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소년점프 최고 화제작 <귀멸의 칼날 鬼滅の刃>

소년점프

최고 화제작 

귀멸의 칼날

鬼滅の刃


드디어 ‘원나블’ 아성을 무너뜨릴 엄청난 녀석이 나타났다

by 제로




한때 국내 오덕계에서 통용되던 ‘원나블’이란 말이 있다. 2000년대를 풍미한 소년점프 3대 간판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를 아울러 이르는 약칭이다. 

이들 세 작품은 약 십 년간 소년점프 TOP 3를 독점하다시피 했으며, 단행본 판매는 물론 각종 부가사업으로 연간 수백억 엔의 매출을 올렸다. 

이러한 인기는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수준이라 국내에서 ‘원나블’이라 부르듯 서양에선 ‘HST(Holy Shonen Trinity, 소년점프 성삼위일체)’라 떠받들 정도. 

다만 <나루토>가 2014년, <블리치>가 2016년 각각 완결이 나며 영원할 것 같았던 ‘원나블’ 시대도 점차 저물어가는 추세다. 

<나루토>의 경우 다른 작가가 속편 <보루토>를 연재 중이지만 원작에 비해 평가와 인기가 크게 처지는 터라 ‘원나블’과 함께 거론하기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원나블’의 후계자는 누구일까? 

사실 이 얘기는 ‘원나블’이 채 끝나기 전부터 잊을 만하면 나오던 떡밥이다. 

유독 괜찮은 신작이 많았던 2008년에는 <토리코>, <바쿠만>, <누라리횬의 손자>가 차세대 간판을 자처했으나 실제 권당 판매량은 ‘원나블’ 발끝에 겨우 미쳤다. 

이후 소년점프 흥행작을 나열하면 <블랙 클로버>,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원펀맨>, <암살교실>, <하이큐>, <쿠로코의 농구>, <약속의 네버랜드> 정도인데 그 어떤 작품도 ‘원나블’만한 위상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영원한 왕이란 없는 법. 놀랍게도 2019년 말 무섭게 치고 오른 한 작품에게 <원피스>가 11년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소년점프 1위를 내주고야 말았다. 

바로 오늘 소개할 고토케 코요하루作 <귀멸의 칼날, 鬼滅の刃>이 그 주인공이다.


다이쇼 시대, 소년은 여동생을 위해 혈귀를 벤다

일본 근대화의 싹이 막 피어나던 다이쇼 시대(1912~26년), 일찍 아버지를 여읜 숯쟁이 소년 카마도 탄지로는 어머니와 동생들을 위해 매일 산 아래 마을로 숯을 팔러 다닌다. 

고되고 가난하지만 가족들을 보며 힘을 내던 탄지로. 

그러나 그 소박한 행복조차 갑작스러운 참사로 인해 산산이 부숴지고 만다. 

늦게까지 숯을 팔다 어쩔 수 없이 하룻밤 외박을 한 날, 하필 그때 정체모를 괴물에 의해 온가족이 변을 당하고 만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부지한 여동생 네즈코조차 알 수 없는 광증으로 탄지로를 공격하는 가운데 홀연히 나타난 검사가 그녀를 막아선다. 

검사가 말하길 가마도 가문의 원수이자 네즈코를 감염시킨 존재는 혈귀(おに, 오니를 이렇게 번역했다)이며, 자신은 혈귀를 베어 죽이는 비밀조직 귀살대의 일원이라는 것이다.


혈귀는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며 칼을 뽑아 든 검사는 목숨을 건 탄지로와 네즈코의 반격에 이내 마음을 바꾼다. 

일반적인 혈귀는 피와 살점을 향한 충동 탓에 인간과 절대 상종할 수 없는 반면, 네즈코는 분명 오빠를 지키고자 행동했기 때문이다. 

이들 남매에게 실낱 같은 희망을 발견한 검사는 혹시라도 네즈코가 사람을 헤치지 않도록 대나무를 물려준 후 육성자 우로코다키 사콘지에게 보낸다. 

일단 감염된 인간은 구제의 여지가 희박하지만 같은 혈귀라면 그 방법을 알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 여동생을 구하고 가족의 복수도 하려면 귀살대에 들어오라는 제안이었다.

이에 각오를 굳힌 탄지로는 텐구 가면을 쓴 노인 사콘지와 함께 귀살대가 되기 위한 지옥훈련에 돌입한다. 

인간의 몸으로 혈귀를 벨 수 있는, 물의 호흡법을 익히기 위하여.


점프의 법칙에 충실한, 왕도 소년만화로 성공하다

여기까지가 만화책 1권, 애니메이션 1~2화 분량에 해당하는 <귀멸의 칼날> 도입부다. 

보다시피 혈귀는 일본풍으로 살짝 바꾼 뱀파이어이며 귀살대는 뱀파이어 헌터다. 

