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라이벌 16

게임과 애니 속

최고의 라이벌 16


고금동서 창작물이라면 꼭 들어가는 구도가 있다. 

바로 경쟁구도다! 라이벌 없는 스토리가 재미 있기는 하늘에서 별을 따기보다 힘들다. 

그렇다면 최고의 라이벌은 누구일까? 크레이지 자이언트가 뒤져봤다.

by 청익

 

 

호빵맨 vs 세균맨 (날아라 호빵맨)

시작은 가볍게, 남녀노소 누구나 다 알법한 구도로 가져와봤다. 

히어로vs빌런이라는 구도도 성립하지만, 사실 세균맨은 호빵맨을 이기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는 캐릭터다. 

갖은 메카를 만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전해오지만 대체로 호빵맨의 주먹 한방에 곤죽이 되어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이쯤 되면 증오와 시기에 가득 찰 법도 한데 극장판에서는 공동의 적을 사이에 두고 협력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배워야 할 대상은 세균맨이다.


후지와라 타쿠미 vs 타카하시 료스케(이니셜 D)


이쪽은 라이벌인 동시에 스승과 제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천부적인 재능과 감각을 가졌지만 어딘가 지식이 부족한 듯한 모습을 보이는 타쿠미, 철저한 이론과 노력 위에 재능을 끼얹어 작품 내 한 손안에 꼽히는 천재 드라이버 료스케. 


처음에는 챌린저 vs 챔피언 구도였으나 첫 승부가 끝난 후 라이벌 구도로 변화하였으며, 직접적인 묘사는 적으나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한 팀으로 활동하며 함께 성장하는 선의의 라이벌이다. 

<이니셜D>가 나오던 시기가 워낙 열혈물 전성기라 당시에는 꽤 자주 보이던 구도다.


소닉 vs 너클즈(Sonic 시리즈)


소닉 시리즈 3에서 등장하는 구도로, 사실 초반에는 라이벌이라기보단 너클즈의 일방적인 민폐구도였다. 

소닉&너클즈에서 에그맨의 진짜 의도를 알아차리고 협력관계로 돌아서며, 최종적으로는 카오스 에메랄드를 사이에 두고 협력과 경쟁을 반복하는 관계가 되고 라이벌 내지 빌런의 위치는 섀도우가 물려받는다. 

속도의 소닉 vs 파워의 너클즈라는 구도가 성립되기는 하지만 게임 자체가 스토리를 중시하지 않다 보니 속내가 많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


나루호도 vs 미츠루기(역전재판 시리즈)


법정물에선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라이벌 관계, 어찌 보면 그 유행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두 사람. 

완벽주의자 미츠루기와 나사가 열몇 개는 빠진 듯한 나루호도는 당연히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고, 이런 두 사람이 대결을 벌이게 되는 법정은 피할 수 없는 전장이 된다. 

전반적으로 일방적인 감정 라인이긴 하지만 가장 대립각이 첨예한 구도 중 하나다.


베지터 vs 손오공(드래곤볼 시리즈)


설명이 필요없는 라이벌. 

철저한 우월주의자인 베지터와 철저한 자연인 오공은 그 존재 자체로도 대립각이 서며, 오공이 주인공인 관계로 어쩔 수 없이(?) 능력적인 한계를 자각하지만 노력으로 베지터는 끝내 오공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런 노오력 때문인지 베지터의 인기는 세월이 지나도 식을 줄 모른다.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모난 성격이 조금씩 둥글둥글해 지고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다 보니 정도 들었는지 이제는 동료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최근 작품에서는 둘 다 애아빠가 되어있다 보니 둘의 유대감도 은근 깊어진 것 같다.


쿄 vs 이오리(킹 오브 더 파이터즈 시리즈)


집안싸움에 휘말린 라이벌 관계. 

원래는 돈독한 관계였으나 빌런 집단인 팔걸집의 이간질로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관계가 되어버렸고, 그 피의 인과가 이어져 내려와 둘도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이가 됐다. 

