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MOVIE]구라가 가득한 영화



구라가 가득한 영화

만우절에 보면 구라까기 찝찝해질지도…

by 김현석



리플리(The Talented Mr.Ripley)

개봉: 2000년

감독: 안소니 밍겔라

출연: 맷 데이먼, 기네스 팰트로, 주드 로, 케이트 블란쳇 등

러닝타임: 139분


거짓말의 확장성에 관한 스릴러 영화다. 우연히 시작된 가벼운 거짓말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을 낳기도 한다. 시작은 단 하룻밤 프린스턴 대학 출신 피아니스트의 땜빵을 뛰던 어리숙한 청년이었다. 그 사소한 거짓말은 조금씩 덩치를 키우더니 결국 한 남자의 인생을 가로채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된다. 리즈 시절 맷 데이먼의 섬세한 내면 연기 덕분에 주인공이 겪는 혼란스러움과 불안함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전달된다. 할리우드를 누비고 있는 중견 배우들의 젊고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도 영화가 주는 색다른 매력이다.



더 헌트(The Hunt)

개봉: 2013년

감독: 토마스 빈터베르그

출연: 매즈 미켈슨, 토머스 보 라센, 수시 울드 등

러닝타임: 115분


거짓말은 전염병처럼 퍼진다. 한번 감염된 거짓말은 진실로도 치유하기가 힘들다. 한 어린 소녀의 우발적인 거짓말 하나로 인해 하루아침에 자상한 유치원 교사에서 아동 강간범으로 낙인찍혀 버린 한 남자의 억울한 상황을 조명한다. 사람들은 진실을 쫓으려 하지 않는다. 그저 눈앞에 놓인 연약한 사냥감을 쫓을 뿐이다. 사냥이 끝나면 그들은 간사한 미소를 지으며 일상으로 돌아가버린다. 끝까지 진실에 다가가려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걸 믿고, 보고 싶은 걸 보기 때문이다. 한번 찍힌 낙인의 흔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이유다.

정직한 후보

개봉: 2020년

감독: 장유정

출연: 라미란,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등

러닝타임: 105분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삶이란 얼마나 힘들고 고달플까? 특히 거짓말을 밥 먹듯 하며 살아야 하는 정치인에게 말이다. 숨 쉬는 것 빼고는 전부가 거짓말인 3선 국회의원이 어느 날 거짓말을 절대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며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새사람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O Candidato Honesto>라는 브라질 영화가 원작이다. 다만 거짓말로 먹고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며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이 그 유명한 짐 캐리 주연의 <라이어, 라이어>와 유사해 표절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이 영화 또한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능청스러운 라미란과 조연들의 연기 덕분에 생각 없이 웃으며 보기에 좋은 시간 조지기용 영화.

빅 피쉬(Big Fish)

개봉: 2004년

감독: 팀 버튼

출연: 이완 맥그리거, 알버트 피니, 앨리슨 로먼, 마리옹 꼬띠아르 등

러닝타임: 125분


거짓말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거짓말을 하는 이유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거짓말도 존재한다. 허구를 통해 현실은 동화가 되기도, 판타지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 책을 읽고, 극장을 찾아가 허구를 마주하는 이유다. 과장되고 거짓되지만 그 안에는 순수하고 정직한 의도가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늘 허풍된 이야기만 늘어 놓는 아버지에게 염증을 느끼던 아들이 끝내 아버지를 이해하고 화해하며 진실에 다가간다는 내용이다. 어둡고 고딕적인 색채의 판타지를 만들던 팀 버튼이 작정하고 만든 따뜻하고 훈훈한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무미건조한 진실보다 화려한 상상이, 딱딱한 논리보다 부드러운 믿음이 때로는 더 유익한 법이다.

억셉티드(Accepted)

개봉: 2006년

감독: 스티브 핑크

출연: 저스틴 롱, 애덤 허쉬만, 조나 힐 등

러닝타임: 125분


맹목적으로 남들이, 세상이 만들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야말로 거짓된 삶이 아닐까? 대학 입시에 실패한 루저들이 부모를 속이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가짜 대학교를 만들었다가, 진짜로 대학교를 운영하게 되면서 겪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겉모습은 루저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지만 거짓 대학을 통해 진짜 대학과 교육, 나아가 꿈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대학에 크게 목매지 않는 미국 배경의 미국 영화라 큰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대학 입시가 인생을 좌우하고, 대학이 취업 사관 학교로 전락해버린 한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더라면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기생충


개봉: 2019년

감독: 봉준호

출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

러닝타임: 132분


남의 몸에 몰래 살며 영양분을 갈취하는 기생충은 존재 자체가 구라와 비슷하다. 영화는 거짓으로 점철된 기생하는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 벗어날 수 없는 서민 계급 등 사회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어째 이놈의 세상은 날이 갈수록 사회적 계층이 뚜렷해지고 빈부의 양극화는 심해진다. 그럴수록 거짓과 허영으로 점철된 인간관계는 사회와 함께 기생하게 된다. 작품성과 뚜렷한 메시지로 전 세계의 공감을 샀고 흥행과 더불어 각종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잘 나간 작품이다.



*크레이지 자이언트 2022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