괴물에게 가족을 잃은 주인공이 사냥꾼 집단에 합류한다는 전개도 그리 특별할 것은 없다. 

당연히 탄지로는 사콘지의 지도 아래 귀살대를 뽑는 최종 시험에 합격하고, 나란히 등용문에 오른 네 명의 도전자는 이후 동료이자 경쟁자 역할을 한다. 

초반에는 탄지로가 이곳저곳 유랑하며 혈귀를 잡는 피카레스크 구성이지만 갈수록 사건의 규모가 커지며 점차 최종전을 나아간다. 

탄지로가 익힌 물의 호흡 외에도 번개의 호흡, 바람의 호흡 등이 나오고 귀살대와 혈귀 모두 최상위 강자들을 위한 멋들어진 호칭이 존재한다. 

이래저래 소년점프 배틀물의 교과서적인 구성이다.

말하자면 <귀멸의 칼날> 인기 요인은 교과서를 아주 잘 따랐다는데 있다

결코 그게 쉽다는 것은 아니다. 

“국영수 위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라”는 수능 만점자의 조언처럼 기본이 가장 중요하며 그만큼 지키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작금은 오타쿠 문화의 영향으로 왕도(王道)라 할만한 소년만화가 되려 드문 형국이다. 

보다 자극적이고 신선한 설정과 특이한 인물상, 대세를 고려한 이야기만 난무하다 보니 되려 일반 대중이 느끼기엔 부담스러운 작품이 많아졌다. 

초창기 <원피스>와 <나루토>는 오타쿠 취향을 배제하고 누구나 이입할만한 감정선으로 대중성을 확보했다. 

<귀멸의 칼날> 역시 다소 뻔하되 안정적인 세계관 위에 카마도 탄지로라는 요새 보기 드문 올곧고 강직한 주인공을 내세웠다. 

과연 ‘원나블’의 후계자가 될만한 자질을 갖췄다.

왕도 소년만화로서 <귀멸의 칼날>이 거둔 또다른 수확은 단연 카마도 네즈코다. 

그녀는 본래 오빠를 도와 동생들을 돌보는 어른스러운 성격이었으나 혈귀가 되며 지성을 거의 잃어버렸다. 

다행히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인간의 편에 서서 싸우지만 평소 행실은 마치 유아퇴행자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이게 또 한편으로 굉장히 귀여워서 독자층의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 

덕분에 애니메이션 행사인 서울 코믹월드에 가보면 어린 여학생들이 네즈코 따라한다고 대나무 물고 침을 질질 흘리는 웃픈(…) 광경을 볼 수 있다. 

네즈코는 흔히 말하는 ‘노리고 만든’ 여자 캐리터가 아니다. 탄지로와는 남매 관계이니 러브라인도 아니고 이렇다할 서비스신 없이 옷을 둘둘 말고 다닌다. 

어찌 보면 ‘노리지 않았기에’ 더 마음이 동하는 묘한 경우인 셈.


애니메이션화에 힘입어, 원나블의 경지를 향하여

<귀멸의 칼날> 흥행을 논할 때 빼먹어서는 안 될 또다른 주역은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유포테이블(ufortable)이다. 

<공의 경계> 극장판과 <페이트/제로>로 실력을 인정받은 유포테이블은 이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화로 또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다. 

유포테이블의 특기는 2D 애니메이션에 3D를 적절히 섞어 역동감을 주는 것인데, 아무래도 3D는 CG티가 난다는 고질병이 뒤따랐다. 

반면 <귀멸의 칼날>은 붓으로 그린 듯한 두터운 선이 2D 사이에 3D를 감추어주어 단점은 최소화하고 장점은 극대화하는 효과를 낳았다. 

특히 귀살대가 전집중 호흡을 사용할 때 그 속성에 맞춘 3D 효과는 굉장히 박력 넘치는 연출을 가능케 했다. 

이게 얼마나 뛰어났는지 애니메이션을 본 원작자가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울었다고 스스로 밝혔을 정도다.


이처럼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은 2018-2019 뉴타입 어워드에서 작품상을, 2020 도쿄 애니메이션 어워드에서 마찬가지로 TVA 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BD/DVD 초동 판매량 또한 2만 장을 넘겨 해당 분기 1위를 차지하는데 성공. 

그때까지 원작 만화는 총 발행부수 350만 부로 그럭저럭 인기있는 수준이었으나 애니메이션 대흥행에 힘입어 몇 개월만에 2,500만 부가 팔리는 쾌거를 이뤄냈다. 

앞서 언급한 소년점프 1위도 바로 이 시점에서 달성했는데, 갑작스레 인기가 오르며 이제껏 나온 단행본이 동시에 잘 나갔기 때문에 누계 판매량이 순간적으로 급상승한 것. 

정리하자면 만화도 훌륭하지만 애니메이션의 수혜를 톡톡히 본 작품이라 하겠다. 

애니맥스 코리아를 통해 국내 방영도 하였으니 놓치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