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삼국지

피자 삼국지


겨울 밤 야식 대결에서 이탈리아, 미국, 우리나라의 국가대표 피자들이 맞붙었다. 

당신의 선택은?

by 이상주

 

 의심의 여지없이 이제 피자는 만국의 음식이다. 

 잘 구워진 도우와 산뜻한 단맛의 토마토소스, 부드럽고 짭짤한 치즈라는 피자의 기본 문법은 세계 각국의 입맛을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게다가 탄수화물 베이스에 다른 맛들을 하나하나 추가할 수 있다는 피자의 특징이 다양한 문화권의 여러 식재료를 올려 새로운 맛을 만들고 각국의 음식문화에 자연스레 자리잡도록 기여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서, 우리나라에서도 피자는 치킨, 짜장면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배달음식이 되었다. 

 이제 새벽 두 시 불고기피자 주문은 그리 별난 일도 아니며, 청국장보다 피자가 더 친숙한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에 대한 친숙함과 별개로 우리가 피자를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쫙 펴진 도우만큼이나 넓은 포용력을 지닌 이 음식을 우리는 어느 나라 음식이라고 불러야 할까? 

 흔히 이태리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에게 배달되는 피자들은 정말 이탈리아 음식일까? 아니면 미국 음식에 더 가까울까?

 혹은, 어떤 피자들을 한국 음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이 넓적하고 네모난 박스 어딘가에 살짝 숨어 있는 게 아닐까?


피자의 고향, 이탈리아

 피자가 어느 나라 음식이냐고 다시 생각해보자고 한 말 치곤, 처음부터 나온 나라가 이탈리아라니, 너무 뻔하지 않은가?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 피자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보기 위해서도,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는 생각해볼 법한 문제다. 

 피자라는 단어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건 약 1,000년 전이다. 

 피자는 현재 이탈리아의 지리적 중앙부이자 당시에는 비잔틴 제국의 영토였던 게타(Gaeta)라는 지역의 라틴어 기록물에 ‘피쯔(Pizze)’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하였다. 

 크리스마스 무렵 종교적인 모임에서 열두 개의 피자를 나누어 주던 기록이 있다고 한다. 

 학계에선 이 음식이 그리스의 발효빵인 피타(Pitta) 빵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주장을 주류 학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희고 넓적한 빵인 피타브레드에 주변에 있던 재료들을 토핑으로 올려 먹던 음식이 피자로 발전한 것이다. 

 밥 위에 계란이나 양념된 고기를 올려 먹듯이, 탄수화물에 양념한 다른 재료를 올려 먹는 조리방식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가장 보편적이다. 

 이런 조리법 덕분에 피자는 고전적인 형태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지금까지 널리 퍼질 수 있었다.


이탈리아 피자만의 가장 큰 특징으론 크기와 화덕을 들어야 할 듯하다. 

 이탈리아 피자, 특히 나폴리식 피자는 기본적으로 한판을 1인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크기는 건장한 성인 남성의 한 뼘보다 조금 더 클까 말까 한 정도이다. 

 이 정도로 작기 때문에 매우 화력이 강한 화덕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피자를 굽는 화덕의 내부 온도는 약 500℃ 가량 된다. 

 이는 전기나 가스 오븐에 비하면 매우 높은 온도이다. 

 때문에 이런 고온의 화덕에 두껍고 큰 도우를 넣으면 겉은 타버리고, 안은 덜 익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나폴리식의 발효가 잘 된 피자는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고온의 오븐에서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바삭하게 잘 구워져서 나오게 된다. 

 장작의 향이 자연스럽게 배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어디에서든 괜찮은 수준의 이탈리안 음식점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탈리아 상공회의소는 세계 각국에 기관을 전파하여 해당 국가에서 전통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다. 

 이탈리아 피자 가게들도 당연히 포함된다. 

 그러니 이탈리아 피자가 먹고 싶다면 초록창 블로그 리뷰를 찾지 말고, 주한 이탈리아 상공회의소 홈페이지에 접속하자. 

 운이 좋다면 집 근처의 가게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나폴리 피자에 한해서는 더욱 엄격한 조건에만 인증을 해주는 별도의 기관도 있다. 

