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 캐릭터 3

망겜 캐릭터 3


이렇게도 망하고 저렇게도 망하고, 어떤 망캐릭터는 아예 밈이 되기도 한다.

by 사요

 

요즘 발매된 게임들 중에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던 변수 때문에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거나 아예 반쯤 망해버리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케이스는 긴 운영 시간이 필요한 온라인 MMORPG나 모바일 게임에서 특히 많이 발견된다. 

한번 출시하면 대부분 게임 내용에 의해서만 판매량이 결정되던 패키지 게임 시절에는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하도 이런 케이스가 국내외적으로 쌓이다보니 망하는 방법도 다양한 데다 심지어 사신이란 이명이 돌아다니는 캐릭터도 생기고 있는데, 오늘은 한번 망겜이란 밈이 들러 붙어있는 3개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게임 운영 실패의 대명사, 던파의 흑역사를 만나다.

던전 앤 파이터: 키리 더 레이디

예로부터 한국은 온라인 게임 강국이었다. 

바람의 나라부터 시작해서 로스트 아크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지고는 또 스러져갔는데, 그러다보니 망한 게임도 수두룩하고 그 이유도 하늘의 별처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실제 게임이 망한 것도 아닌데, 게임사가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실수 상위권에 항상 오르는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다. 

지금도 서비스 중인 <던전 앤 파이터>의 흑역사, ‘키리의 약속과 믿음’이다. 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같이 소환되어서 함께 십자포화를 얻어맞게 되는, 하지만 별로 불쌍하단 생각은 들지 않는 캐릭터가 바로 <던전 앤 파이터>의 강화 담당 NPC, ‘키리’ 되시겠다.


키리의 약속과 믿음은 2011년 8월 말에 진행되었던 이벤트인데, 이걸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기 강화 실패 시 파괴를 막아주는 캐시 아이템 판매’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많은 온라인 게임이 그랬듯 <던전 앤 파이터>에서도 고강화 레벨의 무기를 강화하다 실패하면 무기가 박살났다. 

그런데 <던전 앤 파이터>에선 고강화 레벨 무기가 밸런스 파괴를 불러일으키는 정도가 심했고, 그게 대량으로 풀리면서 게임 내 경제 겸 밸런스가 곧바로 박살났으며, 거기에 환멸감을 느낀 플레이어들의 이탈도 역대급이었다는 게 문제였다. 

이후 <던전 앤 파이터>는 지금까지도 2011년 이전의 유저 수를 회복한 적이 없으며, 이 이벤트는 운영진인 넥슨조차 ‘가장 큰 실수’라고 인정할 정도의 커다란 실패가 되었다. 

안 그래도 평소 유저들의 무기를 깨먹으며 혈압을 올리던 키리도, 애꿏은 운영진의 실수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한국 온라인 게임사에 흑역사로 박아 넣게 된 것은 덤이다.


캐릭터부터 게임으로 이어지는 줄초상. 그래도 김지윤과 미야는 예뻤다.

서든 어택2


사실 여기에 키리는 억울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쨌든 <던전 앤 파이터>는 지금도 서비스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100일도 못 버티고 망해버린, 또 다른 역대급 흑역사 게임. 바로 <서든어택 2> 되시겠다. 


개발기간 4년을 거쳐 2016년 7월 발매되었지만, 서비스 24일 후 곧바로 종료 공지를 내걸 정도로 처참하게 망해 지금도 밈이 남아있는 전설의 게임. 

그렇게 망한 이유야 트레일러 사기, 창렬한 결제 시스템, 불친절하기 그지없는 UI, 원래도 안 좋았던 총기의 재현도, 다양한 표절 혐의 등등 수도 없이 많지만, 

여기서는 캐릭터에만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게임이 망하기 전에 먼저 삭제되는 운명을 맞이했던, 문제 덩어리였던 두 공용 캐릭터인 김지윤과 미야 말이다. 

 

이들에게 무슨 문제가 있던 걸까? 

먼저 성능이 너무 좋긴 했다. 

예를 들어 발자국 사운드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 즉 사운드 플레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달려있었다던가 말이다. 

