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 완전 정복

탈모 완전정복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건강을 잃는 것은 모두 잃는 것이요,

두발을 잃는 것은 이 모든 것의 으뜸이라.

by 박경진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탈모 자가진단

 탈모인은 웁니다

과거 결혼정보회사에서 3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만나기 꺼려지는 남성의 조건’을 설문조사했다. 

여성 응답자는 ‘너무 바쁜 직업(33%)’, ‘홀어머니에 외아들(10%)’, ‘군미필(4%)’ 등의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이 응답의 총합보다 많은 159명(53%)의 응답자가 ‘대머리’라고 대답했다. 

설문이 잘못되었을 거라며 현실을 부정하지 말자. 

다른 결혼정보회사에서 비슷한 조사를 했을 때는 61%의 응답자가 탈모를 거론했으니까.

대머리의 설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남들보다 머리가 좀 더 반짝인다는 이유로 정규 취업과 단기 알바 구직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이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해서 자신들의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시정 명령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정도론 대한민국 탈모인들에게 큰 위안이 되지 않는다. 

탈모인의 현실은 시궁창이다.

 

포털 사이트의 대머리 유머

“대머리는 총을 한 발밖에 못 쏩니다. 왜냐고요? ‘두발’이 없기 때문이죠.”

“대머리는 걷지 못합니다. 왜냐고요? ‘두발’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대머리에겐 매력이 있습니다. ‘헤어’ 날 수 없는 매력!”

“대머리 중에 나쁜 사람은 없습니다. ‘모’ 난 사람이 없거든요.”

“대머리는 솔로입니다. 왜냐고요? ‘헤어’ 질 여자가 없으니까요.”

“대머리는 윷놀이를 잘 못합니다. 왜냐고요? ‘모’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탈모의 전주곡

당신의 머리는 안녕하십니까?

일단 자가 진단부터 해보자. 목은 움직이지 말고 최대한 높은 곳을 봐라. 

‘이마’를 치켜 올리게 될 거다. 주름이 잡히는 바로 그곳이 이마와 머리의 경계다. 

열을 재듯이 손으로 이마를 짚어봐라. 

일반적인 사람의 이마 넓이는 손바닥의 폭과 비슷하다. 

손바닥 바깥으로 넓은 대지가 느껴지면 위험하다.

손가락으로 두피를 촉진해도 된다. 

일반적인 두피는 말랑말랑해서 손가락으로 밀면 잘 밀린다. 

하지만 영양 공급이 끊겨서, 곧 황무지로 변할 예정의 두피는 딱딱하고 잘 밀리지 않는다. 

기름이 줄줄 흐르는 두피와 눈처럼 쏟아지는 비듬도 위험 신호다. 

두피의 기름기는 분비물이 많다는 신호고, 분비물이 머리의 모공을 막아버리면 영양 공급이 차단되면서 두피가 사망하게 된다. 

비듬은 두피의 시체다.


미안하지만 쐐기를 박을 시간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베개를 살펴봐라. 

당신의 미래가 얼마나 암울한지는 베개의 검은 농도에 달려 있다. 

당신에게 이별을 고한 머리카락이 수두룩하면, 아마도 헤어짐의 속도와 강도에는 가속이 붙을 거다. 

당신은 눈물을 훔치면서 포털 사이트의 탈모 치료 정보를 검색하게 될 테고 말이다.


웃음만 나와서 그냥 웃었어. 그냥 허탈하게 웃으며 하나만 묻자고 했어. 우리 왜 헤어져? 탈모의 이유나 좀 알자.

탈모의 메커니즘

 

솜털과 성숙털(영구털)

털이라고 다 같은 털이 아니다. 

사람의 털은 배내털, 솜털, 성숙털로 나뉜다. 

태아의 몸을 감싸던 배내털은 태어나면서 모두 빠진다. 

그럼 솜털이 아기의 피부를 고르게 덮어서 몸을 보호해 준다. 

아이가 털북숭이로 보이지 않는 건 솜털이 워낙 짧은 데다 멜라닌 색소도 거의 없어서 눈에 띠지 않는 탓이다. 

솜털 다음 단계가 되면 우리가 흔히 털이라고 부르는 놈이 솟아오른다. 

