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맨X다이브

록맨X다이브


추억팔이, 양산형 뽑기,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플레이하는 록맨이 신작 모바일 게임으로 돌아왔다! 

아직도 종종 오른팔 부스터로 딱총을 쏘던 그 녀석이 그립다면 고고고!

by 사요



 

모바일 업계를 포함해서, 우리는 요즘 게임계를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주된 키워드 중 하나로 ‘추억팔이’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잘 나가던 MMORPG 게임들을 모바일로 포팅한 게임이 오랜 기간 동안 매출 1위를 먹고 있던 것이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국내외에서 예전에 흥행했던 유명 작품들의 공식/비공식 후속작이 나오는 경우가 정말 수도 없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선 어린 시절 인기 작품들을 보면서 손가락만 빨던 꼬마들이 이제 충분한 경제력을 가진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존재하지만, 그래서 추억팔이로 나온 작품들이 잘 만들어졌는가, 에 대해서는 ‘글쎄?’ 하는 시선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 

오늘 이야기해볼 모바일 게임도 이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데, 바로 올해 서비스를 개시한 록맨 X 다이브 이야기이다.


어두운 터널 속에 갇혀 있던 록맨 시리즈

게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록맨’, 하다못해 해외판 명칭인 ‘메가맨’의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1987년부터 시작되어 3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록맨> 시리즈는, <스트리트 파이터>나 <바이오 하자드>, <몬스터 헌터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캡콤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간판 게임 중 하나이다. 

패미컴 시절의 <클래식 록맨>으로부터 시작해,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으로 나왔던 <록맨 X> 시리즈, 휴대용 게임이었던 <록맨 제로> 시리즈 등의 2D 액션 플랫포머 게임이 잘 알려져 있지만, 실은 3D 액션이나 RPG 게임으로 나왔던 시리즈들도 있다. 

이렇게 많은 분화형이 나올 만큼 잘 나갔던 게임이고, 실제로 일본 내부는 물론 서양까지 포함한 글로벌 팬들이 참 많은 시리즈였다. 

21세기 들어서 점점 작품들의 퀄리티가 낮아지다가 결국 후속작들이 하나도 안 나오기 시작하는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는.

<록맨 x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몰락의 전초는 다양했다. 

<록맨 X> 시리즈가 점점 나사 빠지기 시작하더니 결국 <록맨 X8> 이후로 지금까지도 후속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 

<록맨 9>와 <록맨 10>이, 과거회귀를 모토로 삼아 패미컴 시절의 그래픽을 그대로 내는 창렬한 게임으로 나온 것. 

주요 스태프들의 퇴사와 연이은 게임 개발 중단 공지 등 악재에 악재가 겹치면서 사람들은 ‘록맨은 죽었다’고 농담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어두운 시기가 찾아왔고, 록맨의 정신적 후계자를 자처했던 <마이티 넘버 9>이 희대의 폭망작으로 나오면서 더더욱 팬들을 절망하게 했다. 

하지만 그게 전화위복이 될지 누가 알았으리라. 

캡콤의 직원들이 그걸 보고 ‘우리가 저것보단 더 잘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며 <록맨>의 후속작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온 <록맨 11>은 준수한 평가와 판매량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면서 이전 작품들의 이식작으로 냈던 이런저런 컬렉션 시리즈도 나름대로 잘 팔려나가는 와중에, 캡콤 대만 지사가 록맨의 모바일 게임으로 낸 것이 바로 오늘의 게임, <록맨X다이브> 되시겠다.


2020년에도 록맨X를 하다니?

록맨 시리즈는 시리즈마다 세계관이나 시간대가 달라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록맨 X 다이브>는 여러 시리즈를 한 곳에 모은 일종의 올스타 같은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클래식 록맨>이나 <록맨 X> 시리즈는 물론,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록맨 X 커맨드 배틀>이나 <록맨 대쉬>, <록맨 ZX> 등 다양한 작품의 캐릭터들이 플레이어블로 나오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이 게임만의 설정으로 록맨 시리즈의 데이터가 모두 모여 있는 일종의 가상 세계인 ‘딥 로그’라는 개념이 있는데, 플레이어들은 여기에 소환되어서 딥 로그 내의 버그를 수정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이 기본적인 배경 스토리이다. 

