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Pentaport Rock Festival
엔데믹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by Francis
누구나 섹슈얼 판타지가 있는 것처럼 음악 마니아에게도 자신만의 음악적 로망이 하나쯤은 존재한다.
그중 록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푸른 벌판에서 밴드의 음악에 몸을 맡기며 수많은 사람과 소리 지르고 몸을 부대끼며 날뛰는 가운데 자신이 있는 상상을 해봤을 텐데…. 그래. 바로 록 페스티벌이다.
이제 소위 ‘엔데믹’이 가시화되면서 수많은 페스티벌이 다시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최장수 페스티벌인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역시 올해 8월 5일부터 7일까지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2006년부터 시작해 17회 동안 계속 명맥을 이어오는 유서 깊은 록 페스티벌이다.
하지만 한국 록 페스티벌의 역사를 타고 올라가 보면, 펜타포트의 역사는 세기말 파동이 있던 1999년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판단이다.
1996년 지금의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열린 ‘스트리트 펑크 쇼’를 시작으로, 홍대앞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는 당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국민의 정부가 문화적으로 개방된 정책을 취하기 시작한 데다 ‘세기말’이라는, 예술가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시기가 맞물리면서 그런 시도는 보다 폭넓어지고 다양해졌다.
‘크라잉넛’과 ‘델리스파이스’, 옐로우 키친’ 등 클럽 ‘드럭’ 출신의 다양한 밴드들이 자신들이 설 다양한 무대를 찾아 헤메기 시작했다. (모두가 서태지가 일등 공신이라 하지만) 음악 심의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준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노력으로 사전 심의제도가 폐지되면서 지금은 각각 배우와 영화음악가로 더 유명한 백현진과 장영규의 ‘어어부 프로젝트’, ‘황신혜 밴드’ 등 실험예술을 가미한 밴드들은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무대가 필요했다. 이때 인천시와 기획사 ‘아이예스컴’이 손을 잡고 글로벌한 음악 행사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로 페스티벌을 기획하는데… 그것이 전설로 회자되는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이틀간 열리기로 했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놀라웠다. ‘Deep Purple’같은 클래식 록 밴드부터 ‘Dream Theater’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까지, ‘Rage Against The Machine’같은 누메틀의 시초부터 EDM과 접목한 사운드의 ‘Prodigy’까지… 그야말로 록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의 밴드 라인업이었다. 델리스파이스와 크라잉넛, 자우림 등 한국 밴드 역시 빠방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천의 페스티벌에 자주 출몰하는 최강의 빌런 라인업 덕에 죄다 삭제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태풍.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엄청 킹받았을 듯.
때마침 1999년 7월 말 한국 상공을 지나가던 태풍이 싸댄 물폭탄 덕에 페스티벌 사이트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악재에 경험 미숙까지 더해져 무대 안전은 물론 관람객 역시 위험해지게 되었다. 물론 Deep Purple 처럼 감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공연을 강행한 팀도 있지만 첫날 밤부터 모든 공연은 취소되었고, 절치부심 이를 갈던 기획사는 더욱 강려크한 라인업을 구상하며 두 번째 트라이포트를 기획했지만 한국에는 생소했던 페스티벌이라는 개념에, 언론에 보도된 뻘밭 같은 현장 비주얼에 참혹한(?) 실상 보도로 예매율이 바닥을 쳐 그만 취소되고, 이후 몇년 동안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록 마니아들 사이 전설로만 떠돌게 되었다.
