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뇌천사 지브릴 EX

전뇌천사 지브릴 EX


몇 년 전부터 DMM이 독자적인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들였고, 칸코레/아이기스 언저리부터 단순히 웹게임 브라우저가 아닌 독자적인 클라이언트를 만들어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그 과정에 수백 개의 게임들이 서비스를 개시하고 종료하며 스러져갔고, 서서히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소설을 기반으로, 혹은 한때 잘나가던 에로게를 기반으로, 혹은 이미 한번 말아먹은 게임들을 재가공해서 내기 시작했고, 최근에 와서는 대략 30%가량이 기존에 IP가 있던 작품들이 되었다.

오늘 소개할 ‘전뇌천사 지브릴 EX’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나온 FANZA(DMM 성인컨텐츠를 별도로 분류하여 FANZA라는 브랜드로 서비스하고 있다)에서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게임이다. 

사실 모바일이라고 분류해야할지, 웹게임이라고 해야할지 좀 애매하다만, 디자인 자체가 모바일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어있어 모바일 게임이라 간주하고 리뷰를 시작하겠다.


에로게 시장의 몰락과 대안

일반적으로 에로게 시장이 몰락하기 시작한 시점을 두 군데로 보는 견해가 많은데, 그중 하나는 2008년 리먼 쇼크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고, 나머지 하나가 2004년 Fate시리즈의 대성공 이후로 급격하게 편향된 ‘비주얼 노벨화’라는 의견이 많다. 



전자로 인해 에로게의 중고 거래가 급격히 늘면서 실질적으로 메이커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이 줄고, 후자로 인해 게임의 다양성이라고는 ‘등장인물의 개성’ 정도밖에 부여되지 않은 채 대체로 ‘그나물에 그밥’이 되어버려 구매자들이 쉽게 질려버리는데다, 결코 짧지 않은 플레이타임을 요구하는 장르의 특성상 ‘모바일 세대’로 이행되는 세태에 빠르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그로 인해 불과 10년만에 시장 총액은 65%에 가까운 감소추세를 보였고, 수많은 메이커들은 폐업을 하거나 잠정휴업을 하는 등 그야말로 ‘문닫을’ 위기에 처했다. 

혹자는 개발비용과 기간이 적게 들고,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플레이타임이 짧은 로우프라이스 혹은 동인게임으로 방향을 돌렸고, 혹자는 미디어믹스에 눈을 돌렸으며, 일부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성장하는 소셜 게임에 눈을 돌렸다.

하지만 미디어믹스는 요구하는 자본이 워낙에 크고, 소셜게임은 상당한 운영 노하우와 철저한 BM을 요구하는지라 무턱대고 전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그야말로 ‘쪽박’을 차고 스러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가장 접근성이 좋고 성공하기만 한다면 일확천금인 시장이기에 많은 회사가 뛰어들었고, 그런 흐름에 따라 지브릴EX 역시 모바일-웹게임 노선을 택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이 게임을 모바일로 분류할지가 상당히 애매한데, 그 이유는 UI 디자인은 확실히 모바일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는데 정작 스마트폰 해상도에 맞춘 UI Scale이나 화면 강제 켜짐유지 등의 ‘모바일 게임으로서는 필수로 가져야할 덕목’이 빠져있는지라 모바일에서 플레이하기가 좀 애매하다. 



게임 구조 자체는 짧은 플레이타임으로 간단하게 즐기는 방식이라 서브게임 정도의 포지션이 될 것 같은데, 정작 DMM games에서 내려받아 플레이하는것보다 웹브라우저에서 플레이 하는 편이 UI 측면에선 더 편하다는 문제가 있다. 

확실히 최적화 부분을 고려한다면 DMM games에서 플레이하는게 좋겠지만.

게임 구성은 프린세스 커넥트를 플레이해보았다면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세부적인 부분이 좀 다르지만 육성방식이나 컨텐츠 구조가 대부분 닮아 있어 필자의 경우 각 유닛의 특성을 파악하는데에 걸린 시간을 제외하면 적응하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일반던전을 돌아 장비에 속하는 ‘스테이터스 업 재료’를 얻고, 1일 5회 입장이 가능한 던전을 돌아 경험치 및 스킬육성 재료를 얻고, 하드던전을 돌아 캐릭터 레어리티를 올릴 수 있는 재료를 얻고, 각 층을 격파하여 여러가지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컨텐츠를 돌면 1일의 루틴이 끝난다는 점은 프린세스 커넥트와 매우 흡사하다.



일정 시간마다 여러가지 재화를 얻을 수 있는 시설물이 존재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일부 차이점이 있는데, 스테이터스 업 재료는 크게 4종류로 나뉘어 파밍이 까다롭지 않고, 일정 스태미너를 사용시 긴급원정이 발생하는 점은 벽람항로와 닮았다. 

캐릭터별 특성 내지는 역할군 역시 다른데, 지브릴EX의 경우 크게 마법/물리로 나뉘고 탱커형/공격형/지원형이 갈리는데 실질적으로 탱커 캐릭터가 극소수인데다 탱커의 역할이 별 의미없는 게임시스템이라 사실상 힐+딜로 대부분의 컨텐츠를 진행하게 된다.

몬스터는 종류별로 ‘선호취향’이 있는데, 아군 편성 중에 해당 성향의 캐릭터가 있을 경우 도발이 걸린 상황을 제외하고는 위치에 관계없이 해당 캐릭터를 최우선으로 공격하게 된다.


[일정시간마다 재화를 지급하는 시설. 프린세스 커넥트의 클랜하우스보다는 벽람항로의 그것에 가깝다]


[빈유/미유/거유중에 하나, 쿨/스위트/퓨어중에 하나 골라서 2개의 속성을 지닌다. 적은 6종 중에 하나의 속성을 선호하는 패턴을 가진다]


이 때문에 최소 편성인 4캐릭터만 키워서는 진행이 불가능하고, 최소 6~8캐릭터는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막힘없는 진행이 가능하다. 