다만 해당 배경에서 플레이어는 록맨 X를 하다가 게임 내로 빨려 들어갔단 설정인데, <록맨 X>의 발매년도는 1993년이고 본작은 2020년 게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쨌든 그런 플레이어의 팬심에 보답하기 위해서인지, 록맨 이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를 직접 조종해서 싸울 수 있다. 

여기에는 제로나 블루스처럼 원작에서도 조종이 가능했던 캐릭터뿐만이 아니라, 오퍼레이터 같은 조연이나 적대하다 못해 최종 보스로 나왔던 다양한 캐릭터들이 포함된다. 

이들은 모두 본사 일러스트레이터의 감수 하에 그래픽이 일신된 것은 물론이고, 제각각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투영되어 있어서 오히려 주인공인 록맨이나 액스보다 더 강력하게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다양한 캐릭터들을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직접 조작하면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설정에 따르면 30년 넘게 록맨 X를 했다는 플레이어 캐릭터에게 참 훌륭한 보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역사가 깊은 만큼 캐릭터도 많다.>


록맨 시리즈와 양산형 모바일 게임 사이의 그 어딘가

<록맨 X 다이브>의 플레이 방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2D 플랫폼 액션으로, 버그를 수정한다는 컨셉에 맞춰서 실제 록맨 시리즈의 스테이지 일부를 다시금 플레이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버그를 수정한단 설정은 옛날 스테이지를 플레이하면서 적들을 때려잡는 것으로 구현되는데, 원래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적들이나 보스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는 것이 설정과 부합하면서도 게임 외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콜라보가 되는 게 특징. 

거기에 이미 언급한 다양한 플레이어블 캐릭터와 무기들이 조합되면, 예를 들어 <록맨 ZX> 시리즈의 오퍼레이터가 <록맨 X>의 스테이지에서 <록맨 X7>의 보스를 때려잡는 난장판이 벌어지곤 한다. 

게임 제목이 ‘X 다이브’다보니 X 시리즈의 비중이 높지만, 그래도 생각보단 다채로운 소재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많은 팬들이 반기는 요소로 꼽히기도.


하지만 그와 별개로, 게임성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간단하게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봐도, 각 스테이지가 원작의 스테이지를 잘게 쪼개 쓰는 형식이다보니 애초에 한계가 명확한 점, 스테이지 난이도가 갑자기 뛰는 경우가 많아서 정체 기간이 길어지는 점, 각 캐릭터별 성능 조절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적폐 캐릭터가 명확한 점, 밸런스 문제가 무기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점, 그리고 이 캐릭터와 무기는 모두 뽑기 대상이라 과금 정책이 다들 불만이 많다는 점, 이게 게임 내에 존재하는 PvP 콘텐츠와 맞물려서 더블로 욕을 먹는다는 점 등등... 사실 이걸 한 줄로 요약하면, 캐릭터와 무기에 다양한 선택지를 주면서 그걸 과금 모델과 조합해서 팔다보니 결국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볼 수 있긴 하다. 

그래서 그게 과연 록맨 시리즈의 팬들이 새로 나올 모바일 게임에 원하는 방향이었을까 의문이 든다.


그래서 시엘이랑 아이리스 안 뽑을 거야?

이야기를 처음 주제로 되돌려보면 <록맨 X 다이브>는 록맨 시리즈를 그리워하던 옛날 팬들을 대상으로 나온 작품이긴 한 것 같다. 

이미 뽑기 게임은 피할 수 없는 모바일 게임의 대세 흐름이 되어 있었고,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무기들을 지닌 록맨 시리즈가 이런 형태가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긴 했으리라. 

위에 적은 것 이외에도 팬들의 불만은 정말 한도 끝도 없이 많긴 하지만, 사실 그렇게 불만을 토해내고 있는 이 사람들은 동남아나 일본에서만 서비스 중인 이 게임을 굳이 어떻게든 찾아내서 플레이한 팬이라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마 울면서 열심히 뽑기를 돌렸을 것이라는 슬픈 사실도 말이지.


 시엘: 솔직히 소싯적에 록맨 제로 해봤으면 당연히 시엘 뽑고 싶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