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MOVIE]영화로 보는 크리스마스

영화로 보는 

크리스마스

뭐했다고 벌써 2020년 마지막 달이다. 

코로나로 통째로 날려버린 우울한 마음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달래보자.

by 이영진




식상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대표작

또 ‘이 영화냐?’고 혀를 찰 수도 있지만, 역시 또 가져왔다. 지겨워 죽겠지만 그럼에도 죽지 않고 또 살아 돌아오는 크리스마스 특선들. 정말 왜 

리도 크리스마스면 지겹게도 소환되는 걸까? 크리스마스마다 똑같은 캐럴송을 수백 번 반복하여 들어 전주만 나와도 이골이 나지만 다음해에는 거짓말처럼 다시 생각나는 것처럼, 영화도 마찬가지다.


러브 액츄얼리


<러브 액츄얼리>는 옴니버스 영화다. 각 챕터 별 주인공이 존재하며 이야기도 나뉜다. 그래도 모든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이다. 6개의 옴니버스답게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보여준다. 남녀 간의 사랑은 당연하고 우정을 포함한 사랑, 불륜 형태의 사랑, 부자지간의 사랑, 풋사랑 등 이상적인 사랑부터 사회적 통념에 벗어나는 사랑도 서슴없이 등장한다. 할리우드 영화답게 극중에서 불륜이 결실을 맺진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더럽거나 자극적인 소재로 매도하진 않는다. 그냥 사랑에 대한 다양한 고찰이라고 해보자. 심지어 우리가 기억하는 스케치북 편지의 경우도 사실상 불륜에 가깝다. 아무리 결혼 전부터 이어진 마음이라지만 키스까지 나눈 건 우정과 사랑 어느 쪽에서 봐도 오버 아닌가? 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그냥 좋으면 좋은 걸로 치자.


 


코코


도식적인 전개에 누가 봐도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는 뻔하디 뻔한 작품 같다고? 무시하고 보다가 눈물콧물 한바가지 흘리기 딱 좋다. 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는 감동 포인트가 존재하고, 어떻게 해결될지 결말도 눈에 훤히 보인다. 미스터리 형식을 가미했지만 거의 정답을 알려주고 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처럼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정도로 여겨질 뻔한 이 작품은 생각보다 많은 어른이(어른과 어린이의 합성어)들을 울리며 입소문을 탔다. 일명 ‘죽은 자들의 세상’이라 불리는 사후세계에 가게 된 미구엘. 죽음은 분명 무섭고 두렵지만 사후세계가 슬픔만 가득하진 않다. 춤과 노래가 넘치고 화려한 조명들이 그들을 비춘다. 생각보다 꽤 즐거운 2막을 살아가는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 한 가지는 바로 ‘망각’이다. 인간세계에서 자신의 존재가 잊혀지면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도 그들은 영원히 사라진다. 제2의 죽음이라고나 할까?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슬픔이 존재 자체를 지워버리는 것이다. 내용 자체만 두고 봤을 땐 크리스마스와 별 상관이 없지만, 가족이 주는 의미와 오랜만에 느껴 볼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 빠져보고 싶다면 가족끼리 둘러앉아 <코코>를 틀어보자.  


 


나홀로 집에


이제 그만 맥컬리 컬킨을 놓아주자고 시위를 벌여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아는 맛이 더 무섭다고, <나홀로 집에> 없는 크리스마스는 앙금 없는 찐빵이다. 비록 매년 챙겨보지 못해도, 가끔 생각이 난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케이블 채널 어딘가에서 꼭 다시 만나게 된다. 영화 속 케빈은 이제 산전수전 다 겪고 불혹이 넘은 아저씨가 되었다. 비록 더 이상 우리가 기억하는 케빈은 없지만 영화 속에서 영원히 작고 귀여운 소년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영화는 분주한 가족여행 준비로 시작된다.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바리바리 짐을 싸서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하도 인원이 많다보니 누구 하나 없어도 티가 안 난다. 유실물처럼 케빈을 집에 두고 프랑스로 떠난 가족들은 한참이 지나서야 케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래도 일은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 케빈만 남은 집에 찾아온 불청객은 무려 성인 2인조 도둑인데, 작고 어린 아이 혼자서 이들을 상대해야 한다. 벌써부터 오금이 저리지만 케빈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센캐(센 캐릭터)였다. 발칙한 소년을 상대로 쩔쩔매는 도둑 이인조를 보며 통쾌함도 느끼고, 또 크리스마스의 따스한 정서도 함께 나눌 수 있으니 작년에 건너뛰었다면 올해는 한번쯤 찾아보도록 하자. 어차피 코로나로 밖에 나가기도 애매하고, 커플들 눈꼴 시린거 안 봐도 되니 딱 좋다. 


