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기학원

요즘은 방치형 게임이라고 해서 방치만 하게 내비두면 안 팔려!

혼기학원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방치형 게임 신작,

혼기학원에 대해 알아보자.


방치형 게임. 

삶이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딱히 아무 조작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레벨이 오르고 자원이 모이며 게임이 진행되는 종류의 물건들을 말한다. 

요즘 수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이 장르를 표방하고 있고, 그만큼 자주 볼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방식의 게임 자체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부터 있긴 했었다. 

그러다보니 그냥 방치하면 진행되는 게임! 이라는 편리함으로 팔아먹는 시대는 지났고, 거기에 최소 미소녀 스킨 정도는 끼워줘야 하는데, 그것조차도 레드 오션이 되는 시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그 안에서 어떻게든 차별점을 찾기 위해 많은 게임 회사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하나인 혼기학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AI X 미소녀라 적혀 있지만 사실 AI는 적이고 미소녀는 아군이다>

 


겉보기엔 그냥 전형적인 방치형 게임

이름부터 복잡해보이는 혼기학원은, 한자로 풀어쓰면 '영혼의 그릇'이란 의미의 혼기에 학원을 갖다 붙인 말이다. 

참고로 혼기란 단어 자체도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호크룩스에서 따왔다나 뭐라나. 어쨌든 이 녀석은 작년 10월에는 중국에서, 올해 4월에 일본에서 발매된 모바일 게임이다. 

제작사는 다른 제작 이력이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퍼블리셔는 비리비리란 곳으로 한국에도 발매된 방주지령과 e스포츠 리그 덕분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미소녀 모바일 게임 유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인상을 제공하는 일러스트와 성우 부문에서, 양국의 덕후들에게 굉장히 후한 점수를 받았다고.


<비슷한 부분에서 호평을 받은 방주지령. 제작사는 완전히 다르지만!>

대놓고 방치형 게임이란 말을 홍보 자료에 적고 있을만큼, 이 게임은 요즘 범람하는 수많은 미소녀 스킨 방치형 게임의 표준 사양을 만족하고 있다. 

게임 어플 본체를 끄고 있어도 편성해둔 캐릭터들이 자동으로 지정해둔 에리어에서 전투를 반복해 자원을 쌓아둔다는 점이 그것인데, 재밌는 것은 캐릭터별로 경험치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과학 포인트'라 불리는 공용 자원을 쌓아둔다는 점이다. 

실제 레벨은 플레이어가 직접 과학 포인트를 마음대로 분배하는 방식. 

물론 방치를 안 하고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서 스테이지를 진행해나갈 수 있는데, 여기서도 전투는 어쨌든 대부분 자동으로 흘러간다. 

할 수 있는건 기껏해야 파이널 어택이라 불리는 스킬 쓰기 정도?


<각각 에리어 방치 화면과 보스 전투 화면>


신경쓰면 보이는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들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를 해보면 이런게 되네? 싶은 신기한 요소들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교원 시스템이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한 아이디로 계정을 6개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 

물론 제각각 하나의 다른 계정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공용 창고 같은건 없지만, 편리하게 서브 계정을 굴릴 수 있다. 

그 외에도 단순히 스테이지를 미는 것만이 아니라 PvP 랭킹전을 즐기거나, 주어진 지도 내에서 직접 이리저리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클리어하는 방식의 시나리오도 준비되어 있다. 

거기에 추가적인 자원 수집이나 장비 강화를 위한 일일 퀘스트 등을 감안하면, 방치만큼이나 플레이어가 직접 클리어해야 하는 컨텐츠도 상당히 들어있는 것.


<서브 계정을 만드는 법이 담당 교원을 고르는 식으로 되어있는 것도 깨알같은 요소>


그 외에도 몇가지 더 재밌는 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먼저 각 에리어 화면에 실제 플레이어들의 채팅이 흘러가도록 해놨다는 점이다. 

일본의 니코니코 동화나 중국의 비리비리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흔히 코멘트를 탄막처럼 흘러가게 하는 장치를 응용한 것인데, 이로 인해 유저간 상호작용은 물론 공략 힌트를 바로바로 얻을 수 있다고. 

거기에 기본적으로는 미소녀를 팔아먹는 게임이다보니, 위에서 이미 언급한 일러스트와 성우 이외에도 Live2D 스킨, 개별 상호작용 등에도 신경을 쓴 것은 물론, 인게임 내에서 아기자기한 2등신 일러스트를 다수 사용한 것도 좋은 평을 듣는다. 

이제는 많이 정형화되긴 했지만, 미래 세계에 AI가 반란을 일으킨다는 SF식 스토리와 이를 이곳저곳에 녹여낸 설정들은 양념.


<물론 종종 신사들의 욕망이 필터링 없이 흘러가기도 하지만>


방치형 게임 2.0은 아직 미궁 속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혼기학원은 분명 여러가지로 '방치형 게임'이란 틀 안에 이것저것 채워넣기 위해 머리를 쓴 흔적이 보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의 정체성은 역시 방치형 게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아무리 시간을 녹여서 투자한다고 해도, 심지어 과금을 붓는다고 해도 어느 순간부터는 방치하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벽이 있다는 점이 아마 가장 좋은 예시가 아닐까. 

결국 서브 계정을 돌리든, 채팅으로 다른 유저들과 실시간으로 떠들면서 놀든, 캐릭터들을 쿡쿡 찌르면서 와이와이거리든, 어쨌든 큰 틀에서는 기존 방치형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는 셈이다.


<장비 채우고, 무기 끼우고 하는건 결국 다른 게임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다>


혼기학원 이외에도, 많은 모바일 게임들이 기존 방치형 게임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들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어떤 게임은 지정된 시간에 게임 내에서 섭외된 게스트가 라디오 방송을 하는가 하면, 다른 게임은 경험치만 자동으로 쌓이되 전투 자체는 전략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기도 하고, 아예 다른건 다 포기하고 캐릭터성이나 스토리에만 모든 스탯을 몰빵해서 호구들의 결재를 노리는 녀석들도 있다. 

이는 결국 이 바닥에 이미 뜯어보면 똑같은 게임이 가득 차 흘러 넘치게 된 탓이기도 하고, 거기서 어떻게 플레이어를 이 게임에 붙잡아둘지에 대해 게임사들이 다양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런 시도들이 하나둘씩 모여, 언젠가는 새로운 무언가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이런 괜찮은 일러스트들을 보면 양산형 방치 게임이라 버리기엔 아까울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