 APN(Associazione Pizzaiuoli Npoletani)이라고 하는 나폴리 피자협회는, 전통적인 나폴리 재료와 조리도구, 조리방법을 준수하는 가게들에게만 STG(Specialità Tradizionale Garantita)라는 자신들 고유의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이는 EU 협회에서 공인하는 전통특산물인증이다. 

 이 인증을 받은 가게들은 이탈리아가 아닌 나라들에서 맛볼 수 있는 가장 전통에 가까운 맛인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피자 레스토랑이 이 인증을 받았으니 한번 찾아보도록 하자.


여왕만큼 아름다운 피자, 마르게리타

 이탈리아 피자,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나폴리 피자다. 

 이탈리아 중부의 해안 도시인 나폴리는 예전부터 피자의 명소로 인정받던 곳이다. 

 나폴리 피자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피자 마르게리타(Pizza Margherita)로, 발효된 적당한 크기의 도우에 토마토소스, 생 모짜렐라치즈, 바질 잎만 올려서 맛을 내는 피자다. 

 토마토는 빨간색, 모짜렐라 치즈는 하얀색, 바질잎은 초록색을 내게 되는데, 이 색의 조합은 이탈리아의 국기 색과도 같다. 

 이탈리아를 외양에서부터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음식인 셈이다. 

 단순한 구성이지만 깊은 맛의 토마토소스와 부드러운 치즈, 신선한 바질향이 잘 조합된 음식으로, 누구나 크게 호불호 없이 즐길 수 있는 피자다. 

 이 피자의 이름이 당시 이탈리아 왕국의 여왕인 마르게리타에게서 따왔다는 사실은 이제 꽤나 유명한 얘기다. 

 19세기에 왕궁에 진상된 이탈리아 국기 색깔 피자를 여왕이 매우 좋아하였기에 그녀의 이름을 따왔다는 것이다. 

 이 일을 통해 마르게리타 피자라는 이름이 유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토마토소스, 모짜렐라 치즈, 바질 조합의 피자는 18세기 말, 19세기 초부터 나폴리에서 유행했었다고 한다. 

 때문에 마르게리타 피자가 마르게리타 여왕에게 진상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하는 설은 신빙성이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또 다른 전통, 시칠리안 피자

 우리나라의 팔도 김치가 모두 다르듯이, 이탈리아에서도 다 나폴리 피자만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베네치아에서는 뉴욕피자와 거의 다를 바 없는 피자나, 아랍계 이주민들이 만드는 피자와 케밥 사이의 어딘가에 속해 있는 알 수 없는 피자도 찾아볼 수 있다. 

 사람 사는 환경은 모두 다르고, 때문에 먹는 음식도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역마다 다른 이태리 피자들 중에서도 또 유명한 것으로는 시칠리안 피자(Sicilian Pizza)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나폴리 피자보다 두껍고 폭신한 빵을 사용하며, 치즈도 토마토도 다른 토핑도 빵의 부피감에 죽지 않을 만큼 더 맛이 강한 것을 사용한다. 

 카초카발로(Caciocavallo)라는 이름의 호리병 모양(본토에서는 눈물방울 모양이라고 하는 것 같지만 한국인 입장에서는 그냥 호리병 모양이다)의 치즈와, 단맛이 두드러지는 토마토소스, 그리고 강한 감칠맛과 해산물향을 지닌 앤초비 등을 활용하여 맛을 내는 피자다. 

 그러나 그 강한 맛 때문인지, 나폴리보다는 약한 마케팅 전략 때문인지, 세계적 인지도는 역시 나폴리 피자에 밀리는 것 같다.


사실은 캐나다 출신, 하와이안 피자

 이제는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하와이안 피자의 고향은 하와이가 아니라 캐나다다. 

 캐나다의 한 셰프가 파인애플이 들어가는 독일 음식 토스트 하와이(toast hwaii)를 피자에 접목시키면서 만들었다. 

 이 음식의 문법은 사실 그리 낯선 것은 아니다. 

 타르트와 파이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구운 과일이 탄수화물 위에 올라가는 것은 흔한 일이다. 

 디저트에 한정된 경우라고 한다면, 시고 단 과일들을 소스로 활용하는 육류 요리도 얼마든지 이름을 댈 수 있다. 

