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STYLE당신이 연애를 못하는 이유—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2021-02-03

당신이 연애

하는 이유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고?



‘누구가 보고 싶어’라고 말해도 그것은 누구와 전혀 상관없는 감정이다. 

‘족발 먹고 싶다’라고 말해도 나는 ‘족발’이 먹고 싶은 게 아니고 ‘족발’이라고 불리는 뭔가를 말하고 싶은 것이다. (…중략) 

서로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상대가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마주보고 있는, 엇갈렸더라도 한 테이블에 있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그러면 나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유성원, 『아무도 만나지 않고 무엇도 하지 않으면서』 에서.


 가끔은 누군가가 못 견디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누군가를 안고 싶다거나, 섹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한 생각들을 끊임없이 연장해나가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이 모호해지고는 한다. 

 그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원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필요한 것은 단지 모종의 따스한 감정과 체온인가?


 사실,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말에는 솔로들의 현생은 천국이 아니고 커플들의 삶 또한 지옥이 아니라는 반어적인 진리가 담기어 있다. 

 어떤 커플들도 ‘커플천국 솔로지옥’이라는 말을 제창하지는 않기 때문에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말은 외치면 외칠수록 비참해진다. 

 정말 빛이 나는 솔로는 것은 불가능한 걸까?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연애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외로움’을 타기는 할 것 같다. 

 물론 우리에게는 가족과 친구가 있기는 하지만 애인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은 좀 다른 종류인 것 같다. 

 연인 사이에서 성적인 쾌락을 공유한다는 사실이 다른 관계들과 비교했을 때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이기는 하지만, 섹스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연인이라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주는 특별한 정서적인 지지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에 존재한다. 


 보편적인 욕구를 가지고 있는, 그리고 속세를 떠나지 않은 대부분의 인간은 연애를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폴리아모리에 대한 가능성을 굳이 배제하지는 않겠다.) 

 즉. 우리 모두는 ‘솔로천국 커플지옥’이라는 외침이 일종의 자기위로이고, 좀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정신승리’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우리가 연애를 하지 않는—아니, 못하는—이유는 미디어에서 다루는 것처럼 그렇게 평면적이지만은 않다. 


누군가는 말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

젠더갈등의 심화와 성 인지 감수성의 문제

 성 인지 감수성의 개념에 대해서 합의된 정의는 없지만, 흔히 성별 간의 차이로 인해 불거지는 일상생활 속에서의 차별이나 불균형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고는 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이성의 성으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척도가 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사회에서는 젠더 갈등이 심화 되고 있다. 

 누군가는 이를 진정한 평등을 이루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라고 말하고, 누군가는 피해의식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펼치는 일종의 정치행위라고 말한다. 

 필자는 단지 이 모든 것들이 언제인가는 불거졌을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갈등 자체보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사실 연애를 하지 못하는 첫 번째 이유로 나열하기에는 다소 민감한 감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문제로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연인과 헤어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 받고, 인정 받기를 바란다. 

 성별은 우리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조건이고, 한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성별의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삶의 차이를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물론, 자신이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삶을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이 겪어보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그것을 실제로 겪은 사람이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줄 조차 모른다면……. 사랑에는 이해가 전제되어 있고 이해는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두 번째 이유

을 챙기기 전에 를 챙겨야 하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연애를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로 그들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연애를 못한다기보다는 적당한 상대가 없어서 선택적으로 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연애를 시작한다고 해도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서 그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심지어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연인관계를 맺을 때는 다른 어떤 종류의 관계보다도 상호간의 신뢰와 정서적인 유대감이 중요시된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환부나, 치부가 되는 측면까지고 공유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또한 나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는 것에 두려움을 느껴서 관계가 진척되지 않은 적이 많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대한 두려움은 그런 종류의 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점으로 작용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관련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부정적인 감정으로는 관계의 일방적 유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소아정신분석가 에릭슨에 따르면 우리는 생후 1년 사이에 부모의 일관성 있는 행동을 통해서 신뢰감을 형성하게 된다. 

 신뢰감은 또한 내면의 가장 밑바탕에서 버팀목이 되어주는 덕목이기도 하다. 

 즉 어린 시절에 형성한 부모와의 유대관계가 향후 연인과의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보았을 때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어떠한 부분에서든지 불완전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이 나의 결핍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내 잘못이 때문이 아니다. 

 내가 사랑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심리적인 불안에서 기인한 비합리적인 것들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면 이는 충분히 상담을 포함한 치료를 통해서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이유

너무나 줄어든 사랑기회비용

 최근에는 사랑을 제외한 다른 것들의 효용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다. 

 즉, 사랑과 삶의 균형이 맞지 않다고 느끼자, 연애를 버리는 패로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먼저, 혼자 즐길 수 있는 유희거리들이 이전보다 다양화 되었다. 

 또한 (제 아무리 젊은 한 때에 불과하다고 할지라도) 한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다수와 가벼운 만남을 갖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이전과 같은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사랑보다는 일이나 자기계발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할 만큼 관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들 모두는 때때로 연애를 갈망하는 것처럼 보이고 자신의 싱글 생활에 대해서 불만을 토하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을 감수하면서 까지 애인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결코 없다.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으로 범람하고 있는 서사를 접하면서 자라왔다. 

 그 안에서의 사랑은 왠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응당 해야 하는 덕목처럼 묘사되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이 준 교훈이 무엇인가? 배신과 불신 그리고 인류애의 상실이 아닌가? 

 즉, 보여주기식 사랑은 썩 필요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지금 당장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불안해하거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들 각자는 저마다의 속도가 있고, 그것에 맞추어서 각자에게 맞는 사랑을 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