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양성 게임의
전쟁이 시작됐다,
BATON=RELAY
얼마 전에 ‘CUE’를 간단하게 리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게임 자체만 훑어보고, 개발 배경이나 뒷이야기까지는 찾아보지 않았으나, 이번에 유사한 게임 ‘배턴 릴레이’를 조사하던 중 꽤나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임시장의 복잡한 사정이 뒤얽힌 전쟁,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시작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일단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2017년 1월로 거슬러간다.
CUE의 제작사 리벨 엔터테인먼트는 미남 배우육성게임 A3!를 릴리즈하고, 이게 꽤나 큰 히트를 친다.
당시 주축이 된 프로듀서가 무타 타다시(牟田正)로, 생각 외의 큰 히트를 쳐서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될 정도로 상당한 호조를 누린다.
이로 인해 모인 자본과 기술력으로 2018년 2월에 A3!의 여성판인 미소녀육성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릴리즈 시기를 2018~19년 쯤으로 잡는다.
이 프로젝트 역시 당시 리벨 사의 부사장이었던 무타 프로듀서가 담당할 것이라고 발표되었다.
[리얼 이벤트는 물론, 각종 상품과의 콜라보 등으로 상당히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18년 5월, 소니뮤직과 손을 잡는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소니뮤직에서 개최하는 오디션 ‘애니스토텔레스 vol.7’에 리벨 엔터테인먼트가 상을 개설하고, 수상자에게는 해당 프로젝트에의 출연권을 부여할 것이라는 발표가 이어진다.
같은 해 8월, 무타 프로듀서가 이미 리벨 사에서 퇴사했다는 사실이 판명되고, 퇴사 시기는 6~7월 사이 쯤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직후, 무타 프로듀서가 개인적으로 이전부터 대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리벨 사의 모기업인 아에리아 사의 주식을 대량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고, 10월에 본인의 회사인 i-tron사를 설립한다.
당시 인터뷰로는 ‘원래는 게임개발사로 육성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매년 열리는 성우 오디션 그랑프리로, 소니뮤직에서 직접 백그라운드가 되어주기에 빠른 실전 투입이 강점.
물론 거기에 각 회사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 해마다 많은 지망생들이 도전한다]
12월, 애니스토텔레스 vol.7의 대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나머지 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리벨 엔터테인먼트상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매 해 애니스토텔레스의 최종심사는 공개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 때는 비공개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2019년 4월 2일, 리벨 엔터테인먼트사의 게임 이름이 ‘CUE!’로 결정되고, 포니캐니언과 연계하여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표된다.
소니뮤직과의 관계는 일절 언급이 없었고, 발매시기도 2019년 가을로 연기된다.
동년 5월 10일, i-tron에서 차세대 성우육성 프로젝트 ‘Baton=Relay’가 발표되고, 이후에 애니스토텔레스 대상 입상자인 히노하라 아유미가 CUE!가 아닌 BATON=RELAY에 참여하는 것이 밝혀진다.
실제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언급이 없이 밝혀진 부분은 이 정도이나, 정황상 의아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사실상 회사를 궤도에 올려놓게 된 계기인 A3!를 낳은 일등공신인 무타P가 소리소문없이 회사를 그만둔 것도 그렇고, 초기에 발표했던 소니뮤직과의 관계가 갑자기 끊긴 것도 그렇고, 초기에 발표했던 ‘입상자에의 채용약속’이 증발한 것도 그렇고.
거기다 ‘성우를 훈련시키며 육성재료를 얻고, 레코딩 업무를 보내 육성자금을 얻는다’는 매우 흡사한 게임 컨셉과 구조(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선 꽤 차이가 있다)를 보고 있자면 그리 썩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카피캣이 난무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지만, ‘개발 진행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와서 딴살림을 차렸는데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본진과 멀티가 비슷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상황은 어쩐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종종 본 ‘건물주가 임대료 올려서 나와서 냉면집 새로 차렸더니 건물주도 원래 자리에 냉면집 차렸더라’ 레파토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물론 현업자들 사이에선 수많은 이해관계와 계산이 가미되겠지만.
