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남이 될 수 있을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GIANT 작성일2019-07-25

본문

6b21ad5a47c256c603bb9ac4d7c35e75_1564044515_18.jpg


남이 될 수 있을까

누군가와 친해지면서 그 사람의 사회적인 관계를 알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고 하는 경우에도 남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많은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 특히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을 정의한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끼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세상에는 참 건강하지 못한 감정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많다는 것이다.

남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바탕으로 두는 기본 전제는 무엇이든지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가치관은 차라리 유약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이다. 확고한 신념이 없으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서 타협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온다. 나이를 먹을수록, 부딪히는 것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가치관과 어긋나는 것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사실 필자는 성악설의 굳건한 지지자인데, 절대로 통제할 수 없는 아이들의 모습만 봐도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성선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아이들을 현장에서 본 적 없는 이들이라고 한다. 성선설은 이론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 같다. 따라서 악하다고까지 느껴질 수 있는 본능들에 대하여 지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아무리 아끼는 사람일지라도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향한 마음이 100% 이타적이기는 굉장히 힘든 일이다. 애인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눈이 돌아가는 것은 본능이고, 그 마음을 다잡는 것이 이성이다. 사실 그렇게 선한종류의 이성이 마음을 다잡는 경우가 많은지도 잘 모르겠다. 차라리 현실과 타협을 하는 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정말 가장 사랑해서 만나는 것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에는 당연한 전제가 존재하는데,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중에서, 즉 지금 내가 처한 상황 속에서 사랑한다는 것이다. 일편단심의 확고부동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잘 믿지 않는다. 사람들은 다만 타협을 하는 것이고, 안전지대에 머무르는 것이다.

내가 아끼는 지인 중 한 명인 K에 대하여 지면을 잠깐 할애하고 싶다. K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살만한 사람이다. 고백하자면 나도 한동안 K를 동경했던 적이 있다. 잘생긴 외모와 안정된 가정환경, 그가 가진 조건들에서 만들어지는 여유…… 보기에 따라서는 약간 독특한 정신세계까지도 그가 가지고 있는 다른 조건들과 맞아 떨어지면서 일종의 마력으로 작용한다. 그는 여성들의 호감을 사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문란한 환락(?)을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는 뜻은 아니고, 단순히 그 아슬아슬한 선을 즐기는 것이 재미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많아도 아무나만나지는 않았는데, 이는 비단 그의 가치관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한 명의 애인과 사귀고 헤어지는 것을 이십 대 내내 반복하였다는 사실에서도 기인하는 것 같았다. 결혼하지 못할 관계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헤어지게 되는데, 계속 돌아가게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그게 이십 대를 함께 보낸 사이라서 그 시간들이 아깝기 때문에 그러는 것인지, 드물게 유머 코드가 잘 맞아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섹스가 좋아서인지 잘 모르겠다고. 섹스요? , 섹스가 정말 잘 맞기는 했어요.

사실 몸정이라는 것이 무시할 만한 존재는 아니지만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직까지 내가 정말로 잘 맞는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가 섹스 같은 건 아무렴 좋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질(?)이 높을 필요는 없다고 느낀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는 나조차 섹스가 정말로 잘 맞는 것 같다고 느끼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 이것 때문에 못 헤어질 것 같다고 어렴풋이 짐작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다 헤어지기는 하더라.) 다른 많은 문제들처럼 on a case by case basis, , “사람 바이 사람의 문제이기는 하겠지만 무엇이 그렇게 술 먹고 옛 애인에게 전화하게 만들고, 다시 그들에게 돌아가고, 처자식을 두고서까지 그 놈의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것인지 궁금하기는 하다.

사실 섹스를 하러 모텔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는데, 너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싫어? 아니, 그건 아니야.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확언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상황을 확고하게 만드는 것은 섹스밖에 없다는 것을.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하지 않은 낮임에도 불구하고 P와 모텔에 들어가는 것은 꽤나 자연스러웠다. 내가 옷을 벗고 누워도 그저 가만히 안을 뿐 미동도 하지 않는 그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신체적인 변화에 대한 것은 다른 문제였다.) 섹스를 했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식의 생각도 타당하지만은 않지만, 서로 이렇게까지 하고 나서 친구로 돌아가는 것도 웃기는 일이다. 다시 P를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많이 다짐했는데, 결국은 그가 원하는 방향대로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랑 자기까지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릴 줄은 몰랐네.” “그러게, 일 년쯤 되었나.” 일 년. 정말이지 꼭 일 년 정도 되었다. 그 일 년이라는 시간 안에는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났다가 헤어지고, 내가 적지 않은 수의 섹스 파트너를 갈아 치웠던 시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일 년이 걸렸다고 말할 수 있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꽤 긴 시간 동안, 꽤 많이 그를 보고 싶어하였고, 관계가 회복되는 일은 없어도 그냥 단순히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와 내가 다시 만나는 것을 쉽게 그릴 수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와 나는 서로 다른 상대방이 있는 순간에도 가끔씩 만나 술을 마셨고, 그렇게 유지한 관계는 헤어진 이들 간의 하고 유쾌한 것이 아니라 가장 구질구질한 종류의 것이었다. 그 시간들은 결국 서로를 향한 마음이 남아 있다는 사실만을 확신시켜주었다.

다시 돌아와서 기뻐. 이제 계속 있었으면 좋겠네. P는 내가 돌아왔다고 말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맞는 말이다. 친구들은 말하였다. 그래, 걔가 줄곧 네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해도 비약이 아니지. 걔한테 너는 돌아온게 맞지. 비록 그는 내가 그에게 이별을 선언한 이후로 다른 사람을 꾸준히 만났고, 그녀와도 사귀고 헤어지는 것을 한 번 더 반복한 이후지만, 그리고 가장 가장 최근에 그녀와 헤어진 이후로 채 보름이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럴 수도 있지. 사실 돌아왔다고 느끼지 않는 것은 나였다. 이전에는 한 번도 그한테 이런 식의 애정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어쩌지, 지금 나는 너를 볼 때마다 네가 걔한테 하였을 것들이 떠올라서 자꾸 괴로워지는데.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하게 다시 돌아왔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예전에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 관점에서는 돌아온것이지만, 지금의 관계는 이전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만남의 연장선이라기보다는 아예 새로운 관계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왜곡된다. 내가 현재 처한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과거의 좋았던 기억은 부풀려지고, 나빴던 것들에 대한 세부사항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이고, 그 때의 내가 했던 선택은 지금의 내가 보아도 옳은 경우가 많다. 다만 나는 그 판단의 근거를 망각하고 있을 뿐이고, 그래서 판단을 번복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미 부서졌던 관계를 다시 돌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 헤어진 연인은 다시 사귀어도 이내 헤어지고 만다. 감상적인 상황에 휘둘려 다시 만나더라도 이전에 자신이 내렸던 판단저 사람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될 뿐이다. 긴 방황을 마치고 더 성숙해져서그 혹은 그녀에게로 다시 돌아간다는 사실은 터무니 없고, 재확인의 과정은 처참할 것이다 


 

Instagram#크레이지자이언트

youtube