굵직하고 길쭉하며 색깔도 거무튀튀한 그 녀석 말이다. 

머리카락뿐만 아니라 눈썹, 수염, 아랫도리나 겨드랑이의 부끄럼 털은 모두 성숙털이다. 

성숙털은 영구털이나 종모라고도 한다. 

우리 몸에는 약 100만 개의 털이 있는데, 머리카락은 전체의 1/10인 10만 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아, 미안. 당신이 아니라 평균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솜털과 성숙털은 같은 곳에서 자란다. 

사람의 피부 안쪽에는 털구멍인 모공이 있고, 그 안에 털주머니인 모낭이 자리한다. 

주머니답게 안쪽으론 털의 씨앗인 털망울이 들어있고, 위쪽으론 세상으로 나가는 입구(구멍)이 있다. 

모낭의 단면은 입구가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일반적으로 인종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아프리카 사람의 모낭은 단면이 납작할 가능성이 높고, 황인종의 모낭 단면은 원형일 가능성이 높다. 백인은 그 중간이다. 

모낭의 단면 형태가 왜 중요하냐고? 

밀가루 반죽을 2개의 짤주머니에 넣는다고 치자. 

하나의 짤주머니는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다른 하나는 칼로 슬쩍 그어서 납작한 구멍을 뚫는다. 쭉쭉 짜자. 나오는 면빨의 형태가 다르겠지? 

아시아인에겐 직모가, 백인에겐 곱슬머리가, 흑인에겐 뽀글머리가 많은 이유다. 

아무튼 털주머니 안에서 털망울이 바깥을 향해 쭉쭉 줄기를 뻗으면 드디어 우리의 외관은 양서류보다 포유류에 가까워진다.

 


털의 일생

털은 세 단계의 삶을 살게 된다. 일단 성장기가 온다. 

털망울에서 길쭉하게 자라나며 피부 밖으로 튀어나오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성장기다. 

우리 눈에 보이는 털의 90%는 성장기의 싱싱한 녀석들이다. 

다음으론 털의 본거지였던 털망울이 힘을 잃어가는 퇴행기가 찾아온다. 

우리 눈에 보이는 털의 10%는 퇴행기를 맞이한 가련한 녀석들이다. 

그리고 마침내 종말이 찾아온다. 털망울이 수명을 다하면 털주머니는 영업 종료를 선언한다. 

이제 털은 자라지 않고, 모공에서 자연스레 빠져나온다. 

이런 상황을 휴지기라고 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휴지기를 맞아 한동안 쉰 다음 다시 성장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머리에서 자란 성숙털(쉽게 말해서 머리카락!)의 성장기는 2~7년이다. 

건강한 상태에선 2~7년 동안 자란 다음 퇴행기를 맞아 두피에서 탈출하다가 휴지기엔 모공이 잠시 쉬었다 가시는 거다.


우리 머리의 모공 하나에는 보통 3개 이상의 모낭이 들어 있다. 

그런데 모낭에서 자라나는 털은 솜털일 수도 있고 성숙털일 수도 있다. 

우리 배꼽 아래는 태어날 때부터 덥수룩하지 않았다. 

사춘기가 되면서 성호르몬이 모낭을 습격해서 성숙털 기지로 바꾸어놓았기 때문에 이런 털북숭이가 된 거다. 

솜털이 자라던 모낭이 성숙털의 본거지로 바뀔 수 있는 것처럼 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굵직한 털은 빠져나가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솜털만 가득해진다. 

눈에 보이던 옷의 자리를 투명 망토가 차지하면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듯, 

솜털이 당신의 이마 위를 가득 채우면 당신의 미래는 한편으론 엄청 빛나고 한편으론 엄청 어두워질 거다.

 


탈모의 범인

사극에서 대머리 내시를 본 적이 있나? 

어려서 불알을 까버리면 머리가 벗겨지는 비극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류는 경험적으로 알았다. 

그래서 예전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탈모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불알을 잃은 남성들을 모아놓고 실험을 하면서 신기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려서 불알과 이별한 이들에겐 테스토스테론을 투약해도 머리가 벗겨지지 않는데, 성년 이후 제3의 성을 가지게 된 이들에게 남성호르몬을 공급하면 상당수가 대머리로 변신한 거다. 

