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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충성,그날의 총성 <남산의 부장들> - 느와르로 연출된 근현대사,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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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IANT 작성일2020-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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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 충성,그날의 총성 <남산의 부장들>


느와르로 연출된 근현대사,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by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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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1026일 저녁 7, 날카로운 총성이 궁정동 안가에 울려 퍼졌다.국가원수가 최측근에게 사살당한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이자 아직까지 유일무이한 대사건.당시 18년째 장기 집권을 이어오던 박정희 대통령은 자신의 오른팔이자 중앙정보부장인 김재규가 쏜 흉탄에 쓰러졌다.훗날 궁정동 사태 혹은 10.26 사건이라 이름 붙여진 이 날의 저격은 근현대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누구나 알 만한 이야기다.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운명의 저녁,김재규가 궁정동 안가로 걸어 들어가 박통을 쐈다는 건 익히 알려졌다.반면 평소 박통과절친했다는 김재규가 어쩌다가 암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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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까닭은 김재규 본인을 포함하여 사건현장에 있던 이들 대다수가 죽었을뿐더러,합동수사본부를 지휘한 전두환 보완사령관이 진상조사를 허투루 했기 때문이다.전두환은 김재규가 경호실장 차지철과의 충성 경쟁에 밀려 전전긍긍하던 차,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허욕에 사로잡혀 내란 목적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분명 가능한 이야기다.김재규는 박통과 동향 출신이며 군에서의 깊은 인연으로 승승장구하였으나 10.26 사건 직전에는 신임을 잃고 굴욕적인 나날을 보냈다.차지철과 드잡이질도 나날이 극심하던 시기이므로 자신을 소외시킨 박통에 대한 원망과 분노에 사로잡혀 우발적으로 암살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


전두환의 조사 결과를 언급했으니 김재규 본인 입장도 들어보자.그는 10.26 사건을 혁명이라 표현하며 다섯 가지 이유를 댔다.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보다 많은 국민의 희생을 막으며,나라의 적화를 방지하고,우방인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며,국제 사회에서의 명예를 복원하고자 함이었다는 것.사형이 집행되기 전날 쓴 유서에는 국민 여러분! 자유민주주의를 마음껏 누리십시오! 저는 먼저 갑니다!”라고 적혀 있었다.실제로 김재규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독재자를 저격한 의사(義士)일까?이 역시 진실인지 알 수 없다.결국 10.26 사건은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근현대사의 미스터리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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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남산의 부장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김충식 작가가 19908월부터 2년간 연재한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삼았다.연출자는 그간 <내부자들><마약왕>등 시사적인영화를 주로 찍은 우민호 감독.참고로 여기서 남산이란 그곳에 자리잡았던 중앙정보부를 가리키며 부장은 곧 중앙정보부장을 의미한다.그런데 왜 남산의 부장일까? 물론 한 명은 당연히 이병헌이 연기한 김규평(김재규)이다.그리고 또 한 명은 곽도원이 맡은 전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김형욱)이고.중앙정보부장이 두 명 나오니 제목도 부장들이 됐다.이제껏 <그때 그 사람들>처럼 10.26 사건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박통과 김재규,차지철의 삼각 관계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반면 <남산의 부장들>은 김형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는 10.26 사건이 벌어지기 40일 전으로 돌아간다.박통에게 토사구팽 당한 전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은 미국에 망명하여 유신 정권의 치부를 까발렸다.동아시아의 독재자 박통이 미국 내여론을 무마하고자 의원들을 상대로 대규모 매수 공작을 벌였다는 것,이른바 코리아게이트(Koreagate).그는 미국 하원의회 청문회에 참석하여 박통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더 많은 고발이 담긴 회고록을 집필하여 유신 정권의 표적이 되고 만다.박용각의 친구이자 후임인김규평은 어떻게든 박통과 사이를 원만하게 풀어주려 하지만본인부터 경호실장 곽상천(차지철)때문에 물먹기 일쑤.미국에서 만난 두 남산의 부장은 우리가 대체 왜 혁명을 했냐?”5.16 군사정변이 내세웠던 대의명분이 완전히 빛 바랬음을 한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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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평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박통은 배신자를 좌시할 위인이 못되었고, 한때 그 오른팔이었던 박용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다.충성 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는 곽상천이움직이는 가운데 김규평은 마지막까지 친구를 지킬지아니면 자신이 먼저 암살할지 갈등한다.하나의 표적을 상대로 경호실과 중앙정보부가 살인 경쟁을 벌이게 된 셈이다.한 발 앞선 곽상천의 암살자가 박용각을 거의 죽일 뻔하나 마침내 결단을 내린 김규평과 중앙정보부에 의해 수포로 돌아간다.그러나 김규평이 박용각을 빼돌린 것은 의롭게 친구를 살리고자 함이 아니었으니.박통에게 인정받고자 친구까지 죽여버린 김규평.그런 그에게 시킨 일이나 똑바로 하라며 냉담할 뿐인 박통.우리는 대체 왜 혁명을 했던가.결국 김규평은1026,대통령을 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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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와르 같은 근현대사,한국의 대부를 꿈꾸다


