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MOVIE]영화는 짬내를 싣고~


영화는 
짬내를 싣고~

짬내 나는 영화 TOP5

국군의 날 더 그리워지는 짬내를 영화를 통해 맡아보자.

by 김현석




용서받지 못한 자> (2005)

감독: 윤종빈

출연: 하정우, 서장원, 윤종빈


군대를 다룬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영화. 윤종빈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의 페르소나인 하정우와 처음 호흡을 맞춘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나 처음에는 피해자로서 군대의 부조리함에 분노하고 변화를 꿈꾸지만, 어느샌가 그 부조리함에 적응하거나 순응해나가며 가해자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꼬장만 부리는 말년 병장, 군기반장이라는 미명하에 폭력으로 후임을 관리하는 실세 분대장, 그 실세 분대장 앞에서는 맞으면서도 꼬리를 흔들다 후임에게는 이를 드러내는 병사들, 아무리 잘해줘도 어리버리까며 주인공까지 곤란하게 만드는 후임 등 그야말로 대한민국 어느 부대에나 있을법한 인물들로 극한의 리얼리티를 연출한다. 덕분에 예비역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영화고 전하고자 하는 불편한 진실을 제대로 마주하게 만든다. 영화가 극찬 받는 이유는 아마 대다수의 예비역들이 ‘용서받지 못한 자’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정우의 연기야 두말할 것도 없고, 고문관 이등병 연기를 직접 맡은 윤종빈 감독의 연기가 일품이다.
연기뿐만 아니라 졸업작품으로 이런 명작을 만들어 낸 그의 연출 능력도 놀랍다.

‘몇 대 맞을래?’

유태정 병장

부대 내 실세이며 군기반장. 각 잡힌 모습,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다수의 예비역들은 참군인의 향기를 느꼈을지도 모르나 이런 애들이 원래 더 악질인 법이다. 본인은 폭력이나 부조리를 교육이나 군기강 확립을 위한 수단이라고 정당화하며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세습시키기 때문이다. 실컷 때려놓고 담배 한대 주면서 인간적인척하는 모습을 보라. ‘다 잘하라고 그런 것’이라는 선임들의 좆같은 레퍼토리 그대로이지 않은가. 그 담배를 또 받아서 피면서 아부 떠는 후임들의 모습까지! 보통 이렇게 끝까지 각 잡고 FM인척하는 선임 밑에 있으면 그 후임들은 죽어난다고 봐야 한다. 직접적인 빌런으로 그려지는 마수동 병장은 말년의 꼬장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각종 부조리나 성추행 등의 악행을 저지르긴 하지만 유태정 병장에 비하면 차라리 인간적이기도 하며 말년이라는 특성상 비위만 거스르지 않으면 크게 터치하지 않으므로 둘 중 하나를 걸러야 한다면 유태정 병장을 거르는 것이 좋을듯하다.


미운 오리 새끼> (2012)

감독: 곽경택, 유재영, 김성식

출연: 김준구, 오달수, 양중경 등


조금 묵은 짬내가 나긴 한다. 시간적 배경이 1987년이다. 그렇다고 공감 못할 건 아니다. 어디 군대가 바뀐 적이 있긴했나? 그때나 지금이나 좆같은 건 똑같은 것을!

6개월 방위로 헌병대에서 여러 잡일을 하게 된 주인공이 각종 사건을 겪으며 성장해 나간다는 것이 이야기의 주요 골자다. 하지만 절대 군대에서 긍정적이고, 감동적인 경험들을 바탕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다. 말도 안 되고 부조리한 상황들에 휘말리고, 그 상황에서 분노해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하면서 겪는 아픈 성장통이다. 6개월, 그것도 출퇴근하는 방위임에도 참으로 다양한 부조리를 경험한다. 대단하다 K군대!

출연한 대다수의 배우들이 SBS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 참가자들이며 곽경택 감독의 지도를 받던 중 촬영한 것이다. 무명의 배우들 덕분에 오히려 몰입도가 더욱 높아진다.



‘복창해! 너는 쓰레기!’

육천상 대위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있지만 열정이 과하며 자격지심과 자부심이 동시에 탑재된 간부다. 거를 수 있다면 반드시 걸러야 할 간부의 이데아라 할 수 있다. ROTC 출신이며, 헌병대로 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넘친다. 하지만 너무 오바떨다보니 이것이 열등감인지 자부심인지 헷갈릴 정도. 솟아오르는 자부심과는 달리 영 개념이 없는 짓을 많이 한다. 직접적인 장면은 없지만 전설처럼 내려오는 ‘자네가 주임원사인가?’를 직접 시전했다고 언급된다. 최전방과 같은 강도로 훈련을 받아야 된다면 기간병들을 굴리기도 한다. 눈치는 더럽게 없어서 헌병대장이 귀찮아하거나 신경도 안 쓰는데 쓸 때 없이 군기 바짝든 모습으로 이것저것 보고해바친다. 오촌 당숙의 사돈까지 팔아가며 장성 인맥을 과시하는 건 덤. 결국 헌병대장 기분 안 좋을 때 무리해서 똥꼬 빨다 싸대기 맞고 울먹이는 찌질함을 보여준다. 이후 술 처먹고 영창에가서 기간병과 입창자들에게 강압적으로 서로 가혹행위를 시키게 만들어 분을 삭히는 등 인간쓰레기같은 면모까지 드러낸다.