이후 세월이 지나 2006년, 절치부심한 인천시와 기획사는 마침내 트라이포트에서 진보한 록페스티벌을 다시 개최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펜타포트는 스노우 패트롤과 스트록스 , 플라시보 등 영국 모던록 밴드와 블랙아이드피스와 제이슨 므라즈 같은 팝스타, 싸이와 넥스트 등 국내 뮤지션을 적절히 배분한 라인업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케미컬 브라더스와 뮤즈 등을 영입한 2007년, 트래비스와 언더월드, 엘르가든이 헤드라이너로 선 2008년 등 연이은 호평을 이어갔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밸리록페스티벌에 매머드급 헤드라이너를 모조리 뺏기면서 펜타포트는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마니아들의 눈길을 끄는 후끈한 라인업을 구성 못하다 보니 사용자들의 발길은 점점 떨어지고, 페스티벌의 동력은 점점 약해졌다. 게다가 밸리록페스티벌의 단점이자 펜타포트의 장점이었던 강력한 헤비니스 라인업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펜타포트는 일반 팬과 마니아들에게 양쪽으로 욕을 먹게 되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던,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가 매번 진흙 뻘밭이 된다는 점도 새삼스레 이슈가 되었다. (안산에서 치러진 밸리록도 난리 블루스였는데…) 때마침 페스티벌 시장에 현대카드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펜타포트는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끈기 있는 자만이 미인의 집에서 라면을 먹…… 아니 목적을 이루는 법. 주최 측은 송도에 페스티벌을 위한 거대한 사이트 ‘송도 달빛공원’을 세운 덕에 펜타포트는 아무리 비가 와도 뻘밭이 되지 않는 쾌적한 사이트에서 공연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 폴아웃보이, 스웨이드, 카사비안, 위저 등 쟁쟁한 라인업도 추가되고 이승환, 넬 등 한국에서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뮤지션들이 헤드라이너로 서면서 다양한 층의 신규 관람객들이 유입되며 페스티벌의 위상은 살아났다. 게다가 인천 지하철 ‘국제업무지구역’에서 10분 거리로 도심형 페스티벌과 전원형 페스티벌의 장점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펜타포트는 또다시 한국 페스티벌의 강자로 그 위상이 살아났다.
물론 2020년 코로나 사태로 한국의 페스티벌이 전면 올 스톱되면서 위기가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펜타포트는 계속 국내외 뮤지션들과 유대관계를 이어가며 온라인 페스티벌로 그 명맥을 이어가며 힘든 감염병 시기를 버텨왔다.
올해 2022년 8월은 고난을 이어온 펜타포트의 결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2년 펜타포트는 뱀파이어위켄즈와 타히티80,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와 모과이, 프롬 비프릿 등 글로벌하면서도 국내 팬들이 사랑하는 다양한 해외 뮤지션을 라인업에 올렸다. 또한 자우림과 넬, 크라잉넛과 선우정아, 잔나비와 발룬티어스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사랑받는 뮤지션은 물론 실리카겔과 새소년, 이디오테잎과 우효, 이랑과 아도이 등 인디씬의 별들의 공연도 펜타포트 현장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엘리펀트 짐과 데프헤븐 등 매니악한 뮤지션들의 공연은 펜타포트 아니면 보기 힘든 퍼포먼스다.
영화 <짝패>에서 친구들을 배신한 장필호는 친구 장태수를 두들겨 팬 다음 조용히 한마디를 건넨다.
“살아보니께,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
MTV가 인기를 끌었을 때 그룹 ‘버글스’는 ‘Video kill the radio star’라 노래했다. 그러나 지금도 라디오는 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TV가 OTT에 밀리는 동안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며 특징 있는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밸리록페스티벌과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페스티벌이 쟁쟁한 슈퍼스타 뮤지션들을 필두로 페스티벌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많은 팬과 전문가들은 ‘펜타포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아쉬움과 비웃음이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모두 틀렸다. 세상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인풋이 많이 들어갔다면 그에 따른 아웃풋도 그만큼 많아야 하는 법. 거대한 자본과 물량으로 기세등등하게 입성했던 초대형 페스티벌들은 모두 자본의 논리로 보이는 모종의 이유로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그러나 펜타포트는 여러 가지 시련과 부침을 이겨내고, 코로나 19 감염병 사태까지도 이겨냈다. 마치 그동안의 시련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인 것처럼, 2022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전망은 밝다. 이번 8월 인천 송도 달빛공원에서, 우리는 예전처럼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몸을 부딪치며,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할 것이다. 예전 코로나가 없던 시절 그랬던 것처럼.
‘록 페스티벌은 위험해’
오해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헤드뱅잉, 모슁, 슬램은 무서워!
록 페스티벌 관중석은 언뜻 보면 무시무시해 보인다. 팔을 마구 휘두르고 발길질을 해대는 사람. 록 페스티벌에 처음 가서 온몸을 사람들에게 부딪치며 뛰어드는 사람,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이 뒤섞여 벌이는 장관을 처음 본 친구는 ‘좀비 영화 같다’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잘 모를 때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
먼저 머리를 흔드는 헤드뱅잉(Headbang)은 워낙 유명한 액션. 손발을 마구 휘두르는 것은 익스트림한 록이나 헤비메틀에 맞춰 주로 하는 모슁(Moshing)이라는 ‘메탈 댄스’다. 슬램(Slam)은 서로에게 몸을 던져 부대끼며 즐기는 일종의 록 공연장 놀이 문화다. 헤드뱅잉이야 피하기 쉽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모슁이나 슬램 무리에 휩쓸리면 다칠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이 바닥(?)에도 일종의 신호와 문법이 존재한다.
