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ld:Out

Zold:Out


한땀한땀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움직여 적을 박살내는 게임에 굶주렸던 당신에게 

요즘 모바일 게임답지 않게 전략성 높은 신작 SRPG를 소개한다!

by 사요

 

SRPG란 장르를 아는가? Simulation Role Playing Game의 약자인 이 단어는, 일반적으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뜻한다. 

왜 적혀있는 영어랑 지칭하는 의미가 다르냐고? 

그건 이 단어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조어, 일종의 재플리쉬라서 그렇다. 

이 장르의 게임으론 파이어 앰블렘, 랑그릿사, 창세기전 시리즈 등을 꼽곤 한다. 

대충 분석하자면, RPG처럼 캐릭터성과 서사성을 갖춘 동시에 이들을 체스처럼 전략적으로 운용하는 게임들을 SRPG로 분류하는 듯하다. 

워낙 예전부터 인기 있는 장르다보니 모바일 게임에서도 SRPG 장르에 속하는 게임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오늘 소개할 게임은 개중에서도 특히 전략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품, Zold:Out 대장간 이야기 되겠다.



안 그래도 어려운 걸 내던 회사의, 길고 긴 숙성 기간을 거친 후속작

Zold:Out은 홍콩의 게임 회사, C4Cat이 두번째 발매한 스팀펑크풍 SRPG 게임이다. 

이 회사는 처녀작인 Dynamix로 잘 알려져 있는데, 재밌게도 Dynamix는 SRPG가 아니라 리듬 게임이다. 

수많은 작품들이 범람하고 있는 리듬 액션 장르에서, 이 게임은 특히 화면 아래, 왼쪽, 오른쪽의 3군데를 향해 노드가 떨어지는 악마 같은 설계로 유명하다. 

일반적인 리듬 액션 게임이 위에서 아래로만 노드가 떨어진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눈앞이 깜깜해지는 난이도인데, 그런 고난이도 설정에 오히려 구미가 당기는 숙련된 리듬 게임 유저들에게는 호평을 받았다. 

2014년에 발매된 이 작품이 지금도 멀쩡하게 서비스를 지속하고 있는 건 이런 유니크한 특성이 분명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게임을 냈던 C4Cat이 후속작 언급을 한 건 무려 3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에는 프로젝트 W란 이름으로 세상에 나타났던 이 작품은, 2017년 도쿄게임쇼에서 패미통 인디 게임 어워드 후보에, 2018년 타이페이 게임쇼에서 인디 게임 어워드 후보에 오르는 등 순조롭게 개발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동시에 킥스타터를 통해 자금을 모으고 클로즈 베타 테스트도 진행했었지만, 결과적으로 처음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건 2020년 10월 9일, 그것도 일본 서버 한정이었다. 

이유? 당시 공개했던 영상과 지금 게임 화면을 비교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당시에 공개했던 캐릭터나 컨셉 원화 같은 건 지금도 거의 똑같은데, 제일 중요한 인게임 전투 화면이 싹 다 갈려있었다. 

그만큼 길고 긴 시간 동안 내부적으로도 몇 번이나 갈아엎으면서 충분히 게임성에 공을 들였단 뜻이 아닐까?




망해가는 대장간 좀 살리는 김에 이것저것 다 때려잡는 이야기


그러면 Zold:Out의 배경부터 이야기를 해보자. 

이 게임은 스팀펑크풍이라고 적혀있지만, 사실 그것과는 좀 거리감이 있는 검과 활, 마법책과 완드란 냉병기를 다루는 대장간의 주인공 헤리드와 그에게 협력하는 상인 오스카가 중심축이 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도 주인공들의 신분에 맞춰, 주로 주변 상인들의 견제에 시달린다거나, 새 무기 제련법을 익히러 엘프의 숲에 간다거나, 재료를 조달하러 광산에 가는 등 대장간의 영업 활동에 메인 스토리가 맞춰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그게 말만 가지고 잘 끝나면 게임으로서 재미가 없다보니, 대부분 뭔가 사건에 휘말려서 결국 상대편을 물리적으로 때려눕히게 되는 전개로 이어진다. 그러다보면 덤으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세계구급 음모에 얽혀버리고 만다는, 옛날 감성을 자극하는 레트로풍 스토리 클리세도 충실히 따르고 있고. 