(이중으로 잔인한 실험을 왜 했느냐고? 원래 진실의 문을 여는 과학은 잔인하다. 희생의 무덤 위에서 당신 이마를 채워줄 한 가닥 희망의 모발이 자란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탈모의 범인이 아니었다. 

새로운 범인 색출 게임이 진행되었고, 시험대에는 선천적으로 털이 없는 남성들이 오르게 됐다. 

신기하게도 여자처럼 매끈한 다리를 가진 그들 가운데는 대머리가 없었다. 

연구 결과 모낭 속 효소 때문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사람의 모낭에는 5α-환원효소가 들어있는데, 몸은 매끈하고 머리는 무성한 남자들은 5α-환원효소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5α-환원효소의 역할은 뭘까? 

이 녀석은 테스토스테론을 더 강력한 남성호르몬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바꿔준다. 

DHT는 눈썹이나 팔, 다리, 가슴에 있으면 성숙털을 자라게 만든다. 

하지만 앞머리나 정수리에선 성숙털의 성장을 억제한다. 

회수를 건너면 귤이 유자가 되는 것처럼 DHT가 이마의 경계를 넘으면 천하의 악당이 되는 거다.


좀 어려운 이야기니까 다시 정리하자. 

①사람의 모낭에는 5α-환원효소가 들어있다.

②5α-환원효소는 남성호르몬을 초강력 남성호르몬 DHT로 바꿔준다. 

③이마 위쪽에서 DHT는 머리카락의 성장기를 줄여버린다.

④성장기가 대폭 짧아진 머리카락은 활짝 피기도 전에 져버린다. 

⑤성장기가 6~12주로 줄어든 머리카락은 성숙털이 아니라 솜털처럼 바뀐다. 

⑥의사가 말한다. “탈모입니다.”


버라이어티 탈모 쇼

탈모도 종류가 다양하다. 

사람 몸의 털 100만 개 가운데 머리카락은 1/10인 10만 개 정도고, 휴지기의 털은 다시 그 1/10인 1만 개쯤 된다. 

100일 정도 되는 휴지기 동안 1만 개의 머리카락이 당신을 떠난다. 

그러니까 하루 100개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건 정상이다. 

그런데 극심한 스트레스는 정보의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성장기의 모발에게 휴지기란 딱지를 붙여 해산 명령을 내리는 거다. 

이를 스트레스성 휴지기 탈모증이라고 한다. 

휴지기 탈모증은 원형탈모증과 달리 하루 200~400개의 머리카락이 두피의 여러 부위에서 골고루 빠진다. 

스트레스에 의한 탈모증으로 원형탈모증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원형탈모는 스트레스만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원인과 결합해서 발병하는 게 일반적이다.

탈모가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오랑우탄이나 침팬지, 원숭이 사이에서도 탈모는 발생할 수 있다. 

또, 탈모로 괴로운 건 남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40대 여성의 5~10퍼센트, 60대 여성의 20~30퍼센트는 대머리다. 

하지만 여성 탈모는 모발이 가늘어지고 듬성듬성해지는 정도에 머물고 남자처럼 완전히 초토화되진 않는다.

이 많은 아줌마들이 뽀글파마를 하는 이유도 여성 탈모를 숨기려는 의도가 크다.


흥분은 탈모에 해롭다고 한다. 잠시 명상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혀보자.

명상의 시간

 1. 다음 영화는 <분노의 질주>다. 

원제는 <Fast & Furious>다. 

왜 분노하고 Furious하게 되었을지 명상하면서 이유를 찾아보자.

 답: 너무 빨리 머리 위로 도로가 나면 분노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2. 다음은 <구약성서>의 열왕기 2장 23절부터 24절까지의 내용이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가?

23 엘리사는 그곳을 떠나 베델로 올라갔다. 그가 베델로 가는 도중에 어린 아이들이 성에서 나와 “대머리야 꺼져라, 대머리야 꺼져라!”하고 조롱했다.

