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전쟁 고고학 - 선사시대 폭력의 민낯

전쟁 고고학 – 선사시대 폭력의 민낯

장 길렌 · 장 자미트 지음 / 박성진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역사시대와 선사시대를 나누는 기준은 기록 여부다.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기록하면서 역사시대가 열렸다. 

우리는 역사시대를 문명의 여명이라고 이야기한다. 기록이 인류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건 사실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류의 과학 기술이 향상되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건 기록을 통해 경험을 축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기록에는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역사를 이긴 자들의 기록이라고 말하는 건 그런 이유다. 

전쟁을 주제로 한 책은 아무리 냉정하게 기술해도 저자의 입장을 완전히 배제하기 힘들다. 

전쟁을 일으킨 쪽이건 이에 맞서 방어에 나선 쪽이건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전쟁 당사자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면, 이내 서사가 따라붙는다. 

캐릭터와 사건이 만들어지면, 독자는 해석을 하게 된다. 

최대한의 객관성을 유지해서 전쟁 서적을 기술해도, 독자가 누군가를 편들게 되면 결국 전쟁은 미화된다. 

장 길렌과 장 자미트의 <전쟁 고고학>은 지금껏 출간된 모든 전쟁 서적에서 가장 차가운 책이다. 

프랑스의 고고학자인 장 길렌과 역시 고고학자이며 의사인 장 자미트는 유럽 각지의 선사시대 유적을 뒤진다. 

그리고 인골의 배치와 손상 흔적을 살펴본다. 선사시대에도 집단학살이 있었고, 이미 살해한 적의 시체를 가혹하게 파괴하는 잔혹행위도 있었다. 

하지만 사건은 서사로 발전하지 않는다. 인골은 캐릭터로 부활하지 않는다. 

‘기원전 4000년 기 프랑스 방데 지방의 샤텔리에-뒤-에이-오제 유적 3호 무덤의 두 개의 유골 가운데 어른 남자는 척추에 화살을 맞고 얼굴 부위가 으깨졌으며, 

남자 청소년은 머리를 둔기로 맞고 가슴에 화살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에는, 전쟁의 낭만이 피어오를 여지가 없다.


이 책은 청동기 시대의 영웅 출현까지를 다룬다. 

하지만 청동기 장검을 든 고대 전사에게도 환상이 느껴지진 않는다. 

진짜 전쟁, 진짜 폭력, 진짜 인간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볼 만한 책이다. 

단, 서사와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배제했기 때문에 소설 같은 재미는 없다.


에게해의 시대

송동훈 지음/시공사

이 책을 읽으면 고대 그리스인들은 참 열심히도 싸웠구나 감탄하게 된다. 

페르시아 전쟁,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 전쟁, 헬레니즘 전쟁의 네 챕터는 고대 그리스의 흥망성쇠 전체를 다룬다. 

술술 읽히고 재미도 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인의 민주주의 개념이 너무 도식적으로 바탕에 깔렸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고대 그리스에 가장 쉽게 접근하는 전쟁서적이라 충분히 매력적이다.


칭기스의 교환

티모시 메이 지음/권용철 옮김/사계절

칭기스는 황인종이다. 그는 지금의 아프리카 대륙만한 대제국을 건설했다. 

몽골 전사들은 러시아와 동유럽의 기사들을 완전히 궤멸시켰다. 

서양인은 경악했고 몽골을 악마처럼 묘사하곤 했다. 

그러나 이 책은 몽골제국을 야만 세력으로 파악하지 않는다.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이 건설되면서 동서 문명이 교류하는 세계사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세계제국이 뭔지 궁금하면 답을 줄 책이다.


킵차크 칸국

찰스 헬퍼린 지음/권용철 옮김/글항아리

몽골제국은 너무나 강력했고, 그들이 장악한 대지는 너무나 넓었다. 

그래서 몽골은 여러 개의 ‘칸국’을 세워 정복 지역을 지배했다. 

킵차크 칸국은 중앙아시아부터 러시아까지를 아주 강력하게 다스린 몽골제국의 일부다. 

몽골이 가장 가혹한 통치를 한 곳이 러시아였는데, 킵차크 칸국을 다룬 책은 구하기 힘들었다. 

몽골 전문가인 권용철의 번역으로 더욱 믿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