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 & GAME

이어져 있는 것이당연하지 않음을 돌이켜보게 되는게임, ‘미래라디오와 인공비둘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GIANT 작성일2019-10-04

본문

이어져 있는 것이당연하지 않음을 돌이켜보게 되는게임, ‘미래라디오와 인공비둘기
by 청익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5733_0117.png

최근 스마트폰이 고장나 하루종일Wifi와 인터넷은 물론, 전화를 일절 사용할 수 없게 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하루 쯤이야’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현대 사회’에 있어 정보통신망의 단절은 재난 혹은 조난에 필적하는 재앙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체감하게 될 줄이야. 음식 배달은 물론이요, 간단한 인터넷쇼핑부터 사소한 본인인증조차 불가능한 블랙아웃 상황을 겪고 나서야 현대인의 공기인 ‘통신망’의 소중함을 절감할 수 있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 Laplacian의 ‘미래라디오와 인공비둘기(ラジオと人工鳩)’가 바로 그런 내용이다.

공돌이가 셋 이상 모이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라플라시안(Laplacian), 회사 이름부터 비범하다. 이공학도라면 대학생활 중에 지겹도록 들어본 이름일 것이고, 인문학도라고 하더라도 ‘저명한 수학자’로서라플라스라는이름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세하게 설명하기에는 2차미분이네 뭐네 복잡한 이야기가 나오니 접어두도록 하고, 어쨌건 저 이름에서 일반이 받는 인상은 ‘아 어렵다’일 것이다. 보통 회사 이름은 친숙하게, 친근하게 짓는 것이 보통일 것인데, 어쩌자고 대뜸 벽부터 쌓고 시작하는 것일까.

이 회사는 2016년에 ‘키미토유메미시’라는 게임으로 처음 데뷔하여 1년에 한 작품씩 발표하고 있다. 첫 작품은 다소 판타지스러운 주제였고, 당시에는 눈에 띄는 기행을 벌이지 않아 큰 주목을 받지는 않았다.문제는 2번째 작품인 뉴턴과 사과나무부터.이때부터 제작진의 폭주가 시작되었다.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6022_9902.jpg

[난데없이 전국의 수십만 동정에게 선전포고를 날린다.주 고객층인데?]

세계에서 가장 엄한(けしからん) 뉴턴이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적절히 개그센스를 겸비한 광고로 일약 화제를 모아 신생회사 치고는 그럭저럭 성공을 거둔 그들은, 1년 후에 라디오와 인공비둘기를 발표한다.그리고 그 장난끼는 어디 가지 않았다.

[발매전 일본 소프맙 엘리베이터 광고.잦은 연기를 셀프디스하는 대범함]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5794_1154.jpg

[소프맙 비상구. ‘인생에도 비상구가 있으면 좋을텐데’. 한창 연기로 시끌시끌하던 때에 붙은 광고]

[업게에서 유명한 Key사의 신작 발표가 확정된 후의 광고.연기에 이어 대형 사고인지라,제작진 역시 판매고에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다고 후일 라디오에서 언급하였다]

 시선을 모으는데는 성공했다

그렇게 많은 기대를 모으고 발매한 게임은,볼륨은 적은 편이었지만 상당한 호평을 받는다.제목에서는 아무 것도 연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는데,오프닝부터 묵직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2046년인류는 인공비둘기라고 불리우는 자가번식형 전파중계기를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시켜전파음영지역을 없애고,유선통신이 불필요하게 되어 모든 유선통신을 무선으로 대체하게 된다.무선통신의 특정한 중계자가 없는 구조라 정보의 편중 또한 사라지고,사람과 사람의 거리는 한층 더 좁혀진 것 처럼 보였다. ‘비둘기가 폭주하기 전까지는.

비둘기의 개발자였던 하즈키 이자나 박사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전 세계의 비둘기는 지금까지 중계하던 모든 전파를 먹어 치워버리고,순식간에 세계는 아수라장으로 변한다.모든 교통망이 마비되고,특히 무선통신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항공기는 통신을 잃어버린데다 하늘을 가득 메운 비둘기 때문에 버드 스트라이크(비행중인 항공기에 새가 부딪히는 사고를 뜻함.동체에 부딛히는것도 위험하지만,엔진에 들어갈 경우 추락으로 이어지는 대형사고가 된다)’를 일으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주인공 야마나시 소라의 아버지는 여객기 파일럿으로,사고 당일 소라와 그의 어머니를 태운 여객기를 조종하다 나리야마 국제항공에 추락하게 된다.이 사고로 소라의 부모는 즉사,소라 역시 뇌에 부상을 입음과 동시에 정신적으로도 큰 상처를 입고서 야마나시 가에 양자로 입양된다.사고 이후에도 인류는 하늘을 되찾지 못하고,조금씩 주어진 환경에 순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5841_9148.jpg

[게임 내 서사로는 외관상으로는 일반 비둘기와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녹색으로 빛나는 눈은 묘하게 공포를 유발한다]

그로부터 15년 후,소라는 인류와 하늘 사이의 연결고리를 되찾겠다는 포부로, 친구이시마루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가전상가에서 먼지만 쌓여가던 구형 라디오를 개조하여 흡수당하지 않는 전파를찾아내고,집에 있던 아버지의 고정형 아마추어 무선기를 이용해 라디오 방송을 계획한다.시제품으로 만든 라디오 다섯개를 사고현장인 나리야마 국제항공 1터미널에 찾아온 두 여성에게 건네고,하나는 여동생,하나는 이시마루에게건낸다.그리고 방송을 마친 다음날,라디오에서 이상한 방송이 흘러나온다.