24 엘리사는 돌아서서 아이들을 보며 야훼의 이름으로 저주했다. 그러자 잠시 후 숲속에서 암곰 두 마리가 튀어나와 아이들 사십이 명을 찢어죽였다.

 

답: 주님은 대머리를 사랑하신다. 그러니 서러워도 참자.


탈모 방지 6대 사업

철두공을 익히지 않는 한 탈모의 완전한 예방책은 없다. 아, 미안하다. 

철두공을 익혀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탈모의 진행을 늦춰줄 방법은 있다.

 

청결 유지

당신의 무협 문파 퀴즈를 하나 내겠다. 

중요한 일이 생겨야 한 번씩 목욕재계를 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에게 어울릴 문파는 소림사다. 

최소한 하루 한 번은 머리를 감아서 두피를 깨끗하게 관리해야 소림사 헤어스타일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적당히 물만 부어서 휘적거리는 건 금지다. 

물과 기름을 섞으면 보기에도 흉흉해서 여자가 다가오지 않을 거다. 

두피의 유분을 확실해 제거하도록 깨끗이 머리를 감아라. 

머리에 샴푸를 때려 붓기보단 손바닥에 적당량을 바른 후 비벼서 거품부터 내라. 

두피에 거품을 고르게 바른 후 손톱이 아닌 손가락으로 지문이 닳도록 비벼라. 

물로 헹구고 한 번 더 헹궈서 샴푸기를 말끔히 제거한다. 

젤이나 왁스 같은 헤어용품을 바르거나 운동으로 땀범벅이 되어 잠자리에 드는 건 머리카락의 장례의식이나 마찬가지다. 

꼭 씻고 자라. 


동정 유지

미안하다. 우리도 이렇게 잔인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원활한 성생활이 탈모를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하지만 과도한 자위행위가 머리카락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실험은 있었다. 

자위행위를 넘 많이 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되면서 모발 조성을 방해하고 피지 분비를 촉진하는 DHT로 바뀐다는 거다. 

DHT가 탈모를 촉진한다. 물론 이건 극단적인 사례에 한정된 이야기다. 

적당한 성생활, 지나치지 않은 자위행위는 당신을 맨들맨들하게 만들지 않을 거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짚고 싶은 탈모인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생리적 욕구와 명예 욕구가 세계대전을 벌이겠지? 그냥 참아라. 

팔운동을 해봤자 현자타임이 찾아오고 스스로가 미워질 거다. 

팔운동이 아닌 진짜 운동으로 욕망을 잠재우자.

 

금주 금연

1980년대를 호령하던 헤비메탈 형님들은 술과 담배에 쩔어서 살았다. 

그래도 윤기 있는 장발을 휘날리며 목 놓아 자유를 부르짖었다. 

의사 선생님을 만나니 술과 담배를 자제해야 한단다. 

그렇다면 형님들은 어떻게 사자갈기처럼 멋진 머리카락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선생님에게 술과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니코틴은 혈관을 수축하게 합니다. 뇌혈관이 수축하면 뇌졸중, 심혈관이 수축해서 막히면 심근경색이 발생합니다. 

만병의 근원이죠.” 다른 병은 됐고, 대머리가 될 때에는 어떤 혈관이 수축하는 거냐고 물었다. 

갑자기 선생님이 점심 메뉴를 물으며 말을 돌린다. “그건 그렇고 음주도 간과 폐의 기능을 떨어뜨립니다. 

모발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죠.” “모발이 간과 폐 사이에 붙어있진 않잖아요?”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음, 헤비메탈 형님들을 생각해보니 의사 말이 구라 같다. 


스트레스 금지

좀 더 효과적인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니 의사 선생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합니다.” 깜짝 놀란 에디터가 되물었다. 

“아니, 스트레스를 계획적으로 받는 사람이 있나요? 무인도나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사는 방법이 있어요? 선생님은 스트레스 안 받고 사세요?” 

의사 선생님은 에디터를 가만히 노려보다가 병원 홍보고 뭐고 필요 없으니 나가라고 했다. 

그의 짜증난 얼굴을 보니 스트레스가 좀 풀린다. 

한의원에선 스트레스가 몸의 열기를 높인다고 진단한다. 