 단맛은 가열하면 캐러맬라이징되어 풍미가 더 생기고 신맛은 다소 약해지기에, 이 조리법 자체는 사실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와이안 피자에 대한 찬반은 범세계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셰프 중 하나인 고든 램지는 자신의 쇼에서 하와이안 피자에 대한 혐오감을 가감 없이 보여준 적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3대 음식취향 논쟁이라고 한다면, 민트초코 호불호, 부먹찍먹 그리고 하와이안 피자 찬반을 뽑을 것이다. 

 그만큼 이 음식에 대한 호오는 극명히 갈린다. 


피자 세계화의 주역, 미국 피자

 짜장면은 중국의 작장면(炸酱面, 볶은 장을 올린 면)에서 유래했지만 우리나라 음식이다. 작장면과는 제공되는 온도부터, 맛, 먹는 방식까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K-Food의 대명사인 양념치킨은 또 어떨까? 

 이런 음식들을 한국 음식이라고 말해도 된다면, 어떤 피자들은 미국 음식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세계 곳곳에 퍼진 피자는 미국에서 완성된 피자이니까!


 미국에서는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을 통해 20세기 중후반을 기점으로 피자가 매우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자본주의와 성공을 미덕으로 삼는 나라에서 피자가 대중화되었다는 것은, 커지고, 두꺼워지고,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즈가 커지고, 도우가 두꺼워지고, 올라가는 토핑의 종류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햄과 소시지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들이 듬뿍 들어가 있는 피자들은 대부분 미국식 피자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에 더해, 전세계 사람들은 미국에서의 피자 발전에 대해 감사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피자를 배달의 상징으로 만든 것은 미국의 영향이 크다. 

 물론 이탈리아에서도 피자 배달이야 있었겠지만, 미국의 프랜차이즈들은 빠른 배달을 모토로 급격히 세를 불려갔고, 이에 의해 피자들은 홈파티 음식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배달피자 문화를 가장 대중화시킨 브랜드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도미노피자’다. 

 ‘30분 이내 배달 준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피자를 언제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셈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의 대유행 속에서 도미노 피자의 주가가 급등했다는 것은 이쪽에 관심 좀 있고 눈치 좀 빠른 독자들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배달음식 문화의 선두주자이자 최고 선봉인 탓이다.


얇고 넓고 짜고, 뉴욕 피자

 뉴욕은 전세계의 식탁 문화가 다 공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음식 다문화 지역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피자가 그 안에 없겠는가! 뉴욕 피자는 얇고, 크고, 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유행했지만 이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져버린 브랜드, 믹존스 피자가 바로 뉴욕스타일 피자다. 

 한 조각이 사람 얼굴만하고, 도우 꼬다리부분만 잡아서 들면 제 크기를 버티지 못하고 주욱 고꾸라져버리는 게 이 피자만의 스타일이라고 할까. 

 이 피자를 그냥 먹는지, 접어 먹는지, 돌돌 말아 먹는지, 혹은 두 조각을 겹쳐(?) 먹는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도 하나의 재미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도 대학가 인근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커다란 조각피자가 뉴욕에서 온 것이다. 

 크고 짠 맛에 비해 의외로 토핑은 심심하다. 

 토마토소스와 치즈뿐인 것도 흔하고, 더 나아가봤자 페퍼로니만 잔뜩 올라가는 정도다. 

 물론 가게마다 바리에이션을 줄 수야 있겠지만, 이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최근 한국 유행에 따라서 새우를 올리는 가게들이 좀 늘어난 것 같긴 하다. 

 페퍼로니 피자 위에 크러쉬드 페퍼를 뿌려 먹는 맛에 중독된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인다. 

 페퍼로니와 치즈 이외의 것이 더 올라가면 거부감을 일으키는 사람들도 보일 정도이니 말이다.

 

칼로리 폭탄 음식의 선두주자, 시카고 딥디쉬

 시카고 딥디쉬, 한 7-8년 전쯤 한 브랜드를 통해 한국에서 갑자기 대유행을 타다가 이제는 조금 시들해진 장르다. 

 그 브랜드는 이제 무슨 닭갈비를 하는 것 같던데, 잘은 모르겠다. 

 뉴욕 피자가 수평으로 뻗어나갔다고 하면 이 녀석은 수직으로 깊어졌다고나 할까. 

 시카고 딥디쉬는 말 그대로 깊이감이 있는 피자다. 

 도우도 두껍고 피자 자체도 두껍다. 