다만 레어리티에 따라 사용 가능한 스킬의 개수와 스테이터스의 차이가 상당히 큰 편이라, 가능한한 고레어의 유닛으로 편성하게 된다.

뽑기 확률은 처참한 수준인데, 필자가 300연가량 뽑기를 굴렸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팅을 제외하고는 최고 레어리티가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DMM과 연동되는 탓에 리세마라도 거의 불가능하지만, 첫 뽑기가 최고 레어리티 하나를 확정적으로 제공하며, 제공 풀 내에서는 무한정으로 반복하여 뽑아볼 수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표기확률은 그렇게까지 낮지는 않은데도 불구하고 실제 체감은 암담한 수준이고, 캐릭터가 매우 많은 편이라 저격률은 바닥을 긴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동료가 돌이 됐는데!!]


플레이 난이도도 초반에는 좀 어려운 편인데, 타겟유도에 실패했을 경우의 적들의 공격패턴이 천차만별이고 몹 구성에 따라 전열을 주로 공격하는지/공격의 판정은 물리인지 마법인지에 따라 피격 데미지가 몇십배씩 차이가 나는데, 아군의 체력을 회복할 수단은 일부 유닛의 스킬로 제한되어있고, 그나마도 피격량이 1000단위를 넘어서는데에 반해 회복량은 2~300가량, 5~6턴에 한번 발동 수준이라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려면 ‘레벨로 압살’하는 수밖에 없어 빠른 진행이 어려워진다. 

무과금이라면 대략 20~30쯤부터 갑자기 80도 경사의 절벽이 눈앞에 덜컥 하고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된다. 

다만 이 구간부터 스테이터스 업 재료를 모아가며 반복클리어를 한다면 그럭저럭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어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붉은색/노랑색이 스테이터스 업 재료. 각 색깔별로 몇 단계의 재료로 나누어져있긴 하지만, 파밍은 장비형 게임보다 훨씬 단순하다]


역할분류가 모호한 부분은 당황스러웠다. 

적의 공격 우선순위가 일정치 않아 전략을 우선하기보단 덱 파워로 압살하는 플레이를 우선하게 되고, 그러한 방식으로 과금유도를 하는 느낌이었지만 실제로 과금을 한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Pay to win’이란 느낌보단 ‘돈을 써서 모든 캐릭터를 컴플리트한다면 좀 플레이가 편해질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수준이라 중간 수준의 과금능력이 있는 유저는 선뜻 과금을 선택하기 미묘한 느낌이었다. 

타 게임에서 ‘장비’로 취급되는 스테이터스 업 재료가 전반적으로 통일되어 있는 점은 반복플레이를 좀더 ‘무식하게’ 할 수 있어 피로감이 덜했고, 이 부분은 1일 플레이타임을 극단적으로 짧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했다.

으레 DMM판 성인게임이 그렇듯, 지브릴EX도 상당히 공격적인 광고를 하고 있는데… 마치 H씬에 Live2D가 적용되어 있는 듯한 광고를 하고 있으나, 실제로 필자가 확인 가능한 범주에서는 단순한 스틸컷에 불과하여 살짝 배신감(?)을 느꼈다. 


[H이벤트는 3성 이상을 달성하고 호감도를 채우면 열람가능하다. 3성 달성은 시간만 충분히 들이면 힘들지 않은 편]


태생이 에로게인 탓에 전반적으로 스토리 텍스트의 밀도와 퀄리티는 준수한 편이었고, 상당히 짧은 캐릭터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개성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능력은 역시 짬밥은 허투루 먹은게 아니라는 느낌을 주었다. 

다만 클라이언트 용량 문제 등으로 풀보이스 까지는 아니고, 일부 이벤트 부분을 제외하고는 보이스가 없거나 공용 보이스(추임새 등으로 간소화된)를 사용하고 있으며, 녹음 음질이 매우 좋은 편은 아니라 상당히 아쉬웠다.


[캐릭터 스토리당 대략 20~25줄 정도의 텍스트로 5종의 스토리가 준비되어있다]


모바일로 플레이할 경우 앞에서 언급했던 UI 사이즈 조절 문제가 있어 강제적으로 4:3비율의 화면으로 나오며, 최근의 16:9/16:10 스마트폰에서 플레이할 경우 좌우에 매우 넓은 영역의 검은부분이 생긴다. 

이 부분은 개선되어야 할 부분인데, 당분간은 변경될 예정이 없다고 한다.


무작정 응원하기엔 좀 복잡한 심경

최근에 소프트하우스 캬라가 폐업했는데, 실질적인 이유로 ‘모바일 게임 사업의 패망’이 꼽힌다. 

개발비와 운영비, 엄청난 광고비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았다는 의견이 많은 와중에, 수많은 에로게 메이커들이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앞뒤를 다투며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고, 게임 장르가 확연히 바뀌는 탓에 대체적으로 게임의 완성도나 게임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브릴 EX의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성공한 게임을 벤치마킹해서 잘 섞은것까진 좋은데, 모바일 게임으로써 가져야 할 필수 덕목들이 많이 빠진 모습을 보여주어 서비스 40여일째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화제성이 적으며 유저 수도 썩 많지 않은 편이다. 

18금 요소를 제외한 일반판 역시 곧 릴리즈할 예정이지만, 딱히 게임시스템을 수정한 것은 아니라서 오히려 더 혹평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시대의 흐름이 모바일로 집중되는 상황이라 어쩔 수는 없지만, 좀더 철저한 준비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어 성공적인 사업 이행의 모델이 되어줄 게임회사가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