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X 토끼소녀
X 우주멸망 X 일상
X 음악 X 미스테리 X ???

<정식 명칭은 MECHANICA - 토끼와 수성의 발라드>
만들고 싶은 걸 마음껏 내놓는 옆동네 미소녀 업계, 그리고 MECHANICA
인디 게임이란 단어가 있다.
개인이나 소형 규모의 게임 회사가, 최대한 투자자나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만들어낸 게임을 뜻하는 말로, 자금의 한계 때문에 AAA급 게임이 나오진 않지만 그만큼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참신함이 장점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많다.
당연히 미소녀 게임도 이렇게 분류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미소녀 게임에 한해서는 지금까지는 일본의 동인 게임 시장이 가장 이런 게임들이 활발하게 유통되었던 관계로, 그냥 이런 인디 게임도 동인 게임이라 포함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미소녀를 좋아하는 것은 글로벌적인 현상인데, 왜 일본 시장이 특히 그동안 활발했을까?
오늘은 여기에 대해, 얼마 전에 발매된 MECHANICA란 동인 게임과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재료, 판매 플랫폼, 수요층이 갖춰진 일본의 동인 게임 시장
위에서 동인 게임이란 단어를 적었는데, 아마 '동인'이 뭔데 싶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동인이란 단어는 국문학 근현대사에도 등장하는 유서깊은(?) 단어로, 간단히 정리하면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만든 서클'을 뜻한다.
즉 동인 게임은 정식으로 설립된 회사가 아니라 동아리 같은 조직이 만든 게임을 뜻하는데, 사실 이렇게 팬층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고, 실제로 당장 한국에서만도 개인이나 그룹 단위의 많은 동인 활동이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Steam이 판도를 바꾸기 전까지 미소녀 동인 게임은 일본밖에 없다시피했고 지금도 사실 일본이 국룰이긴 한데, 어째서였을까?

<사실 Steam 덕분에 일본의 자유로운 미소녀 게임들이 서양으로 퍼진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게임 개발에 필요한 여러 재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전통의 게임 제작기 'RPG 만들기'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 제작 툴들이 유,무료로 풀려있는데다가 그들 대부분이 '이걸로 제작한 게임은 웬만하면 돈 받고 팔아도 됩니다'란 라이센스 정책을 가지고 있다.
각종 플러그인, 게임 BGM, 효과음 및 배경 등 다양한 자원들이 저작권 프리 사이트에서 풀려있다는 것도 호재.
거기에, 일본에선 동인 게임 판매 플랫폼인 DMM, DLsite 등이 이미 오래전부터 기반을 닦아놓고 있었던데다 상업 게임에서 여러 규제로 다룰 수 없는 욕망의 소용돌이가 필요한 수많은 수요층이 특히 일본에는 많았다.
당장 그들만의 시장인 저 사이트들에서만도 누계 1만장 이상 팔린 게임 숫자가 3자리를 넘어가니, 이정도면 공급 시장이 돌아가기엔 나름 충분하지 않을까.

<이건 우연히 거두게 된 노예 소녀한테 오구오구 해주는 게임이고요, 몇십만장 팔렸습니다>
서력 5029년, 수성, 우주 멸망 3일 전.
그럼 오늘의 게임인 MECHANICA 이야기를 해보자.
4월 10일 발매된 이 게임은, 테라포밍과 태양열 차단 작업이 끝나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51세기의 수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싸구려 네온빛과 패배자들이 모여사는 길로틴 시티에서 음악을 연주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주인공은, 어느날 경품으로 안드로이드 메이드 메카니카를 받게 된다.
그렇다고 뭔가 딱히 변하는건 없었지만, 대신 3일 후에 갑자기 세계가 대충 멸망해버린다.
죽음을 각오한 두 사람이 눈을 떠보자, 왜인지 몰라도 익숙한 천장이 보이는 3일 전 아침.
플레이어는 이 3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멍하니 일상을 보내도 좋고, 메카니카를 데리고 같이 놀아도 좋고, 그러다 심심하면 우주를 구해도 오케이, 라는 것이 이 게임의 대략적인 배경 되겠다.