 거의 밥공기 정도는 될만한 높이로 피자도우를 성형해서 그 안에 육류, 치즈, 소스를 얹는다. 

 당연히 들어가는 고기, 치즈, 소스의 양도 다른 피자에 비해서 압도적이고 그만큼 칼로리도 훨씬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실험적인 괴식(?)의 일부로 취급되는 칼로리폭탄 음식들이 가끔씩 미디어의 조명을 받지만, 괴식 취급을 받지 않으면서도 예전부터 칼로리 폭탄 음식의 선두에 서 있었던 피자라고 볼 수 있다. 

 칼로리가 맛의 단위라는 말을 신봉하는 사람이라면 이 피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치즈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저질의 치즈를 사용해서 만드는 집이라면 후에 소화가 잘 안 되어서 속이 불편해질 확률도 높다는 걸 잊지 말자. 

 예전부터 삼성동 코엑스 지하에 이걸로 유명한 브랜드의 지점이 하나 있었는데 이제는 그 프랜차이즈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져서 아쉬울 따름이다. 

 아끼지 않고 재료를 마구 집어넣는 시카고 딥디쉬의 미덕을 고수하는 브랜드였건만. 


장소특정적인 조리, 디트로이트 피자

 현대 예술계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로, 장소특정적(site-specific)이라는 표현이 있다. 

 한 장소의 인문사회적 맥락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만들어진 작품 혹은 건축 등을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근대의 상징이었던 기차역이었다가 근대미술 전문 미술관이 된 오르세 미술관, 진짜 호텔 안에서 벌어지는 호텔 배경의 연극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겠다. 

 혹시 이 개념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식문화를 얘기로 연장시켜 볼 수는 없을까? 

 예를 들어 미군부대가 주둔해있던 곳에서부터 발달하기 시작한 의정부/송탄 부대찌개를 장소특정적인 음식이라고 부르는 것은 안 될까?

 자연환경이 한 지역에 제공하는 재료를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역사적/사회적 배경이 제공하는 맥락에 따라 발달한 음식을 장소특정적 음식이라고 부른다면, 디트로이트 피자는 장소특정적 음식이 될 수 있겠다.


 디트로이트는 자동차 공업단지로 흥했던, 그러나 지금은 거의 슬럼가가 되어버린 미시간 주의 도시이다. 

 때문에 이곳에는 폐공업단지들이 널부러져 있고, 치안 안 좋은 도시로도 손꼽힌다. 

 그러나 이 곳에서 이러한 맥락을 오롯이 담아내는 듯한 피자가 하나 있다. 

 직사각형의 디트로이트 피자가 바로 그것이다. 

 시칠리안 피자도 네모나지만, 디트로이트 피자의 형태가 사각인 것은 단순히 심미적이거나 미식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공업소에서 사용하는 사각 스틸 트레이를 활용하여 피자를 굽기 때문이다. 

 공업지구였던 만큼 공업용 트레이는 얼마든지 널려있었을 터라 요리를 위해 따로 구입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스틸은 열전도율도 높기 때문에 피자 도우를 바삭하게 구워내기에 적격이었다. 

 사각 트레이에 소스를 스푼으로 대충 바른 듯한 디트로이트 피자는 자기 고장의 맥락을 담아내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이태원의 모 가게 인기 메뉴로 입소문을 탔다. 

 이를 기점으로 이 스타일 피자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이 스타일이 보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의 배리에이션 피자들


 우리나라 음식문화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로 ‘유행’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음식 유행이 정말 빨리 생겼다가, 정말 빨리 사라지곤 한다. 

 굳이 기생충의 대만카스테라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앞서 언급한 시카고 딥디쉬부터 시작하여, 치즈쭈꾸미, 벌꿀 아이스크림, 최근의 흑당 밀크티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가게들이 유행에 따라 생기고, 금세 다 사라진다. 

 이를 좋게 말하면 새로운 문화를 흡수하려는 열망이 강한 것이겠고, 나쁘게 말하면 외부의 식문화를 아무런 고려 없이 맥락을 삭제하여 마구 인용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한국의 대중음식은 정말 많은 것들이 갑자기 들어오고, 대부분 사라진다. 