닮긴 했어도 똑같은 건 아니다
사실 ‘성우 육성’이라는 주제가 갑자기 튀어나와 그렇지, 이 게임의 골자는 기존의 아이돌 육성 게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이마스 시리즈가 ‘돈까스 전문점’, CUE와 배턴릴레이가 치즈까스 전문점과 고구마돈까스 전문점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큰 틀은 비슷하고, 알맹이가 뭐가 들어가있고 튀기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수준의 차이인데, 막상 먹어보면 이 차이가 생각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CUE! 리뷰에서 언급했던 ‘끈기있는 플레이를 필요’하는 점이 대폭 간소화되어 있다.
캐릭터 육성 파트가 레벨링+한계돌파+호감도 정도로 간단하게 나뉘어져있으며, 그를 위한 아이템들의 획득난이도가 수십배 가량 편하게 설정되어 있다.
특히나 소위 ‘스태미너’라고 하는 시간당 회복자원에 대한 시스템이 굉장히 당황스러운데, 훈련 과정 중에서 플레이스타일에 따라서 소모량보다 더 많은 양을 획득할 수 있게 설계되어 플레이어가 조금만 수고한다면 한도끝도없이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당 화면의 불꽃 마크가 스태미너에 해당하는데, 1을 소모하여 트레이닝을 하면 10이 되돌아오는 황당한 현상을 겪게된다]
그 덕에 서비스 개시 5일만에 플레이어레벨 60~70이 쉽게 보일 정도로 육성 난이도가 낮고, 캐릭터 육성 역시 빠르면 한 자리수 레벨에서 캐릭터가 만렙을 찍어버릴 수 있을 정도다.
스태미너의 회복수단이 분명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저러한 구조를 채택한 데에는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닐까
호감도를 올리는 것도 간단하다.
일반적인 아이돌 게임의 호감도 시스템이라면 사용 빈도에 따라, 혹은 캐릭터에 따른 기호품을 구하여 선물하는 등의 오랜 시간을 요구하거나 복잡한 재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BR은 훈련 과정 중에 등장하는 ‘토크’아이템을 모아 선물하면 끝이다.
100개에 1단계씩 상승하며, 최대 호감도를 달성하는데에는 3000~4000개의 토크가 필요하지만 훈련 한바퀴에 대략 2~3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한번에 60~180개씩 드랍이 된다.
각 잡고 한다면 두어시간이면 호감도작이 끝나버린다.
이렇게 호감도를 올리고 나면 추가 의상이나 배경, 캐릭터 스토리 등이 개방된다.
[호감도 30레벨 달성시 획득하는 신규 일러스트와 복장]
한계돌파 시스템은 일반적인 ‘레벨 상한 해제’가 아닌, ‘추가 스킬 슬롯 개방’개념이고, 이는 동일 유닛을 합성하는 방법 외에는 개방이 불가능하다.
고난이도 미션이나 PvP가 실장될 경우 갈수록 추가 스킬이 필요해질 것 같긴 하지만, 현재 개방된 컨텐츠는 슬롯 개방을 전혀 하지 않고서도 최고단계 보상이 획득 가능하다.
결국 뭔가 훑어보니 돈 쓸 구석이 별로 없다.
심지어 캐릭터 뽑기도 CUE!의 5%를 높은 확률이라 칭찬했었는데, BR도 동일한 제공확률으로 나왔다.
거기다 생일픽업이네 뭐네 해서 ‘노리는 캐릭터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선 CUE보다 한술 더 뜬다.
뽑기로도 크게 돈을 쓸 구석이 없다는거다.
세부적인 요소 역시 필자에게는 강점으로 다가왔다.
