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어울리는 술

추천! 연말에

어울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규모 연말 모임은 힘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혼자나 둘 아니면 셋이 오순도순 마시는 자리는 있어야겠지? 

연말연시에 오붓하게 마시기 좋은 추천 알코올을 골라봤다.


by 강면우

 


추천 와인

보졸레 누보

원산지: 프랑스 부르고뉴

알코올 도수: 12~15% 안팎

추천안주: 치즈와 스테이크

 

올 것이 왔다. 

맥주와 소주 그리고 막걸리의 강세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마실 기회가 흔하진 않지만 기념일이나 연말연시처럼 특별한 분위기에 와인보다 잘 어울리는 술이 있을까? 

한 해를 수고한 나한테 맛좋은 와인 한 병, 앞으로 나를 챙기느라 수고할 그녀와 함께 분위기 있는 와인 한 병을 따보자.


사실 와인은 어려운 술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이모저모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지 않으면, 제대로 즐기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갑자기 와인 공부에 목숨 걸 필요는 없다. 

어차피 그녀에게 적당히 썰을 풀면서 좀 더 로맨틱한 분위기만 만들면 그만이니까. 

와인을 나누는 기준은 다양하다. 

색깔로 나누면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이 나오고(플러스 로제와인까지), 지역으로 나누면 신대륙(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 와인)과 구대륙(유럽) 와인이 나온다. 

일반적으론 신대륙 와인을 추천하곤 한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말에는 구대륙 와인이 좀 더 있어 보이지 않겠나? 

그것도 기왕이면 프랑스로.


프랑스의 가장 대표적인 와인 산지로는 보르도를 꼽을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유명한 지역이 부르고뉴다. 

그런데 부르고뉴와 같은 행정구역에 속하면서 완전히 이질적인 동네가 있다. 

바로 ‘보졸레’ 지방이다. 

보졸레 누보는 ‘보졸레 지방의 햇와인’이란 뜻이다. 

9월에 수확한 포도를 양조했다가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전 세계에 동시 출시한다. 

우리가 추석에 햇곡식을 놓고 제사도 드리고 잔치도 벌이는 것처럼 프랑스에선 한 해의 첫 와인이 출시되길 손꼽아 기다리곤 한다. 

그게 바로 보졸레 누보다. 

보졸레 누보는 오래 숙성한 와인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값싸고 저렴하게 마시기 좋다. 

<신의 물방울>의 유난스럽고 호들갑스러운 테이스팅 코멘트 덕분에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꽤 유명한 술이 되었다. 

덕분에 잘나가던 전성기에는 상당한 양이 소비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허영만 화백이 라벨을 그릴만큼 꽤나 인기를 끌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거품이 빠진 지금은 제자리, 그냥저냥 만만한 와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왜 추천하느냐고? 

이벤트 와인이니까! 가볍게 마실 수 있으니까! 공부해서 마시지 않아도 되니까! 

숙성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완숙한 풍미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각종 음식들과 부담 없이 섞어서 신선하게 즐기기 좋다. 

우리가 요리사를 초빙해서 와인에 맞는 마리아주를 고민할 것도 아니잖아? 

편하면서 이벤트에도 잘 어울리는 와인은 그래서 보졸레 누보다!


추천 맥주

레페 Leffe

원산지: 벨기에

알코올: 6.5%

추천안주: 프렌치프라이와 튀김

 

무려 고대 바빌로니아에서부터 마셨다는 맥주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술이다. 

심심해서 한잔, 즐거워서 한잔, 술 못해서 한잔. 

각자의 이유는 다르지만 어쨌든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소비되고 있는 ‘술의 왕’이다. 

연말에는 좀 특별한 술을 찾아야 한다고? 

맥주도 얼마든지 특별할 수 있다.


맥주 하면 떠올리는 ‘라거’는 강력한 탄산과 시원한 목넘김으로 마시자마자 우리를 업 시켜준다. 

사시사철 라거에 어울리지 않는 순간은 없다. 

하지만 연말에는 좀 더 특별한, 그리고 잔잔하면서 묵직한 맥주를 추천한다. 