보통 그런 액션은 깃발을 중심으로 서클 핏이 형성되며 시작한다. 그러니 모슁이나 슬램을 피하고 싶다면 깃발이 있는 곳에는 접근을 피하는 것이 좋다. 거꾸로 그것들을 구경하고 싶다면 주의 깊게 깃발 쪽으로 접근하면 되고.
그리고, 모슁이나 슬램을 하는 사람들이 그냥 다짜고짜 ‘지랄발광’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슬래머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 공연 중 분위기가 형성되면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들기 시작하고, 한두명이 둥글게 원형으로 뛰며 사람들의 어깨를 치고 다닌다. 여기서 모슁이나 슬램이 시작된다는 전조.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그 사람을 따라 뛰게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한다.
간혹 뮤지션들이 ‘써클 핏!!’을 외치며 손가락을 가리켰을 때 갑자기 엉뚱한 지역에 서클 핏이 생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원치 않는데 서클 핏에 말려들었다면, 두 손을 위로 들고 손바닥을 흔들며 액션을 취해보자. 부근 슬래머들은 액션을 멈추고 당신을 서클 핏 밖으로 안내할 것이다.
위스키 선물 받았네! 록페가서 마셔야지~
굳이 록이 아니어도, 페스티벌에 술을 빼놓기는 쉽지 않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록페스티벌 현장에서 일일 주류 매출이 억대를 넘어간다고 하는데… 보수적으로 하루 1억 원이라 쳐도 하루 500cc 맥주 2만 잔, 1천만 리터가 팔리는 셈. 실제로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물보다 맥주를 구하기가 더 쉽다. 그런데 맥주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많이 마시면 화장실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 맥주를 많이 마시다 보면 땀을 많이 흘려도 수시로 방광이 땡겨온다. 관객들이 잔뜩 있는 객석 한가운데서 화장실로 전력 질주해도 어지간하면 최소 5분. 줄이라도 서 있다면 그 시간은 더 길어지겠지…
그렇다고 맨정신에 공연을 보긴 좀 밋밋하잖아.
둘째. 비싸다. 보통 400~500cc 한 잔에 5천 원 정도 하는데, 훌렁훌렁 마시다 보면 하루 술값 5만 원은 일도 아니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주머니는 비어가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작업을 해보려 해도 괜히 위축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입장할 때 소주나 위스키 같은 독주를 챙겨가면 되는 거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페스티벌은 주류와 음료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주류는 모두 불가능. 음료의 경우 뚜껑을 제거한 500mL 이하의 생수만 허용하고 있다. 그마저 병이 유리나 금속 재질이라면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유리나 금속은 사람들이 밟거나, 무대로 던질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다른 술이나 음료는 왜 금지하는 걸까?
페스티벌 뮤지션 개런티를 비롯한 지출 비용은 입장 수입만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가 99%. 이를 충당하기 위해 거의 대부분의 페스티벌은 스폰서들에게 부스를 제공해 홍보하거나 매장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당연 록 페스티벌의 메인 스폰서 중에는 반드시 주류 회사가 포함되고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는 주류 반입을 금지할 수밖에 없다.
록 페스티벌 사이트에는 맥주 말고도 다양한 칵테일과 독주들을 팔기도 하니,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작업할 때 활용하시고. 아쉬워도 주류 반입은 참아보도록 하자. 술에 잔뜩 취해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다니는 건 위험하기도 하고.
록 페스티벌의 로망은 캠핑이다!?
록 페스티벌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현장에서 뒹굴며 텐트에서 먹고 자고 사랑(?)까지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좋아?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면 옆에 어제 만난 새로운 사랑이 쌔근쌔근 자고 있고… 그녀와 함께 손잡고 공연을 보며 감정을 쌓아가고 밤에는 헤드라이너의 퍼포먼스를 백으로 키스를 나눈 후 텐트로 들어가 더 깊은 관계를 메이드한다. 근데 그거 알아? 이거야말로 ‘신과 함께’ 급 판타지라고. 지금부터 록 페스티벌 현장 텐트의 진실을 공개한다.