<창> (2012)

감독: 연상호

출연: 이환, 이수현, 강도하 등


<돼지의 왕>, <사이비> 등 애니메이션을 통해 날카로운 시각으로 사회를 비판했던 연상호 감독이 그려낸 군대 이야기. 인권 만화집 <사이시옷>에 실렸던 만화가 원작으로 28분가량의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흔히 ‘FM’으로 불리며 간부와 후임들에게도 인정받는 분대장이 전입 온 관심 병사 신병을 받게 되면서 군 생활이 꼬이는 이야기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예비역들은 관람 시 혈압이 올라갈 확률이 높다. 불리할 땐 어리버리한 척하고, 유리할 땐 정상인이 되는 고문관 이등병도 보고 있으면 속천불 나지만 특히 병사들에 의한 군대 내 부조리와 폭행 등을 평소에는 방관하고, 오히려 조장하기도 하면서 사건이 터지면 모든 책임을 병사들에게 전가해 토사구팽 해버리는 간부들의 행태에 이를 갈게 된다.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이기도 한 주인공의 좆같음이 크레딧이 올라가는 그 순간까지도 지속된다.

연상호 감독 작품 특유의 ‘불쾌한 골짜기’를 유발하는 사실에 가까운 작화가 찝찝함과 답답함을 부풀린다.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 때문에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움과 어색함이 역설적으로 사실감을 더하기도 한다.

‘꿀밤이라도 한 대 때려주지 그랬어?허허’

조영각 중령

평소에는 주인공인 정철민 병장을 아끼고 챙겨주는 인자한 대대장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정철민 병장이 구타 및 자살 사건에 휘말리자 본색을 드러낸다. 처음에는 ‘후임 잘못 만나서 고생이 많다’며 사람 좋게 정철민 병장을 위하는 척 분위기를 조성한 후, ‘말 안 들으면 꿀밤이라도 때려줘야 말도 듣는 거다’며 유도심문을 한다. 유도심문에 넘어간 정철민 병장이 꿀밤 정도는 때려줬다고 하자 우디르급 태세 전환을 보여주며 ‘이런 놈들은 일벌백계 하라’며 영창에 보내버린다. 백미는 그렇게 영창 다녀온 정철민 병장이 전역하는 날 다시 사람 좋게 웃어가며 ‘후임 하나 잘못 만나서 고생 많았다’, ‘사회 나가면 여기있던 일 다 잊고 열심히 살아라’ 따위의 덕담을 건네는 장면이다. 간부들의 이중적이고 간사한 처세술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터. 그래서 더 빡치는 장면들이기도 하다.


<폭력의 씨앗> (2017)

감독: 임태규

출연: 이가섭, 정재윤, 소이 등

임태규 감독의 데뷔작. 제목처럼 폭력의 전염성을 보여주는 영화다. 폭력을 뿌리뽑지 못하고 방관하며 자연스레 자신에게도 뿌리내린 폭력의 전염성 말이다. 군대를 다녀왔다면 누구나 겪어봤을 그것이다.

분대 단체 외박이라는 설정 덕분에 내무반이나 군대 내 환경이 나오지 않기에 오히려 그것의 섬뜩함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군대 철조망만 넘는다고 군대에서 심어진 폭력의 씨앗이 싹을 트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특히 강자에게 약해지고, 약자에게 강해지는 비열하고 이중적인 인간상을 잘 관찰할 수 있다. 언급된 영화들과 비슷하게 고문관이자 배은망덕해 보이는 후임이 예비역들의 가슴을 옥죄일 수 있으나, 그 옥죄임이 사실은 자신도 몰랐던 ‘폭력의 씨앗’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저예산 독립 영화가 주는 특유의 리얼한 현장감으로 보는 내내 관객들이 숨 죽이게 만든다. 폭력의 순간을 직접 관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잘 살려냈다.

이름 모를 간부 새끼

이 부대 자체가 개노답이다. 영화는 단 하루의 시간만을 보여주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심각한 구타 가혹행위가 있어왔고, 이등병이 마음의 편지를 통해 숱하게 이를 고발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늘 그렇듯’ 마음의 편지는 간부 선에서 정리가 되고 오히려 내부고발자 있으니 관리 잘하라는 식으로 선임들에게 대충 떠넘긴듯하다.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전무하고 오히려 마음의 편지가 나올때마다 고발자로 낙인찍힌 이등병과 그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핑계로 맞선임인 주인공까지 복날 개패듯 잡혔던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단체 외박에서도 이어지며 영화의 본격적인 진행이 시작된다. 찌른 놈이 좆되고, 때린 놈이 보호되는 곳. 말도 안되는 일이 말이 되는 것처럼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 그런 곳이 바로 군대며, 이런 군대를 만드는 것이 영화 속 중대장 같은 새끼들이다.


