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CULTURE]머드의 모든 것

2022-08-09

머드의 모든 것

진흙의 계절이 돌아왔다.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진흙에 대한 이모저모

by김현석




찰지고 끈적한 축제의 장

 

명실상부 국내 최대 여름 페스티벌인 보령머드축제가 올해 7월 23일부터 8월 1일까지 10일간 개최된다. 작년과 재작년 코로나 여파로 뻘맛을 잊고 지냈던 사람들은 이미 뻘과 함께 물아일체가 되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 중 하나로 거듭난 보령머드축제의 첫 시작은 바로 1998년 7월 16일이다. 1994년 당시 박상돈 대천시장은 뻘밭 천지던 보령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러다 진흙이 피부미용에 좋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대천해수욕장 인근에 널린 뻘밭을 돈밭으로 만들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머드팩 화장품을 개발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해 머드를 이용한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여름 하면 수영장이나, 해변, 계곡 등만 떠올리던 사람들에게 이색적인 보령머드축제는 여름 피서의 새로운 선택지가 되어주며 보령,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표 축제로 성장했다.

첫해에 문체부 선정 문화관광축제 18선에 선정됐다. 2004년에는 (사)학구상품학회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상품 대상을 수상했다. 2013년부터는 축제 글로벌 명품대상과 아시아 3대 축제 인기상 등을 10년 연속 수상하며  태국의 쏭크란 축제, 상하이 빙설축제와 더불어 아시아 3대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코로나 사태 전 마지막으로 열렸던 2019년에는 총 방문객 181만 명을 유치했으며, 이 가운데 38만 명은 외국인이었을 정도로 세계적인 축제인 것! 올여름 세계 각국에서 온 미녀들과 진흙으로 끈적하게 젖어보는 건 어떨까?

 

진흙 속에 싹트는 스포츠

 

보령머드축제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진흙 관련 축제들은 존재한다. 특히 영미권에서는 진흙탕 속에서 스포츠를 즐기도 한다. 물론 경쟁적이고 도전적인 스포츠라기보다 뻘밭에서 구르고 뒹구는 재미에 중점을 둔 이벤트적인 성격이 강하다.

축구에 미친 유럽에서는 진흙탕에서 축구를 즐긴다. 핀란드에서 유래된 진흙탕 축구는 체력 단련, 협동심 함양 등 훈련의 목적으로 유럽 군대로 퍼져나갔고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 잡게 됐다. ‘Swamp Soccer World Championships’라는 정식 대회도 있다. 발도 푹푹 빠지는 데다 미끄러워 자빠지기 일쑤다. 체력도 금방 고갈되다 보니 선수 교체도 무제한이다. 학창 시절에 비 오는 운동장에서 볼을 찰 때 이상하게 더 흥분되고 아드레날린이 분출되던 것처럼,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도 다들 즐겁게 진흙탕 축구를 즐긴다.

영국에서는 진흙 위에서 달리기 시합도 벌인다. 매년 영국 엑시스(Essex) 지역에서 개최되는 ‘Maldon Mud Race’가 주인공. 강 주변에 형성된 뻘밭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레이스를 펼친다. 물론 뛰기보다는 기어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다. 참가자들은 형형색색의 옷이나 가발, 코스프레 의상 등을 착용한다. 그런 옷이 진흙에 더럽혀지는 것에 더 희열을 느낀다나? 역시나 구르고 뒹굴고 난리가 나도 하나같이 즐겁게 뻘밭을 질주, 아니 기어간다. 이쯤 하면 진흙은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어떠한 원초적인 힘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자연이 주는 피부 케어

 

머드가 피부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시중에는 수많은 화장품 브랜드에서, 그만큼이나 다양하고 많은 머드 관련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고운 흙이 수분과 함께 질어진 것 뿐인데 왜 머드가 피부에 좋은 걸까?

사실 머드는 단순히 질어진 흙이 아니다. 수천년 동안 동식물들의 분해 산물들과 토양, 염류 등이 퇴적된 결과물이다. 거기에는 게르마늄, 벤토나이트 등 유익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항균 및 항염증 작용과 피부 재생을 촉진한다. 예로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진흙을 통해 상처를 치료해왔던 이유다. 비논리적인 민간요법이 아니었던 것! 몸에 해로운 균을 잡아먹는 유익균들을 배양시키고 염증성 분해물을 제거해 아토피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머드에는 천연 미네랄과 무기성분, 유기복합물질과 피부에 활력과 탄력을 주는 광물질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자연이 선물해 주는 천연 보습제인 셈. 따라서 머드를 발랐다가 씻어내면 유독 반질반질하고 촉촉해진 피부를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런 머드의 유효한 성분을 활용한 것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머드팩이다.