뭐,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그런 메인 스토리가 언제 제대로 전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여기서 포인트가 되는 점은 주인공들의 직업이 대장간을 경영하고 있다는 것인데, 거기에 걸맞게 이 게임은 무기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무기 하나하나는 Zold:Out 내 전투에 사용되는 카드로서 기능하는데,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설계도와 재료를 파밍해 직접 무기 카드를 만드는 것이 이 게임의 기본 진행 방식이다. 

물론 그게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뽑기로도 무기 카드를 건질 수 있지만, 워낙 무기 카드 종류가 많고 거기에 각 카드별 특징과 역할도 뚜렷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본인이 필요로 하는 무기를 직접 만드는 걸 선호하게 된다. 

그렇게 만든 무기로 스토리에서 상대를 때려잡고, 그러면 새로 얻은 재료와 설계도를 가지고 또 새 무기를 만들고, 그걸로 다시 다음 스토리에서 다른 상대를 때려잡고... 란 게임 흐름에, 대장간이란 배경은 게임에 정합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는 말씀.

 



파티 작성부터 행동 선언 하나하나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전투


무기 카드를 만든단 이야기를 했는데, Zold:Out의 전투는 이렇게 만들어진 무기 카드 40장을 덱으로 가지고 이루어진다. 

잘 알려진 SRPG들처럼 순서는 각 캐릭터별로 돌아가지만, 다른 SRPG들과 달리 캐릭터의 행동은 정해진 40장 중 랜덤하게 7장을 뽑아서 그 중 무기 카드를 고르는 것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Zold:Out만의 특징이다. 

일종의 덱 빌딩 게임 형식을 차용한 SRPG인 셈. 

거기에 턴 순서도 정해진 게 아니라, 무기 카드별 필요 코스트에 따라 소모된 만큼 캐릭터의 턴이 늦게 돌아오는 행동력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는 것도 전략성을 더한다. 

간단하게 말해, 지금 여러 번 무기 카드를 써서 최대만 딜을 넣어둘지 일부러 대기했다가 다음 기회를 노릴지에 대한 고민이 매턴 요구되는 전략성 높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무기별 특징도 뚜렷해서, 단순하게 데미지를 때려박는걸 제일 잘 하는 검, 장거리에서 상대의 위치를 강제로 변경하거나 트랩 등을 깔 수 있는 활, 회복과 버프/디버프를 도맡아하는 마법책, 그리고 영창 시간이 필요하지만 광범위를 타격하는데 특화된 완드 등 제각각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캐릭터들도 제각각 특화된 스킬과 특기를 지니고 있어서,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 아예 무기 종류를 통일해 카드 선택을 쉽게 만든 단일화덱, 무기에 달린 상태이상과 고정 데미지로 상대를 녹이는 디버프덱, 어떤 상황이든 평타 이상은 치는 4종 무기 밸런스덱 등 다양한 구성을 마음대로 짤 수 있다. 

컨셉에 따라 레어도에 상관없이 다양한 캐릭터들이 활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애초에 시작 랭크만 다를 뿐 모두가 최고 레어도까지 육성 가능하다는 것도 파티 작성에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




턴제 전략 게임의 향수를 지닌 올드 게이머라면 도전!

여기까지 설명한 내용을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은 자동 전투 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재료 파밍이 필요하다보니 모든 도전과제를 만족하면서 클리어한 퀘스트 정도는 스킵권을 사용할 수 있게 해놨지만, 어쨌든 처음 깰 때는 반드시 플레이어가 손수 고민하면서 클리어를 해야만 한다. 

추천 레벨만 믿고 별 생각 없이 짠 덱을 들고 갔다간 곧바로 전멸해서 울고 나오는 난이도인 것은 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이 고민해서 짠 파티로 깼을 때 얻는 쾌감은 요즘 모바일 게임답지 않게 상상을 초월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SRPG 장르에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 게임을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