하지만 이건 사소한 문제고, 더 큰 것은 총질하면서 싸우는 게임에 안 어울리게 대놓고 섹시 컨셉이었는데, 

그럼에도 게임 내에 얘네를 자연스럽게 녹여 넣을 생각이 1도 없는 설정들뿐이었고, 

심지어 얘네들이 트레일러 영상에 나왔던 일종의 얼굴 마담이었던지라 ‘그냥 벗겨놓으면 잘 팔리겠지’ 하는 뻔한 속셈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이런 섹시 컨셉이 다른 문제들과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비난의 표적이 되어버렸다. 

게임계 외부에서도 선정성을 지적하는 온갖 비난을 받다가 결국 캐릭터가 삭제되는 비운의 운명을 맞이했지만, 그래도 곧 게임 본체도 따라 죽었으니 억울하진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게임 서비스 종료 후에도 모델링은 예쁘더란 말을 들으며 여러 타 게임들의 유저 개조 MOD에 등장해 수명을 이어가고 있으니, 사실 본질적인 문제는 캐릭터 그 자체보단 게임 그 자체와 개발자들이었으리라. 아, 그리고 등장할 게임 장르를 잘못 골랐다는 점?


내거 말고 다른 게임 죽이고 다니는 사신, 넵튠을 만나보자.

넵튠


지금까지 언급한 게임과 캐릭터는, 모두 자신들이 망할 위기에 처했었거나 망했단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자신이 출연한 게임은 멀쩡한데, 옆집을 무너트리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어떨까? 

공교롭게도 그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게 실제로 반쯤 망했었던 게임 회사라면? 

실제 게임 회사와 업계 이야기를 재료로 삼아 이것저것 꼬아만든 작품으로 일부 계층에게 컬트적 지지를 얻고 있는 초차원 게임 <넵튠> 시리즈의 메인 캐릭터, 

넵튠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작 자신이 주인공인 초차원 게임 <넵튠> 시리즈는 콘크리트 지지자 덕분에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지만, 이 넵튠이 콜라보해서 다른 모바일 게임에 출연하면 그 게임은 곧 서비스를 종료한단 괴담이 바로 여기서 풀어놓을 이야기보따리다.

위에서 살짝 이야기했지만, 초차원 게임 <넵튠> 시리즈는 각각 소니, 닌텐도, 마이크로소프트, 세가를 모티브로 한 네 미소녀 캐릭터의 이야기가 주가 되어 진행되는 작품이다. 

여기서 세가는 세가 새턴, 드림캐스트 등의 게임기를 만들던 일본 회사로, PlayStation과의 경쟁에 밀려 지금은 아예 게임기 시장에서 퇴장해버린 왕년의 게임기 메이커니, 모티브가 참 불쌍하기 그지없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17년 무렵 섬나라에서 누군가 <넵튠>의 놀랄만한 사실을 깨닫고 말았는데, 이 캐릭터가 콜라보로 출연한 모바일 게임 중 대충 세어도 5개 이상이 서비스 종료를 했었다는 거다. 

다행히 그 이후 넵튠과 콜라보 한 <벽람항로>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덕에 넵튠 사신설은 반쯤 농담으로 끝났지만, 여전히 넵튠은 콜라보를 이어가고 있고, 타이밍의 일치인지 정말 사신인 것인지 몰라도, 그 이후 망하는 모바일 게임이 차곡차곡 늘어나는 전설을 써내려가고 있다.


망겜이 되는 이유도 제각각

톨스토이의 유명한 소설 중 이런 문구가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사실 게임도 마찬가지인데, 흥한 게임은 잘 돌아가는 운영, 재밌는 게임, 만족스러워하는 팬들 등의 모습이 모두 공통적이지만 망한 게임은 정말 저 하늘의 별들만큼이나 가지각색 사연으로 시장에서 버림 받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게임이나 여기 얽힌 캐릭터들도 그렇게 제각각의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셈인데, 뭐 어쩌겠는가. 

시장의 크기와 이용자 숫자는 정해져 있고 결국 성공하는 게임은 소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니까, 아마 이런 불쌍한 캐릭터들은 게임 시장이 평등하게 모두 망할 때까지 계속 양산될 운명인 것을. 아무쪼록 게임 회사들이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서 우리들 마음에 상처를 주지 말기를 빈다. 

그래야 그들도 더 큰 상처를 입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