UI가 간소화되어 있으며 큼직큼직해서 시인성이 좋고, 히에랄키가 복잡하지 않아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UX규칙성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이 좀 있긴 하지만, 이정도면 크게 불평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다.
스토리 역시 ‘아이돌 성우’에서 아이돌보단 성우에 좀더 포커스를 맞추었으며, 각각의 등장인물이 서로가 라이벌인 동시에 동료임을 인식하고 있고, ‘성우’라는 직업에 각자의 가치관을 투영하여 고뇌하고 고찰하며 성장해 나가는 진지한 모습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한 레코딩 화면에 자잘한 현업요소가 들어간다거나, 트레이닝 메뉴가 좀더 현실적인 성우양성소의 스타일이라거나, 레코딩 후에 각자의 대본을 확인할 수 있다거나 하는 점은 성우 업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플러스 요소로 다가올 수 있는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레코딩 현장에서나 볼법한 화면과 대본]
[실제 게임 내에서 보게되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도 들어있다.
캐릭터 디자인에서 원화, 채색 등 각종 실무자료들이 즐비하다.
레코딩이 끝난 작품은 DVD 메뉴처럼 이것저것 열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닮다 보니 단점도 닮았다만, 그래도 이뻐보인다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CUE와 유사하게 ‘플레이어블한 컨텐츠가 생각보다 얼마 없다’는 점은 BR도 동일하게 당면한 문제고, 유저가 직접 가지고 놀 거리가 얼마 없다는 점 역시 문제다.
물론 발매한지 2주 정도인 상황이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가뜩이나 CUE에 비해 육성속도가 무시무시하게 빠르다 보니 컨텐츠가 고갈되는 속도도 무시무시하게 빠르다.
I-tron의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발표된 바가 없지만, 개발 측에서도 컨텐츠 소모속도를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미 드랍빈도 등의 세부적인 밸런싱에 들어가긴 했다.
어째선지 더 퍼주는 방향으로 밸런싱이 들어가긴 했다만, 이는 곧 ‘추가적인 컨텐츠 업데이트를 이미 구상하고 있으며, 이정도 퍼 줘도 걱정할 것 없다’는 개발진의 자신감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뽑기확률이 좋긴 하지만, CUE와 동일하게 ‘캐릭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플레이가 쉬워지는’ 탓에 최종적으로 SSR부터 N까지 모든 캐릭터를 다 소지하고 모두 육성하여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어느정도 현실과 타협하여 플레이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 지정 및 속성지정 보너스가 있는지라 많으면 많을수록 편해지는 것은 사실이고, 아마 앞으로 이 점이 PvP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P2W을 즐길수 있는 PvP, 무료로도 거의 대부분을 누릴 수 있는 PvE를 양립하여 지갑을 털겠다는 심산인 것 같은데… 필자의 게임 철학으로 비추어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한 BM이 아닐까 한다.
[일러스트는 취향을 좀 타며, 같은 게임 내에서도 편차가 좀 심한 편이다. 카드일러가 전반적으로 좀 더 공이 들어간 편]
There can be only one….
탄생 비화도 그렇지만, 컨셉도 겹치는데다 장르마저 같으니 승자는 결국 한 명만 남을 것이다.
발매시기가 좀더 빨랐던 CUE가 살아남을 것인지, 원조 주방장이 개업한 국밥집 BR이 살아남을지, 아직 귀추를 판단하기엔 판단근거가 부족하다.
누가 살아남건 간에 실력있는 신인 성우가 시장에 유입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고, 이런 새로운 방식의 등용문이 생긴다는 것 역시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시작점이 어찌되었건 결국 꾸준한 자기반성과 발전을 이어나가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니, 두 게임 모두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한 걸음을 계속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바이다.