실제 탈모가 진행되는 사람의 체열 검사를 하면 머리 부위의 온도가 다소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한의학 처방에 따르면 혈독을 가라앉히는 한약을 먹거나 경락 마사지를 받으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크레이지 자이언트의 처방에 따르면 주변 사람을 놀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면 도움이 된다.

 

여유로운 생활

충분히 자고, 운동 열심히 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 탈모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충분히 자고, 운동 열심히 하고, 좋은 음식을 먹으면 신선도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여자와 함께라면 잠을 마다하고, TV에서 재미난 방송을 하면 축 늘어져 소파와 일체감을 느끼며, 미각을 상실할 때까지 술 마시며 사는 이 삶도 충분히 재미있다. 

우리는 공자님의 교화를 원하는 게 아니다. 

그냥 재미나게 살면서도 풍성한 모발을 유지하고 싶을 뿐이다. 

자, 이 기사의 첫 장으로 돌아가서 탈모 자가 진단을 해보자. 

상태가 원만하면 그냥 지금처럼 살자. 

상태가 시급하면 하루 7~8시간은 자고, 30분 이상은 운동하고, 라면 같은 패스트푸드는 자제하자. 

머리가 벗겨지면 여자와 밤새 놀기도 힘들어지고, 아무리 재미난 방송을 봐도 마음이 울적하고, 산해진미와 술을 마셔도 즐겁지 않을 테니 말이다.

 

가족 친화적인 삶

여자가 좋고 친구가 좋지? 젊어서 그렇다. 

시간이 흘러 흘러가서 머리가 하얗거나 투명해지면 남는 건 가족이다. 

그렇다고 지금 여자와 친구를 삼가라는 건 아니다. 

그냥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조금은 늘리란 이야기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랐다. 자연스레 엄마가 해준 음식에 몸이 길들었다는 뜻이다. 

최소 하루에 한 끼 정도는 엄마 음식을 먹도록 노력하자. 

가족은 당신이 극단적으로 들쭉날쭉한 생활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안전장치 역할도 한다. 

탈모를 늦춰줄 모든 방안을 통합해놓은 가이드라인이 바로 가족 친화적인 삶이다. 

이제 머리가 커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불편하다고? 

그럼 새로운 가족을 만들든가. 

당신, 성인이잖아? 성인이면 당신이 직접 가족을 만들 수도 있지 않겠어?


하늘을 봐야 별을 따고, 약을 먹어야 약빨이 먹힌다.

탈모 해결

5α-환원효소 프로파일링

탈모의 매커니즘을 알아보면서 우리는 5α-환원효소가 범인이란 사실을 알아냈다. 

범인의 정체를 알아냈으니 잡기만 하면 사건 종결이다. 

이제 5α-환원효소의 신상명세를 털어서 체포 작전을 수립하자. 

우리 몸의 5α-환원효소는 1형과 2형의 두 가지로 나뉜다. 

1형 5α-환원효소의 주요 서식지는 피부의 피지샘이다.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주는 등 착한 일을 많이 한다. 

이와 달리 2형 5α-환원효소는 개자식이다. 

우리의 이마 위에서 뛰어놀며 테스토스테론을 난폭한 무법자인 DHT로 바꾸어놓는 팜므파탈이 바로 2형 5α-환원효소다.


과격한 해법책을 선호하는 근본주의자는 5α-환원효소와 DHT를 다 뿌리 뽑자고 나설 것이다. 

그런데 정말 다 뿌리 뽑으면 감당할 수 있을까? 

DHT가 초강력 남성호르몬이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을 거다. 

초강력 남성호르몬이 무슨 일을 할까? 

우리 몸에서 가장 남성적인 덩어리를 만드는 일을 한다. 

선천적으로 5α-환원효소가 부족한 사람이 있다. 

5α-환원효소결핍증을 앓는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성기가 발달하지 못한 채로 성장한다. 

뿡알이 몸 안에 숨어있거나 너무 작은 고추를 달고 태어나 여자아이로 오인하기도 한다. 

여자아이로 자란 5α-환원효소결핍증 환자가 사춘기 무렵 쏟아져 나오는 남성호르몬의 세례를 받고 남자아이로 변신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자, 정말 모든 걸 뿌리 뽑길 원하나?