록 페스티벌은 여름에 열리 지. 평균 일출 시간은 5시 30분~6시다. 아무리 그늘 아래 텐트를 쳤어도 6시 30분만 되면 텐트 안 온도는 30℃ 이상. 대부분 텐트 허가 지역은 잔디밭인 만큼, 습기가 올라와 텐트 안은 습식 사우나로 변한다. 자, 어쨌든 그렇게 잠에서 깼다고 치자. 이제 밤새 흘린 땀으로 몸에서는 쩐내가 나기 시작하고… 이동식 샤워실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그래. 자신이 워낙 아웃도어 생활에 익숙해 이런 불편함 모두 감수할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여자친구와 함께 갔거나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이성을 만나 함께 하고자 한다면, 정신 차렷! 텐트에서 뭘 하겠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상 그냥 야외에서 자는 거나 매한가지. 그냥 잠만 잘 거 아니면 하려던 거 다 포기하자.
아니, 애초에 여친과 록 페스티벌 왔다면, 그냥 숙소를 잡아. 뽀독뽀독 씻을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있어야 뭘 좀 해보지! 그러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사이트인 송도 달빛공원 10분 거리 내에 저렴한 숙소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평일 6~10만 원 하는 숙소는 성수기인 8월 초엔 갑절 이상으로 올라가고, 그나마 모두 매진. 하지만 송도 달빛공원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걸리는, 옥련동 부근 송도 유원지에는 모텔들이 여러 개 있으니 그곳에 미리 숙소를 잡아 쾌적한 성생…. 아니 페스티벌 생활을 즐겨보자.
잔디밭서 예쁜 옷 예쁜 신발 신고 인생샷 찍어야지!
예쁜 사진 찍기에 록 페스티벌 사이트만 한 곳이 없다. 드넓은 잔디밭에 햇볕은 쨍쨍 빛나고, 사방에서 난반사 광원이 빛나는 록 페스티벌 행사장의 잔디밭은 누가 봐도 햇빛 맛집. 이 정도면 누구든 뭔가 인생샷에 대한 로망이 생기고 멋지고, 짐을 쌀 때 예쁜 옷과 신발을 잔뜩 준비해 가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좋다. 1년에 한번 있는 인생샷의 기회를 확실히 챙기는 거야 좋다 이 말이야. 하지만 록 페스티벌 패션에서는 고려할 게 몇 가지 있다.
먼저 신발. 끈으로 된 플랫 샌들 같은 건 노노. 오래 서 있음 허리와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놀다가 발이라도 밟히면 발등 부러진다. 비싼 구두도 금물. 사람들 온열질환을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쏴대는 물대포에 가죽을 다 버릴 수도 있고 여기저기 밟혀서 망가질 테니까. 제일 좋은 건 발등을 보호하는 조깅화나 스니커 같은 게 여러모로 안전하고 놀기도 좋다. 예쁜 스니커도 많잖아.
살 타기 싫다고 긴바지를 입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땀이 많이 나면 옷에 들러붙어 영 거북하고 찝찝하기까지 하다.
기왕 록 페스티벌 온 김에, 그냥 자외선 차단제 팍팍 바르고 건강하게 태닝하는 게 낫지 않나? 참고로 페스티벌 사이트에는 스프레이류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니 선 스프레이 대신 선크림으로 준비해야 한다.
상의는 펄럭펄럭거리는 것보다 가벼운 티셔츠를 준비하자.
록 페스티벌이니 밴드 셔츠를 가져가도 좋고 현장에서 뮤지션 굿즈를 구입하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자 기념품이 되지 않을까?
밴드 슬로건이 인쇄된 타월 같은 것도 좋고. 특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굿즈들은 퀄리티가 좋기로 유명하다.
*크레이지 자이언트 2022년 8월호에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
2022 Pentaport Rock Festival
엔데믹과 함께 다시 돌아왔다!
by Francis
누구나 섹슈얼 판타지가 있는 것처럼 음악 마니아에게도 자신만의 음악적 로망이 하나쯤은 존재한다.
그중 록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푸른 벌판에서 밴드의 음악에 몸을 맡기며 수많은 사람과 소리 지르고 몸을 부대끼며 날뛰는 가운데 자신이 있는 상상을 해봤을 텐데…. 그래. 바로 록 페스티벌이다.