 


<남산의 부장들>영화화 건으로 김충식 작가를 찾아간 우민호 감독은걸작 <대부>스러운 느와르 풍의 각본과 연출을제안했다고 한다.권력자를 둘러싼 암투가 끝내는 죽고 죽이는 비극으로 귀결된 10.26 사건은 확실히 <대부>와 닮았다.우민호 감독은 느와르적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기 위해 크고 작은 각색을 가하였는데,대표적으로 김형욱의 코리아게이트 폭로는 10.26 사건 40일 전이 아닌 2년 전 일이며 김재규와 사적으로 그리 친한 편도 아니었다.또한 영화 속 김규평은 유신의 명분에 대하여 줄곧 고민하고 박통을 사살할 때도 혁명의 배신자로 처단하겠습니다!”고 외치지만,실상 김재규는 5.16 군사정변에 가담조차 하지 않았다.따라서 김규평과 박용각이 미국서 만나 혁명의 의의를 따지며 한탄하는 부분도 전부 허구다.


 


김재규가 박통이나 차지철과 비교하여 민주주의 노선에 가깝기는 했다.그는 박정희의 독재를 비난하다 의문사한 장준하 유가독을 돌봤으며 김대중을 풀어주어 김영삼과 만나게 하는 등 야권 인사를 도운 전적이 있다. 10.26 사건이 벌어진 1979년 봄에는 민주민권 자유평등그리고 자유민주주의라는 붓글씨를 남기기도 했다.같은 해 부산·마산 민주항쟁 당시에도 탱크로 다 밀어버리자는 차지철에 맞서 대화를 풀자고 직언한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그가 박정희 18년 독재를 지탱한 중앙정보부장이자 유신 정권의 부역자였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므로 민주주의 신봉자라 잘라 말하긴 어렵다.역사에 대해 사람들은 명확한 평가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잖다.홧김에 주군을 쏜 배신자인가 민주주의자인가,혹은 둘 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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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마약왕>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이민호 감독답게영상은 중후하며 편집도 안정적이다.느와르로서 갖춰야할스릴과 서스펜스 역시 완급 조절이 훌륭하여,누가 언제 죽는지 다 알고 보는 영화임에도 긴장감이 상당하다.주연을 맡은 이병헌과 곽도원의 연기는 명불허전이고 특히 박통役 이성민은 배우의 재발견이라 할만큼 인상적인 호연을 펼친다.다만 <남산의 부장들>이 충분히 중립적인영화라고는 못하겠다. 영화란 감독의 예술이며, 감독은 그 나름대로 사상과 연출 의도를 지니기 때문이다.작중 김규평 그러니까 김재규는 혁명의 동지인 박통을 여전히 흠모하되 시대조류를 읽고 천천히 하야해야 한다고 여기는 비둘기파다.대놓고 한 쪽 손을 들어줄 정도로 얄팍한 영화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김재규 편에 서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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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은 독자 여러분은 저마다 다양한 생각과 입장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남산의 부장들>을 소개하고 몇몇 흥미로운 지점과 사실 관계에 대한 을 풀어낼 뿐이다.설령 감독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영화를 찍었더라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충성 경쟁에서 밀려나 궁지에 몰린 나머지 친구조차 죽은 김규평이 보일 수도 있고,혁명의 대의명분을 저버리고 반민주적 독재자가 되어버린 옛 동지를 저격하는 김규평이 보일 수도 있다.만약 정치적인 설왕설래가 지겹고 피곤하다면 그냥 잘 만든 한 편의 느와르 영화로 즐겨도 괜찮다.어쨌든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한번쯤 봐야할 영화라 감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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