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보는 10월의 음악

유튜브로 보는

10월의 음악


이제 음악도 유튜브로 보는 시대다.

by 김혜경

 

데뷔 4년 만의 정규앨범 BLACKPINK

 강렬한 걸크러쉬 컨셉과 세련된 음악으로 일관해온 블랙핑크. 이제 블랙핑크라는 이름은 하나의 장르가 된 듯하다. 

블랙핑크는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글로벌 시장에서 K팝 걸그룹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6월 선공개된 타이틀곡 ‘How You Like That’은 주요 음원 차트 올킬, 음악방송 13관왕 등 국내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해외에서 특히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발매 직후 미국을 포함한 아이튠즈 64개국 1위, 일본 라인뮤직 1위, 중국 최대 음원 사이트 QQ차트 3관왕을 차지한 것. 

유튜브 뮤직 글로벌 톱100 차트 1위, 인기 뮤직비디오와 인기 아티스트 부문 1위… 다 말하기에도 입 아프다.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발표한 신곡 ‘Ice Cream’은 빌보드 싱글 차트 13위에 오르며 K팝 걸그룹 최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How You Like That’의 뮤직비디오는 5억 뷰를 넘긴 상태. 

10억 뷰로 화제가 되었던 ‘Kill This Love’가 1년 5개월 전에 나온 곡임을 고려해볼 때 또 한 번 조회수 신기록을 세우는 것도 가능할 듯하다. 


블랙핑크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현재 4,740만 명으로 전 세계 아티스트 중 톱3이다. 

아리아나 그란데와 에미넴을 제쳤다. 너무 기록에 집착하는 것 같다고? 어쩔 수 없다, 남는 건 기록이니까. 

그렇지 않다면, 왜 블랙핑크가 매번 그렇게 돈을 트럭으로 쏟아 부은 듯한 뮤직비디오를 찍었겠는가. 

우리 곁을 떠나 월드 클래스로 날아간 지 한참 된 블랙핑크를 보며 우리가 얹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더!


관종 유튜버가 빌보드에 진출하게 된 사연 Joji

 Joji는 한국에도 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출신의 Lo-fi R&B 뮤지션이다. 

2018년 무려 첫 앨범으로 빌보드 200 차트 3위를 했으며 히트곡 ‘SLOW DANCING IN THE DARK’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8억 뷰를 기록했다. 

게다가 얼굴까지 잘생겼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는 그의 음악만큼이나 어두운 과거가 있었으니. 

2013년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할렘 쉐이크 막춤의 창시자 ‘핑크 가이’를 기억하는가? 

Joji는 가수이기 이전에 TVFilthyfrank라는 채널에서 광기 어린 블랙 코미디, 소위 약 빤 개그를 보여주는 유튜버였다. 


장난스럽게 음악을 만들어 올리다 음악성을 인정받아 미국 힙합 레이블 88rising과 손을 잡게 된 것. 

목을 긁는 괴상한 발성으로 말하고 핑크색 쫄쫄이를 입고 다니며 온갖 기행(궁금하면 찾아보라. 추천하지는 않는다)을 일삼던 그는 길거리에 나가면 늘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듣곤 했다고. 

반면 가상의 캐릭터인 Filthy Frank의 열렬한 팬들은 그에게서 조금이라도 평범하거나 진지한 모습이 보이면 실망을 내비쳤다. 

Joji는 이로 인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악화돼 결국 유튜브 활동 중단을 선택하고 만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과거를 세탁한(?) Joji는 어느덧 두 번째 정규앨범 <Nectar> 발매를 앞두고 있다. 

선 공개된 트랙들은 특유의 신비로운 감성을 그대로 품고 있으면서도 좀 더 대중성이 가미된 느낌을 준다. 

우주 비행을 테마로 한 뮤직비디오들 역시 영화를 방불케 하는 퀄리티로 새 앨범의 완성도를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


 쌀쌀해진 날씨에 딱

트렌디 R&B

더는 미룰 수 없는 일 두 가지? 가을맞이 옷장 정리, 그리고 플레이리스트 재정비.

 

웨스트 코스트 기억 조작단

Emotional Oranges – West Coast Love

이들은 2018년 데뷔한 LA 출신의 혼성 듀오로, 신비주의를 표방하고 있어 정보가 많지 않다. 