<정말로 뜬금없이, 하늘에서 도시가 떨어져 모든게 박살나는 걸로 묘사되는 세계멸망>
한눈에 보기에도 별로 팔릴 것 같아 보이는 이야기는 아닌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이버 펑크 요소를 가득 넣은 무대 길로틴 시티이다.
24시간 내내 한밤중처럼 어둑어둑하고 이곳저곳 낙서가 가득한 더러운 거리.
육체 대신 다양한 아바타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과 AI들.
SF니까 가능한 개조인간이나 우주인들도 있고, 반대로 여전히 인간다운 고민에 휘둘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모두 퍽퍽한 삶에 질식당해 바닥을 기어다니는 반푼이 뿐이다.
물론, 연주실력이랑 변태끼 빼고 뭐 나은게 없는 주인공도 포함해서.
그런데 제작 서클은 이 게임을 '세계의 붕괴를 사랑과 용기로 막아내는 전통적인 이야기입니다!'라 포장하고 있는데, 심지어 그게 틀린 말이 아니니, 얼마나 동인 기질 충만한 게임인지 이쯤이면 설명이 되었을까?

<무한히 늘어나던 미래 계산기의 수치가 어느 순간 2로 고정되는 연출도 SF스럽다>
연주, 탐색, 변태짓이 함께 하는 3일간
MECHANICA를 시작하면, 플레이어에게 어떤 방향성도 제시되지 않는다.
세계가 멸망하는걸 보여준 다음에도, '니가 마음 내키면 좀 구해줘' 정도의 메세지가 출력될 정도니 오죽할까.
실제로 주로 하게 되는 것도 마을 주민들과 대화하는 것인데, 단순한 대화로 그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일로서, 때로는 사적인 부탁을 받아, 가끔은 사명감에 불타서 음악을 연주해줘야 할 때가 있다.
해당 파트를 위해 게임 내에서 준비된 곡은 10곡 이상 존재하는데, 사실 딱히 정답과 상관없이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원하는 노래를 틀어도 괜찮다.
어차피 시간은 무한하고, 그걸 계속 반복하다보면 주민들의 사정도 듣게 되고 선물도 받으면서 일상을 지내게 된다는 것 뿐이니까.

<그래서인지 유독, 미소녀 게임답지 않게 이벤트 CG는 항상 주민들에게 사용된다>
그 외에도 일종의 서브 퀘스트처럼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준다거나, 가끔은 거리를 이곳저곳 쏘다니면서 정보를 얻는다던가, 3일 내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서 메카니카랑 노닥거린다거나...
어떤 식으로 3일을 보내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한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주인공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영감 같은 것이 필요한데 이는 성욕을 해소시키는 것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했듯이 주인공은 변태끼가 충만하고, 옆에는 미소녀 토끼귀 안드로이드가 있다.
더 이상은 설명 안 해도 되겠지?
뭐, 굳이 사족을 덧붙이자면 메카니카와 친해질수록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는 게임이라, 잘 절제해서 호감도를 잘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적당히 해라.
<물론 다른 히로인들도 존재한다, 서큐버스 풍으로 개조된 신인류 여고생이라던가>
일상을 사랑하는 것이, 세상을 구한다
정리하면, 이 게임은 계속 3일을 반복하면서 사이버펑크 냄새 가득한 미래 도시에서 주민들과 노닥거리면서 지내는 것이 전부이다.
도시 밖을 나갈 일도 없고, 그 흔한 전투도 할 일 없으며, 정말로 그저 일상을 구가하는 것이 처음이자 끝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그것만으로 어느새 세계 멸망의 주체, 이유, 방법을 찾아내게 될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세계도 구할 수 있게 된다.
3일이란 시간으론 모두 만나기 부족했던, 수많은 이들의 복잡다난한 이야기들과 함께 말이다.
정말이지 동인이란 토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이런 자기 멋대로의 게임이, 그래서 과연 잘 팔렸을까?
뭐, 발매 전에는 굶어 죽을까 걱정하던 제작자가 지금은 신나서 다음작 구상을 하고 있을 정도로는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게 아마도, 일본의 동인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된 이유가 아닐까.