 그러나, 그 유행 중 몇 가지는 긴 시간 자리잡아 하나의 전통이 되곤 한다.
 피자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갑각류나 온갖 크림 토핑들, 심지어는 소시지가 크러스트 안에 들어가 있는 형태까지, 이들은 한국의 음식 유행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피자들이다.

(물론 미국 일부 브랜드들이 실험적인 피자를 만들곤 하지만 그것이 대중화되었냐는 다른 문제이다. 한국에서는 상기의 피자들이 훨씬 대중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고구마를 사랑하는 민족, 골든크러스트

 사실 고구마를 음식에서 이렇게 많이 활용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 

 단맛 때문에 메인요리에 활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당근과 밤의 단맛에 밀려 케익에도 그리 잘 활용되지는 않는다. 한국 빵집의 스테디셀러인 고구마케익은 토종 한국 스타일 케익이다) 

 그러나 한국 음식은 식탁 한가운데의 단맛을 그리 불쾌하게 여기지 않기에 고구마를 종종 활용하곤 했는데, 이는 피자도 예외로 만들진 않았다. 

 피자 크러스트 바로 전에 고구마 무스를 두른 피자는 이제 치즈크러스트와 함께 모든 한국 피자집들이 갖고 있는 하나의 클래식이 되었다. 

 토마토소스와 고구마무스의 ‘단짠’ 조합은 가히 파괴적이어서, 누구나 부담없이 먹는 피자가 된 셈이다.



 탄수화물 2중대, 포테이토피자

 포테이토피자가 한국식 피자라는 데에 놀라는 독자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맞다. 

 포테이토 피자는 완전한 한국식 피자, 정확히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한국 피자 브랜드 M사가 만든 것이다. 

 물론 외국에도 포테이토 피자는 존재하고, 영문으로 검색해보면 실제로 꽤 많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그리 메이져하지도 않거니와, 한국 포테이토 피자와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외국 포테이토 피자는 감자를 얇게 저미거나 채쳐서 토핑으로 올리는 식이다. 

 한국에서는 감자를 웨지 형태로 길쭉하고 두껍게 썰어 피자 한 조각에 두어 쪽이 올라가도록 만든다. 

 이는 한국에만 있는 스타일이다. 

 M사에서 처음 개발하여 출시하였고, 큰 유행기를 지나 이제는 또하나의 클래식이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조합을 그리 선호하지 않는데, 탄수화물 도우 위에 탄수화물 덩어리를 올려 먹는 느낌을 납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민족이던가. 

 밥의 민족에게는 밀가루의 가벼운 느낌을 해소시켜 주는 탄수화물 2중대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단짠의 시초, 불고기 피자

 ‘단짠’이 하나의 용어가 되어 사용되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 안 된 일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사실, 한국의 식탁 위에서 단짠은 예전부터 맛내기의 기본 문법 중 하나였다. 

 예를 들어 떡볶이, 제육볶음과 김치(물론 많은 집들이 김치를 담글 때 설탕을 안 넣는 것을 안다. 그러나 설탕 대신 효소나 매실액을 넣기도 하고, 보쌈김치나 국밥집 섞박지 등의 특유의 시원함은 사실 설탕에서 오는 것이다.)의 가장 근본적인 맛내기 스타일은 단짠이다. 

 단짠 위에 짠맛을 가려주는 매운맛이 올라오는 게 이 음식들이 대중식탁의 자리를 오래 잡고 있는 비결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맵단’을 단짠이라고 부르는 게 싫다면, 정말 근본적인, 정통있는 단짠도 있다. 불고기다.

 불고기의 맛은 간장과 설탕이 담당한다. 

 간장이 짠맛과 감칠맛을, 설탕이 단맛을 책임진다. 

 K-food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불고기는 한식이 적용될 수 있는 곳이라면 버거, 파스타 등 모든 곳에 그 다리를 걸쳐 놓았다. 

 그 결과 불고기 버거는 L사의 대표 메뉴가 되었고, 불고기 파스타는 퓨전식 파스타집에서는 항상 있는 메뉴로 자리잡았다.

 피자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에는 확실히 좀 수요가 줄어든 것 같지만, 대부분의 피자 브랜드와 동네 피자집은 하나같이 불고기 피자를 메뉴에 올려놓는다. 

 불고기가 가공육의 짠맛과 토마토 소스의 단맛을 동시에 능가하는 고효율의 재료로 기능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도 편하게 거부감 없이 드실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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