그나마 잘 알려진 사실이라면 두 사람이 각각 아델의 보컬 코치와 드레이크의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 

짧은 이력만으로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평범한 삶을 잃고 싶지 않아 신상을 최소한으로 노출한다는 그들. 라이브를 할 때도 안개 속에서, 혹은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선다. 

자의식 과잉이 심한 것 아니냐고? 음악을 들어보면, 너무 유명해질까 봐 얼굴에 오렌지를 뒤집어써야 했던 안타까운 사정이 단번에 이해가 간다. 

대표곡 중 하나인 West Coast Love는 레트로 힙합 비트 위에 부드럽고 그루비한 보컬을 끼얹은 곡으로,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가사에 90년대 뉴욕 힙합에 대한 애정까지 녹여냈다. 

늦은 오후나 저녁 시간, 아련한 웨스트 코스트의 낭만을 붕어빵처럼 가슴에 품고 집으로 돌아가 보자.


달콤한 사랑의 열병

Kaash Paige – Love Songs

호랑이가 담배 피우고 도토리로 음악 사던 시절, 모두의 미니홈피를 한 번씩 거쳐갔던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 

이 곡도 바로 그런 식의 입소문을 탔다. 

틱톡에서 수백만 명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며 인기를 끌게 된 것. 

싸이월드와는 비교 불가능한 파급력을 지닌 틱톡은 그를 한순간에 전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확실히 그의 음악은 특별하다. 

Love Songs는 감미로운 훅도 백미지만, 나를 좋아하지 않는 상대방에게 야속함을 느끼면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당당함이 인상적인 곡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요즘 세대의 연애 방식을 R&B의 화폭에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아티스트 Kaash Paige. 지난 8월에는 특유의 감성에 탄탄한 사운드로 무장한 정규앨범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이가 어린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상처받은 소년의 혼잣말

Kamal. - blue

올해 데뷔한 따끈따끈한 신예 Kamal. 

아직 발표한 곡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히 담긴 음악으로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조용한 모범생이지만 가끔 단호하게 할 말 다 하고 사는 느낌이랄까? 

변성기 소년을 연상시키는 그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움과 단단함, 따뜻함과 서늘함이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blue는 몽환적인 분위기에 섬세한 가사가 어우러져 가만히 밤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상처받은 마음을 담담히 토로하는 Kamal의 목소리는 관계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이들에게 잔잔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나른해질 때까지 마시자

Sylo Nozra – Ginny

유튜브에서 중독성 있는 ‘FOMO’ 뮤직비디오로 이름을 알린 한국계 캐나다인 싱어송라이터 Sylo Nozra. FOMO(Fear Of Missing Out)란 흔히 소셜미디어에서 나만 뒤처지고 무언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을 뜻한다. 

그는 이 단어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표현했다. 

다소 우울한 가사와는 달리, 뮤직비디오에서는 시종일관 한가롭게 춤을 추는 남자가 등장한다. 

Sylo Nozra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그런 한가로운 무드를 베이스로 하고 있어서, 릴렉스하고 싶을 때 듣기에 좋다. 

Ginny에서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위험한 관계에 빠져가는 복잡한 마음을 그렸다. 술

에 취해 중얼거리는 듯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는 리드미컬한 보컬이 귀를 기분 좋게 자극한다. 

술 마시며 들었다간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세 잔 되기 딱 좋을 것 같은 위험한 노래.


다크 초콜릿처럼 짙은 감성

Kiana Lede – Chocolate. (Acoustic) (Feat. Ari Lennox)

헤어진 애인에게 제대로 질척대는 내용의 발라드곡 EX로 국내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던 Kiana Lede의 첫 정규앨범 타이틀곡. 

정통 R&B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이번 앨범에는 R&B의 여왕이라 불리는 Ari Lennox를 포함해 굵직굵직한 인물들이 피처링으로 함께했다. 

Chocolate.의 오리지널 버전이 야외에서 고개를 까딱거릴 수 있는 흥겨운 사랑 노래라면 어쿠스틱 버전은 좀 더 끈적함이 묻어나는, 어둑한 실내에서 듣기 좋은 노래다. 

20대 초반의 솔직한 감성과 진한 보컬이 맞물려 씁쓸하지만 향기로운 뒷맛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