성우양성 게임의
전쟁이 시작됐다,
BATON=RELAY
얼마 전에 ‘CUE’를 간단하게 리뷰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게임 자체만 훑어보고, 개발 배경이나 뒷이야기까지는 찾아보지 않았으나, 이번에 유사한 게임 ‘배턴 릴레이’를 조사하던 중 꽤나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게임시장의 복잡한 사정이 뒤얽힌 전쟁, 한번 알아보도록 하자.
일단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2017년 1월로 거슬러간다.
CUE의 제작사 리벨 엔터테인먼트는 미남 배우육성게임 A3!를 릴리즈하고, 이게 꽤나 큰 히트를 친다.
당시 주축이 된 프로듀서가 무타 타다시(牟田正)로, 생각 외의 큰 히트를 쳐서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애니메이션화가 결정될 정도로 상당한 호조를 누린다.
이로 인해 모인 자본과 기술력으로 2018년 2월에 A3!의 여성판인 미소녀육성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릴리즈 시기를 2018~19년 쯤으로 잡는다.
이 프로젝트 역시 당시 리벨 사의 부사장이었던 무타 프로듀서가 담당할 것이라고 발표되었다.
[리얼 이벤트는 물론, 각종 상품과의 콜라보 등으로 상당히 높은 성적을 거두었다]
18년 5월, 소니뮤직과 손을 잡는다는 소식이 들어온다.
소니뮤직에서 개최하는 오디션 ‘애니스토텔레스 vol.7’에 리벨 엔터테인먼트가 상을 개설하고, 수상자에게는 해당 프로젝트에의 출연권을 부여할 것이라는 발표가 이어진다.
같은 해 8월, 무타 프로듀서가 이미 리벨 사에서 퇴사했다는 사실이 판명되고, 퇴사 시기는 6~7월 사이 쯤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직후, 무타 프로듀서가 개인적으로 이전부터 대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리벨 사의 모기업인 아에리아 사의 주식을 대량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고, 10월에 본인의 회사인 i-tron사를 설립한다.
당시 인터뷰로는 ‘원래는 게임개발사로 육성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매년 열리는 성우 오디션 그랑프리로, 소니뮤직에서 직접 백그라운드가 되어주기에 빠른 실전 투입이 강점.
물론 거기에 각 회사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 해마다 많은 지망생들이 도전한다]
12월, 애니스토텔레스 vol.7의 대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나머지 상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며, 리벨 엔터테인먼트상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
매 해 애니스토텔레스의 최종심사는 공개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 때는 비공개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2019년 4월 2일, 리벨 엔터테인먼트사의 게임 이름이 ‘CUE!’로 결정되고, 포니캐니언과 연계하여 개발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발표된다.
소니뮤직과의 관계는 일절 언급이 없었고, 발매시기도 2019년 가을로 연기된다.
동년 5월 10일, i-tron에서 차세대 성우육성 프로젝트 ‘Baton=Relay’가 발표되고, 이후에 애니스토텔레스 대상 입상자인 히노하라 아유미가 CUE!가 아닌 BATON=RELAY에 참여하는 것이 밝혀진다.
실제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언급이 없이 밝혀진 부분은 이 정도이나, 정황상 의아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사실상 회사를 궤도에 올려놓게 된 계기인 A3!를 낳은 일등공신인 무타P가 소리소문없이 회사를 그만둔 것도 그렇고, 초기에 발표했던 소니뮤직과의 관계가 갑자기 끊긴 것도 그렇고, 초기에 발표했던 ‘입상자에의 채용약속’이 증발한 것도 그렇고.
거기다 ‘성우를 훈련시키며 육성재료를 얻고, 레코딩 업무를 보내 육성자금을 얻는다’는 매우 흡사한 게임 컨셉과 구조(물론 세부적인 부분에선 꽤 차이가 있다)를 보고 있자면 그리 썩 유쾌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비록 카피캣이 난무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지만, ‘개발 진행하던 사람이 갑자기 나와서 딴살림을 차렸는데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본진과 멀티가 비슷한 결과물을 내놓는다’는 상황은 어쩐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종종 본 ‘건물주가 임대료 올려서 나와서 냉면집 새로 차렸더니 건물주도 원래 자리에 냉면집 차렸더라’ 레파토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물론 현업자들 사이에선 수많은 이해관계와 계산이 가미되겠지만.
