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작가의 섬세한 감성으로 그려낸 여섯 가지 사랑 이야기

여성 작가의

섬세한 감성으로 그려낸 

여섯 가지 사랑 이야기 


여자를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여자가 쓴 것을 읽어라.

by 이정미 


 여성과 남성은 다른 개체이다. 

 그들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고, 받아들이고, 그리고 다시 표출하는 방식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큰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같은 로맨스, 혹은 사랑을 주제로 하고 있는 소설을 읽더라도 남성들이 표현하는 그것과 여성들이 표현하는 것에는 얼마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심지어 예술을 전공한 남성들은 XY염색체를 가진 개체 중 가장 여성스러운 이들이 아닌가?) 

 당신이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을 읽어봐야 할 당위성은 간단하다. 

 그녀들을 더 잘 알기 위해서. 다음의 소설 여섯 가지는 당신이 캐치하지 못할 여성들의 감성을 섬세하기 그려낸 이야기들이다. 

 아무리 읽어도 무엇을 캐치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슬프지만 당연하다. 


1. 우다영의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추천 대상: 해달라는 거 다 해줬는데 여자친구가 화나서 억울하고 당황한 당신에게

 우다영 작가의 소설은 전면에 ‘사랑’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오히려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은 삶의 전반적인 모습 자체를 다소 판타지적인 방식으로 조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소설을 첫 번째로 소개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방식을 가장 잘 표현하였기 때문이다.

 소설은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중년의 혹은 노년의 여인이 지난 삶을 돌아보며 일화들을 이야기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물론 반전은 있다.) 

 아마 이 짧은 소설을 다 읽을 무렵이면 당신은 여성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체득할지도 모르겠다. 


책 속 한 줄: 

 “나도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요. 나는 그날 그 기차역에 갔어요. 

 당신이 기차를 보내고 또 보낼 때마다 샌드위치 가게에 들어가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을 건너편 도넛 가게에서 지켜봤죠. 

 당신이 한 번이라도 도넛 가게로 들어왔다면, 나는 당신과 인생을 함께할 용기를 낼 수도 있었을 거예요. 

 나는 달콤한 도넛을 무척 좋아하니까요.”


2. 한강의 <희랍어 시간>

추천 대상: 도저히 여자들과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당신에게

 한강의 소설은 여성들이 공감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가득하다. 

 그만큼 보편적인 한국 남성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묘사와 비유가 많다. 

 <희랍어 시간>은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남성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극단적으로 소통을 하기 어려운 두 인물을 설정하고, 그들을 진정으로 소통하게끔 한다. 

 당신은 책을 읽음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이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 줄: 

 내 어리석음이 사랑을 파괴했을 때, 그렇게 내 어리석음 역시 함께 부서졌다고 말하면 당신은 궤변이라고 말하겠습니까. 

 목소리. 당신의 목소리. 지난 이십 년 가까이 잊은 적 없는 소리. 

 내가 아직 그 목소리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면, 당신은 다시 내 얼굴에 그 단단한 주먹을 날리겠습니까.


3. 백수린의 <시간의 궤적>

추천 대상: 비혼주의자 애인에게 서운한 당신에게

 ‘나’는 애인이 후배와 바람을 피웠다는 것을 알게 된 후 프랑스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대기업의 주재원으로 나와 있는 ‘언니’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서로의 인생관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급격하게 친해진다. 

 그러던 중 ‘나’는 브리스라는 프랑스 남성을 만나 사랑하게 된다. 

 브리스는 ‘나’에게 대시를 해오던 다른 프랑스 남성들처럼 동양인에 대한 특별한 애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그녀가 프랑스어를 그렇게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녀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는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갈등하지만 결국은 브리스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러나 이후 그와의 생활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내적으로 깊이 갈등하고 있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언니’의 삶과 자신의 삶을 대비시키면서 비참함을 느끼기도 한다. 

 <시간의 궤적>은 사랑과 결혼에 대해서 여성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공포와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영위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책 속 한 줄: 

 하지만 아이가 나를 이곳에 뿌리내리게 만드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나는 때때로 견딜 수 없을 만큼 큰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내가 아이를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아이는 언젠가 나의 모국어조차 아닌 언어로 나를 증오한다고 말하고 떠날 것을 이미 알기 때문이다. 


