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둥지 짓는 드래곤’에 대해 알아보자

어둠의 세계를 통해 널리 퍼졌던 과거의 명작, 기억하세요?
어쩌면 기다리던 후속작이 올해 나올지도 모르는 

‘둥지 짓는 드래곤’

에 대해 알아보자


 이제와서 하는 말이긴 하지만, 사실 여기서 소개했던 게임들은 미소녀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잘 모를 것들 투성이다. 

 물론 미소녀 게임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언어의 장벽이 아닐까. 

 그래서 오늘은 비록 좀 많이 옛날 게임이긴 하지만, 비공식 한글화와 당시 존재했던 어둠의 경로를 통해 널리 퍼졌던 미소녀 게임을 가져와보았다. 

 연배가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들었을지도 모를, '둥지 짓는 드래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는 얼굴에 속으면 나중에 날개가 찢겨나간다> 


언젠가 부도 직전에 몰리면 둥지 짓는 드래곤 2를 낼 회사

 둥지 짓는 드래곤은 04년 일본에서 발매된 미소녀 게임으로, 제작사는 소프트하우스 캐러라는 곳이다. 

 이곳이 영업을 시작한 것이 00년 2월부터니까, 곧 창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중견 회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사실 초기에는 잘 알려진 게임도 없고 판매 실적도 부진해서 곧 망하기 직전까지 몰렸었다가, 오늘 소개할 둥지 짓는 드래곤 덕분에 기사회생해서 지금까지 이어져올 수 있었다는 카더라 정보 같은 이야기가 남아있다. 

 하지만 어쨌든, 다행히 둥지 짓는 드래곤이 나온 05년 이후에도 지금까지 꾸준히 게임을 발매하기 시작해, 올해까지 총 29종의 타이틀을 발매해오고 있으니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회사가 아닐 수 없다.

<둥지 짓는 드래곤 다음으로 잘 팔렸던 BUNNY BLACK>


 이 회사의 특징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단순 소설이 아니라 적당히 게임성이 있는걸 만들되, 대신 적당한 볼륨으로 가볍게 즐기기 좋은 게임을 만든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성이 있다의 기준은 굉장히 넓어서, 던전 탐색, 육성, 생존, 디펜스 등등 다양한 분야를 문어발처럼 얇고 깊게 건드리는 것이 특징인데, 이런 쌈마이한 맛이 오히려 콘크리트 지지층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내놓은 작품들의 평가가 떨어지고 있어서, '소프트하우스 캬라가 망할 때가 되면 둥지 짓는 드래곤 2를 내고 부활할 것이다'란 이야기가 근 10년간 떠돌아다니고 있다고도 한다.

<나름 최신작인 악마성녀. 평은 좋지 않다> 


훌륭한 레어를 만들자, 죽고 싶지 않으면.

 그러면 둥지 짓는 드래곤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사실 이 게임의 스토리는 제목이 그대로 다 말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주인공인 블러드 라인이 자기 레어를 만드는 내용인 것이다. 

 다만 거기에, 자신의 약혼녀인 류미스벨룬이 '1년 내로 내게 어울리는 호화로운 집을 만들지 않으면 죽는다'고 협박을 했다는 눈물나는 사정이 있어서 그렇지. 

 그렇다. 주인공은 류미스벨룬에게 허구한 날 맞으면서 전치 반년, 의식불명 등의 나날을 겪어왔던 불쌍한 드래곤이었던 것이다. 

 실제로도, 주어진 1년을 허투루 보내면 정말로 끔살당하는 배드 엔딩이 존재하기도 한다. 어휴 무서워라.

<처음에는 보이는 포스 그대로 정말 무섭기만 한 류미스벨룬>

 그럼 둥지를 무슨 마인크래프트처럼 직접 캐서 만드느냐, 그렇진 않다. 

 이 게임은 던전 키퍼가 미리 터를 닦고, 지금도 모바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던전 육성 장르에 속한다. 

 플레이어는 블러드의 둥지에 꼬여드는 모험가들을 몬스터들로 격퇴해서, 그들에게 돈을 뜯고, 그 돈으로 둥지를 개발하거나 새 몬스터를 고용하고, 다시 다른 모험자를 삥뜯거나 아예 직접 마을로 쳐들어가는 노동을 하게 된다. 

 지금이야 흔한 포맷이지만 04년 당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방식이었던만큼 많은 인기를 끌었으며, 사실 지금 다시 해도 평범하게 재밌다. 

 특히 회차 플레이와 노가다를 권장하는 밸런싱 덕분에, 정신을 차리면 타임머신마냥 시간이 날아가버렸단 증언이 비일비재했을 정도니까.

<게임 내에서는 이렇게 메이드들이 열심히 일한다>


오리엔탈 샐러드처럼 어우러지는 미소녀 요소들

 이미 설명했듯이, 둥지 짓는 드래곤은 평범하게 던전 개발만 해도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었고, 그것이 한국에서도 당시 잘 먹혔던 요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미소녀 게임이고, 평범하게 진행하면 당연히 여러 미소녀들이 차례차례 등장하게 된다. 

 블러드에게 바져친 제물로 등장하는 시골 처녀 유메, 아버지의 오명을 씻기 위해 블러드에게 도전하는 기사 페이, 근처 왕국의 공주님 루크루 등등. 재밌는 것은, 이들은 다른 미소녀 게임처럼 반드시 등장하는게 아니라 조건을 맞춰야 나오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즉, 딱히 히로인을 신경 안 쓰고 정말로 던전 게임만 하면서 노는게 가능하다.

<그래도 유메에게 날개가 찢겨나가는 이벤트는 고정으로 보게 될 것>


 이는 둥지 짓는 드래곤에서 히로인들도 하나의 이벤트 플래그, 혹은 유닛처럼 취급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던전 키퍼에 모에 스킨을 씌웠을 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각 히로인들은 개별 엔딩과 제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이를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특히 시작 시점에선 말그대로 최종 보스 그 자체인 류미스벨룬의 개인사는 여러가지로 플레이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한동안 소프트하우스 캐러의 최고 존엄 캐릭터로 자리잡기도 했다. 

 충분히 존재감을 과시하는 미소녀 캐릭터들이 재밌는 게임성과 서로 방해되는 일 없이 어우러진다? 바로 둥지 짓는 드래곤이 흥행했던 이유라고 하겠다.

<알고 보면 단역들에게도 숨겨진 스토리가 있기도> 


그래서 나온다는 후속작은 콜라보 게임?

 이렇게 훌륭한 점이 많았던 둥지 짓는 드래곤이지만, 위에 언급했듯이 그 이후 소프트하우스 캐러는 이만큼 성공한 게임을 내지 못 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 

 그렇게 15년이 지난 후, 둥지 짓는 드래곤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리게 하는 발표가 있었다. 

 삼국지를 모에화시킨 게임으로 유명한 연희몽상 시리즈의 조조 역할인, 카린을 내새워서 새로운 둥지 짓는 게임을 내놓는다는 것. 

 둥지 짓는 카린이란 이름을 지닌 이 게임은, 심지어 발표된 내용만 보면 게임성을 정말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부여잡게 했다. 

 과연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던 둥지 짓는 드래곤 2가 드디어 나오는 것일까? 

 15년 전 과거의 추억을 곱씹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걱정 반 재미 반의 재밌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차라리 이게 잘 팔려서 전화위복의 계기라도 되었으면 싶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