 




    따뜻하지만 강렬한 작품세계 ‘미야자키 하야오’     

미야자키 하야오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수장으로 애니메이션의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실사 영화에 견주어 봐도 뒤처지지 않는 스토리와 작화를 지휘 감독하며 지브리 팬덤화에 큰 공을 세운다. 대충 초록창 별점만 봐도 감독이 현역으로 활동할 당시 작품 대다수가 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받았다. 놀라운 것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특성상 1020세대의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데, 하야오의 작품은 나이와 성별 가리지 않고 전 세대를 아울러 인기가 있다. 하야오의 작품을 하나하나 이야기하려면 책 한권이 나오겠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 특집이니 마음의 온도를 올려줄 작품만 몇 편 선정하여 가져왔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등장한 작품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개봉: 2004년 12월 23일


크리스마스 직전 깜짝하고 나타나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주인공 소피는 영문도 모른 채 마녀의 저주로 노파가 된다. 마녀는 저주를 깨고 싶으면 ‘하울’에게 가보란 말만 남긴 채 떠난다. 소피는 하울을 찾아 가고 그곳에서 불꽃악마 캘시퍼를 만난다. 캘시퍼는 소피에게 본인에게 주어진 계약을 깨주면 저주도 풀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여기까지는 애니메이션다운 허무맹랑한 전개로 볼 수 있지만 이야기는 결코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하울은 거대한 성을 가진 멋진 왕자님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이 성은 굉장히 더럽고 정처 없이 떠돌기만 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주인의 본모습을 투영한 하울의 매개체다. 실제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미성숙한 마음과 근심을 ‘거대한 움직이는 성’에 투영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소피는 노인으로 변하는 저주에 걸렸지만 특정 상황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본인이 가장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할 때가 그 순간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이나 행동에선 변화가 없지만 진심을 드러내는 순간 원래의 젊은 소피로 돌아간다. 이처럼 작품 세계관 속 인물들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깨달을 때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돌아간다. 본인의 진짜 모습을 알고, 거짓 없이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가치 있는가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계속 메시지를 던진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전반적으로 인간, 사회, 자연 등 단순히 건드리기엔 어려운 요소들을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 특성상 부담 없이 접근할 순 있지만, 작품에 담긴 뜻을 온전히 헤아리다보면 뜻밖의 성찰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래도 쫄지 말자. 난해한 철학 작품은 아니니까 말이다. 쉽지만 깊이 있고 재미있지만 심오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극찬을 받는 거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딱히 할 일이 없다면 잘생긴 하울에게 질투심을 조금 느끼며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원작 하울의 성우가 일본의 장동건 기무라 타쿠야니 목소리마저 질투심을 유발할 수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취향껏 1PICK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미국 아카데미 장편애니메이션상, 베를린 영화제 금곰상 외 다수의 수상 경력이 있는 어마무시한 작품이다. 스토리뿐 아니라 삽입되는 OST 또한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해서 완성도측면에서 굉장히 높게 평가된다. 내용은 단순히 풀면 엄마아빠를 찾으려는 주인공 여자아이의 여정이 전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절대 단순히 흘러가지 않는다. 부모님을 찾는 여정 속에 인생을 배우고, 자아를 찾으며, 사랑도 알게 된다. 이렇게 단순히 말하니까 쉬워 보이지만 이 모든 것을 한 작품에, 또 완성도 있게 담기란 아주 어렵다. 126분의 러닝타임으로 꽤 길지만 한번 보기 시작하면 몰입도가 높아 중간에 빠져 나오기가 힘들다. 참고로 공포장르는 절대 아니지만 괴상하게 생긴 캐릭터들이 종종 등장해 무섭다는 평을 받기도 하니 유리심장의 심약자라면 누군가와 같이 보기를 권한다. 


 

 


모노노케 히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중 딱 하나만을 꼽으라면 이 작품을 꼽겠다. 인간과 자연의 대립이라는 소재부터 대작 스멜을 풍긴다. <모노노케 히메>는 하야오의 작품 중 거의 유일하게 잔인하거나 적나라한 장면이 많다. 자연과 인간의 대립은 즉 전쟁을 뜻하는데, 전쟁을 낭만적으로 묘사한다면 그게 오히려 위험한 접근일 듯하다. 하지만 유혈 장면을 배제해도 이 작품은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분명하다. 영화나 드라마 등 어느 스토리 구성요소에서 반드시 존재하는 선과 악의 경계는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모호해진다. 결론적으로 자연과 인간의 공존 필요성을 강하게 어필한다. 누구나 알지만 쉽게 실천하지 못하며, 생각하기 두려워하는 것들을 스토리에 녹여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것만으로도 <모노노케 히메>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웃집 토토로

위의 두 작품에 비해 많이 귀엽고 가볍다. 러닝타임 내내 사방에 귀여운 캐릭터들이 천지라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마법에 걸리다. 작품은 유년기 때만 느낄 수 있던 신비롭고 아리송한 것들을 ‘토토로’라는 귀여운 신을 만들어 보여준다. 머리가 굳어버린 지금은 아무리 어떤 것을 봐도 과학적 근거나 상식 등등의 이유로 모두 가소롭게 여기고 말지만, 이런 우리도 토토로를 만날 것만 같은 시절이 있었다. 잊고 있던 야들야들한 감성을 건드리며 한 번 더 꿈을 꾸게 해주는 사랑스러운 토토로는 아이보다 어른이 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