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CULTURE]팬티의날

2022-10-04

팬티의 날

8월2일은 팬티의 날이다.

by 김현석





8월 2일.
우리나라에서는 별것 없는 날이지만 이웃나라 성진국에서 이날은 바로 팬티의 날이다. 물론 공식적인 기념일은 아니다. 일본에서도 딱히 축하하거나 기념하는 날은 아니고, 팬티를 싸게 살 수 있는 날로 인식하고 있는 정도다. 공식, 비공식을 떠나 그다지 권위있는 기념일은 아닌 셈.


어째서 8월 2일이 팬티의 날인 걸까? 팬티를 최초로 발명한 날이라서? 팬티와 관련된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아니다. 단순한 말장난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한자나 숫자, 외래어 발음 등을 이용한 말장난을 자주 하는데 이를 고로아와세라고 한다. 일본에서 8의 한자어 발음인 ‘판(パン)’과 2를 영어로 읽었을 때의 발음인 ‘츠(ツ)’를 합쳐서 부르면 팬티의 일본어 발음인 ‘판츠(パンツ)’와 같기 때문에 8월 2일을 팬티의 날이라고 기념하는 것이다. 비슷하게 8(파)월 1(이)일을 가슴(오파이)의 날, 8(파)월 2(니)일을 바니의 날로 부르기도 한다.


유래는 일본의 이소패 천공업이라는 회사에서 1984년 자사 제품인 ‘シルビ-802’의 이름을 따서 8월 2일을 팬티의 날로 제정한 것이 시초로 알려져있다. 무려 36년이나 된 오랜 이벤트다. 이후 다양한 속옷 브랜드에서도 이날을 팬티의 날이라 부르며 자신들의 제품을 판촉하는 이벤트 등을 연다. 어디서 누가 퍼트린 건지는 몰라도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팬티를 선물한다는 식의 다분히 상술적인 문화도 만들어졌다. 마치 빼빼로데이처럼 말이다. 


순수한 개념에서 팬티는 겉옷 아래에 음부와 항문을 감싸주는 속옷에 불구하지만 그 자체로 섹스 어필의 수단이기도 하다. 종류나 모양에 따른 취향도 있고, ‘팬티’ 자체에 페티시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다. 가장 은밀한 부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데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터부시 되기에 팬티에 성적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비슷한 이유로 페티시의 대상이 되는 브래지어와는 달리, 성기뿐만 아니라 배설기관과 맞닿아 있기에 오염되기 십상이지만 그마저 누군가에게는 꼴릿한 자극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일본의 다양한 미디어에서 팬티와 관련된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한다. 여자 팬티를 뒤집어쓰고 싸우는 <구극! 변태가면>의 주인공, 속옷 훔치기의 달인인 <란마2/1>의 핫토사이, 부르마의 팬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드래곤볼>의 무천도사 등 하나같이 정상적인 캐릭터들이 없다. 특히 드래곤볼 오리지널을 본 세대라면 잊을 수 없는 캐릭터가 바로 ‘오룡’일 것이다. 파라후 일당의 세계정복의 꿈을 저지하기 위해 어렵게 드래곤볼을 모아 소환한 신룡에게 빈다는 소원이 고작 ‘여자애의 팬티를 주세요!’였다. 그냥 여자를 달라고 했으면 될 것을 콕 집어 팬티만 달라고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받은 팬티를 소중히 머리에 뒤집어쓰고 다니기까지 한다. 어릴때는 도대체 왜 여자애의 팬티가 필요한 건지, 그리고 그걸 왜 소중히 간직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오룡의 순애보를 이해하는 바이다. 그렇다고 여자 팬티에 환장했다는 뜻은 아니고….


란마의 핫포사이처럼 여자 팬티를 훔치는 병신도 존재한다. 
지하철이나 번화가에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도촬하기 위해 혈안이 된 병신도 있다. 팬티를 좋아하건 말건, 그걸 입고 다니던 빨고 다니던 쌈싸먹고 다니던 남이 상관할 바 아니지만 적어도 남의 팬티에는 군침 흘리지 말자. 눈도 돌리지 말자. 그것이 8월 2일 팬티의 날을 맞이하는 남자들의 바람직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크레이지자이언트 22년 8월호에 실린 기사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