4. 최은영의 <그 여름>

추천 대상: 모태솔로인 당신에게

 <그 여름>은 여성들 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랑의 과정에 대해서 가장 솔직하게 묘사한 소설이기도 하다. 

 수이와 이경은 열여덟 살에 처음 만났다.

 둘은 꽤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수이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이경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이 많다. 


 이경은 레즈비언 카페에 가입하여 자신과 같은 정체성을 지닌 이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심리적인 외로움을 달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은지를 만난다. 

 은지는 자신과 많이 닮아 있는 사람이었다. 

 이경은 수이에게 죄책감을 느끼지만 결국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그러나 수이는 헤어지는 순간까지 이경에게 괴로움을 전가하지 않는다.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은지와 헤어지고, 시간이 더 많이 흘러 은지와 재회한다. 

 그녀는 수이를 다시 볼 수 없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최은영의 소설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법하 미숙하고도 애틋한 사랑과 이별을 담백하게 그려낸다. 

 어쩌면 당신이 언어로 정립하지 못한 감정을 만져줄지도 모르겠다. 


책 속 한 줄: 

 수이와의 연애는 삶의 일부가 아니었다. 

 수이는 애인이었고, 가장 친한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함께 있을 때 가장 편하게 숨쉴 수 있는 사람이었다. (중략) 

 그런 수이에 비하면 은지는 얼마나 가볍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인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부드러운 말투는 얼마나 쉽게 지울 수 있는 허상에 가까운가. 


5. 천희란의 <우리에게 다시 사랑이>

추천 대상: 지금 이 연애가 맞는 건가 고민하는 당신에게

 그녀의 소설은 통증, 집착 그리고 애욕으로 가득하다. 

 서술자는 과거 자신의 모습, 자기보다 스무 살이 많은 작가에게 빠져 있던 시절을 삼인칭으로 회상한다.

 중년의 작가에게는 이미 오랜 연인이 있었다. 

 말하자면 그녀는 세컨드였던 셈이다. 

 그는 그녀가 관계를 결단 지으려고 결심할 때마다 협박한다. 

 협박은 영원한 헤어짐에서 죽음으로 수위가 올라간다. 

 남자는 그녀에게 집착한다. 

 그리고 그녀는 그 집착을 감내한다. 

 그 둘은 심지어 같이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한다. 

 시간이 많이 흘러 그녀는 헤어짐을 단행한다. 

 그리고 누가보기에도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가 분명한 그녀는 훗날 그것을 아무튼 ‘사랑’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비상식적인 말이 가지고 있는 함의에 대해서 이해할 때, 당신은 명예여자라고 봐도 무방하다. 


책 속 한 줄: 

 그가 죽거나 내가 죽지 않는 한 이 관계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생각했다. (중략) 

 우리는 식칼을 꺼내 들고 욕실로 갔다.

 고통을 끝내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6.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추천 대상: 사랑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연인>은 주인공이자 서술자인 소녀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1920년대 후반, 프랑스령의 베트남에서 프랑스인 소녀는 부유한 중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그의 공간에서 처음으로 욕망을 경험한다. 

 그 공간을 벗어난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가난한 식민지 생활과 정신나간 가족들이다. 

 그 모든 것에 지친 그녀는 광적으로 그와의 관계에 몰두한다. 

 연인은 단순히 공허한 사랑의 감정으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 

 소녀와 중국인 남자는 모두 결핍되어 있는 존재이고, 육체적인 것 이상으로 정신적으로 강하게 교감하고 있다. 

 그러나 외부의 시선에서 보기에 그 둘의 관계는 도덕 밖의 것일 뿐이다. 

 식지 않을 열정과 애절한 사랑을 만끽하고 싶다면 당장 책을 펼쳐 보기를 권한다. 


책 속 한 줄: 

 나는 그에게 다시, 또다시 해 달라고 요구했다. 

 나에게 그걸 해 주세요. 

 그는 그대로 했다. 피가 들끓는 속에서 그렇게 했다. 

 그리고 정말로 거의 죽을 지경으로까지 끌고 갔다. 거의 죽을 지경까지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