이름하여 레페! 수도원에서 빚은 술이라면 와인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수도사들은 맥주 양조에도 도사들이었다. 

152년 벨기에에 설립된 레페 수도원은 1240년부터 맥주를 빚었다. 

지금은 주류회사에서 레시피를 구입해서 생산하는 레페는, 상당히 비싼 수도원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접하도록 해준다. 

밝은 황금색의 레페 블론드는 달콤한 향이, 묵직한 레피 브라운은 씁쓸한 뒷맛이 특징이다. 


참고로 벨기에는 과일이나 각종 향신료, 씨앗 등을 첨가한 에일 맥주의 천국이다. 

감자튀김을 ‘프렌치프라이’라고 하지만 벨기에가 원조라는 의견도 있다. 

와플만 만드는 게 아니라 숨은 맥주강소국이었던 셈이다. 

호가든과 스텔라 아르투아 등 이름난 맥주가 많으니까 맥주를 마실 때 ‘벨기에’라는 글자가 보이면 일단 한 수 접어주자.


추천 사케

쿠보타 만쥬 久保田 萬寿

원산지: 일본

알코올: 15.5%

추천안주: 조림을 제외한 일식, 맑은 탕

국민 정서가 아직도 좋지 않은 이 시점에 일본 술을 이야기하자니 송구할 따름이다. 

하지만 일본 브랜드 불매에 최선을 다하다가도 모니터 앞에 앉으면 일본 AV녀의 이름을 타이핑하는 게 남자다. 

주색은 세트니까 일본 술도 우리 입에 잘 맞을 거다. 

심지어 눈보라 치는 겨울밤엔 따뜻한 사케 한 잔만큼 잘 어울리는 술도 드물 거다. 

그뿐만이 아니다. 

온천의 클리셰. 눈 내리는 노천탕에서 피로를 녹이다가 사케 한 잔 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일본 브랜드 불매를 이어가겠다면 그렇게 해라. 

하지만 혹시라도 여친과 온천여행을 가게 되면 예외상황은 인정해주자.


사케는 쌀을 누룩으로 발효시킨 후, 여과하여 만든 일본식 청주다. 

사실 사케라는 단어는 일본에서는 그냥 ‘술’이라는 뜻인데,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일본식 청주를 의미하는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간바레 오또상’과 같이 팩 사케를 처음 접하기 쉬운 우리나라 특성상, 이자카야에서 적당히 분위기 낼 때 마시는 술처럼 치부된다. 

하지만 사케는 지역과 양조 방법에 따라 풍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취미로 가까이하기에 좋은 술이다.


쿠보타 만쥬는 동명 브랜드의 플래그십 라인이다. 

전체적으로 쌀의 풍미를 잘 담아내고 있고 사케를 마실 때 기대하는 향과 부드러움 그리고 깊이 덕분에 따듯하게 그리고 차갑게 먹어도 좋다. 

특히 코를 열어 공기를 흡입하면 쌀알 특유의 고소함을 느껴볼 수 있으니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되면 도전해보자. 

쿠보타 만쥬의 가격이 부담스러우면 좀 저렴한 센주로 입문해도 좋다.


추천 위스키

발렌타인 17(Ballantine's 17)

원산지: 스코틀랜드(영국)

알코올: 40%

추천안주: 육포와 과일

 

드라마나 영화에서 회장님이나 조폭 큰형님, 검사장님이 마시는 술로 주로 등장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젊음과는 거리를 느끼게 되는 술이다. 

물론 발목을 잡는 최대 요인은 가격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술은 술일 뿐 선입견을 걷어내고 도전하면 또 나름 좋은 술이 위스키다.


위스키는 맥주의 사촌이다. 

보리로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호밀이나 옥수수, 잡곡 위스키도 있긴 하다. 

그래도 스카치는 보리의 싹인 맥아가 주원료다.

 할머니들은 엿기름이라고 부르는 맥아로 밑술을 만들고, 이를 증류하여 오크통에 숙성하면 위스키가 된다. 