‘…81일의 오오조라 낙하사건의 속보입니다.1터미널에서 사망한 사람은 야마나시 소라 씨.그 외에,나리야마 공공학원에서도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원리를 알 수 없지만 며칠간의 검토로 미래의 라디오방송을 수신했다는 결론을 내리고혼란에 빠진 소라는 제1터미널 사고현장으로 발을 옮기고,그곳에서 은발의 소녀 하즈키카구야와 만난다.이후 예정된 사고와 죽음을 피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과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루트는 5개로,모두다 공통루트>캐릭터분기>오오조라 낙하예정일 이후의 구조를 가진다.게임의 스토리를 꿰뚫는 비둘기에 대한 각 캐릭터의 온도차이가 주인공의 행적을 가르며,대부분의 루트가 선택에서 발생하는 상실된 가치와그 필연성을 주인 스스로 납득하는 과정을 그린다.얼핏 봐서는 반복적인 전개가 되기 쉽겠지만,비둘기로 인해 각자가 잃어버린 것이 다르기에 각자의 가치관 또한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가지게 되어,하나의 사상(事象)을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타임루프와도 비슷한 구조의 미래시가 섞여있어한눈에 보기에는 슈타인즈 게이트를 떠올리게 하지만,게임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는 문제의 해결보다는 사고 후의 수습에 가까워,정신적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보이는 서글픔이 많은 편이다.야한 농담이 전문인 라플라시안 답게,모든 스토리에는 일상생활 가능함?’하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묵직한 야한 농담이 날아오며,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분기 이후의 텐션을 잘 조절해낸다.

캐릭터 소개는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분들을 위해 할애하겠다.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존재 자체가 미리니름인 수준이라,간단하게 얼굴만 훑어보도록 하자.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5870_0017.jpg

[메인 히로인인하즈키카구야.생긴건 저런데 생활상은 상당히 야생아.전 인류를 통틀어 유일하게 비둘기가 따르는 인물이며,그녀의 존재와 비둘기는 매우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5884_8433.jpg

[여동생인 야마나시미즈키.표정에서도 볼 수 있듯 장난끼가 넘치지만,내면은 굉장이 유약하다]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5900_4611.jpg

[코스모아키나.발군의 프로포션과활달한 성격으로 교내 인기 탑인 커피점 아르바이트생.15년전 사고에 깊이 관련되어 있고,그로 인해 내적인 상처가 깊으나 내색하지 않는다]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5915_0271.jpg

[아자미노츠바키. 나리야마 학원의 최연소 교수이며,어릴적부터 대단한 재능으로 비둘기개발에 관여한 이력이 있다.스토리 내도록 기술관련 조언 및 행동은 이 캐릭터가 담당하지만,감성이 특이하고 말이 짧아 게임 초반에는 이해하기 힘들다]

 슬슬 쿨타임 찼다.빨리 후속작 주세요

대기업 수준의 판매고는 올리지 못했지만,플레이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볼륨이 작다,좀더 긴 시간의 플레이를 원한다는 평을 내린다., ‘좀 더 오래 플레이하고 싶다는 이야기고,짧지만 충분한 몰입도와납득 가능한 현실성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하지만 직접 플레이했던 입장에서는전작들처럼 자잘한 설정으로 가득한 것도 아니고,스토리상 길어야 1~2개월가량의 전개이기에 개인적으로는 볼륨이 작을 수밖에 없다고 납득하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자세한 서사,세부적인 과거 서사로 좀더 탄탄한 현실성을 부여할수 있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5953_7428.jpg

갈수록 적은 분량에 짧은 플레이타임이 보편화되고 있는 비주얼 노벨 업계에서나름 타협한 결과라고도 생각된다.회사가 커지고 어느정도 입지가 보장되면 특유의 색채로 좀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내어주지 않을까싶지만,에로게 시장 전반이 위축되고 소셜게임화되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너무 큰 꿈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하지만 게임 속 주인공처럼,현실이 불가능을 외치더라도 희망은 가져볼 수 있지 않은가.텍스트의 소비량이 늘고,감정소비에 자유로울 정도로 현실이 풍성해진다면하면서 업계가 다시 살아나기를 언제나 기대하고 있다.작품 발매 텀이1년인지라 슬슬 신작 발표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41일에 돌발적으로 만우절 이벤트삼아 묵직한 에로코메디 게임을 하나 내긴 했지만,정규 라인업이라고 보기엔 힘들었기에 내심 기대하고 있는 중이다.무겁고 어려운 주제를 가벼운 분위기로 포장하여 그 갭을 즐기는 게임은 최근에 흔치 않았기에,유난히 이 회사의 행보에 눈이 갈 수밖에 없는 듯하다.빨리 후속작 내 주세요

 3c51e13bde7f9d87b11bdb8400272540_1570165974_107.jpg 

[41일에 내놨던 작품.이미지를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이것보다 낮은 수위의 이미지는 찾을 수가 없다]


Instagram#크레이지자이언트

youtu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