이제 소위 ‘엔데믹’이 가시화되면서 수많은 페스티벌이 다시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최장수 페스티벌인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역시 올해 8월 5일부터 7일까지 정상적으로 개최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 왔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2006년부터 시작해 17회 동안 계속 명맥을 이어오는 유서 깊은 록 페스티벌이다.
하지만 한국 록 페스티벌의 역사를 타고 올라가 보면, 펜타포트의 역사는 세기말 파동이 있던 1999년에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판단이다.
1996년 지금의 홍대 상상마당 앞에서 열린 ‘스트리트 펑크 쇼’를 시작으로, 홍대앞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는 당시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국민의 정부가 문화적으로 개방된 정책을 취하기 시작한 데다 ‘세기말’이라는, 예술가들의 상상을 자극하는 시기가 맞물리면서 그런 시도는 보다 폭넓어지고 다양해졌다.
‘크라잉넛’과 ‘델리스파이스’, 옐로우 키친’ 등 클럽 ‘드럭’ 출신의 다양한 밴드들이 자신들이 설 다양한 무대를 찾아 헤메기 시작했다. (모두가 서태지가 일등 공신이라 하지만) 음악 심의 제도의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애써준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노력으로 사전 심의제도가 폐지되면서 지금은 각각 배우와 영화음악가로 더 유명한 백현진과 장영규의 ‘어어부 프로젝트’, ‘황신혜 밴드’ 등 실험예술을 가미한 밴드들은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무대가 필요했다. 이때 인천시와 기획사 ‘아이예스컴’이 손을 잡고 글로벌한 음악 행사를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로 페스티벌을 기획하는데… 그것이 전설로 회자되는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1999년 인천 송도에서 이틀간 열리기로 했던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의 라인업은 놀라웠다. ‘Deep Purple’같은 클래식 록 밴드부터 ‘Dream Theater’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까지, ‘Rage Against The Machine’같은 누메틀의 시초부터 EDM과 접목한 사운드의 ‘Prodigy’까지… 그야말로 록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장르의 밴드 라인업이었다. 델리스파이스와 크라잉넛, 자우림 등 한국 밴드 역시 빠방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천의 페스티벌에 자주 출몰하는 최강의 빌런 라인업 덕에 죄다 삭제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태풍.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엄청 킹받았을 듯.
때마침 1999년 7월 말 한국 상공을 지나가던 태풍이 싸댄 물폭탄 덕에 페스티벌 사이트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악재에 경험 미숙까지 더해져 무대 안전은 물론 관람객 역시 위험해지게 되었다. 물론 Deep Purple 처럼 감전의 위험을 무릅쓰고 공연을 강행한 팀도 있지만 첫날 밤부터 모든 공연은 취소되었고, 절치부심 이를 갈던 기획사는 더욱 강려크한 라인업을 구상하며 두 번째 트라이포트를 기획했지만 한국에는 생소했던 페스티벌이라는 개념에, 언론에 보도된 뻘밭 같은 현장 비주얼에 참혹한(?) 실상 보도로 예매율이 바닥을 쳐 그만 취소되고, 이후 몇년 동안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은 록 마니아들 사이 전설로만 떠돌게 되었다.