<어딘가의 고대신도 즐겁게 댄스를 추고 싶어지는, 그런 훈훈한 이야기였습니다>
사이버펑크 X 토끼소녀
X 우주멸망 X 일상
X 음악 X 미스테리 X ???
<정식 명칭은 MECHANICA - 토끼와 수성의 발라드>
인디 게임이란 단어가 있다.
개인이나 소형 규모의 게임 회사가, 최대한 투자자나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만들어낸 게임을 뜻하는 말로, 자금의 한계 때문에 AAA급 게임이 나오진 않지만 그만큼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참신함이 장점으로 꼽히는 작품들이 많다.
당연히 미소녀 게임도 이렇게 분류되는 작품들이 있는데, 미소녀 게임에 한해서는 지금까지는 일본의 동인 게임 시장이 가장 이런 게임들이 활발하게 유통되었던 관계로, 그냥 이런 인디 게임도 동인 게임이라 포함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미소녀를 좋아하는 것은 글로벌적인 현상인데, 왜 일본 시장이 특히 그동안 활발했을까?
오늘은 여기에 대해, 얼마 전에 발매된 MECHANICA란 동인 게임과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위에서 동인 게임이란 단어를 적었는데, 아마 '동인'이 뭔데 싶은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동인이란 단어는 국문학 근현대사에도 등장하는 유서깊은(?) 단어로, 간단히 정리하면 '같은 뜻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만든 서클'을 뜻한다.
즉 동인 게임은 정식으로 설립된 회사가 아니라 동아리 같은 조직이 만든 게임을 뜻하는데, 사실 이렇게 팬층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고, 실제로 당장 한국에서만도 개인이나 그룹 단위의 많은 동인 활동이 과거는 물론이고 지금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Steam이 판도를 바꾸기 전까지 미소녀 동인 게임은 일본밖에 없다시피했고 지금도 사실 일본이 국룰이긴 한데, 어째서였을까?
<사실 Steam 덕분에 일본의 자유로운 미소녀 게임들이 서양으로 퍼진 느낌도 없잖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게임 개발에 필요한 여러 재료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전통의 게임 제작기 'RPG 만들기'를 비롯해, 다양한 게임 제작 툴들이 유,무료로 풀려있는데다가 그들 대부분이 '이걸로 제작한 게임은 웬만하면 돈 받고 팔아도 됩니다'란 라이센스 정책을 가지고 있다.
각종 플러그인, 게임 BGM, 효과음 및 배경 등 다양한 자원들이 저작권 프리 사이트에서 풀려있다는 것도 호재.
거기에, 일본에선 동인 게임 판매 플랫폼인 DMM, DLsite 등이 이미 오래전부터 기반을 닦아놓고 있었던데다 상업 게임에서 여러 규제로 다룰 수 없는 욕망의 소용돌이가 필요한 수많은 수요층이 특히 일본에는 많았다.
당장 그들만의 시장인 저 사이트들에서만도 누계 1만장 이상 팔린 게임 숫자가 3자리를 넘어가니, 이정도면 공급 시장이 돌아가기엔 나름 충분하지 않을까.