이 밖에도 2020년 해양수산부의 발표에 따르면 머드는 전립선 지수를 향상시키고, 통증 및 염증 수치와 안구 건조 증상을 완화시키기까지 한다고. 바르면 바를수록 득이 되는 것이다. 피부 미용이 목적이든, 치료가 목적이든, 아니면 그냥 즐기는 게 목적이든 일단 바르고 보자.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라니깐!ㅠㅠ

 

흙을 먹는 토식 문화는 옛날부터 존재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지금까지도 나름의 의학적인 이유로 토식을 즐긴다. 점토가 독성 물질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설사에 좋다거나, 위산 pH에도 영향을 주어 속 쓰림 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특히 임산부에게 필요한 철분을 흙을 통해 섭취한다고. 남자들도 정력에 좋다는 믿음으로 흙을 먹기도 한단다.

할리우드 배우 쉐일린 우들리(Shailene Woodley)는 다이어트를 위해 식용 진흙을 먹었다. 진흙을 먹어 몸에 음전하(陰電荷)를 전해 독소를 배출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식용 진흙을 구매한 곳에서도 면역 체계 구축과 pH 수치 조절 효과가 있다며 진흙 다이어트를 제안했다고.

중남미 최빈국인 아이티에서는 그 유명한 ‘진흙 쿠키’를 먹는다. 진흙에 버터와 소금, 마가린 등을 넣고 태양볕에 말린 것이다. 딱히 음식이라고 할 수도 없는 말린 진흙인 셈. 문제는 이들이 먹는 진흙이 깨끗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 따로 깨끗한 진흙을 채취하거나 소독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중금속이나 병균, 기생충의 위험을 고스란히 함께 먹게 된다. 열량이 없기 때문에 허기조차 제대로 달래주지 못한다. 제일 큰 문제는 빈곤한 이들은 이것밖에 먹을 게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 아이티의 가난한 이들도 진흙을 먹지 않고 몸에 바르며 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동물들은 알고 있다

 

이렇게 놀기에도 좋고, 몸에도 좋아 사람들에게 사랑을 찰지게 받고 있는 진흙. 사실 진흙 사랑은 동물들이 먼저 실천해오고 있었다. 하등한 인간은 몰랐던 진흙의 이로움을 우리 커여운 동물 친구들은 태생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오늘날 돼지는 게으르고 더러운 동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의외로 깔끔한 동물이다. 현대의 사육 시설이 협소하고 삭막하기 때문에 힘들긴 해도 돼지는 철저하게 잠자리와 배설 장소를 분리해 생활한다. 자연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목욕을 즐긴다. 바로 진흙을 통해서다. 진흙탕에서 몸을 뒹굴며 벌레나 기생충, 오염 물질 등을 제거한다. 또한 자신의 체온을 낮춰 땀 분비를 억제한다. 이러한 습성을 보고 멍청한 인간들은 오히려 돼지가 자신의 몸을 더럽히는 걸 좋아한다고 착각한 것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코끼리, 하마, 코뿔소도 비슷한 이유로 머드팩을 즐긴다. 이들은 땀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위를 식히기 위해 진흙을 온몸에 바른다. 진흙의 수분이 오랫동안 몸의 열기를 뺏어가기 때문이다. 또한 몸에 바른 진흙은 아프리카의 강렬한 태양열과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준다. 이 동물들에게 진흙은 천연 선크림인 셈.

견공들이 진흙만 보면 미친개처럼 눈이 뒤집혀서 나뒹구는 걸 본 적이 있는가? 견공들도 진흙이라면 환장하는 족속들이다. 아직 인간의 지혜로는 그들이 왜 그 짓을 하는지 명확히 밝혀내지 못했다. 야생에서 사냥을 하던 시절, 조금 더 은밀히 먹잇감에 접근하고자 몸에 진흙을 발라서 채취를 없애던 습관이 남아있는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아니면 그냥 그 촉감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흥분 100% 상태에서 좋아죽겠다는 것처럼 진흙 속에서 몸을 비비는 걸 보면 후자인 것 같은데 말이지.



*크레이지 자이언트 2022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