 주력 상품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당장, 19년에도 이 회사가 개발한 "검협 그리고 전설"란 이름의 모바일 게임이 한국에 정식 발매되기도 했다. 

 그래서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 김용 소설 같은 비쥬얼의 게임들이 대부분이고 걸 카페 건이 툭 튀어나오는데, 좋게 생각하면 사업의 다각화고 나쁘게 생각하면 시대의 흐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원래는 이런 걸 PC 플랫폼 MMORPG로 만들던 회사라고>


 재밌는 것은, 걸 카페 건은 중국에선 이미 16년에 발매된 적이 있다. 

 하지만 16년판은 오늘 소개할 게임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고, 실제로도 여러가지 면에서 '전작'에 위치하는 작품이다. 

 다른 게임으로 예시를 들면, 똑같이 들어맞진 않지만 그래도 '붕괴학원'과 '붕괴 3'의 관계에 가깝다. 

 당시 정보를 지금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한국이나 일본에 진출하느니 마느니 같은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는데,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중국 내에서만 발매했다고. 

 그리고 올해 중순, 일본에서 새로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 바로 오늘 이야기할 새로운 걸 카페 건 19년 버젼인 것이다. 

 이후 여기서 언급하는 걸 카페 건은 모두 19년판을 이야기한다는 것을 미리 밝혀둔다.

<16년판은 굳이 따지면 19년판의 프리퀄 같은 느낌이라고>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배경으로 한 쿼터뷰 슈팅 게임

 걸 카페 건은 흔히 말하는 '세계가 대충 망한 이후'의 이야기가 배경이다. 

 근미래의 어느날, 지구 상에 갑자기 7개의 크리스탈이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를 뒤덮는다. 

 여기엔 '원력'이라 불리는 미지의 에너지가 있는 것이 밝혀져서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았지만, 사실 그건 페이크였고 그 크리스탈을 통해 사람이 오염되어 괴물이 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이 사건 대문에 지구의 절반 이상이 박살나버리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문명을 복구하기 위해 남아있는 괴물들과 싸우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세계를 배경으로, 주인공은 소녀들로 구성된 부대를 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하지만 스토리를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적, 심지어 같은 인간과도 싸우게 된다>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히로인들은 모두 총을 들고 이곳저곳에서 출몰하는 괴물들과 싸우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 게임에는 다양한 총이 등장하는데, 샷건, 권총, 어설트 라이플, 스나이퍼 라이플, 런쳐가 제각각 하나의 속성으로서 기능한다. 

 총의 종류마다 특징이 있어서 이를 살리는 플레이가 요구되는데, 예를 들면 런쳐는 공격 속도가 느리지만 한방한방이 강력하고, 샷건은 무기에 넉백이 기본적으로 붙어 있어서 졸개 잡기에 유용하다. 

 그 외에도 적이 아닌 기물도 파괴 가능하다거나, 적들은 물론 맵 설계 패턴도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등, 의외로(?) 쿼터뷰 슈팅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화끈한 스킬도 준비되어 있다> 


물론 미소녀 관련 어필 요소도 만점

 하지만 아무래도 게임 이름부터 '걸 카페 건'인만큼, 이 게임이 미소녀에 공을 들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특기할만한 사항은, 이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것이 오야리 마사토 씨라는 것. 

 이 사람은 수많은 미소녀 게임에 손을 댔을 뿐만 아니라, 개별 전시회도 낼 정도로 일본 내에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요즘은 흔해진 Live2D도 당연하다는 듯이 탑재하고 있는데, 그 수준은 일본 내 게임 잡지에서도 높게 평가할 정도라고. 

 심지어 성우도 일본/중국 음성을 따로따로 준비했다는 걸 보면, 이 게임이 얼마나 캐릭터에 공을 들였는지, 그리고 얼마나 일본 모에 시장을 진지하게 노렸는지가 매우 잘 느껴진다.

<제각각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12명의 부대원>

 또한, 이런 미소녀들은 단순히 전투만 하는 캐릭터로서 존재하지 않고, 여러 다양한 부분에서도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먼저 모든 캐릭터는 개별 호감도에 따른 서브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거기에 뽑기로 얻을 수 있는 캐릭터 카드마다 또 짧은 스토리가 달려있고, 현재는 일부만 실장되어 있지만 이미 결혼 기능까지 탑재되어 있다는걸 감안하면 보통 분량은 아닌 셈.

 또한 스토리 진행에 따라 각 캐릭터가 종종 게임 내 메신저로 말을 걸어오는 것까지 포함하면 거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레벨로 캐릭터와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거기에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이벤트도 생각하면... 어휴, 정말 열심히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복장과 풀 음성, 그리고 Live2D로 진행되는 어드벤쳐 파트는 필견>


일본식 모에, 중국식 물량, 그리고...

 지금까지 알아본대로, 걸 카페 건은 중국에서 만들어지긴 했지만 사실 일본 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색채를 지니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최근 많은 중국 게임에서 보이고 있는 경향인데, 한국도 사실 이런 게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데스티니 차일드나 에픽 세븐 같은 게임이 대표적인데, 여러 문제가 있던 것을 감안해도 수많은 물량을 앞세운 증극산 모에 게임들만큼 성공하고 있는지는 참 대답하기 미묘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겠다.

 미소녀 게임이란 틈새 시장 속에서, 한국도 나름대로의 답안을 내놓아 크게 성공하는 그림이 나오면 좋을텐데, 라고 오늘도 다른 나라 게임을 보면서 잠시 생각해본다.

<물론 잘 만든 게임이 나와주는 것만 해도 어쨌든 고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