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기자는 어떻게 홍명보의 입을 열게 만들었나

MEDIA INTERVIEW SIGNAL

채널A 기자는
어떻게 홍명보의
입을 열게 만들었나

공격적인 질문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상대의 방어막을 낮추는 일이다. 지난 7월 2일, 채널A 김채현 기자가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접근한 방식은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 질문은 날카로웠지만, 시작은 부드러웠다.

cd176f18f1cb0.png7월 2일 채널A 보도화면 갈무리

7.2
채널A 인터뷰 보도
2시간
자택 앞 대기
7.6
채널A 유튜브 ‘취재썰’ 출연

SIGNAL 01

문을 연 것은 질문이 아니라 ‘억울함’이었다

7월 2일 채널A가 공개한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인터뷰에서 주목받은 건 답변만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선을 끈 건 인터뷰를 성사시킨 김채현 기자의 접근 방식이었다. 김 기자는 국민적 논란 속에 있는 홍 전 감독에게 곧장 책임을 추궁하기보다, 먼저 해명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을 건넸다. 비판을 받는 취재원이 본능적으로 세우는 경계심을 낮추기 위한 전략적 출발점이었다.

좋은 인터뷰는 상대를 몰아세우는 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때로는 상대가 스스로 말하고 싶어지는 틈을 만드는 것이 더 강력하다.

SIGNAL 02

국민의 궁금증을 앞세운 부드러운 압박

김 기자는 남아공전 졸전 이후 열린 감독 사퇴 기자회견을 언급하면서도, 당시 홍 전 감독이 질문을 직접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지점이 남아 있다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자택 앞이라는 민감한 장소에서 이뤄진 접촉이었지만, 질문의 명분을 개인적 호기심이 아닌 국민적 궁금증으로 배치한 것이다. 이에 홍 전 감독은 기자들과 사전에 양해가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국민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더 궁금해하겠느냐는 반응도 보였다.

77e00083da152.png· 홍명보 전 감독 인터뷰 관련 보도 이미지

SIGNAL 03

전술 비판도 ‘판단의 영역’으로 열어뒀다

선수 기용과 전술 판단은 홍 전 감독을 향한 비판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김 기자는 이를 단정적으로 몰아붙이지 않았다. 외부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추측일 수 있고, 감독에게는 당시의 판단 근거가 있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질문의 결을 조정했다. 이 방식은 홍 전 감독이 스스로 방어 논리를 꺼내도록 만들었다. 손흥민을 교체하고 오현규가 투입돼 결승골을 넣는 상황까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취지의 발언도 이런 흐름 속에서 나왔다.

FULL QUOTE BOX

이 인터뷰의 핵심은 질문의 세기가 아니라 순서였다. 억울함을 풀 기회를 먼저 제시하고, 이후 국민적 의문과 전술 논란을 따라 들어갔다. 취재원은 방어적으로 버티기보다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는 쪽으로 이동했다.

SIGNAL 04

현장 기자들이 쓰는 ‘경청형 인터뷰’의 기술

방어적인 취재원을 상대할 때 경청을 앞세우는 방식은 현장 기자들 사이에서 낯선 기술이 아니다. 같은 날 미국으로 출국하던 홍 전 감독을 인천공항에서 만난 MBC 조진석 기자 역시, 선수단 내분설 등 여러 보도 속에서 마음고생이 있었을 것이고 바로잡고 싶은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접근했다. 걷던 홍 전 감독은 구체적 답변을 피하면서도, 언젠가는 자신이 할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는 의미의 말을 남겼다.

FACT BOX

· 채널A 인터뷰 보도 시점은 2026년 7월 2일이다.

· 인터뷰 대상은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 김채현 채널A 기자는 홍 전 감독 자택 앞에서 약 2시간 대기한 끝에 그를 만났다.

· 김 기자는 7월 6일 채널A 유튜브 ‘취재썰’에 출연해 당시 취재 과정을 설명했다.

· 같은 7월 2일, MBC 조진석 기자는 미국으로 출국하는 홍 전 감독을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745970e585209.png7월 6일 채널A 유튜브 ‘취재썰’ 출연 화면

SIGNAL 05

2시간의 기다림, 그리고 한 문장의 판단

김채현 기자는 7월 6일 채널A 유튜브 ‘취재썰’에서 당시 상황을 더 자세히 풀어냈다. 홍 전 감독을 만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려웠고, 가능성은 절반 정도로 봤다고 했다. 자택 앞에서 약 2시간을 기다린 끝에 홍 전 감독을 마주했고, 처음에는 관계자가 제지했지만 홍 전 감독이 직접 이유를 묻는 순간 방향을 바꿨다. 관계자를 설득하는 것보다 홍 전 감독에게 바로 말을 거는 편이 빠르다고 판단했고, 그 첫 문장이 바로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접근이었다.

SIGNAL 06

목표는 해명보다 ‘책임의 언어’였다

김 기자가 밝힌 인터뷰의 목표는 단순한 논란 해명이 아니었다. 감독으로서 어떤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생각으로 월드컵에 임했는지를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는 홍 전 감독이 쏟아지는 비판을 상당히 방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봤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가 자신의 판단과 심경을 직접 설명해주길 바랐다고 했다. 결국 이 인터뷰는 질문의 공격성보다 취재원의 심리 상태를 읽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EDITOR'S NOTE

좋은 인터뷰는 질문지를 많이 준비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특히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은 첫 질문을 듣는 순간 이미 방어 태세에 들어간다. 김채현 기자의 접근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그 첫 장벽을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억울함을 말할 자리를 열어주고, 그 안에서 책임과 판단의 언어를 끌어냈다. 저널리즘의 현장은 결국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그리고 사람의 입은, 때로 공격보다 이해의 제스처 앞에서 먼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