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기어 미크로

제대로 플레이하려면 확대경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그 녀석, 

게임 기어 미크로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로 복원된 어느 게임기의 이야기


 일본 콘솔 시장에서는 최근, 복고와 미니 열풍을 조합한 물건들이 종종 발매되고 있다. 

 PlayStation 미니 같은 최근(?) 제품부터 시작해, 슈퍼 패미컴이나 패미컴 같은 옛날 게임기는 물론, 메가드라이브처럼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 많지는 않을지도 모르는 제품들까지 복각되거나, 종종 그 크기를 미니까지 줄인 제품들이 이제와서 발매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게임 업계에서 복고 판매가 주된 수입원이 된지는 몇년 된 일이니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얼마 전 들려온 새로운 미니 게임기는 그런 사람들에게도 좀 더 특별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미니보다 더 작은 사이즈, 미크로란 이름으로 발매된 게임 기어 미크로. 사실 화면이 잘 보일지부터 걱정스러운 크기의 이 게임기에 대해 한번 이야기해보자.


<‘이걸로 게임이 된다고?’란 생각밖에 안 드는 첫인상>

 

세가 60주년, 게임기어 30주년.

 게임 기어 미크로는 물론, 사실 게임 기어란 이름부터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 기어는 무려 30년 전에 발매된 녀석인데다가, 이 게임기를 만든 세가는 애초에 요즘 '어? 

 소닉 만드는 곳이 게임기도 만들었었어?' 정도의 인식밖에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솔 게임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안다. 

 세가는 한때 소니와 자웅을 겨룰 정도의 세력을 지녔던 콘솔 게임기의 거두였으며, 세가 새턴과 드림캐스트로 대표되는 세가의 라인업은 지금도 골수팬이 남아있을 정도의 인기를 보유했다는 것을. 

 게임 기어 미크로는 사실 이 세가의 60주년을 발매해서 나온 제품인데, 사실 이 60주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가가 만만한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긴 하다.


<한때 콘솔 게임 업계를 주름잡았던 세가의 역작, 세가 새턴>


세가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게임 기어에 대해서 잠깐 더 설명해보자. 

게임 기어는 90년 10월에 발매된 게임기로, 휴대용 제품이면서 당시 가격으로 약 20만원 정도였다. 

한국에도 핸디겜보이, 혹은 핸디알라딘보이란 이름으로 들어왔었다는데, 이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아저씨, 아줌마라 불릴 나이겠지? 

어쨌든 게임 기어는 90년임에도 불구하고 휴대용에서 컬러 화면을 지원하고, 카트리지 어댑터만 있으면 당시 세가의 거치형 게임기의 작품을 그대로 가져와서 할 수 있을 정도의 고성능을 가졌다는 것이 특징이었고, 실제로도 전세계 기준 약 1천만대 이상이 팔렸다고 한다. 

물론 휴대용 게임기 시장의 주역인 게임보이를 이기진 못 했고, 세가 기준으로는 97년에 단종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나 했는데... 2020년인 이제와서, 미크로란 이름의 미니 복각판이 등장한 것.


<한국에 정발되었을 당시의 자료화면>


아조씨, 그 화면 보이기는 해요?

 미크로란 이름이 낯설텐데, 한국에서는 마이크로라고 읽는 영어 'micro'를 일본식으로 읽은 이름이다. 

 미니보다도 더 작은 마이크로 사이즈란 의미인데, 그 이름에 걸맞게 게임 기어 미크로는 한손 안에 다 들어가는 아담한 사이즈를 자랑한다. 

 실제로 공개된 사이즈가 80mm x 43mm x 20mm라, 가로가 10cm조차 되지 않는 셈이다. 

 단순 수치로 말하면 전달이 안 될 것 같아서 가까운 사물과 비교하면, 요즘 팔리는 그 어떤 스마트폰보다도 이 미크로가 훨씬 크기가 작다! 

 그렇다보니 양손으로 게임기 붙잡기도 불편한데, 심지어 게임 화면은 1.15인치란 충격적인 수치다보니, 애초에 미크로가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의 주된 반응은 이랬다고. 

 "이거 실제로 게임 할 수는 있냐?"


<옛날 다마고치 같은 문방구 게임기를 떠오르게 하는 사이즈>


 다른 미니 복각 게임기들이 그렇듯이, 게임 기어 미크로도 내부에 게임이 탑재된 형태로 발매되었다. 

 그런데 사이즈가 사이즈다보니, 내장된 게임의 종류는 고작 4개뿐이라고. 

 하지만 4개만 복각하기에는 너무 아쉬웠는지, '그럼 들어간 게임의 종류가 다른 버젼을 내놓으면 되잖아?'란 수전노가 할 발상으로 검정, 파랑, 노랑, 빨강의 4가지 버젼의 미크로가 출시된다고 한다. 

 당연히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게임들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전부 컴플리트를 하고 싶다면 4개를 모두 사야만 하는 상황. 

 재밌는 것은, 정말로 4개를 모두 구매하는 말랑카우들에게는 특전으로 빅 윈도우 미크로, 란 이름이 붙은 화면 확대경을 덤으로 붙여준다는 것. 

 이걸로 눈이 침침할 흑우 아저씨들도 게임을 할 수 있게 되었어! 정말 잘 되었네!


<그 확대경의 자료 화면. 원본이 작다보니 사실 이래도 잘 보일지는 걱정이다> 


누군가에겐 추억을 소환시켜줄 매개체

 어쨌든 각각 4개의 게임이 수록되어 있는 색상이 4종류 나왔으니, 총 16종의 게임이 복각된 셈이다.

 복각된 게임들은 당연히 꽤나 엄선된 라인업인데, 대표적으로 세가의 간판 작품인 소닉 시리즈를 비롯해 뿌요뿌요 시리즈, 샤이닝 시리즈, 여신전생 시리즈 등 지금도 발매되고 있는 고전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90년대 시점에서는 정말 명작이라고 불렸던 작품들이 녹아있는 셈인데, 그 당시 어린 시절을 보냈거나 게임 기어를 실시간으로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과거가 그리워지는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만약 이 게임들에 관심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현 시점에서 과거의 세가 게임기를 어렵게 새로 구하기보단 게임 기어 미크로를 구매하는 것이 차라리 현실적인 플랜이리라.


<이제는 세가 그 자체로 불리는 퍼런 고슴도치는 두개나 수록되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정말로 게임 기어 미크로를 게임하려고 사는 사람이 많을지는 의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위에도 언급한 끔찍하게 작은 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가격이 고작 5만원 정도라는 것도 그렇다. 

 4개를 모두 사겠다면야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1개만 산다고 가정하면 사실 게임기라기보단 일종의 소품 같은 느낌으로 책정된 가격이고, 실제 크기를 보았을 때 역할도 아마 그렇지 않을까 싶다. 

 세가의 홈페이지에서도 기념품이란 점과 '이런 걸 만들만한 기술력이 있거든!'이란걸 어필하는 뉘앙스가 강한 것 같으니, 실제 기동을 염두에 두고 나온 다른 미니 콘솔 게임기들과는 약간 결이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근데 그럼 뭐 어떤가. 수십년 전 자신이 즐겁게 게임을 즐기던 추억을 되새기는데는, 이정도만 해도 사실 충분한 것 같다.


<일본 물가와 추억 가격을 생각하면, 소품용으로 5만원 정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