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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킹덤>이 해낸 것,<창궐>이해내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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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IANT 작성일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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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이 해낸 것,<창궐>이해내지 못한 것

본격 조선시대 좀비물,쪽박이냐 대박이냐그것이 문제로다!

by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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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를 잃은 얼굴과 썩어 문드러진 사지,짐승 같은 신음을 토해내며 산 자를 찾아 배회하는 시체들.부두교 전설로 내려오는 좀비(Zombie)는 오늘날 단순한 괴담을 넘어 대중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호러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한때 사람이었던 존재가 괴물로 전락한 모습은 원초적인 혐오를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나와 가까운 누군가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공포심까지 자극한다.아울러 흡사 역병마냥 희생자에게서 희생자에게로 옮겨가는강력한 전염성은 견고한 현대 사회의 안정망조차 일거에 와해시킬 만큼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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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런 공포스러운 좀비가 봉건시대국가에 나타난다면 어떨까?녀석들을상대할무기라고는 날붙이나 활이 전부이고,이동 수단도 변변찮은 데다 갑작스러운 재난을 먼 곳에 알릴 수도 없던 시절에 말이다.오늘날에도 좀비를 박멸하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그 옛날 사람들이야 오죽할까.하지만 이게 또 천천히 따져보면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 쓰인 장검은 좀비와 거리를 둘만큼 도신이 길고 그걸 능숙히 다루는 무사들도 충분했다.활도 분당 발사 횟수가 떨어져서 그렇지 저지력은훌륭한 편이다.거기다 군복이 철갑이기 때문에 좀비가 뭣 모르고 깨물어봐야 이빨만 나갔을 것이고.지금보다 인구가 훨씬 흩어져 있고 마을 규모도 작은지라좀비가 폭발적으로 불어날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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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두 작품은 이처럼 우리가 아는 기존 역사를 뒤트는 관점에서 출발한다.서양에서나 보던 좀비가 한반도에,그것도 조선시대에 출몰한다는 자못 흥미로운 설정이다.시대극과 좀비물을 뒤섞는 시도는 해외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데공교롭게도 국내는 비슷한 시기에 영화와 드라마가 모두 나오게 됐다.바로 지난해 10월 개봉한 김성훈 감독의 액션 블록버스터 <창궐>과 올해 초 공개된 김성훈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 그 주인공.그렇다.두 작품은 컨셉만 겹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이름까지 똑같다.하지만 두 김성훈 가운데 한 명은 세계가 주목하는 감독이 되고 다른 한 쪽은 흥행 참패라는곤욕을 치르고 말았으니.같은 조선 좀비물을 가지고 어쩌다 이렇게나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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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초유의 좀비 사태<킹덤>그리고 <창궐>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우선 <창궐><킹덤>의 공통점을 살펴보자.상술했듯 감독이 동명이인이며 두 작품 모두 조선 시대에 좀비가 출몰한다는 컨셉을 내세웠다.좀비 사태의 배후에는 절대 권력을 탐하는 권신이 있고, 이를 막고자 잘생기고 무예에 능한 세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창궐> 속 권신은 장동건,세자는 현빈이며<킹덤>의 경우 권신 류승룡, 세자 주지훈이 각각 호연을 펼쳤다.일단 현빈과 주지훈은박빙이므로 장동건이 악역을 맡은 <창궐>이 잘생김 지수에서 승리.여기서 우리는 출연진의 외모와 작품 완성도가 그다지 상관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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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두 작품은 적어도 소재에 있어서는 거의 동등한 잠재력을 지녔던 셈이다.그런데 몇 개월이 지나 뚜껑을 열어보니 <창궐>은 손익 분기점도 못 넘긴 쪽박이고 <킹덤>은 외신에서까지 추켜세우는 대박을 쳐버렸다.거기다 똑같은 조선 좀비물임에도<창궐>이 주로 듣는 비판은 지루하다이고 <킹덤>을 향한 찬사는 대부분 신선하다는 것이다.사실 국내에서 시대극과 좀비물의 결합은 기본적으로 새로운 시도다.그런데 <창궐>은 이걸 어쩌다 뻔한 영화로 전락시켰을까.그리고<킹덤>은 어떻게 기깔나는 드라마로 완성됐을까.<창궐>또한 나름대로 출연진의 연기력이나 촬영 기법에서 폄훼 당할 작품은 아니기 때문에 결국 원인은 시나리오로 좁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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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궐>충무로 액션 블록버스터의 또다른 복제

 

