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CULTURE] 1월의 바람이 되어 떠난 김광석


1월의 바람이 

되어 떠난 

김광석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지만 김광석은 목소리를 남겼다


by 김현석



#싱어송라이터

‘가객’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직접 곡을 쓰고 부르던 싱어송라이터다. 솔로 1집부터 수록곡의 절반 이상을 자작곡에 할애했으며 이후에도 늘 자작곡을 수록했다. 제대로 작곡에 대해 배워본 적은 없지만 화성학을 독학하거나, 작곡과 출신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 곡을 쓰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편곡에도 직접 참여하며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뮤지션’으로서 활동했다. 특히나 활동 후반기에는 그가 만든 곡들이 많이 히트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일어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이 있다. 자작곡들이 앨범을 거듭할수록 무르익어 갔던 것을 생각하면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포크를넘어서

통기타 한 대와 하모니카, 그의 목소리만으로 완성한 음악은 당시 비주류 음악이 돼버린 포크를 다시 양지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이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음악사에 있어 마지막 포크의 부흥기가 됐다. 그럼에도 김광석을 ‘포크’라는 장르로 국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분명 포크를 사랑했고, 포크를 기반으로 활동을 한 것은 맞으나 블루스나 컨트리적인 요소를 적극 받아들였다. 특히 한국 블루스의 거장인 김목경과는 개인적인 친분과 교류가 활발했다. 그러한 연으로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리메이크하기도 했다. 생전에는 록 음악에 대한 열의를 나타내기도 하는 등 보다 다양한 장르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한 뮤지션이다. 



#또 해

매년 엄청난 공연을 소화했기 때문에 ‘또 공연하느냐’는 의미로 ‘또 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명성에 걸맞게 소극장 공연을 1,000회가 넘게 진행했다. 대략 91년부터 소극장 공연을 시작했고 1,000회 공연이 95년이었으니 4년 만에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1년에 200회 이상 공연을 했다는 이야기다. 솔로 데뷔 이후에는 거의 매년 앨범까지 발표했으니 일년 365일을 음악만 하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크고 화려한 무대나 브라운관의 스포트라이트 대신 그의 표현대로 관객에게 침 튀겨가며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연을 선호했다. 그의 음악은 이러한 경험과 노력이 쌓여 빚어낸 잘 익은 술과도 같았다. 덕분에 기타 한 줄, 노래 한 소절에도 사람들을 울리고 취하게 만들 수 있었으리라.



#민중가수

지금의 대중들에게 김광석은 포크 가수, 혹은 발라드 가수로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김광석이 솔로로 데뷔하기 전에는 민중가수로 활동했었다. 1984년 가수 김민기의 음반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함께 참여한 뮤지션들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을 결성했다. 이후 호소력 짙은 보컬로 노찾사의 간판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그룹 ‘동물원’을 거쳐 솔로로 데뷔한 이후 변절자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민중가수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다시 부르기>앨범을 통해 민중가요인 ‘광야에서’를 리메이크하기도 했으며, ‘나의 노래’, ‘나무’, ‘일어나’ 등의 곡들에선 세상을 관조하는 그의 시선을 담아내기도 했다. 



#원음

불교 집안에서 성장한 불자다. 비록 독실한 불교신자는 아니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91년부터 4년간 불교방송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밤의 창가에서’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때 불교계 인사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대표적 인물이 바로 법정스님이다. 법정스님이 이끌었던 불교시민운동단체 ‘맑고 향기롭게’의 활동에 참가한 것이 계기였다. 법정스님은 김광석에게 ‘원음(圓音, 둥근 소리)’이라는 법명을 지어줬다. 김광석은 자신의 법명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해 신축한 자신의 빌딩의 이름을 ‘원음’이라 지어 사무실 겸 주거용으로 사용했다. 기획사 이름도 ‘둥근 소리’이며 팬클럽의 이름도 ‘원음’이다.


유해에서 발견된 9과의 사리

사리는 시신을 화장한 후 나오는 돌조각이다. 아직 정확하게 어떤 원리에 의해 이러한 돌조각이 생기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불교에서는 고승대덕이나 신심이 돈독한 불자에게서 나온다 하여 신성시된다. 독실한 불자는 아니었지만 김광석의 몸에서도 사리 9과가 나왔다. 주변 사람들은 ‘생전 도덕성 등 보편적인 가치에 열린 마음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사리가 나온 것’이라 추측한다. 


