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켓몬스터!

분노의 포켓몬스터!


게임은 스릴과 짜릿함, 즐거움을 줘야하는 거 아냐?

귀여운 얼굴로 분노를 안기다니!

by 사요


데자뷰: 디아블로 이모탈

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팬심 대폭발인데... 빛이 아니라 어둠의 기운이 충만해 있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포켓몬스터 모바일 게임은 디아블로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듯하다. <디아블로 이모탈> 사태를 기억하는가? <디아블로4>에 목마른 팬들은 블리즈컨에서 반가운 소식을 만날 줄 알았다. 블리자드가 개최하는 최고의 게임 축제에서 위풍당당한 신작과 조우하길 기다리던 팬들은 난데없는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 발표에 경악했다. 정식 시리즈도 아닐 뿐더러 중국 외주 작품이었다. 열혈 팬들을 성대한 축제에 초대해서 똥바가지를 대접한 꼴이었다! 덕분에 블리자드는 임직원 일동이 만수무강할 정도로 배부르게 욕을 먹을 수 있었다. 결국 작년 <디아블로4>를 발표하면서 이 문제는 나름 봉합되긴 했다. 그래도 다들 “<이모탈> 이야기하기 전에 <디아블로4>도 열심히 개발 중이라고 자막이라도 띄웠으면 욕의 바다에 빠지진 않았을 텐데...”하는 뒷말은 계속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 사태를 통해 게임회사들이 교훈을 얻어 좀 더 똑똑해지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안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교훈은 우리가 얻었다. 한 번 배신당하면 똑같은 일이 최소한 한 번은 더 발생한다는 교훈 말이다. 정말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 모바일 신작 3종 세트를 발표한 포켓몬스터가 교훈의 주인공이다.

 

두 편의 모바일 게임부터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글로벌 게임인 <포켓몬스터>. 최신작 <포켓몬스터 소드·실드>가 글로벌 기준으로는 나름 훌륭한 판매량을 보이면서 겉으로는 여전히 무난한 흥행작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등장 포켓몬 숫자를 반갈죽시키고 과거작에 나왔던 포켓몬들을 데려오지 못 하게 하면서 많은 팬들의 분노를 사던 참이었다. 이번 DLC를 통해 어느 정도의 포켓몬을 복귀시킨다고 발표하면서 그나마 민심을 수습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포켓몬스터 신작을 발표할 것이란 이야기를 같이 해서 분노를 샀다. 당연히 팬들은 정식 넘버링의 신작이나 4세대인 <포켓몬스터 다이아몬드·펄>의 리메이크나 <레츠고> 시리즈의 2세대 작품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정작 발표일인 6월 17일, 포켓몬스터의 제작 회사인 게임프리크가 들고 나온 것은 모바일 게임 두개와, 이미 다른데서 홍보자료가 전부 배포되어 새로운 정보라 할 게 하나도 없는 <포켓몬스터 소드·실드>의 DLC 소개뿐이었다. 심지어 모바일 게임은 어린이를 위한 기능성 게임 하나에, 나머지 하나는 <애니팡>이나 <퍼즐앤드래곤>을 연상시키는 퍼즐 게임을 연상시켰다. 딱 봐도 IP를 활용한 외전 게임에 불과할 뿐이었다. 실망한 팬들을 달래기라도 하듯이, 발표자는 1주일 후에 한 번 더 발표회가 있을 것이며, 그때는 정말 대형 신작을 들고 올 것이라고 말하고, 팬들은 그래도 한 번 더 믿어본다며 1주일을 기다렸다. 


분노 대폭발의 전조 


<포켓몬 스마일>과 <포켓몬 카페 믹스>부터 살펴보자. 둘 모두 6월에 발매가 되어 원하면 지금은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미 설명했듯이 각각 기능성 게임과 퍼즐 게임이다. <포켓몬 스마일>은 대체 왜 양치질인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어린이들의 양치질을 돕기 위해 만든 기능성 게임이다. 자신의 얼굴이 잘 보이도록 전면 카메라를 두고, 양치질을 시작하면 손동작을 인식해서 충치균을 해치우고 포켓몬을 잡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정말 어린이용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공익에 부합하고 아동의 치아건강에 이바지할지 몰라도 게이머의 즐거움엔 부합하지 않고 정신건강에도 전혀 이바지하지 못한다. 팬들이 이 게임에 왜 실망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우리가 완전 올 노출에 갈증이 뻥 뚫리는 <크레이지 자이언트> 특집을 내겠다고 공언한 다음 어린이들이 효과적으로 배변할 수 있는 공익성 사진집을 내면... 그래. <크레이지 자이언트> 사무실에 불을 질러도 우리는 이해한다. (경찰은 이해해주지 않을 거다.)  <포켓몬 스마일>은 어린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아마 학부모들만 좋아했을 거다. 