작품이 전개될수록 이오리의 일방적 적대 관계에서 양자의 감정 격화 단계로 올라간다. 

그래, 쿄도 슬슬 짜증나겠지. 

시리즈가 줄줄이 이어지는데도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협력 장면이 적은 라이벌이기도 하다. 

애초에 성격차이가 심하지만, 정말 감당할 수 없는 거악 앞에서는 할 수 없이 손을 잡았다(97엔딩, 03엔딩)


아사쿠라 요우 vs 하오(샤먼킹)


쌍둥이 형제이자, 히어로 vs 빌런 관계이자, 조금은 일방적인 라이벌 관계. 

사실 작중 능력으로 따지면 라이벌 관계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크지만, 첨예한 사상의 대립으로 어떻게 라이벌 관계로 볼 수 있지 않나...싶어 뽑아보았다. 

결말에 이어 신작이 전개되고는 있으나 폐간과 연재를 연달아 겪은 터라 작품 자체가 좀 흐지부지되는 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작품 후반으로 갈수록 서로의 사상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모습이 보이긴 한다.


죠타로 vs DIO(죠죠의 기묘한 모험 시리즈)


‘오라오라오라vs무다무다무다’ 하나로 설명이 끝나는 라이벌 관계. 

유사한 능력, 비슷한 말투에 더해 (성우의 목소리 톤도 묘하게 비슷하다!) 여기도 혈통이 연관된 증오 섞인 관계인데, DIO가 중간에 탈락하면서 끝까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진 못했다. 

하지만 죠죠 시리즈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DIO는 알 정도로 매력적인 라이벌 캐릭터라 선정했다.


솔 배드가이 vs 카이 키스크(길티기어 시리즈)


이래저래 인연이 깊은 라이벌이고 작품 초반에는 매번 대립하지만, 나중에는 장인과 사위가 된다.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된 건지 여전히 치고받고 싸우는 사이로 나오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남에게 설명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솔의 성격 때문에 오해와 일부 숨겨진 진실이 짬뽕되어 계속 대립의 여지가 생긴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뭐 그러려니 한다. 

작품이 전개될수록 딱히 서로를 증오하지도 않으면서 싸운다. 

게다가 카이가 일방적으로 솔에게 라이벌 의식을 품고 덤비는 걸 보면 딱 아빠와 사춘기 자식 같다.


하야토 vs 카가(사이버포뮬러 시리즈)


라이벌들이 유독 복잡하게 뒤엉킨 사이버 포뮬러 시리즈에서 단 하나의 라이벌을 꼽으면 단연 이들 둘이다. 

‘제로의 영역’이라는 능력을 사이에 두고 대립과 경쟁을 거듭하며 끝내 레이서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은 이후 ‘특수능력 스포츠물’의 라이벌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과 함께 트라우마와 과거가 뒤얽혀 적당한 인간극장을 펼치고, 친한 형동생에서 선의의 라이벌, 끝내 숙명의 라이벌로 심화되는 관계성과 함께 두 사람의 성숙되어가는 과정은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관계임에는 틀림없다


진 vs 카즈야 vs 헤이하치(철권 시리즈)


삼각 라이벌. 사실 철천지원수 관계다 보니 라이벌이라고 하기도 애매한데, 이들은 할아버지-아버지-아들의 삼대다. 

그런데도 서로를 못 죽여 진심으로 안달이다. 

사실상 모든 잘못은 헤이하치에게 있긴 하지만 사연 없는 무덤 없다고 그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고, 철권 7을 끝으로 헤이하치가 은퇴한 관계로 진과 카츠야의 라이벌 관계만 남았다. 

배신과 원나잇스탠드, 비정한 가족관계와 이런저런 복잡한 배경이 낳은 패륜집안인 탓에 앞으로 철권 시리즈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시리즈 끝날 때까지 화해는 없을 것 같다.