사실 ‘성우 육성’이라는 주제가 갑자기 튀어나와 그렇지, 이 게임의 골자는 기존의 아이돌 육성 게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이마스 시리즈가 ‘돈까스 전문점’, CUE와 배턴릴레이가 치즈까스 전문점과 고구마돈까스 전문점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겠다, ‘큰 틀은 비슷하고, 알맹이가 뭐가 들어가있고 튀기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 수준의 차이인데, 막상 먹어보면 이 차이가 생각보다 중요하게 다가온다.
CUE! 리뷰에서 언급했던 ‘끈기있는 플레이를 필요’하는 점이 대폭 간소화되어 있다.
캐릭터 육성 파트가 레벨링+한계돌파+호감도 정도로 간단하게 나뉘어져있으며, 그를 위한 아이템들의 획득난이도가 수십배 가량 편하게 설정되어 있다.
특히나 소위 ‘스태미너’라고 하는 시간당 회복자원에 대한 시스템이 굉장히 당황스러운데, 훈련 과정 중에서 플레이스타일에 따라서 소모량보다 더 많은 양을 획득할 수 있게 설계되어 플레이어가 조금만 수고한다면 한도끝도없이 늘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당 화면의 불꽃 마크가 스태미너에 해당하는데, 1을 소모하여 트레이닝을 하면 10이 되돌아오는 황당한 현상을 겪게된다]
그 덕에 서비스 개시 5일만에 플레이어레벨 60~70이 쉽게 보일 정도로 육성 난이도가 낮고, 캐릭터 육성 역시 빠르면 한 자리수 레벨에서 캐릭터가 만렙을 찍어버릴 수 있을 정도다.
스태미너의 회복수단이 분명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저러한 구조를 채택한 데에는 무언가 깊은 뜻이 있는 건 아닐까
호감도를 올리는 것도 간단하다.
일반적인 아이돌 게임의 호감도 시스템이라면 사용 빈도에 따라, 혹은 캐릭터에 따른 기호품을 구하여 선물하는 등의 오랜 시간을 요구하거나 복잡한 재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BR은 훈련 과정 중에 등장하는 ‘토크’아이템을 모아 선물하면 끝이다.
100개에 1단계씩 상승하며, 최대 호감도를 달성하는데에는 3000~4000개의 토크가 필요하지만 훈련 한바퀴에 대략 2~3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한번에 60~180개씩 드랍이 된다.
각 잡고 한다면 두어시간이면 호감도작이 끝나버린다.
이렇게 호감도를 올리고 나면 추가 의상이나 배경, 캐릭터 스토리 등이 개방된다.
[호감도 30레벨 달성시 획득하는 신규 일러스트와 복장]
한계돌파 시스템은 일반적인 ‘레벨 상한 해제’가 아닌, ‘추가 스킬 슬롯 개방’개념이고, 이는 동일 유닛을 합성하는 방법 외에는 개방이 불가능하다.
고난이도 미션이나 PvP가 실장될 경우 갈수록 추가 스킬이 필요해질 것 같긴 하지만, 현재 개방된 컨텐츠는 슬롯 개방을 전혀 하지 않고서도 최고단계 보상이 획득 가능하다.
결국 뭔가 훑어보니 돈 쓸 구석이 별로 없다.
심지어 캐릭터 뽑기도 CUE!의 5%를 높은 확률이라 칭찬했었는데, BR도 동일한 제공확률으로 나왔다.
거기다 생일픽업이네 뭐네 해서 ‘노리는 캐릭터를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선 CUE보다 한술 더 뜬다.
뽑기로도 크게 돈을 쓸 구석이 없다는거다.