이후 세월이 지나 2006년, 절치부심한 인천시와 기획사는 마침내 트라이포트에서 진보한 록페스티벌을 다시 개최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펜타포트는 스노우 패트롤과 스트록스 , 플라시보 등 영국 모던록 밴드와 블랙아이드피스와 제이슨 므라즈 같은 팝스타, 싸이와 넥스트 등 국내 뮤지션을 적절히 배분한 라인업으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케미컬 브라더스와 뮤즈 등을 영입한 2007년, 트래비스와 언더월드, 엘르가든이 헤드라이너로 선 2008년 등 연이은 호평을 이어갔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밸리록페스티벌에 매머드급 헤드라이너를 모조리 뺏기면서 펜타포트는 큰 시련을 겪어야 했다. 마니아들의 눈길을 끄는 후끈한 라인업을 구성 못하다 보니 사용자들의 발길은 점점 떨어지고, 페스티벌의 동력은 점점 약해졌다. 게다가 밸리록페스티벌의 단점이자 펜타포트의 장점이었던 강력한 헤비니스 라인업까지 줄어들게 되면서 펜타포트는 일반 팬과 마니아들에게 양쪽으로 욕을 먹게 되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던, 페스티벌이 열리는 장소가 매번 진흙 뻘밭이 된다는 점도 새삼스레 이슈가 되었다. (안산에서 치러진 밸리록도 난리 블루스였는데…) 때마침 페스티벌 시장에 현대카드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펜타포트는 진퇴양난의 상황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러나 끈기 있는 자만이 미인의 집에서 라면을 먹…… 아니 목적을 이루는 법. 주최 측은 송도에 페스티벌을 위한 거대한 사이트 ‘송도 달빛공원’을 세운 덕에 펜타포트는 아무리 비가 와도 뻘밭이 되지 않는 쾌적한 사이트에서 공연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 폴아웃보이, 스웨이드, 카사비안, 위저 등 쟁쟁한 라인업도 추가되고 이승환, 넬 등 한국에서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뮤지션들이 헤드라이너로 서면서 다양한 층의 신규 관람객들이 유입되며 페스티벌의 위상은 살아났다. 게다가 인천 지하철 ‘국제업무지구역’에서 10분 거리로 도심형 페스티벌과 전원형 페스티벌의 장점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펜타포트는 또다시 한국 페스티벌의 강자로 그 위상이 살아났다.
물론 2020년 코로나 사태로 한국의 페스티벌이 전면 올 스톱되면서 위기가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펜타포트는 계속 국내외 뮤지션들과 유대관계를 이어가며 온라인 페스티벌로 그 명맥을 이어가며 힘든 감염병 시기를 버텨왔다.
올해 2022년 8월은 고난을 이어온 펜타포트의 결실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2년 펜타포트는 뱀파이어위켄즈와 타히티80, 재패니즈 브렉퍼스트와 모과이, 프롬 비프릿 등 글로벌하면서도 국내 팬들이 사랑하는 다양한 해외 뮤지션을 라인업에 올렸다. 또한 자우림과 넬, 크라잉넛과 선우정아, 잔나비와 발룬티어스 등 다양한 미디어에서 사랑받는 뮤지션은 물론 실리카겔과 새소년, 이디오테잎과 우효, 이랑과 아도이 등 인디씬의 별들의 공연도 펜타포트 현장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엘리펀트 짐과 데프헤븐 등 매니악한 뮤지션들의 공연은 펜타포트 아니면 보기 힘든 퍼포먼스다.
영화 <짝패>에서 친구들을 배신한 장필호는 친구 장태수를 두들겨 팬 다음 조용히 한마디를 건넨다.
“살아보니께, 강한 놈이 오래가는 게 아니라
오래가는 놈이 강한 거더라?”
MTV가 인기를 끌었을 때 그룹 ‘버글스’는 ‘Video kill the radio star’라 노래했다. 그러나 지금도 라디오는 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TV가 OTT에 밀리는 동안 나름의 영역을 구축하며 특징 있는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밸리록페스티벌과 현대카드 시티브레이크 페스티벌이 쟁쟁한 슈퍼스타 뮤지션들을 필두로 페스티벌 시장에 뛰어들었을 때, 많은 팬과 전문가들은 ‘펜타포트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며 아쉬움과 비웃음이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모두 틀렸다. 세상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인풋이 많이 들어갔다면 그에 따른 아웃풋도 그만큼 많아야 하는 법. 거대한 자본과 물량으로 기세등등하게 입성했던 초대형 페스티벌들은 모두 자본의 논리로 보이는 모종의 이유로 몇 년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해야 했다. 그러나 펜타포트는 여러 가지 시련과 부침을 이겨내고, 코로나 19 감염병 사태까지도 이겨냈다. 마치 그동안의 시련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인 것처럼, 2022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의 전망은 밝다. 이번 8월 인천 송도 달빛공원에서, 우리는 예전처럼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몸을 부딪치며,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고 사랑을 할 것이다. 예전 코로나가 없던 시절 그랬던 것처럼.
‘록 페스티벌은 위험해’
오해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록 페스티벌 관중석은 언뜻 보면 무시무시해 보인다. 팔을 마구 휘두르고 발길질을 해대는 사람. 록 페스티벌에 처음 가서 온몸을 사람들에게 부딪치며 뛰어드는 사람, 목이 부러져라 고개를 흔드는 사람들이 뒤섞여 벌이는 장관을 처음 본 친구는 ‘좀비 영화 같다’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잘 모를 때는 그렇게 보일 수 있지.
