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STYLE너의 목소리가 끌려

너의 목소리가 끌려 
보지 말고 들어라.
귓구멍을 가득 채워줄 시간이 왔다.
by 김현석

우리의 삶은 듣는 것에서 시작해 듣는 것으로 끝이 난다. 태아의 신체 기관 중 가장 먼저 발달하는 것이 청각기관이고, 죽을 때 가장 늦게 사라지는 감각 또한 청각이다. 그만큼 잘 들어야 잘 산다.



코로나 시대의 음성(音聲)적인 만남, 오디오 SNS 플랫폼

낯가림 심한 사람도 인싸가 될 기회가 왔다. 지난해 3월 출시된 ‘클럽하우스(Club House)’는 SNS의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사진이나 영상 등 보여지는 콘텐츠를 통해 소통하던 세상에서 오로지 목소리로만 타인과 소통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주고 받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고, 나아가 자신 또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낯가리는 사람들도 가릴 낯이 없으니 자신있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

클럽하우스가 일으킨 지각 변동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트위터는 음성 기반 서비스인 ‘스페이스(Space)’ 베타 서비스를 실시했다. 미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레딧도 지난 4월 ‘레딧 토크’를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라이브 오디오 룸’, ‘사운드 바이츠’ 등 음성 기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지난 6월, 카카오는 ‘음(mm)’을 출시하며 오디오 SNS 플랫폼 대전에 참전했다. 카카오톡으로 다져진 노하우를 녹여내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카카오톡관 연동으로 확장성을 강화하는 등 후발 주자이지만 클럽하우스의 대항마로서 존재감을 내보이고 있다.

어차피 만나기도 힘든 세상, 현란한 혀놀림으로 인싸가 되어 보세!


책은 고막의 양식, 오디오 북

이제 책을 얼마나 읽었냐고 묻는 대신 얼마나 들었냐고 물어봐야할지도 모른다. 최근 오디오북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오디오북은 예전부터 존재하던 개념이었다. 이런저런 사유로 문자나 책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나 시각 장애인 등을 위해 개발되었다. 국내에는 2002년 처음으로 선보여졌지만 CD에 담긴 오디오북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빠른 네트워크 환경이 구축돼 실시간 스트리밍이 언제, 어디서든 가능한 지금은 말이 다르다. 눈의 피로와 거북목 형성에 일조하던 e북보다 더 각광받고 있다. 특히 요즘은 작가, 연예인, 성우 등 유명인들이 제작에 참여해 청자들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

작년 12월 부터 네이버가 오디오북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윌라’, ‘밀리의 서재’ 등의 플랫폼 등도 공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디오북은 종이책이나 e북과 상호보완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도 오디오북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등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판매 중인 콘텐츠 수가 전년 대비 약 400% 이상 성장하는 등 오디오북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다.

쉽게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졸릴 때 이어폰만 있으면 독서하는 척 숙면도 취할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Video can`t kill the radio star, 목소리에 담긴 본능

‘하이 빅스비!’, ‘시리야!’, ‘기가지니!’. 차가운 기계를 다정하게 부르면, 따뜻한 목소리가 흘러져 나온다.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풍경이다. 전문가들은 AI스피커, 커넥티드 카 등 ICT 기술의 진화로 인해 오디오 콘텐츠가 영상 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 예언한다. 할 게 너무나 많기 때문에 오히려 게을러지고 싶은 욕구를 목소리로 충족하는 것이다. 목소리로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많은 활동과 정보를 취할 수 있다.

온갖 볼거리가 가득한 세상이지만,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고 싶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 또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어린 시절 엄마한테 동화책을 읽어 달라고 조르고, 교생 선생님에게 첫 사랑 이야기를 물어보고, 같이 근무서던 후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보라며 갈구던 기억까지. 사람은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동물이다. 인간에게 두 귀가 달린 이상 고막을 자극할 콘텐츠는 꾸준히 소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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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