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운 담배, 하지만 화면 속에 네가 피면 멋있지

해로운 담배

하지만 화면 속에

네가 피면 멋있지


나도 맛있게 피울 줄 아는 담배 대신 피워주는 멋진 형님들을 알아보자

 어쩌면 아재의 뜬금없는 헛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한때는 담배가 남자의 로망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적인 남성, 잘 생긴 남성, 마초 남성 모두가 담배 광고를 찍었고, 길거리는 물론 학교나 대중 교통 안에서도 담배를 피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 누군가 그런 짓을 한다면 곧장 인터넷 방방곡곡에 박제를 당할 일이고, 실제로 다른 사람의 건강에 심대한 피해를 주는 민폐 짓일 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시대를 살았던 아재들도 있고, 그러다보니 여전히 담배를 맛있게 피는 로망의 집합체 같은 캐릭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담배에 관련된 사연을 가진 멋진 형님들을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아, 물론 저희는 건전한 생활을 위한 금연 문화를 열렬히 지지합니다(?)>


진구지 사부로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일본의 추리 어드벤쳐 게임인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는 87년도부터 시작되어, 최신작인 18년의 다이달로스까지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장수 작품이다. 

 콘솔은 물론이고 모바일로도 다양한 작품들이 발표되었는데, 그 중에는 한국에도 번역되어 정식 발매된 경우도 있다. 

 정통 하드보일드 분위기와 드라마성을 강조하는 시나리오로 지지층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어쩌면 게임 그 자체보다도 유명한 명대사가 있다. 

 그것이 바로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이다. 

 그게 어느 정도냐하면, 한국 정발 당시 재떨이나 라이터를 특전으로 넣었단 일화가 전해질 정도.

<18년 정식 번역 발매된 프리즘 오브 아이즈>

 진구지 사부로는 시리즈의 전통적인 주인공으로, 과묵하면서도 인정 넘치지만 악당들에게는 사정없이 주먹맛을 보여주는 상남자스러운 탐정이다. 

 실은 금수저라는 배경이 있으면서도, 강한 자에게 강하고 약한 자에게 약한 성격이 그에게, 항상 트레이드 마크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바로 담배이다. 

 단순히 캐릭터성으로 좋아하는걸 떠나서, 아예 게임 내에 담배를 핀다는 선택지가 구현되어 있을 정도이다.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피워도 피워도 담배가 무한히 보충되는 훌륭한 골초의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그냥 담배를 피고 끝나는게 아니라, 담배를 피면 지금 뭘 해야 할지 힌트를 알려주기까지 하니, 이 무슨 훌륭한 현실반영이란 말인가! 

 덕분에, 지금도 추리물에서 담배 피는 탐정하면 진구지 사부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작품별로 제각각 다른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가 있다> 


그레이브즈

Graves can't have his cigar 

 요새 이런저런 일로 시끄러운 리그 오브 레전드. 

 수많은 챔피언들이 등장하는 만큼, 당연히 담배를 피는 상남자 챔피언도 오래전부터 등장했었다. 

 금방이라도 교도소에서 튀어나왔을 것 같은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그레이브즈가 바로 그 주인공. 

 비록 지금은 정글러가 되었지만 리메이크 이전의 땅땅땅빵 그레이브즈를 기억하는 아재들이 지금도 많을텐데, 화끈하게 돌진해서 강력한 순간 화력으로 적을 갈아버리는 모습은 정말 상남자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 챔피언은 사실 담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커다란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게 바로, "Graves can't have his cigar"라 불리는 담배 검열 사건이다.

<지금은 한국 서버에서 볼 수 없는 그의 담배>

 문제의 발단은 14년 11월, 그레이브즈의 기본 일러스트에서 그가 물고 있던 담배가 갑자기 검열된 것이었다. 

 물론 담배야 나쁘지만, 술이나 화학 약품은 물론 더 문제가 될 것도 많은데 왜 굳이 그레이브즈만?

 이라는 지점에 북미 이용자들은 폭발했고, 그래서 한글로 쓰면 "야, ~도 ~하는데, 그레이브즈는 담배를 못 피워!" 란 밈을 밀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야, 아리는 저렇게 섹시하게 나오는데, 그레이브즈는 담배를 못 피워!" 라던가. 

 이 밈이 효과가 있었는지, 실제로 17년에는 흡연 이미지를 허용하는 일부 국가에서 다시 담배가 일러스트에 돌아온 그레이브즈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아,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해당 사항이 없어서 여전히 일러스트가 검열된 상태.

<그러니 근본 있게 마피아 스킨을 쓰자>


클리프

배우가 너무 담배를 맛있게 피길래

 그러면 최신 게임으로 눈을 한번 돌려보자. 

 메탈 기어 시리즈로 유명했던 코지마 히데오 감독의 독립 작품으로 유명해진 데스 스트랜딩. 

 평가가 매우 갈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쨌든 제작자의 특징이 그대로 발휘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 

 그런 데스 스트랜딩에서 담배 하면 떠오르는 클리프란 캐릭터가 있는데, 특히 담배를 던져 주위를 불태우는 연출이 인상적인 트레일러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 외에도 나타날 때마다 어디선가 담배를 꺼내 피우는 모습이 배우인 매즈 미켈슨의 미형과 잘 어울려, 작품 내외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영상으로 보면 전율이 느껴지는 장면>

 하지만 재밌는 것은, 사실 원래 클리프는 처음 구상에선 전혀 담배를 피고 있지 않았다는 것. 

 이는 전부 배우인 매즈 미켈슨 때문인데, 촬영 후 쉬는 시간마다 그가 담배를 피우는걸 보고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클리프의 설정을 똑같이 골초로 바꿔버렸다고 한다. 

 대신 미묘한 차이를 두기 위해서 담배를 잡는 손이 서로 다르다고. 

 어떻게 보면 현실이 게임에 영향을 미친 재밌는 예시인데, 덕분에 트레일러 화면의 멋진 담배 장면이 만들어졌으니 좋은게 좋은 것 아닐까?

<무려 감독이 직접 공유한 매즈 미켈슨의 흡연 사진>

 분명 담배는 해로운 물건이긴 한데...

 담배가 실제로 마약이며, 발암 물질인데다가, 그 외에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실제로 몇몇 나라들은 국가적으로 담배가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담배가 사람들과 함께한건 이미 천년도 전부터 있던 일인데다가, 아예 포기하고 전매 정책을 벌이는 국가들도 있는 등, 그렇게 쉽게 사회에서 뿌리뽑힐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그러니 당분간, 우리는 담배를 맛있게 먹는 캐릭터를 보면서 한숨을 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예전에 비해 여성 흡연자 캐릭터는 더 잘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