먼저 머리를 흔드는 헤드뱅잉(Headbang)은 워낙 유명한 액션. 손발을 마구 휘두르는 것은 익스트림한 록이나 헤비메틀에 맞춰 주로 하는 모슁(Moshing)이라는 ‘메탈 댄스’다. 슬램(Slam)은 서로에게 몸을 던져 부대끼며 즐기는 일종의 록 공연장 놀이 문화다. 헤드뱅잉이야 피하기 쉽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모슁이나 슬램 무리에 휩쓸리면 다칠 수도 있다. 그러나 엄연히 이 바닥(?)에도 일종의 신호와 문법이 존재한다.
보통 그런 액션은 깃발을 중심으로 서클 핏이 형성되며 시작한다. 그러니 모슁이나 슬램을 피하고 싶다면 깃발이 있는 곳에는 접근을 피하는 것이 좋다. 거꾸로 그것들을 구경하고 싶다면 주의 깊게 깃발 쪽으로 접근하면 되고.
그리고, 모슁이나 슬램을 하는 사람들이 그냥 다짜고짜 ‘지랄발광’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슬래머들은 서로를 알아보는 법. 공연 중 분위기가 형성되면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들기 시작하고, 한두명이 둥글게 원형으로 뛰며 사람들의 어깨를 치고 다닌다. 여기서 모슁이나 슬램이 시작된다는 전조. 함께하고 싶은 사람은 그 사람을 따라 뛰게 되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본격적인 액션이 시작한다.
간혹 뮤지션들이 ‘써클 핏!!’을 외치며 손가락을 가리켰을 때 갑자기 엉뚱한 지역에 서클 핏이 생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원치 않는데 서클 핏에 말려들었다면, 두 손을 위로 들고 손바닥을 흔들며 액션을 취해보자. 부근 슬래머들은 액션을 멈추고 당신을 서클 핏 밖으로 안내할 것이다.
굳이 록이 아니어도, 페스티벌에 술을 빼놓기는 쉽지 않다.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록페스티벌 현장에서 일일 주류 매출이 억대를 넘어간다고 하는데… 보수적으로 하루 1억 원이라 쳐도 하루 500cc 맥주 2만 잔, 1천만 리터가 팔리는 셈. 실제로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물보다 맥주를 구하기가 더 쉽다. 그런데 맥주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많이 마시면 화장실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 맥주를 많이 마시다 보면 땀을 많이 흘려도 수시로 방광이 땡겨온다. 관객들이 잔뜩 있는 객석 한가운데서 화장실로 전력 질주해도 어지간하면 최소 5분. 줄이라도 서 있다면 그 시간은 더 길어지겠지…
그렇다고 맨정신에 공연을 보긴 좀 밋밋하잖아.
둘째. 비싸다. 보통 400~500cc 한 잔에 5천 원 정도 하는데, 훌렁훌렁 마시다 보면 하루 술값 5만 원은 일도 아니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주머니는 비어가고,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작업을 해보려 해도 괜히 위축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입장할 때 소주나 위스키 같은 독주를 챙겨가면 되는 거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페스티벌은 주류와 음료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주류는 모두 불가능. 음료의 경우 뚜껑을 제거한 500mL 이하의 생수만 허용하고 있다. 그마저 병이 유리나 금속 재질이라면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유리나 금속은 사람들이 밟거나, 무대로 던질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다른 술이나 음료는 왜 금지하는 걸까?
페스티벌 뮤지션 개런티를 비롯한 지출 비용은 입장 수입만으로 충당할 수 없는 경우가 99%. 이를 충당하기 위해 거의 대부분의 페스티벌은 스폰서들에게 부스를 제공해 홍보하거나 매장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데, 당연 록 페스티벌의 메인 스폰서 중에는 반드시 주류 회사가 포함되고 페스티벌 주최 측에서는 주류 반입을 금지할 수밖에 없다.
록 페스티벌 사이트에는 맥주 말고도 다양한 칵테일과 독주들을 팔기도 하니,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작업할 때 활용하시고. 아쉬워도 주류 반입은 참아보도록 하자. 술에 잔뜩 취해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다니는 건 위험하기도 하고.
