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Y&FOOD[FOOD] 커피에 관한 쌉소리


 커피에 관한 

 쌉소리
 <커피의날 기념>


by 김현석




제법 날씨가 쌀쌀해지는 10월. 가을이 왔음을 피부에 돋친 닭살로 느끼다보면 뜨끈하고, 든든한 국ㅂ…아니 커피가 땡긴다. 
섹스도 땡기긴 하지만… 어쨌든, 에티오피아의 이름 모를 양치기 소년이 처음 발견한 커피는 이단들이 먹는 ‘악마의 음료’로서 유럽을 은밀하게 점령했고, 세계를 돌고 돌아 한국까지 상륙했다. 한국에서 커피는 귀족만 즐기는 사치였고, 엘리트 도시인들의 일상 속 여유였으며, 귀한 손님에게 대접에 담아 대접하는 정이었고, 거리를 활보하던 된장녀들의 허영심이었다. 지금은 국민음료로서 커피 한 잔의 여유는 커녕 똥 쌀 시간마저 부족한 사람들조차 커피를 입에 달고 사는 세상이 됐다. 


오늘날 무지성으로, 습관적으로 마시는 커피지만 한때 유럽에서는 섹스의 기폭제로 사용된 적도 있었다. 커피가 아랍을 거쳐 17세기 기독교가 지배하던 유럽에 소개됐기에 종교적 문제로 ‘악마의 음료’라 부르기도 했지만, 당시 커피는 성적 자극제로 알려졌다. 금욕이 기본 베이스인 기독교 사회에서 성적 흥분을 유도하는 음료는 그야말로 ‘악마의 음료’였을 것이다. 마시면 피곤이 사라지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몸의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니 최음제라 생각한 것이 무리는 아니었을 터. 독일의 작곡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는 커피와 성욕을 소재로 한 ‘커피 칸타타(BWV 211)’를 작곡해 섹스의 묘약으로서 커피의 효능을 예찬했을 정도다.


작년 한 여성 틱톡커가 에스프레소 3잔을 마신 뒤 섹스를 했더니 평소보다 몇 배로 오르가즘을 느꼈다며 섹스 전 커피 복용을 권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커피가 섹스와 연관이 있다는 의학적 연구들은 실제로 존재한다. 하루 한 잔 이상 커피를 마시는 중년 여성은 성생활 빈도가 증가했으며, 남성의 경우 남성호르몬의 양이 증가하고 발기력이 좋아졌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다른 연구에서도 커피가 남성과 여성의 성욕을 증가시키고 성행위 동기를 유발하며, 남성의 음경 혈관을 확장시켜 발기력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커피가 성적 욕망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Dopamine)’의 분비를 자극해 성욕을 증가시키는 원리라고. 카페인은 혈관 확장제로 피가 흐르는 모든 곳에 작용하다 보니 성기의 감각들도 더 예민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커피가 섹스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도 많다. 커피가 교감신경계의 긴장을 초래해 성적 흥분을 오히려 줄이고 ‘코르티손(Cortisone)’이라 불리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상승시켜 성기능을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카페인이 남성의 음경해면체에서 발기에 관여하는 ‘아데노신(Adenosine)’의 활동을 억제해 발기 강도가 떨어졌다는 연구도 있다. 또한 자율 신경이 극도로 자극돼 발기가 되지 않거나 조루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카페인은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잔뇨감, 배뇨 욕구 때문에 섹스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연구 결과가 들쭉날쭉한 이유는 카페인이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 그대로 랜덤인 것이다. 커피가 자신의 섹스에 도움이 되는지, 방해가 되는지 알고 싶으면 직접 마셔보고 실험해 볼 수밖에 없다. 커피가 섹스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차라리 잊고 지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이러니, 저러니 복잡하게 따지지 말고 향긋한 커피 맛에 더 집중하자. 


10월 1일은 세계 커피의 날(International Coffee Day)이다. 국제커피기구(ICO)가 커피를 널리 알리고 커피와 관련된 여러 사회적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제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커피 최대 생산지인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서 9월 커피 수확을 마치기 때문에 그 다음 달인 10월의 첫째 날을 커피의 날로 지정했다. 딱히 뭐 할 건 없고, 그냥 평소처럼 커피나 마시자. 가난하고 비루한 하루 속 여유와 힘이 되어주는 커피에 조금이나마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더 좋고.



*크레이지 자이언트 22년 10월호에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