세부적인 요소 역시 필자에게는 강점으로 다가왔다.
UI가 간소화되어 있으며 큼직큼직해서 시인성이 좋고, 히에랄키가 복잡하지 않아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UX규칙성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이 좀 있긴 하지만, 이정도면 크게 불평없이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다.
스토리 역시 ‘아이돌 성우’에서 아이돌보단 성우에 좀더 포커스를 맞추었으며, 각각의 등장인물이 서로가 라이벌인 동시에 동료임을 인식하고 있고, ‘성우’라는 직업에 각자의 가치관을 투영하여 고뇌하고 고찰하며 성장해 나가는 진지한 모습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또한 레코딩 화면에 자잘한 현업요소가 들어간다거나, 트레이닝 메뉴가 좀더 현실적인 성우양성소의 스타일이라거나, 레코딩 후에 각자의 대본을 확인할 수 있다거나 하는 점은 성우 업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라면 플러스 요소로 다가올 수 있는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레코딩 현장에서나 볼법한 화면과 대본]
[실제 게임 내에서 보게되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도 들어있다.
캐릭터 디자인에서 원화, 채색 등 각종 실무자료들이 즐비하다.
레코딩이 끝난 작품은 DVD 메뉴처럼 이것저것 열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냥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CUE와 유사하게 ‘플레이어블한 컨텐츠가 생각보다 얼마 없다’는 점은 BR도 동일하게 당면한 문제고, 유저가 직접 가지고 놀 거리가 얼마 없다는 점 역시 문제다.
물론 발매한지 2주 정도인 상황이라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가뜩이나 CUE에 비해 육성속도가 무시무시하게 빠르다 보니 컨텐츠가 고갈되는 속도도 무시무시하게 빠르다.
I-tron의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발표된 바가 없지만, 개발 측에서도 컨텐츠 소모속도를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미 드랍빈도 등의 세부적인 밸런싱에 들어가긴 했다.
어째선지 더 퍼주는 방향으로 밸런싱이 들어가긴 했다만, 이는 곧 ‘추가적인 컨텐츠 업데이트를 이미 구상하고 있으며, 이정도 퍼 줘도 걱정할 것 없다’는 개발진의 자신감을 반증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뽑기확률이 좋긴 하지만, CUE와 동일하게 ‘캐릭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플레이가 쉬워지는’ 탓에 최종적으로 SSR부터 N까지 모든 캐릭터를 다 소지하고 모두 육성하여 플레이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어느정도 현실과 타협하여 플레이할 수도 있지만, 캐릭터 지정 및 속성지정 보너스가 있는지라 많으면 많을수록 편해지는 것은 사실이고, 아마 앞으로 이 점이 PvP의 분수령이 되지 않을까 싶다.
P2W을 즐길수 있는 PvP, 무료로도 거의 대부분을 누릴 수 있는 PvE를 양립하여 지갑을 털겠다는 심산인 것 같은데… 필자의 게임 철학으로 비추어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한 BM이 아닐까 한다.
[일러스트는 취향을 좀 타며, 같은 게임 내에서도 편차가 좀 심한 편이다. 카드일러가 전반적으로 좀 더 공이 들어간 편]
탄생 비화도 그렇지만, 컨셉도 겹치는데다 장르마저 같으니 승자는 결국 한 명만 남을 것이다.
발매시기가 좀더 빨랐던 CUE가 살아남을 것인지, 원조 주방장이 개업한 국밥집 BR이 살아남을지, 아직 귀추를 판단하기엔 판단근거가 부족하다.
누가 살아남건 간에 실력있는 신인 성우가 시장에 유입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고, 이런 새로운 방식의 등용문이 생긴다는 것 역시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시작점이 어찌되었건 결국 꾸준한 자기반성과 발전을 이어나가는 쪽이 승자가 될 것이니, 두 게임 모두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한 걸음을 계속해줬으면 하고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