록 페스티벌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 보면 현장에서 뒹굴며 텐트에서 먹고 자고 사랑(?)까지 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얼마나 좋아?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면 옆에 어제 만난 새로운 사랑이 쌔근쌔근 자고 있고… 그녀와 함께 손잡고 공연을 보며 감정을 쌓아가고 밤에는 헤드라이너의 퍼포먼스를 백으로 키스를 나눈 후 텐트로 들어가 더 깊은 관계를 메이드한다. 근데 그거 알아? 이거야말로 ‘신과 함께’ 급 판타지라고. 지금부터 록 페스티벌 현장 텐트의 진실을 공개한다.
록 페스티벌은 여름에 열리 지. 평균 일출 시간은 5시 30분~6시다. 아무리 그늘 아래 텐트를 쳤어도 6시 30분만 되면 텐트 안 온도는 30℃ 이상. 대부분 텐트 허가 지역은 잔디밭인 만큼, 습기가 올라와 텐트 안은 습식 사우나로 변한다. 자, 어쨌든 그렇게 잠에서 깼다고 치자. 이제 밤새 흘린 땀으로 몸에서는 쩐내가 나기 시작하고… 이동식 샤워실에는 길게 줄이 늘어서 있다.
그래. 자신이 워낙 아웃도어 생활에 익숙해 이런 불편함 모두 감수할 수 있다 치자. 그런데 여자친구와 함께 갔거나 록 페스티벌 현장에서 이성을 만나 함께 하고자 한다면, 정신 차렷! 텐트에서 뭘 하겠다고 생각하는 건 사실상 그냥 야외에서 자는 거나 매한가지. 그냥 잠만 잘 거 아니면 하려던 거 다 포기하자.
아니, 애초에 여친과 록 페스티벌 왔다면, 그냥 숙소를 잡아. 뽀독뽀독 씻을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이 있어야 뭘 좀 해보지! 그러나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사이트인 송도 달빛공원 10분 거리 내에 저렴한 숙소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평일 6~10만 원 하는 숙소는 성수기인 8월 초엔 갑절 이상으로 올라가고, 그나마 모두 매진. 하지만 송도 달빛공원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걸리는, 옥련동 부근 송도 유원지에는 모텔들이 여러 개 있으니 그곳에 미리 숙소를 잡아 쾌적한 성생…. 아니 페스티벌 생활을 즐겨보자.
예쁜 사진 찍기에 록 페스티벌 사이트만 한 곳이 없다. 드넓은 잔디밭에 햇볕은 쨍쨍 빛나고, 사방에서 난반사 광원이 빛나는 록 페스티벌 행사장의 잔디밭은 누가 봐도 햇빛 맛집. 이 정도면 누구든 뭔가 인생샷에 대한 로망이 생기고 멋지고, 짐을 쌀 때 예쁜 옷과 신발을 잔뜩 준비해 가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좋다. 1년에 한번 있는 인생샷의 기회를 확실히 챙기는 거야 좋다 이 말이야. 하지만 록 페스티벌 패션에서는 고려할 게 몇 가지 있다.
먼저 신발. 끈으로 된 플랫 샌들 같은 건 노노. 오래 서 있음 허리와 다리가 아프기도 하고 놀다가 발이라도 밟히면 발등 부러진다. 비싼 구두도 금물. 사람들 온열질환을 방지하기 위해 수시로 쏴대는 물대포에 가죽을 다 버릴 수도 있고 여기저기 밟혀서 망가질 테니까. 제일 좋은 건 발등을 보호하는 조깅화나 스니커 같은 게 여러모로 안전하고 놀기도 좋다. 예쁜 스니커도 많잖아.
살 타기 싫다고 긴바지를 입는 사람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땀이 많이 나면 옷에 들러붙어 영 거북하고 찝찝하기까지 하다.
기왕 록 페스티벌 온 김에, 그냥 자외선 차단제 팍팍 바르고 건강하게 태닝하는 게 낫지 않나? 참고로 페스티벌 사이트에는 스프레이류를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니 선 스프레이 대신 선크림으로 준비해야 한다.
상의는 펄럭펄럭거리는 것보다 가벼운 티셔츠를 준비하자.
록 페스티벌이니 밴드 셔츠를 가져가도 좋고 현장에서 뮤지션 굿즈를 구입하는 것도 즐거운 추억이자 기념품이 되지 않을까?
밴드 슬로건이 인쇄된 타월 같은 것도 좋고. 특히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굿즈들은 퀄리티가 좋기로 유명하다.
*크레이지 자이언트 2022년 8월호에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