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MILITARY[SPORTS]별의 별 모터스포츠

2022-10-11

별의 별 모터스포츠

<뭐가 됐든 신나게 달려보자고!>

by 김현석



 ‘오늘만큼은 칼날을 숨겨라’ 

잔디 깎기 기계 경주(Lawn Mower Race)

영국, 미국, 호주 등 영미권에서 주로 즐기는 모터스포츠다. 유명한 곳은 영국으로 1968년 최초로 대회를 진행했으며 1973년에는 아예 협회까지 설립해 체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모터스포츠는 돈 좀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고, 서민들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모터스포츠를 고려하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잔디 깎기 기계로 레이싱을 펼친 것이 계기가 됐다. 타고 있는 기계만 다소 우스꽝스러울 뿐 광고가 덕지덕지 붙은 헬멧과 경기복 등 구색은 제대로 갖추고 경기에 임한다. 다행히 잔디밭에서 경기를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학생들 내리세요’ 

스쿨버스 레이스(School Bus Race)

천조국은 역시 스케일이 다르다. 우리나라 학원 봉고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육중하고 튼튼한 스쿨버스로 레이싱을 펼친다. 특별히 제작하거나, 개조를 한 게 아니라 실제 도로 위를 달릴 수 있는 스쿨버스가 8자 모양의 트랙을 돌며 레이스를 펼친다. 수십 대의 커다란 버스들이 줄을 지어 전력 질주를 하고, 서로 부딪히고 전복되는 등 아찔한 광란의 질주가 눈앞에서 펼쳐진다. 현실에서 절대로 목격되어서는 안될 장면들이 눈앞에서 펼쳐지며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당신의 눈이 되리라’ 

브레일 랠리(Braille Rallye)

시각 장애인이 참가하는 레이스가 있다면 믿겠는가? 미국 LA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비영리 교육기관 ‘브래일 인스티튜트’에서 주최하는 ‘브래일 랠리’가 바로 그 주인공. 정상시력을 가진 일반인이 점자를 배우고 있는 시각 장애인들과 짝을 이뤄 참가하는 대회다. 시각 장애인은 점자로 된 지도를 읽고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터 역할을 한다. 일반인은 코스를 모르기 때문에 전적으로 시각 장애인 동승자의 설명에 의존해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1962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유서깊은 대회로 시각 장애인과 비장애인과의 정서적 유대감과 소통을 위해 매년 열리고 있다.


 ‘중고차들의 대향연’ 

언더 100 레이스(Under 100 Race)

국내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를 위해 경제력과 크게 상관없이 아무나 참가할 수 있도록 고안된 레이스다. 차량가액이 100만 원 이상인 차는 참가를 할 수 없다. 지나친 튜닝도 제한된다. 그저 100만 원 미만의 저렴한 중고차에 몇 가지 안전규정에 맞는 튜닝만 하면 누구나 참가 가능하다. 물론 잼민이를 비롯한 무면허 운전자들은 해당사항 없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진행되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반응도 좋았지만 안타깝게도 2020년 이후로 대회가 개최되고 있지 않다. 


 ‘막장 24시’ 

 

레몬 24(Lemon 24)

전 세계 최고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를 패러디한 대회다. 영어로 레몬은 고물에 가까운 썩 차를 뜻하는 은어다. 제대로 굴러가는지 의심스러운 차들로 24시간 내구 레이스를 펼치는 대회가 바로 ‘레몬 24’다. 국내 ‘언더 100 레이스’보다 훨씬 더 저렴한 단돈 500달러 이하 차량만 출전 가능하다. 폐차 직전의 차들인 셈. 레이싱 실력보다 똘끼가 더 가산점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미친 센스를 자랑하는 차량들이 출전한다. 이러다 보니 참가자들이나 관람자 모두 애초에 레이싱이나 승패에 큰 관심 없고 천하제일 똘끼대회로 전락한지 오래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 관객 투표로 가장 짜증 나는 차량을 뽑아 현장에서 산산조각 내버리기도 한다. 상금조차 5센트 짜리 동전 수백 개로 지급한다고.


 ‘비오면 낭패’ 

월드 솔라 챌린지(World Solar Challenge)

전기도 아니다, 수소도 아니다!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 태양이다! 태양광 패널을 활용해 달리는 자동차만 참여하는 이색 모터스포츠다. 특정 트랙을 돌면서 레이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호주의 최북단 도시에서 최남단 도시까지 3,022km를 태양광 에너지만 이용해 완주해야 한다. 일반 도로를 사용하기 때문에 교통법규를 반드시 준수해야 하며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레이스가 허용된다. 덕분에 레이스가 끝나는데 4~5일 정도가 걸린다고. 기상 악화로 흐리거나 비가 오면 더 길어지겠지만 말이다.


 ‘구르는 놈 위에 나는 놈’ 

스타디움 슈퍼 트럭스(Stadium Super Trucks)

짐이나 싣고 다니던 트럭이 고속으로 질주하며 하늘을 날기까지 한다. 600마력의 쉐보레 V8 엔진 덕분에 육중한 트럭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력이 무려 시속 230km에 달한다. 게다가 트랙 곳곳에는 점프대가 놓여 있어 수초 간 트럭이 공중을 줄지어 날아다니는 장관을 연출한다.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한쪽 바퀴가 들린 채 코너를 뒤뚱뒤뚱 힘겹게 도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물론 시원하게 처박히고 뒹굴며 보는 이의 스트레스를 화끈하게 풀어주기도 한다.


*크레이지 자이언트 22년 5월호에 실린 기사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