<반도> (2020)

감독: 연상호

출연: 강동원, 이정현, 구교환 등


다시 한번 연상호 감독이 등장했다. <부산행>으로 애니메이션이 아닌 실물 영화, 그것도 블록버스터도 가능함을 증명해냈던 그가 <염력>에서 죽 쑤고 철지부심해 만든 <부산행> 후속작이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냄새는 ‘짬내’가 아니고 ‘좀비 피부 썩은 냄새’가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의 메인 빌런은 좀비가 아닌 631부대다. 이 부대는 무려 4년 동안 고립된 상태다. 이 말은 그동안 휴가도, 외출도, 그리고 전역도 불가능했다는 말. 심지어 계급도 몇 년 전 그대로다.
 국방부 시계가 안 흘러가는 가장 좆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던 것. 
거기다 밖은 좀비가 득실대고, 지원이나 구조도 불가하니 인간성을 상실하는 게 당연하다. 이들은 군인이라기보다 도적떼처럼 넝마를 걸치고 산발한 머리와 수염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그렇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면 오히려 측은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4년 동안 인간성은 상실했지만 계급체계가 유지되며 상명하복이 이루어지는 등 군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은 걸 보면 다른 한편으로 군대가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깨닫게 해준다.


‘다 죽여, 그냥! 죽여!!!’

황태수 중사

631부대의 공식서열 2위, 하지만 부대의 실세이기도 하다. 자신의 상관인 서상훈 대위에 대한 불만이 많으며 언제라도 하극상을 일으킬 준비가 된 상황. 그래서인지 서상훈 대위를 대할 때 명목상 존대만 할 뿐 무시하고 불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생존력이나 적응력은 강한듯하다. 특별히 군인으로서 부조리한 짓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들을 자행하고, 그것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아마 군인이었을 때도 꽤나 밑에 사람들 힘들게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황태수 중사를 중심으로 인간성을 잃어버린 다른 부대원들과 달리 서상훈 대위의 심복인 김영호 이병은 거기에 동화되지 않은 걸로 봐서는, 아마 황태수 중사가 제대로 된 인간으로 부대원들을 이끌었다면 그토록 처참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극한의 상황이긴 하지만 4년간 함께한 부대원들이 좀비에게 죽어갈 때도 심리적으로 동요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 등 일말의 인간성도 남아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짬내 나는 웹툰


<민간인 통제구역>

글⠂그림: OSIK

GP에서 발생한 총기 사망 사건에 얽혀있는 부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사건이 아닌 캐릭터들에 초점을 맞춰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갈등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으며 전체적인 이야기에 깊이감을 더한다. 군대라는 집단의 폐쇄성을 GP라는 특수 공간을 통해 극대화 시켜 진실이 감춰지는 과정을 스릴 있게 묘사한다.


<노병가>

글⠂그림: 기안84

<패션왕>과 <복학왕>으로 숱한 화제를 모으며 떡상과 나락을 오간 기안84의 숨겨진 띵작. 패션왕이 있기 전 본격적으로 기안84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의무경찰 출신인 기안84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기에 생동감이 넘친다. 특히 구타 가혹행위로 유명했던 의무경찰 이야기답게 다양한 부조리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병의 기록>

글⠂그림: 베어리

제목처럼 입대부터 제대까지 군인의 삶을 고스란히 기록한 만화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군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작고 소소한 일들과, 그에 대한 개인의 감정과 생각까지 기록했다. 누군가의, 아니면 자신의 수양록을 다시 들춰보는 듯한 느낌이다. 자신의 군 생활에 대한 미화 하나 없이 모든 걸 솔직 담백하게 그려낸 작가의 용기가 대단하다.


<짬>

글⠂그림: 주호민

<신과 함께>, <무한동력>으로 유명한 주호민 작가의 데뷔작이다. 자신이 직접 겪었던 군 생활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의 군 생활 중 특별한 에피소드를 그렸다. 아마추어 시절 디시인사이드와 네이버 붐 등에 업로드하다 인기를 끌어 단행본으로 제작됐다. 군대의 어두운 면을 부각시키기보다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따라서 남녀노소, 군필자, 미필자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는 군대 만화다.


<뷰리풀 군바리>

글: 설이

그림: 윤성원

‘여성징병제’라는 가상의 상황을 바탕으로 한 창작 만화다. 전의경 출신의 작가의 경험이 반영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가상의 인물들과 이야기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전의경 특유의 살벌한 부조리와 여군만의 특수한 가혹행위 묘사 등이 리얼하게 그려진다. 등장인물들의 아름다운 서비스 컷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니, 사실 그것 때문에 보는 건지도...


*크레이지 자이언트 2021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