클라우드 vs 세피로스(파이널 판타지 7)


한 시대의 영웅이었고 진상을 알게 되어 타락한 세피로스와, 

그 영웅을 동경했으나 진상을 알게 되어 폐인이 되었다가 결국 절망을 극복하고 진정한 영웅이 되는 클라우드. 이렇다 할 협력 관계는 없으나 존재 자체가 서로의 존재이유가 되고, 한 쪽은 타락하여 빌런이, 한 쪽은 결국 극복하여 영웅이 되는 대비를 보여주니 아주 교과서적인 라이벌 관계라고 하겠다. 

각자 얽힌 이야기가 많고 자세히 풀면 미리니즘이 되는지라 언급은 자제하겠으나, 괜히 게임역사에 남는 빌런과 주인공이 아니다 싶을 만큼 서사가 매력적이다.


마토이 류코 vs 키류인 사츠키(킬라킬)


브라보! 드디어 여성 라이벌 관계가 나왔다. 

작품 초장부터 별다른 설명도 없이 냅다 맞붙어버리는 라이벌인데, 뒤로 갈수록 ‘사실은 이러했습니다’하며 설정이 붙어 복잡해지는 관계다. 

철저한 복수극을 꾸미고 있던 페이크 빌런 사츠키와 그런 사실을 모르고 덤벼들었던 류코, 그리고 후반에 밝혀지는 자매 설정과 최종적으로 겹치는 공통의 적을 두고 협력하는 모습은 여느 열혈물의 라이벌 관계와 흡사하다. 

다만 캐릭터가 여성이다 보니 거기에 ‘귀여움’과 ‘부끄러움’을 더하여 차별화를 꾀한 부분이 몇 년이 지나도 뇌리에 깊게 남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네오카 메이미 vs 아스카 다이키(천사소녀 네티/괴도 세인트테일)


라이벌이라고 무조건 치고받고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이로 시작하지만, 점차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알게 모르게 상대를 돕다가 결국 서로의 호감을 인지하고 해피엔딩이 되는 라이벌이 수두룩하다. 

이런 식의 남자주인공 vs 여자주인공 구도는 십중팔구 종국에는 연애 구도로 발전하게 되는데, 결론까지 갈 동안 얼마나 신나게 서로 또는 자신과 감정의 줄다리기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유사품에는 카드캡터 사쿠라의 사쿠라-샤오랑 등이 있다.


해리 포터 vs 드레이코 말포이(해리포터 시리즈)


영화로만 작품을 접했다면 정말 악착같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라이벌 관계로 기억에 남을 것이고, 소설까지 읽어본 사람은 ‘그래도 결말은 원만하게’로 기억할 것이다. 

사실 두 사람은 태생, 즉 집안 배경이 심각하게 꼬여 서로 적대시하고 척을 졌지만, 그래도 은연중에 상대를 인정하고는 있었는지 죽음의 성물 즈음에선 서로 말없이 구해주기도 하고 도와주기도 하며, 19년 뒤의 이야기에서는 말포이가 인격적으로 많이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저주받은 아이에서는 철든 가장의 모습으로 많이 호감을 회복한다. 

사실 해리가 워낙에 인격적으로 올바르게 완성되어 반면 말포이가 비뚤어진 가정교육을 받아왔기에 한 쪽만 교정해도 간단히 해결될 관계기도 했고.


네모 vs 가고일(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라이벌 구도라고 할 수 있으리라. 

어릴 때에는 친우로,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사상의 대립으로 인류의 명운을 걸고 대립하고, 가고일은 냉철하고 완벽한 지배자이자 빌런의 면모를, 네모는 카리스마 넘치고 뛰어난 지휘력을 자랑하는 사령관의 면모를 보여주며 완벽 vs 완벽의 대결을 펼친다.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마지막에 가고일이 벌인 행동은 두 사람에게 있어 상처만 한가득 남긴 채 마무리가 되며, 양쪽 다 ‘잘 죽었다’가 아니라 안타까움을 안겨주는 결말인지라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선명히 남는 라이벌 구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