<이건 우연히 거두게 된 노예 소녀한테 오구오구 해주는 게임이고요, 몇십만장 팔렸습니다>
그럼 오늘의 게임인 MECHANICA 이야기를 해보자.
4월 10일 발매된 이 게임은, 테라포밍과 태양열 차단 작업이 끝나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51세기의 수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싸구려 네온빛과 패배자들이 모여사는 길로틴 시티에서 음악을 연주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주인공은, 어느날 경품으로 안드로이드 메이드 메카니카를 받게 된다.
그렇다고 뭔가 딱히 변하는건 없었지만, 대신 3일 후에 갑자기 세계가 대충 멸망해버린다.
죽음을 각오한 두 사람이 눈을 떠보자, 왜인지 몰라도 익숙한 천장이 보이는 3일 전 아침.
플레이어는 이 3일을 계속 반복하면서, 멍하니 일상을 보내도 좋고, 메카니카를 데리고 같이 놀아도 좋고, 그러다 심심하면 우주를 구해도 오케이, 라는 것이 이 게임의 대략적인 배경 되겠다.
<정말로 뜬금없이, 하늘에서 도시가 떨어져 모든게 박살나는 걸로 묘사되는 세계멸망>
한눈에 보기에도 별로 팔릴 것 같아 보이는 이야기는 아닌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사이버 펑크 요소를 가득 넣은 무대 길로틴 시티이다.
24시간 내내 한밤중처럼 어둑어둑하고 이곳저곳 낙서가 가득한 더러운 거리.
육체 대신 다양한 아바타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과 AI들.
SF니까 가능한 개조인간이나 우주인들도 있고, 반대로 여전히 인간다운 고민에 휘둘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곳의 주민들은 모두 퍽퍽한 삶에 질식당해 바닥을 기어다니는 반푼이 뿐이다.
물론, 연주실력이랑 변태끼 빼고 뭐 나은게 없는 주인공도 포함해서.
그런데 제작 서클은 이 게임을 '세계의 붕괴를 사랑과 용기로 막아내는 전통적인 이야기입니다!'라 포장하고 있는데, 심지어 그게 틀린 말이 아니니, 얼마나 동인 기질 충만한 게임인지 이쯤이면 설명이 되었을까?
<무한히 늘어나던 미래 계산기의 수치가 어느 순간 2로 고정되는 연출도 SF스럽다>
MECHANICA를 시작하면, 플레이어에게 어떤 방향성도 제시되지 않는다.
세계가 멸망하는걸 보여준 다음에도, '니가 마음 내키면 좀 구해줘' 정도의 메세지가 출력될 정도니 오죽할까.
실제로 주로 하게 되는 것도 마을 주민들과 대화하는 것인데, 단순한 대화로 그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일로서, 때로는 사적인 부탁을 받아, 가끔은 사명감에 불타서 음악을 연주해줘야 할 때가 있다.
해당 파트를 위해 게임 내에서 준비된 곡은 10곡 이상 존재하는데, 사실 딱히 정답과 상관없이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원하는 노래를 틀어도 괜찮다.
어차피 시간은 무한하고, 그걸 계속 반복하다보면 주민들의 사정도 듣게 되고 선물도 받으면서 일상을 지내게 된다는 것 뿐이니까.
<그래서인지 유독, 미소녀 게임답지 않게 이벤트 CG는 항상 주민들에게 사용된다>
그 외에도 일종의 서브 퀘스트처럼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준다거나, 가끔은 거리를 이곳저곳 쏘다니면서 정보를 얻는다던가, 3일 내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서 메카니카랑 노닥거린다거나...
어떤 식으로 3일을 보내든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한가지 주의해야할 점은, 주인공이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영감 같은 것이 필요한데 이는 성욕을 해소시키는 것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위에 언급했듯이 주인공은 변태끼가 충만하고, 옆에는 미소녀 토끼귀 안드로이드가 있다.
더 이상은 설명 안 해도 되겠지?
뭐, 굳이 사족을 덧붙이자면 메카니카와 친해질수록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지는 게임이라, 잘 절제해서 호감도를 잘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니까 적당히 해라.
정리하면, 이 게임은 계속 3일을 반복하면서 사이버펑크 냄새 가득한 미래 도시에서 주민들과 노닥거리면서 지내는 것이 전부이다.
도시 밖을 나갈 일도 없고, 그 흔한 전투도 할 일 없으며, 정말로 그저 일상을 구가하는 것이 처음이자 끝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정말 그것만으로 어느새 세계 멸망의 주체, 이유, 방법을 찾아내게 될 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세계도 구할 수 있게 된다.
3일이란 시간으론 모두 만나기 부족했던, 수많은 이들의 복잡다난한 이야기들과 함께 말이다.
정말이지 동인이란 토대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이런 자기 멋대로의 게임이, 그래서 과연 잘 팔렸을까?
뭐, 발매 전에는 굶어 죽을까 걱정하던 제작자가 지금은 신나서 다음작 구상을 하고 있을 정도로는 팔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게 아마도, 일본의 동인 시장이 지금처럼 활성화된 이유가 아닐까.
<어딘가의 고대신도 즐겁게 댄스를 추고 싶어지는, 그런 훈훈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