그 모든 것에 당신의 덜렁이가 포함될 수도 있는데? 

대머리가 치유되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외모를 갖춘다고 무슨 소용 있겠나? 

당신이 더 이상 남자가 아니게 되어버렸다면 말이다.

 

2형 5α-환원효소 공략법

탈모 치료제는 5α-환원효소를 선별적으로 골라서 공격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가장 유명한 탈모 치료제는 아마 프로페시아일 거다. 

세계 최초의 먹는 탈모치료제이기도 한 프로페시아는 피나스테리드 계열의 약이다. 

피나스테리드는 앞머리와 정수리의 2형 5α-환원효소를 억제한다. 

약효가 아주 탁월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피나스테리드는 복용 2년까진 약효가 계속 향상되다가, 2년 전후로 정점을 찍고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해준다. 

피나스테리드를 복용한 남성 환자의 90%가 탈모 진행이 멈췄다며 춤판을 벌였고, 65%는 솜털이 성숙털로 바뀌면서 민머리에서 두발이 솟아나는 기적을 체험했다. 

피나스테리드를 처음 복용했을 때에는 털의 성장주기가 뒤바뀌면서 역효과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도 믿음으로 극복해라. 털의 성장주기가 안정화되면 검은 머리 짐승으로 변신하기 시작할 테니.


앞에서 5α-환원효소결핍증으로 겁을 줘놓고 약을 먹으라면 먹을 수 있겠느냐고? 

걱정마라. 프로페시아의 복용 환자를 대상으로 시험해보니 성욕이 줄어들거나 발기능력이 떨어졌다고 응답한 사람은 0.5%에 지나지 않았다. 

대머리 200명을 세워놓고 이렇게 물어보자. “200명의 대머리 제군들, 반갑다. 

여러분에겐 선택권이 있다. 이 가운데 한 명이 고자가 되더라도 치료를 받을 텐가, 아니면 모두 성욕 왕성한 대머리로 계속 살아가겠는가?” 

답을 모르는 자는 대머리가 아니다. 대머리의 아픔을 모르는 거다.

 

5α-환원효소 초토화 작전

탈모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왔기 때문에 1형이고 2형이고 무조건 5α-환원효소를 발라버려야겠다면 좋다. 

그 마음도 이해한다. 두타스테리드가 바로 그런 방식으로 5α-환원효소를 짓밟아주는 약물이다. 

대표적인 제약 상품으론 아보다트가 있다. 

5α-환원효소를 싹 밟아버리기 때문에 2형 5α-환원효소만 찾아내서 억제하는 쪽보다 탈모 방지 효과는 좋을 수 있다. 

그 대신 계속 이야기한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은 늘어난다. 

두타스테리드 계열 약물의 부작용으론 성기능 발생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다는 점, 

그리고 1형 5α-환원효소의 착한 짓인 피부보습력의 악화 정도가 있다. 

아직까지 피나스테리드와 투다스테리드 약물 가운데 무엇이 더 좋다고 잘라 말하긴 힘들다. 의사를 만나 상담해라.

 

정체불명의 치료법

제3의 길도 있다. 바로 미녹시딜이다. 

미녹시딜은 원래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인데, 환자에게 털이 숭숭 나는 이상한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탈모 치료제로 방향을 튼 녀석이다. 

피나스테리드가 개발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미녹시딜은 탈모계의 전지전능한 해결책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어떤 원리로 작동하여 탈모를 해결해주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 원래 혈압을 낮추는 용도로 개발하던 약물이어서, 저혈압 대머리들이 본의 아니게 자살 약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먹는 약이 아닌 바르는 약으로 만들어졌다.

이미 완벽한 탈모인이 되었거나 탈모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서 약 대신 모발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아주 오래된 해결책, 가발로 숨기기도 대안 가운데 하나다. 

그래도 내 두피를 뚫고 내 털이 올라오는 꼴을 반드시 봐야겠다면, 약물 이상의 해법은 없다. 

현재 탈모 치료는 피나스테리드와 투다스테리드 약물 가운데 하나를 복용하고, 미녹시딜을 보조적으로 바르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