<포켓몬 카페 믹스>는 그나마 좀 사정이 나은데, 이쪽은 <스마일>에 비해 훨씬 포켓몬스러운 그림체를 남겨두기도 했거니와 퍼즐 게임 자체가 생각보다 재밌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단순히 포켓몬 얼굴을 문지르는 것만이 아니라, 처리해야 하는 기믹을 다양하게 배치해서 은근히 머리를 쓰게 만드는 것이 괜찮았다는 평가다. 거기에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스위치로도 즐길 수 있으며, 딱히 과금 요소가 헤비하게 있는 것도 아니라서 낮은 기대치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괜찮은 외전 게임이 나왔다고들 한다. 물론, 그만큼 처음 발표되었을 때 팬들이 얼마나 이 게임에 기대를 하지 않았는지를 알려주는 반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디데이, 불만 받고 불만 추가요

그럼 드디어, 미루고 미뤘던 그 문제의 작품 이야기를 해보자. 1주일의 연기 끝인 6월 24일 발표한 포켓몬스터의 대형 신작인 <포켓몬 유나이트>는, 모바일 게임인 것도 모자라 포켓몬스터 시리즈 최초의 AOS 게임이었다. 그렇다. 우리가 <LOL>이나 <히어로즈 오브 스톰>으로 친숙한 그 AOS 말이다. 공개된 화면에서는 파이리가 야생 포켓몬을 때려서 경험치를 벌더니 진화해서 궁극기로 불대문자를 날리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고, 그걸 본 전 세계 포켓몬스터 팬들은 문자 그대로 폭발했다. 농담이 아니라, 공개 영상을 송출하던 유튜브에는 ‘싫어요’가 포켓몬스터 채널의 역대 최고 수치를 갱신할 수준으로 찍혔으며, 한국 채널은 아예 좋아요/싫어요가 표시되지 않도록 막아둘 정도였다.

<포켓몬 유나이트>가 얼마나 팬들의 기대를 배신한 작품인지는 대충 이해될 거다. 그럼 이제 <포켓몬 유나이트> 안으로 들어가서 자체적인 문제점을 털어보자. 먼저 AOS라곤 해도 <LOL>과는 다르게 거점을 점령해서 점수를 쌓아 이기는 형식으로 보이는데, 우린 이걸 이미 <LOL>에서 본 적이 있다. 인기가 없어서 폐지된 도미니언이란 모드 말이다. 거기에 각종 타입이나 기술 간 상성을 그대로 넣으면 밸런스가 개판이 될게 뻔해서 “과연 포켓몬이란 IP가 잘 구현될까?”조차 의문이란 이야기가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포켓몬 유나이트>의 제작은 본사인 게임프리크가 직접 담당하지 않고 중국 기업인 텐센트에 외주를 주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러다보니 “그냥 AOS가 흥하니 포켓몬 IP를 적당히 씌우면 잘 팔리지 않을까?” 정도의 얄팍한 상술에서 나온 타이틀이 아닐지 모두 걱정하게 된 것이다. 만약 <포켓몬 유나이트>가 발매 영상대로 나온다면 아마 게임계의 재앙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출시, 그날은 오는가?

<포켓몬 유나이트>가 촉발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롱의 의미를 담아 이 게임을 <롤켓몬> 혹은 <포오스>라고 부르고 있다. 거기에 텐센트에서 만들고 있다는 것에 착안해서 ‘포켓몬들에게 반공 이미지를 씌우면,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개발이 취소되지 않을까?’ 하는 기발한 접근도 이루어지고 있다. 반공 포켓몬 패러디가 양산되고 있는데, 이건 발매도 되지 않은 게임에게 미리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씁쓸하게도 <포켓몬 유나이트>는 <디아블로 이모탈>의 교훈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팬들이 원하는 신작이나 리메이크 쪽을 운이라도 띄워줬으면, 하다못해 ‘대형 신작’이란 설레발이라도 안 쳤으면 이렇게나 글로벌적으로 팬심이 대동단결해서 분노의 기운을 뿜뿜하진 않을 것이다. <포켓몬 유나이트>의 발매일은 미정이다. 과연 출시까지 팬심이 수습될지 알 수 없다. 


COSPLAY SUCKS


현실의 피카츄



일본의 피카츄

CRAZY GIANT Says “왜구는 간사스럽기 짝이 없고 못생기기까지 했다.”


브라질의 피카츄

CRAZY GIANT Says “캡틴 아메리카, 뭐해요? 저 놈을 때려잡아야죠!”


태국의 피카츄

CRAZY GIANT Says “혹시 형 아니지?”


국적불명 피카츄

CRAZY GIANT Says “백만 볼트를 꽂아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