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MILITARY무거운 포수미트, 흔들리는 과녁

무거운 포수미트

흔들리는 과녁

 

포수 미트를 껴 본 적이 있나요?

by  배우근

포수 전용 글러브는 미트는 꽤 무겁다. 다른 포지션의 글러브에 비해 중량감이 있다. 유격수 글러브가 작고 가볍다. 염경엽 전 감독은 유격수의 임무에 대해 “몸으로 잠시 타구를 멈추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방어에 방점을 둔 것. 그래서 유격수와 2루수 등 내야수 글러브는 500g 정도다.

 

반면 1루수는 700g 정도 나가는 글러브를 사용한다. 이유가 있다. 투수의 빠른 견제구를 포구해야 하고 내야수의 강한 송구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내야 글러브보다 크고 두껍게 제작된다. 1루 미트가 포수미트와 함께 유이하게 글러브가 아닌 미트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럼 글러브와 미트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의미가 크게 다르진 않지만, 글러브는 다섯 손가락장갑이고 미트는 벙어리장갑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포수 미트의 무게는 800g 내외다. 이번엔 포수가 되어 경기에서 투수의 공을 직접 받는다고 상상해보자. 한  경기에서 포수는 약 200개 정도의 공을 받는다. 투수의 공에 손바닥이 아프고, 미트 무게 때문에 팔도 아플 거다.

 

그래서인지 프로야구 포수들은 미트를 고정하지 않고 내렸다가 들어 올리며 포구한다. 투수와 사인을 교환한 뒤 미트로 목표점을 잡아준 뒤, 투수가 와이드업 자세에 들어가면 미트를 그라운드 바닥으로 내린다. 그리고 포구한다.

 

그 이유에 대해 포수들은 “한두 개도 아니고 백 개 이상의 공을 움직이지 않고 받으면 손목, 팔에 무리가 간다.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글러브를 땅에 댔다가 다시 잡는다”라고 한다. 한마디로 피로 감소를 위해서라는 것.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도 했다. “가만히 들고 있으면 근육이 경직된다. 그래서 살짝 움직였다가 잡으면 더 부드럽게 포구할 수 있다”라고. 즉 근육 이완을 위해 움직인다는 추가 설명이다.


움직이는 미트, 흔들리는 과녁

 MLB의 포수들은 KBO리그와 포구할 때 움직임이 다르다. 포수미트는 거의 고정이다. 투수가 던질 때 거의 이동하지 않는다. 조금씩 움직이지만 국내 포수들처럼 미트를 바닥으로 내리지 않는다. 이유가 있다. 포수미트는 투수에게 과녁과 같다. 그 타깃이 움직이면 투수의 시선도 흔들린다. 투수의 제구력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내 구단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두산 베어스는 신인급 포수들에 한해 MLB식 포구 훈련을 한다. 그런데 이미 몸에 동작이 밴 포수들은 손대지 않는다. 경력이 있는 포수들은 제외된다. 억지로 교정했다가 역효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미트에 대해 투수들의 의견도 들어봤다. 그들은 미트가 고정되면 좋겠다고 수긍하면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투수들은 “던질 때 미트가 아닌 포수 무릎이나 어깨를 겨냥해 던지기도 한다”라고 했다.

 

어찌 보면 움직이는 미트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포지션은 투수다. 그럼에도 그 투수들이 잠잠한 이유는 이미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유소년 야구를 할 때부터 포수 미트는 계속 움직였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흔들리는 과녁에 나름 적응한 탓이다.

 

국내 투수들은 일본이나 미국 투수에 비해 제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밀도가 세밀하지 못하다는 게 일반적인 야구계 평가다. 그 배경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여기에 움직이는 과녁도 포함된다. 국내 투수들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위해 움직이는 미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 한다.


글러브 소재와 종류

 글러브는 야구 초창기 손을 보호하는 단순한 역할에서 수비 포지션별로 포구에 최적화 되게 발전했다. 소재는 소가죽이 일반적이며 유소년 야구용으로 돈피 소재도 사용된다. 돈피소재 글러브는 따로 길을 들일 필요 없이 곧바로 사용가능하다. 돈피 글러브는 연식 야구에도 사용된다. 소가죽 글러브는 숫소의 가죽보다 생후 1년 내외의 송아지 가죽으로 만든 게 비싸다. 여기에 어느 지역에서 자란 소인지, 어느 업체에서 가공했는지에 따라 글러브의 질과 가격은 달라진다.

 

공을 멈추게 한 뒤 빠른 송구동작이 중요한 내야글러브는 볼집 깊이가 얕다. 12인치 이내 글러브가 주를 이룬다. 투수는 구종을 들키기 않기 위해 웹이 막혀있는 12인치 이상 글러브를 선호한다. 외야수는 뜬공을 처리하기 위해 사이즈가 길고 볼집도 깊다. 13인치 이상 글러브를 사용한다. 포수와 1루수 글러브는 손가락 부분이 모두 붙어있다. 벙어리장갑(MITT)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편 글러브는 흰색과 회색은 사용하지 못한다. 공의 색과 유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