물론 <창궐><킹덤>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약간 무리가 따른다.<창궐>은 극장에 걸렸던 영화이고 <킹덤>은 영상 스트리밍 채널인 넷플릭스로 방영한 드라마다.일반적으로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상영 시간이 짧기 마련이고,그만큼 서사 전개와 인물 묘사를 압축할 수밖에 없다.당장 <킹덤>만 봐도 편당 약 50분씩 6부작으로 300분에 달하는 반면 <창궐>은 그 절반 이하인 120분 정도다.심지어 <킹덤>은 시즌제 드라마로 이제 막 도입부를 지났을 뿐이다.당연히 훨씬 적은 분량으로 기승전결을 정갈히 담아내야 하는 영화 시나리오의 난이도가 높다.그런데정작 <창궐>에게는 이런 핑계가 통하질 않는다.애초에 서사 따위 신경 쓴 적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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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이야기는 이렇다.늙은 왕의 폭거와 권신 김자준(장동건)의 음모로 세자가 자결하자,부고를 접한 둘째 왕자 강림대군 이청(현빈)은 청나라 유학을 잠시 접고 조선으로 돌아온다.고국에도 왕좌에도 별 관심이 없던 그의 귀환 목적은 어디까지나 과부가 된 형수를 청나라로 모셔가는 것.그러나 혼란을 틈타 김자준이 외국에서 들여온 좀비(작중 야귀)를 퍼트리는 바람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태를 수습하게 된다.차츰 이청 주변에는 웃음을 담당하는심복과 충직한 무인,활 잘 쏘는 미녀등 각종 조연들이 모여들고,별 의미 없는 액션신이 몇 차례 펼쳐진 뒤 마지막으로 왕을 시해하고 스스로 야귀가 된 김자준과 진검 승부를 벌인다는 뭐 그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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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전개 아닌가?시종일관 쿨한 주인공과 붕어빵 틀로 찍어낸 듯한 조연들, 뭐가 그리 불만인지 당최 사연을 알 수 없는 악당,갑작스러운 괴물 출연부터 소탕 그리고 최종 보스와의 결전까지 일사천리로 내달리는 고민 없는 시나리오. 이건 불과 한 달 전 개봉한 <물괴>에서 야수만 좀비로 바꿔 놓은 수준이고, 그보다 앞선 수많은 충무로 액션 블록버스터의 또다른 복제에 지나지 않는다.하물며 좀비물의 기준에서 봐도 제대로 쓰인 장르 문법이 하나도 없다.가령 역병의 기원에 대한 의문,가족과 동료가 괴물로 변했다는 비극성,사회 질서 붕괴로 인한 생존자간 갈등,좀비와 대중에 대한 메타포등등.좀비물하면 기대할 만한 서사가 <창궐>에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와중에 어디서 본건 있어서 후반부에 장동건이 지능과 괴력을 갖춘 슈퍼 좀비화되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낼 지경.,그래도 장동건은 멋있다.장동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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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의 스릴과 궁중 암투의 서스펜스<킹덤>

 

그렇다면 <킹덤><창궐>과 뭐가 그렇게 다를까.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다르다.정말 일부러 비교 체험 극과 극을 위해 준비했대도 믿을 수준이다.<창궐>이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정체성 아래 좀비를 지엽적으로 활용하는데 그쳤다면<킹덤>은 이러한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느낄 수 있다.초반부터 좀비의 근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한편 그들이 언제 활동하고,어떻게 해야 죽일 수 있는지 같은 세세한 설정을 작중 인물들의 탐구를 통해 자연스레 알려준다.그러면서도 좀비 사태와 저 멀리 떨어진 한양을 때때로 비추어 악역조학주 대감의 존재감이 떨어지지않도록하고. 그야말로 드라마라는 포맷을 통해 벌어들인 시간을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고 계속해서 서사를 다듬고 개연성을 충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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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1시즌 전개는 이러하다.중전인 계비 조씨가 출산을 앞둔 상황에서 왕이 급사하자,후궁 태생인 젊은 세자이창(주지훈)에게 권좌가 돌아갈 것을 염려한 조씨의 아버지 조학주(류승룡)는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바로 죽은자를 좀비로 부활시키는 생사초로 왕을 잠시나마 살려 놓고,그사이 세자는 역모로 몰아 제거할 계책을 세운 것.그런데 생사초를 처방하던 의원의 종자가 부지불식간에 좀비가 된 왕에게 물려 죽고,그 시체가 고향인 경상도 동래로 돌아가며 역병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한다.조학주 대감의 음모를 파헤치고자 의원을 쫓아 동래로 내려간 세자는 예상치 못한 좀비 사태에 휩쓸리며 자신의 목숨과 조선의 명운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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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사건의 발단은 <창궐>과 유사하지만 그 진행 과정은 전혀 다르다.주지훈이 연기한 세자 이창은처음에는 <창궐>강림대군 이청처럼 무뢰한으로 그려지나점차 난민들과 호흡하며 내적 성숙을 이룬다.또한 일방적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는 여타 사극 속 세자와 달리 실제로 본인이 살기 위해 역모를 꾸민 전적이 있는 등 여러모로 기존 공식을 비트는 인물이다.권신 조학주 대감 역시 <창궐>김자준처럼 덮어놓고 역성혁명이 아니라 외척으로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다분히 현실적인 악행을 이어간다.좀비 사태도그가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인지라역병을 구제하려 군을 움직이기도 하고.아버지의 음모에 결탁한은 계비 조씨는 자신만의 꿍꿍이가 따로 있는 것처럼 보이며, 이외에도 대제학 영감이나 안현 대감 등 여러 세도가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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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킹덤>의 기반이 되는 서사는 <여인천하> <튜더스> 같은 궁중 암투극에 가깝다. 한양 권력자들의 숨막히는 수싸움은 경상도에서 펼쳐지는 세자의 도검 액션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좀비 사태 너머에 군림하는 조학주 대감이라는 더 큰 악을 상기시킨다. 만약 좀비의 스릴과 궁중 암투의 서스펜스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미흡했다면 <킹덤>이 이정도의 몰입감을 보여주진 못했으리라. 아울러 좀비 사태의 근원인생사초의 비밀스런 설정과이를 추적하는 의녀(배두나)로 하여금 보는 이의궁금증을 유발하는 기법도 탁월하다. 평소 좀비물을 즐기는 독자라면 보는 내내 익숙한 장르 문법을 여럿 발견할 것이다.<킹덤>은 좀비를 좋아하는,궁중 암투극을 선호하는,주지훈과 배두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추천할만한 드라마다. <창궐> 또한 현빈과 장동건 팬이라면 굳이 시청을 말리지는 않겠다.확실한 것은 흥행 공식을 쫓는다고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으며,도전 정신과 원숙한 실력이 만났을 때 비로소 명작이 탄생한다는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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