#다시 부르기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성공한, 그리고 가장 훌륭한 리메이크 앨범을 꼽으라고 한다면 반드시 언급될 앨범이다. 93년과 95년 두 차례에 걸쳐 발매했다. 김광석의 역량이 정점에 올랐을 무렵이다. ‘동물원’, ‘노래를 찾는 사람들’ 등 솔로 김광석을 있게 해준 시절의 곡들과, 자신의 솔로 앨범 수록곡들을 리메이크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목경, 이정선, 한대수, 전인권 등 선배와 동료들에 대한 헌정의 곡들도 담았다. 정규 앨범이 아닌, 리메이크 앨범임에도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한다.


#다시 그리기 길


대구광역시 중구 대봉동 봉덕시장 인근에 그를 테마로 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조성되어 있다. 왜 뜬금없이 대구인가 의문이 들겠지만 바로 그곳이 김광석의 출생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김광석은 초등학교 입학 전 서울로 이사를 갔기 때문에 대구와 큰 접점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광석을 이용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있으나 그가 나고 자란 곳인 건 맞으니까… 현재는 대구광역시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며 타지역에서도 관광객들이 굳이 찾아오는 곳이 됐다. 김광석의 기일인 1월 6일 추모 콘서트가 열리며 평소에도 버스킹을 하는 뮤지션들이 많다. 


#루저


164cm의 단신이다. 공연 중간에 자신의 키를 이용한 자학개그도 종종 했을 정도로 본인이 단신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흔 살이 되면 모터사이클, 그것도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세계 일주를 해보는 것이 꿈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은 다리가 닿겠냐고 놀렸고, 본인도 그 부분을 걱정했다고. 비록 일찍 바람이 되어 떠나며 그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지금은 천국에서 기타 한 대 메고 할리데이비슨을 몰며 천국 일주를 하고 있지 않을까?




계속해서 다시 불러지는 그의 노래들

김광석이 훌륭한 명곡들을 다시 불렀던 것처럼, 김광석의 노래 또한 계속해서 다시 불리고 있다. 어떻게든 김광석과 비교되고 득보다 실이 더 많을 도전이지만 용기있게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존경을 담은 곡들을 소개해 본다. 


아이유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아이유는 자신의 첫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에서 ‘꽃’을 리메이크해 실었고,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에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리메이크하려 했다. 녹음을 마치고 뮤비까지 제작했지만 당시 김광석의 죽음과 유가족들에 대한 논란이 영화 <김광석>을 통해 불거졌고 이에 고인과 그의 팬들을 위해 앨범에서 노래를 제외시켰다. 김광석과 그의 노래에 애착이 컸던 아이유는 팬미팅을 통해 사정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후 김광석 사망 22주기를 맞아 뮤직비디오를 통해 공개됐다.



김경호 - 사랑했지만


영원한 국민 언니 김경호의 6집 <The Life>을 통해 리메이크했다. 그 유명한 ‘Shout’이 수록된 앨범이다. 김경호가 당시 소속사와 갈등 끝에 개인 회사를 차려 철지부심 제작한 앨범이지만 상업적으로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다만 이 곡은 엄청나게 히트를 쳤고 노래방에도 김경호 버전으로 수록되어 있다. 원곡보다 2키가 더 높으니 주의할 것.



임형주 - 거리에서


팝페라 가수 임형주의 5.5집 <Sarang: Love>에 수록됐다. 팝페라 가수임에도 대중가요를 적극 수용하던 임형주답게 재즈풍의 편곡에 미성의 팝페라 보컬이 원곡 못지않은 쓸쓸한 감성을 전달한다. 



럼블 피쉬 - 먼지가 되어


리메이크 앨범 <Memory for you>를 통해 ‘먼지가 되어’를 블루지한 록 음악으로 변모시켰다. 다만 록 밴드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록적인 요소가 크게 가미되지는 않고 보컬 뽐내기용 음악으로 전락한 것 같아 다소 심심한 느낌이 있다. 먼지가 되다 만 기분? 오히려 원곡이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이소은 - 사랑이라는 이유로


4번째 정규 앨범 <Thinking Of Me>에 수록된 곡. 이소은 특유의 청아하고 밝은 보이스로 노래가 담고 있는 사랑의 감정과 설렘을 극대화 시켰다. 편곡도 매우 ‘러브러브’해 상큼함이 느껴진다.



*크레이지 자이언트 매거진 22년 1월호에 실린 기사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