그러니 맥주의 슈퍼 엑기스라고 생각하면 위스키에 대한 부담감이 좀 줄어들려나 모르겠다.


고급 양주의 대표 주자인 만큼 종류는 무궁무진하지만 우리는 그냥 스코틀랜드의 스카치 위스키만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스카치위스키의 주 재료는 맥아라고 했지? 

단일 증류소에서 맥아 증류액만 써서 만든 위스키는 ‘싱글몰트위스키’라고 한다.

맥아가 비싸니까 저렴한 곡식들로 위스키를 만들면 ‘그레인위스키’가 된다. 

이 두 가지를 적당히 섞어서 맛도 좋고 가격도 좋은 놈을 뽑아낸 게 ‘블렌디드 위스키’다. 

몰트위스키가 인기를 끌면서 블렌디드 위스키를 한물 간 것처럼 취급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올바른 견해는 아닌 것 같다. 

발렌타인 시리즈는 목넘김을 중시하고 훈연향을 사랑하는 한국인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겸 베스트셀러 위스키다. 

싱글몰트 붐이 분다고 한국인의 입맛이 갑자기 바뀌진 않는다. 

발렌타인 17은 우리 입에 꼭 맞는 위스키인 만큼 꼭 도전해보자.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21년과 30년 된 상급 버전을 마셔도 좋지만 아무래도 부담스럽겠지? 

그럼 아시아 시장만 따로 겨냥해서 만든 발렌타인 마스터즈를도 괜찮은 선택이 될 거다.


추천 보드카

앱솔루트 (Absolut)

원산지: 스웨덴

알코올: 40%

추천안주: 버섯 피클 또는 안주 없이 칵테일로

 

무색, 무취 그리고 러시아의 소주. 

보드카 하면 보통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이미지일 거다. 

시베리아의 한랭전선이 남하하면서 펼쳐진 겨울 때문일까? 

한 해가 끝나가는 연말이 다가오면, 평소에는 찾지도 않던 보드카가 떠오른다. 

거의 순수한 알코올을 위장에 때려 부어 필름절단식을 거행하기 최적화된 술처럼 생각하지만 러시아의 보드카는 그리 독하지 않다. 

러시아 정부는 보드카의 알코올 함량을 40도로 정해버렸다. 

왜냐고? 

보드카가 너무 독해지면 취해서 얼어죽은 시체가 공원 여기저기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보드카는 생각보다 독하지 않다. 

게다가 보드카는 여자가 좋아하는 술로도 유명하다. 

독특한 향이 없기 때문에 각종 주스와 음료에 섞어먹기 좋은 까닭이다. 

그리고 보드카는 러시아만의 술도 아니다. 


보드카의 대표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앱솔루트는 스웨덴산이고, 스미르노프와 스카이는 미국산이다. 

핀란디아는 이름처럼 핀란드에서 만들었다. 

시락의 국적은 프랑스, 벨베디어와 쇼팽은 폴란드다. 

스톨리치나야와 바이칼, 벨루가는 러시아에서 왔다. 

그러니까 보드카는 러시아의 술이라기보단 몽고부터 러시아, 북유럽, 동유럽에서 두루 인기를 끄는 글로벌 알코올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보드카에 대한 최초의 기록도 폴란드에서 나왔다. 

폴란드에서 보드카에 대한 법원 판결문으로 남아 있기에 술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드카의 원조가 폴란드라며 아는 척하기도 한다. 

그래봐야 국제적인 정세는 러시아가 압도적이지만 말이다.


크레이지 자이언트가 연말 파티용으로 추천하는 보드카는 앱솔루트다. 

뒷맛이 깔끔해서 스트레이트로 즐겨도 좋고 다양한 음료에 믹스해도 좋다. 

스트레이트를 원한다면 ‘앱솔루트 페어’를 추천한다. 

수분 많고 달콤한 ‘한국 배’ 말고 퍼석퍼석하면서 신맛 나는 ‘서양 배’의 향을 담은 보드카다. 

풋풋한 달콤함과 익숙하면서 낯선 느낌이 연말연시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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