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STYLE우리가 섹스를 하는 이유

2021-02-02


우리가 섹스를 하는 이유


“그런데 당신은 프로라고 할까…… 그러니까 직업적으로 이걸 하는 사람인가?”

“아뇨. 틀렸어요. 프로 같은 거 아니에요. 변태도 아니고. 그냥 일반 시민이에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 그냥 솔직하게 이성과 성행위를 하고 싶을 뿐이라구요. 

특이한 것도 아니고 지극히 정상적인 거잖아요. 

어려운 일 하나 끝내고 해가 저물어서 가볍게 술 한잔하고 낯선 사람과 섹스하면서 발산하고 싶다구요. 

신경을 좀 쉬게 하고 싶어요. 

그게 필요해요. 

당신도 남자라면 그런 기분 잘 알겠죠?”

무라카미 하루키, 『1Q84』 에서.


 누군가는 호감을 표현할 때에 자신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드러내 보이고는 한다. 

 나는 그가 바라는 것이 몸이라는 것을 눈치채게 될 때, 과연 그가 fuck-able한 사람일지 가늠해본다. 

 누군가와 육체적인 친밀감을 공유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은 독특하고도 특별한 감정인 것 같다. 

 성욕은 마스터베이션으로도—물론 섹스만큼 좋지는 않은 것 같지만—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군가와 자고 싶다고 느끼는 것은 그를 좋아한다고 느끼는 것과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A라는 지인은 나에게 ‘처음에는 단순히 자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괴짜스러운 고백을 한 적이 있다. 

 그의 말에 비추어 보았을 때나, 섹스 파트너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만을 고려해보아도 육체적인 코드를 건드리는 사람은 따로 존재하는 것 같다.   


 만약 ‘섹스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상태 또한 기분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위로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과 많이 닮아 있다고 말하고 싶다. 

 마치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은 날처럼, 섹스 한 번만 하면 기적적으로 괜찮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나만 그래?)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위로기 필요한 순간에는 작업을 치고, 섹스가 필요한 순간에는 쓸데없는 위로를 해서 답답하게 만들고는 한다. 

 당연히, 육체적인 위로와 정서적인 위로 간에는 서로가 서로를 대체하지 못하게 하는 차이가 있다. 


 자위는 섹스의 대체재가 될 수 있을까? 

 때에 따라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자위가 줄 수 있는 것은 섹스 안에 포함되어 있는 반면에 그 반대의 경우는 성립하지 않는 것 같다.

 혹자는 자위가 섹스가 끝난 이후와는 다른 종류의 공허감을 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사 후의 오후’는 누구와 섹스를 나누는지에 따라서 허무함을 줄 수도 만족감을 줄 수도 복잡한 기분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 


 물론 인간이라는 동물은 섹스를 추구하게끔 프로그램화 되어 있다.

 즉, 단순히 그것이 우리의 기분을 좀 더 낫게 만들기 때문에 섹스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유성생식의 이점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이 지면은 사이언스지를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상당히 복잡한 존재이고, 단순히 무엇인가를 먹는 행위 조차도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만 행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우울해서, 심심해서, 분위기를 잡기 위해서 그리고 그 외에도 수십 가지 이유에서 무엇인가를 씹고 마시고 맛본다. 

 섹스 또한 마찬가지이다. 

 섹스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사람들은 많게는 수백 가지의 이유를 나열하기도 하였다. 

 여기에서는 이를 크게 육체적인 이유, 정서적인 이유, 그리고 좀 더 복잡한 이유로 분류하여 이야기 하고자 한다.


#1 당연히 “섹스 = 성욕해소” 아니야?

 섹스를 하는 가장 직관적인 이유는 성욕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종종 과학과 관련된 지면에서 ‘개무시’를 시전하기도 하는 이유이지만, 우리는 어쨌거나 섹스를 통해서 양질의 쾌락을 추구한다. 

 그러나 성욕을 해소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다른 육체적인 이유에서 섹스를 하기도 한다. 


 먼저, 섹스는 긴장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다. (왠지 ‘긴장을 해소해주는 역할’이라고 말하니까 마치 ‘명상의 장점’같은 걸 소개하는 느낌이 든다)

 ‘섹스’라는 단어 자체에는 행위를 하는 도중의 격정이 강하게 묻어나기도 하지만, 사실 필자가 가장 먼저 연상하는 느낌은 행위가 끝나고 난 후의 따스함이나 나른함이다.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밤에는 정사 후 몸의 근육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들이 그리워지는 순간들이 많다. 

 섹스를 하는 것은 몸을 피곤하게 만드는 가장 기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흥미로운 것은 어떤 사람들은 섹스를 ‘잘’하기 위해 섹스를 더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실전 경험이 중요한 행위이니 일리가 있는 이유이다. (물론 단순히 양을 늘리는 것보다 다양성도 함께 추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인간에게는 발정기가 존재하지 않는다지만 특별히 육체적인 욕구가 강하게 느껴지는 시기들이 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생리주기를 전후로 해서 호르몬상의 변화가 심해지고, 그 즈음이 되면 묘하게 섹스에 대한 욕구가 강하게 느껴진다. 

 고정적인 파트너가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안전한 파트너를 찾는 것부터가 고역이다.

 가끔 ‘섹스 파트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2 Sound in body, sound in mind

 정서적인 이유에 기인해서도 섹스를 찾게 된다. 

 잘못된 화해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 때는 연인과 다투고 난 뒤에 섹스를 함으로써 화해를 하기도 하였다. 

 육체적인 친밀감은 정서적인 것과도 곧 연결된다. 

 누군가에게 스킨십을 허용한다는 것은 상호 간의 애정을 확인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섹스를 통해서 화해를 하는 것이 위험한 이유는 단지 이 행위만이 애정을 확인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애정이 담긴 스킨십은 당연히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과의 적극적인 섹스와, 그 안에서 하는 애정 어린 말들은 자존감을 높여주기도 한다. 

 타인으로부터 매력 있어 보이는 것을 기피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성적인 매력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건강한(?) 섹스를 함으로써 안정된 자존감을 다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서적인 압박이나 스트레스로 인해서 섹스에 임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파트너가 그것을 기대하고 있고, 그 행위를 하지 않으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때에도 섹스를 한다. 

 이는 물론 개인적인 기분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지만 아무튼 ‘섹스가 필요하다’고 느끼게 하는 동기는 맞다. 

 즉 상대방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섹스를 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3 물론 다른 목적이 있을 수도 있다

 드물지 않게, 섹스는 전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역시나, 색계 같은 영화 속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즉 앞에서 살펴보았던 두 가지 큰 맥락과는 다른 좀 더 복잡한 이유에서 섹스를 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바람을 피운 파트너에게 일종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히 게임과도 같은 의미에서 트로피를 모으듯이 다른 사람과 섹스를 하기도 한다. 

 전자의 경우 우리는 상대방에게 같은 고통을 주기 위해서, 또 상대방이 나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섹스를 한다. 

 필자 또한 상대방의 관계에 대한 불성실한 태도로 헤어지고 난 후 보란 듯이 그가 싫어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 한 적이 있다. 

 유치해 보일 수 있겠지만 그를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런 행동을 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